소설리스트

과학의 군림자-231화 (231/241)

231화

[발표하실 생각은 없으십니까?]

“시기 상조야. 아마 내가 죽을 때까지 발표할 일은 없을걸?”

일단 돈에서 인류를 자유롭게 해야 했다. 자본과 권력의 논리를 떠나 사람들이 자유롭게 천재가 될 수 있는 기술을 시술 받을 수 있는 환경이 될 때까지 천재를 만드는 기술은 비밀이어야 했다.

“그리고 불가능할 지도 모르니까 미리 걱정하는 건 시기상조야.”

[알겠습니다.]

뇌는 과학자들에게 또 하나의 우주로 우주와 바다밑에 견줄만한 미지의 탐험지였다. 여전히 뇌에 대해서 연구자들이 알고 있는 것은 뇌의 활동은 시냅스의 연결에 의해서 결정되고 특정 활동을 할 때 특정 부위가 활발하게 움직인다는 것 뿐이었다.

지금 뇌 연구의 테마는 뇌의 다양한 기능들이 어떤 식으로 연결되어 고차인지 기능을 발휘하는지 확인하는 것에 있었다. 언어의 해석이나, 논리적 사고, 공감각적 사고, 예술적 창의성은 물론 댄스, 시각 정보, 영화 같은 매체를 통해 받아들이는 다양한 정보의 처리까지 뇌의 각 부분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었다.

그것을 확인하고 EBS(Electrical Brain Stimulation) 기술과 접목한다면 인위적으로 지능을 개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뇌 인지 심리학자들의 견해였다.

하지만 강현은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인간과 침팬지의 유전자 일치율은 95% 정도. 겨우 5%의 차이가 인간과 침팬지의 간극을 엄청나게 벌려 놨다.

천재와 범재의 차이 역시 마찬가지일지도 모른다. 몇 가지 생각하는 방식의 차이가 천재와 범재를 갈라 놓을 수도 있었다.

지능지수는 어쩌면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학습 능력은 의지와 노력에 크게 좌우 받는다.

언어적으로 뛰어난 이가 있는가 하면 시각적 이미지에 뛰어난 감각을 가진 이도 있고, 또 청각적으로 뛰어난 이도 있었다.

강현이 뛰어난 음악을 만들지 못하는 것처럼 지능과 뇌의 능력은 다양한 분야로 특화되어 있었다. 그렇다면 논리적 영역만 자극하면 뛰어난 논리학자가 되는 건가? 그렇지 않다. 중심이 되는 뇌의 부분을 보조하는 부차적인 인지 영역의 보조가 반드시 뒤따른다.

현재 뇌연구의 트랜드가 그러한 뇌의 영역간 의사 소통을 연구하는 것이 중심인 것도 그렇다.

그런 의미에서 아들이 강현 자신과 같은 과학자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뇌 활동 상태를 조사할 필요가 있었다.

뇌 활동 상태를 조사할 때 주로 fMRI를 이용하는데, MRI(Magnetic Resonance Imaging; 자기 공명 영상) 기술을 응용한 기술이다. MRI는 수소 원자에 자기장이 간섭할 때 수소 원자가 내뿜는 라디오파를 측정해 이미지 하는 기술이다.

신체의 3분의 2 정도가 수분이지만 조직 구성, 밀도 등에 의해 수소 원자가 내뿜는 라디오파의 밀도 역시 달라진다. 이 정보를 컴퓨터 기술로 시각화하는 것이 MRI의 원리다.

그러나 뇌 활동 상태를 조사하기 위해서 수소 원자와 공명하는 방법은 무용지물이었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fMRI를 개발했는데 아이디어는 뇌가 활동할 때 대량의 산소를 소비한다는 것에서 착안했다. 수소 원자 대신 산소 원자와 자기 공명을 시켜 그때 나오는 전자기파를 측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단점이 없을 수 없었다. 이 자기 공명 장치는 더 선명한 영상을 얻기 위해서는 더 강력한 자기장을 쏘아 주어야 하기 때문에 크기가 커질 수 밖에 없었다.

거기에 fMRI 같은 경우 뇌세포가 산소를 사용하면서 그 부위에 산소가 충분히 축적되는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강현이 하루 종일 자기 공명 장치 안에 들어가서 일을 할 수도 없었다. 게다가 강력한 자기장을 사용하니 전력도 많이 들고 쇠붙이가 있을 경우 매우 위험하기도 했다.

그러니 fMRI는 사용할 수 없었다. 강현은 다시 아즈삭을 통해서 관련 기술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오호? K-step이라.. 대단한데?”

