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과학의 군림자-229화 (229/241)

229화

그래서 CNT 케이블을 사용한 아폴로티움에서도 한 때 CNT 케이블을 고무로 코팅한다고 난리법석을 떤 적이 있었는데 아폴로티움에 사용한 CNT의 길이는 너무나 길어서 사람이 흡입하기 힘들 정도라 강현이 고소를 머금은 적이 있었다. 그래도 케이블 수가 많고 그 중에 사람이 흡입할 수 있을 정도의 길이를 가진 CNT가 있을 수 있으니, 자신도 돈을 기부해 빠르게 케이블을 코팅했다.

거기에 더불어 분진을 정전기로 흡착하는 장치를 소방서, 학교, 보건소 같은 관공서는 물론 쇼핑 센터나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공공 장소에 기본적으로 설치해 대기 중 먼지의 농도를 줄이는 방법을 시행했다. 공장은 말할 것도 없었다.

공원의 늪지와 초목이 먼지를 흡착하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비가 내리지 않는 환경이라 꼭 필요한 장치이기도 했다.

아무튼 CNT를 신체에 사용할 전극으로 사용하는데 법적으로 제한이 걸리자 이 분야를 연구하는 연구소들이 많아졌다. 사이버네틱스 기술은 돈이 되는 분야고 법적인 제제를 뚫어낼 수 있는 기술이 있다면 순식간에 거부가 될 수 있었다.

가장 주목받는 신경 접합용 전극은 전도성 세라믹이었는데 역시 엄격한 생화학적 독성 검사를 통화해야 했다.

그럼에도 CNT를 계속 연구하는 이들이 있기는 했는데 이유는 나노 입자의 크기와 모양에 따라 물리 화학적 특성이 바뀌고, 마찬가지로 CNT의 굵기나 길이를 조정하면 석면과 같은 생화학적 독성을 나타내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미국 같은 기존의 선진국들은 기술의 비약에 천지가 개벽할 정도의 변화를 맞이했고 그동안 개발 도산국과 같은 기술 후진국들은 열심히 따라가기 위해서 발을 놀렸다.

하지만 뱁새가 황새 따라 가려 하다가는 가랑이가 찢어지는 법. 기술력의 차이를 메꾸기 위해서는 그만큼 희생이 필요했다. 그 희생은 선진 기술력을 도입하기 위한 이권의 양보가 주를 이루었고 기술 선진국들은 이를 이용해 해당 국가에 영향력을 확보했다.

장래를 보면 피눈물이 나는 일이지만 당장에 따라가지 않으면 도태될 상황이니 어쩔 수가 없었다. 변화의 가속은 그것을 감당할 수 없는 약자에게 희생을 강요했다.

그나마 한국은 상황이 좀 나았다. 기본적으로 기술 개발력의 잠재력이 뛰어난 나라이기도 했지만 강현의 출신국이며 제현 그룹으로 여전히 한국에 영향력을 끼치고 있었기 때문에 기술 선진국들이 다른 기술 후진국에게 하는 것처럼 하기가 눈치 보였다.

(정작 본인은 전혀 관심이 없었다.) 정부는 알게 모르게 (강현의 영향력 덕분에) 그리 손해보는 장사를 하진 않았다. 그러나 문제는 기업들이었다. 정부가 주선한 기술 이전을 받는 건 참으로 감사하고 군침이 도는 일이었다.

정부가 신경써준 기업이니 차후 기술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금전적인 지원이 들어올 수 도 있었다. 그러나 기술 선진국의 정부와 한국 정부가 주선한 기술 이전에서 번번이 기술 선진국의 기업들은 제현 그룹과 관계를 맺고 싶어했다.

그리고 카랄니 킴은 얼씨구나 그들에게서 기술 제휴를 받았다. 그리고 그 기술 제휴를 다시 높은 로열티로 샘성이나 NG에 넘겼다.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왕서방이 챙기는 꼴이었다.

“망할 것들! 지들은 반도체 생산도 안하는 주제에!”

샘성 신임 회장인 이정이 분통을 터트렸지만 이미 갑을 관계는 형성되었다. 이정은 카랄니 킴 앞에서는 환하게 웃으며 덕담을 해야 했다.

대한민국을 주무르는 재벌의 자존심에 심각한 타격을 받았지만 제현 그룹의 영역은 이미 재벌의 손아귀에서 벗어났고 제현 그룹이 영역을 확장하는 것을 오히려 걱정해야 할 처지였다.

특정 분야의 인재 역시 제현 그룹에 몰려 제발 파견해 달라고 애원해야 할 정도였다. 그러나 파견해 줘도 문제였다. 제현 그룹의 규정에 따라 일하는 이들은 절대로 지시하는 야근이나 추가 근무따위는 하지 않았다. 심지어 할 때도 자신들이 내킬 때 한다. 반골 기질이 넘쳤다.

뭐? 짜르면 된다고? 그러나 한국 노동법에 따르면 파견 직원들은 파견 업체에 소속되어 있었다. 거기다가 파견된 직원들은 자신들을 일하는 기업의 소속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제현 그룹에 소속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더구나 이제는 파견 직원이 없으면 일이 되지 않는 지경이었다. 정시 퇴근 해도 맡은 바 업무는 철저히 하고 가기에 생산성은 높았다.

그러나 기업 입장에서는 적은 비용으로 일을 더 시키고 싶어하는 것이 당연했고 기업이 하고 싶은 대로 일이 이루어지는 코리안 스타일의 전통이 있었기 때문에 시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럼 사람을 더 고용하세요.”

미친 놈들. 사업주들은 제현 그룹을 욕했다. 도대체 사람을 어떻게 다루면 저런 직원이 나올까? 회사의 발전을 위한 (자발적으로 더 일해 줄) 애사심은 어디다가 팔아 먹었다는 말인가?(제현 그룹에?)뭐? 사람을 더 고용해? 인건비를 네 월급에서 까줄까? 정직원될 욕심도 없냐?

평범한 파견 직원이었다면 그렇게 윽박 지를 수 있겠지만 상대는 제현 그룹의 직원이었다.그들은 거의 혹은 모두 이미 제현 그룹의 정직원이었다.

정직원의 파견이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없지만 기술 인력, 고급 인력을 독점하다 시피한 제현 그룹이었다. 법적으로 제제하고 싶어도 현재 상황에서는 무리였다. 정부도 알지만 쉬쉬하고 있는 입장이었다.

일단 정부가 나서기에는 강현과 그 뒤에 있는 미국의 입김이 무섭다. 그리고 기업적인 차원에서도 법적인 제제가 들어가는 순간 기업의 생산성은 뚝 떨어질 것이다. 일부에서는 업무 마비가 올 수도 있었다. 다 쓸만한 인재가 우주라는 비전을 보고는 제현 그룹을 통해 빠져나가는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남은 이들은 제현 그룹이 거절할 정도로 무능하거나(무능해도 회사에 붙어있을 수 있을 정도라면 어느 정도의 간신배일까?) 개인의 성공을 위해 상사의 실각을 노릴 정도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하이에나 같은 놈들이니 개인적으로 보면 파견 직원들이 오히려 믿을 만할 정도였다. 적어도 그들은 제현 그룹의 정사원들이라 개인적인 성공 욕심에 자신들의 뒤통수를 노리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쿡쿠(cuckoo) 프로젝트는 얼마나 진행되고 있죠?”

“유통 업계 쪽은 약 30%로 반도체나 다른 업체들과 달리 5% 앞서고 있습니다.”

“속도 조절을 할 필요가 있겠군요.”

“알겠습니다.”

비서가 카랄니 킴에게 인사를 하고 나갔다. 카랄니 킴은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뻐꾸기(cuckoo)는 다른 새의 둥지에 탁란을 하는 새다. 뻐꾸기 새끼는 양부모가 물고 온 먹이로 잘 성장한다.

마찬가지로 인재들을 키우는 데에는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 돈은 물론이고 세심한 케어 같은 무형의 자산도 포함된다.

이 무형의 자산에는 일자리 그자체도 포함된다. 경력직이 왜 대우를 받는가? 관련 업무에 익숙해 바로 써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일자리를 포함해 시간 비용 등 회사의 자원을 사용해 키운 인재의 유출은 기업에게는 심각한 문제였다.

마찬가지로 정직원으로 뽑을 정도의 인재를 다른 회사에 파견을 보내는 건 위험한 일이었다. 해당 사원의 애사심에 타격을 주고 이직할 수 있을 정도로 불만을 쌓을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런데 왜 파견을 할까? 카랄니 킴은 자신이 있었다. 직원의 대우에 있어서 철저히 사생활을 보장하는 제현 그룹의 정책은 젊은 인재들에게 차별성을 느끼게 해주었다. 같은 일을 하면서 받는 돈이 비슷한데도 한쪽은 야근이 필수고, 한쪽은 정시 퇴근이 필수라면 그들의 마음이 어디로 쏠릴까?