전기 기계와 일렉트로 메카닉스 분야에 정통한 강현은 뇌과학 분야에는 익숙하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 표준기술 연구원에서 개발한 뇌파자기공명이라는 기술은 그도 감탄하게 할 만했다.

생체자기공명을 기반으로 개발한 뇌파자기공명은 생체가 활동하면서 생산하는 전기 생리학적 신호가 그 주변의 수분과 양성자를 직접 공명시키는 현상을 이용했다. 장점은 무궁무진했다.

강한 자기장이 필요없고 특정 뇌파에 의한 공명 신호를 추적해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뇌 부위 사이의 연결성을 가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컴퓨터에 비유하자면 CPU와 RAM 사이에서 주고 받는 디지털 전기 신호를 추적해 어떤 신호를 주고 받는지, 어떤 영역이 기능적으로 사용되었고 그 기능은 어떠한 지를 연구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한 것이다.

그러나 어려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전기 생리학적 신호인 뇌파의 주파수와 그에 영향을 받는 양성자의 공명 신호를 완전히 분리할 수 없었다.

이 두 자기장을 분리해 내야 뇌의 어느 부위가 활동하고 있는지 추적할 수 있었다. 한국 표준 기술 연구원에서는 이 문제를 외부 자기장을 갑작스럽게 걸어주는 것으로 해결했다.

전기 생리학적 신호를 따라 누운 양성자가 외부 자기장에 의해서 다시 방향이 바뀔 때, 그 자기장의 변화량은 외부 자기장의 크기에 비례하기 때문이었다.

이 방법이 뇌파자기공명 기술의 핵심이었고 개발자의 이름을 따 기웅스텝(Kiwoong step), 약어로 K-step이라고 불렸다.

[연락을 취해볼까요?]

“아니.”

강현은 고개를 저었다.

“비밀 연구니까 누구에게도 알려져서는 안돼.”

그의 말에 아즈삭은 이번 연구 과제에 대한 보안을 최상급으로 높였다. 그건 강현이 개발한 스파이 바퀴벌레와 같은 등급이었다.

강현은 자신의 뇌파를 측정하기 위한 장비를 제작하면서 몇 차례의 난항을 겪었다. 뇌파자기공명 기술을 개발한 연구진에 연락을 한다면 협조를 얻어 더 빠르게 측정 장비를 만들 수 있겠지만 자신이 그런 연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안된다.

사람들이 알게 되었을 때 반응이 어떨지 강현조차 가늠할 수 없었다.

뇌파자기공명 장치를 완성한 강현은 일단 자신의 머리에 그것을 씌우고 일을 시작했다. 세계가 공인한 천재인 자신의 뇌 활동 상태를 먼저 알아야 했다.

그리고 약 일주일간의 분석 끝에 아즈삭이 말했다.

[자료가 부족합니다.]

강현이 열심히 머리를 굴릴 때의 데이터에 대한 비교 데이터가 필요했다. 강현은 헬멧 형태이던 뇌활동측정 장치를 개량해 헤어밴드 형태로 만들었다. 갑자기 헤어밴드를 하고 나타난 그에게 샐리가 웬 헤어밴드냐고 물었지만 그가 둘러댄 말은 ‘패션’이었다.

샐리는 어이가 없었다. 언제부터 패션에 신경을 썼다고.. 그녀가 아니었으면 그는 지금쯤 돈만 많고 메마른 후줄근한 아저씨가 되어 있었을 것이다. 그녀가 그의 외모와 건강에 얼마나 신경을 썼는지 책으로 한 권 나올 수 있을 정도다.

그러나 그녀는 남편의 괴짜 짓이 하루 이틀이 아니기 때문에 그 이상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시아는 키득 대면서 강현의 헤어 밴드를 벗기려는 장난을 쳤고 준도 호기심 짙은 눈길을 보냈지만 한 달이 지나자 모두들 그러려니 했다.

평상시 일을 안 할 때의 뇌 상태와 열심히 머리를 굴릴 때의 뇌 상태에 대한 자료가 축적되고 아즈삭이 자료를 분석해 이미지로 만들었다.

“헐..”

강현은 신기했다. 자신의 뇌가 활동하는 광경을 보고 있으니 참으로 신기하지 않는가? 그건 자신의 내부 장기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보는 것 만큼 신기한 광경이었다.

[이건 박사님께서 연구활동을 하실 때의 장면입니다. 그리고 이건 식사를 하시거나 아이들과 노실때의 장면입니다.]

“왜 이렇게 하얗지?”

강현은 자신이 연구 활동을 할 때의 뇌 활동 영역이 무척이나 넓은 것에 놀랐다.