탐욕적으로 금전을 탐하는 이들은 의외로 많지 않다. 삶의 질에 돈이 끼치는 영향이 적어지면 선택의 기준은 다른 것으로 바뀐다.

돈을 많이 줘도 돈 쓸 시간을 주지 않는 곳을 택할 것인가? 졸부가 될 정도로 돈을 주지는 않아도 가족과 친구들에게 쓸 시간을 주는 곳을 택할 것인가?

개인의 기준에 따라 다르겠지만 적어도 제현 그룹에서 제시하는 비전은 당장의 금전보다 매력적이었고 젊은이들의 야망은 과연 젊은 혈기대로 더 먼 미래를 바라보았다.

‘현장에서 실무 경력을 파악하시고 대한민국의 경제 구조와 기업간의 역학 관계를 파악하세요.’

‘파견해서 그냥 맡은 업무만 하면 안됩니까?’

‘당신은 대한민국의 미래입니다. 적을 치려면 적을 알아야하죠.’

파견되는 직원들은 은밀하게 본사에서 온 직원의 말에 전율했다.

사실 한국의 갈등 문제에서 가장 큰 갈등은 지역 갈등이 아니다. 가장 피부로 밀접한 갈등은 세대 갈등이다.

‘애 좀 낳아라.’

‘자식을 잘 키울 자신이 없습니다.’

‘애들은 낳으면 알아서 잘 자란다.’

‘어디 지금이 그때인 줄 아십니까?’

‘나 때는 먹을 것이 없어서 졸졸 굶고 다녔어. 요즘 세상이면 천국이지.’

‘사람은 밥만 먹고 살 수 없습니다.’

‘배부른 소리하지 마라. 등 따숩고 배부르면 된다.’

빠르게 변화한 한국 사회에서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기성 세대와 청년 세대들 사이에 갈등이 생기지 않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제현 그룹의 직원들 중 상당수는 기성세대가 만든 갑을 관계에 진저리가 난 이들이었다.

‘씨바! 회장이면 회장이지 회삿돈이 지돈이냐?’

예전에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적응해야 했지만 이제는 제현 그룹이 있었다. 제현 그룹의 기업 문화는 한국에서 갑의 위치에 있는 어떤 기업의 문화와도 달랐다. 본인들도 그 때문에 제현 그룹에 지원한 것이 아니던가?

그런 그들에게 뻐꾸기 프로젝트는 마치 비밀 결사에 가입한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그들은 때를 기다리며 얌전히 실무 경험과 함께 자신이 파견된 회사의 약점을 찾기 시작했다. 때가 되면 제현 그룹이 그 기업의 자리를 꿰찰 것이다.

이런 일은 건축, 유통, 금속, 경공업, 식품 등 다양한 영역에서 벌어졌지만 역시나 대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정도의 기업에서 주로 진행되었다. 파견 직원에게 뒤통수 맞을 일이 없다며 모두가 안심하는 동안 카랄니 킴은 그들 정수리에 벼락을 내릴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대기업이 카랄니가 떨어뜨릴 거대한 똥벼락의 타이머가 돌아가는 줄은 상상도 못하는 동안 대기업이 아닌 기업들은 도저히 제현 그룹에서 제시한 파견 비용을 낼 수가 없었다.

덕분에 은밀하게 불법체류자의 고용이 늘어났지만 여론화 되는 일도 없었다. 이미 한국 인력 시장은 붕괴 위기였다. 단순 노동을 해줄 인력이 없었다. 모두 제현 그룹이 데려가 교육하고 우주로 보내고 있었다. 심지어 공무원이라는 환경 미화원까지 인력난이 생길 정도였다.

미국은 여전히 우주 개발을 가속하고 있었고 벌써 두 번째 우주 도시 계획이 진행되고 있다는 루머도 은밀하게 돌았다. 이번 우주 도시는 화성의 위성 궤도를 도는 인류 생활권의 확장 가능성을 탐색하기 위한 용도라며 우주 달팽이를 건설하는 건설 인부와 로봇 관리 및 수리 기능공까지 다양한 기술 인재를 원했고 한국인의 손재주는 종특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

HA이나 인공지능을 동원해 로봇을 관리하는 것보다 더 싸게 먹혔고 좀 더 많은 한국인 기술자들을 요구했고 제현 그룹은 열심히 한국인을 고용했다.

그렇게 한국의 단순 인력 시장이 붕괴하자 불체자들의 고용 역시 늘어났고 이들의 처우를 개선하는 법안이 만들어지는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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