[박사님의 뇌 활동 영역은 일반인에 비해서 월등히 넓습니다. 거기에 감마파와 알파파가 동시에 발생하고 뇌의 기억 중추를 매개로 전두엽과 측두엽, 후두엽이 동시에 활동하고 있습니다. 또한 좌뇌와 우뇌의 활동 비율 또한 비슷합니다.]

감마파는 극도의 각성이나 흥분 상태에 있을 때 주로 전두엽에서 발생한다. 알파파는 심신이 안정 상태를 나타날 때 발생하는 파형으로 뇌 발달과 관련되어 있었다.

단순화 하면 전두엽이 논리 사고력, 측두엽이 기억력, 후두엽은 시각적 정보와 관련되어 있다. 분석하자면 강현은 기억에서 정보를 꺼내어 논리적으로 사고하고 시각적으로 이미지 하는 능력이 특출나다는 것이다. 컴퓨터로 비유하자면 CPU와 SSD로 정보를 빠르게 처리하면서 GPU로 이미지로 만들어 낸다고나 할까?

여기에 격렬한 뇌활동을 뜻하는 감마파와 반대로 명상 상태나 안정적인 수명 상태에서나 발생하는 알파파는 뇌 안정을 뜻한다. 상반되는 뇌파가 동시에 발생하고 있으니 안정적인 오버클락이 이루어 지고 있다고 볼 수도 있었다.

거기에 이성적인 좌뇌와 감성적인 우뇌가 거의 비슷하게 활동하니 과학을 감성적으로 다루는 능력도 있었다. 그 방식은 스티븐 잡스같은 이성의 감성화라고 하기 보다는 감성적 이성을 통한 과학 탐구라고 해석해야 했다.

일상 생활에서의 뇌 활동은 과연 현저하게 활동량에 떨어져 있었다. 평상시 사람들이 깨어있을 때 받는 세타파가 주를 이루고 있었다. 세타파는 스트레스와 관련된 뇌파 형태다.

강현은 찬찬히 영상을 관찰하다가 한 특이한 영상을 보았다. 마치 열심히 머리를 굴릴 때처럼 감마파 알파파가 동시에 나타나면서도 스트레스 상황을 뜻하는 세타파도 동시에 나타나는 영상이었다.

“이건 왜 이래?”

[그 영상이 기록된 시각은 박사님께서 샐리에게 잔소리를 듣고 있을 땝니다.]

“....”

[…...]

“... 아.... 그래?”

강현은 더 이상 말을 꺼내지 않았다.

“다음 연구 목표는?”

그는 화제를 전환했다.

= = = = =

자신의 뇌 활동 상태를 기록해 본 강현은 뇌 연구가 상당히 재밌다고 느꼈다. 그리고 만일 다른 사람이 자신과 같은 뇌 활동 상태를 가질 수 있다면 아마 자신만큼 뛰어난 과학적 성과를 낼 수 있지 않을까라는 가설을 세웠다.

하지만..

“실험을 할 수가 없어.”

가설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실험을 해야 했다. EBS 기술을 이용해 뇌에 자극을 주는 기술, 특정 뇌파를 특정 부위에 형성하는 기술은 동물 실험을 통해서 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것을 사람에게 적용해 실제로 ‘과학적 성과를 내는 능력이 상승하는가?’라는 질문에 답을 할 수 있도록 실험하는 건 여러모로 문제가 있었다.

윤리적인 문제를 제외한다고 해도 실험을 극비로 하기로 한 이상 실제로 임상 테스트를 한다면 그 누군가의 입을 통해서 알려질 가능성을 고려해야 했다. 만일 알려진다면? 아무리 강현이라도 천재를 만드는 기술을 보호할 수는 없었다.

딜레마였다. 실험을 하지 않으면 가설을 입증할 수 없다는 것, 그러나 또한 실험도 할 수 없다는 것. 하지만 실험을 하지 않으면 천재를 만드는 기술을 만들 수 없고 아들을 위한 선물은 완성되지 못한다는 것.

그렇다고 아들에게 검증되지 않은 실험을 할 것인가? 아버지로서 절대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강현은 어쩔 수 없이 아즈삭을 동원해 시뮬레이션하고 또 시뮬레이션했다. 뇌의 복잡한 시냅스 연결과 수 많은 상호작용 요소들로 인해 시뮬레이션 일 회에 무려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걸렸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3D로 구현한 뇌의 시냅스 구조를 바꿔보기도 하며 특정 위치에 특정 뇌파를 유도하는 기술을 완성했다. 그러나 안정성과 그 효과를 실험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실제로 실험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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