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6화
[가시광선 영역에는 제한적으로 작동하지만 평면에 법선으로 입사하는 광선을 고려하면 자이룽 모델이 더 적합하지 않겠습니까?]
“자이룽 모델은 음굴절 메타물질이 아니라 광흡수 메타물질을 위한 모델이야. 근본 원리의 방향이 달라.”
자이룽 모델은 전자파 차단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서 개발된 수학적 모델이다. 전자파 차단을 위해서 얇은 판에 법선 방향으로 들어오는 광선과 최소 단위와의 상호 작용을 수식화했다.
그 밖에도 조니아 모델, 신시아 모델 등 메타 물질의 수학적 모델이 무수하게 많이 개발되었다. 그러나 메타물질의 가능성이 워낙 넓다보니 적용할 분야에 맞는 수학적 모델이 개발될 수 밖에 없었다.
강현은 그중 음굴절 메타물질을 개발하는데 대세로 떠오른 조니아 모델을 감마선 영역까지 확장하기로 했다.
음굴절의 메타물질을 만들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음의 값을 가신 유전율과 투자율을 만들어야 하는데, 여기에는 필연적으로 전기공학적인 원리가 들어가게 된다. 전자파로 인한 전자기 유도, 전자기 공명, 교류에서 축전기와 코일에 걸리는 전압의 위상 차이 등 여러 조건들이 복잡하게 얽혀있었다.
여기에 큐빅 모양의 최소 단위가 적층될 경우를 시뮬레이션하여, 음굴절이 성립되는 큐빅의 조건를 수학적으로 표현한 것이 바로 조니아 모델이었다.
물론 큐빅처럼 최소단위가 정육면체가 아니라 정사면체라든가 정 20면체, 구체 따위가 되면 전혀 다른 모델을 사용해야 하고 머리는 더욱 복잡해진다. 큐빅이라는 최소 단위체를 사용한 조니아 모델이 연구자들 사이에 대세가 된 이유는 구조를 이해하기 쉽고 그에 따라 많은 이들이 피드백을 해주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조니아 모델을 사용하려고 했던 강현은 보다 근본적인 문제에 맞닥뜨리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밴드갭의 문제였다.
태양광 전지에 사용되는 반도체가 어떻게 전압을 형성하는가? 그것은 기본적으로 물질내의 전자가 광자에 의해 에너지를 받아 높은 에너지 준위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이 높은 에너지 준위에 있는 영역을 밴드라고 부르는데 전자가 전도할 수 있도록 전자가 이동할 수 있는 자리가 비어있기 때문에 전도 밴드라고 불린다. 그리고 이 전도 밴드로 전자가 이동하고 전도체가 되고 전압을 형성하는 것이다.
만일 이 밴드갭이 매우 커서 전자가 전도 밴드로 이동할 수 없게 된다면 이 물질은 부도체로 분류된다. 그리고 대부분의 금속은 이 전도 밴드와 전자가 바닥상태에 있는 밴드가 겹쳐져 있어 따로 전자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전도성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반도체는 기본적으로 부도체다. 하지만 밴드 사이(전자가 꽉차있는 바닥상태의 밴드와 전도 밴드)의 간격이 작아 열이나, 전자기장 등 특정 조건에서는 도체처럼 전자가 전도된다.
즉, 특정 조건을 가하지 않으면 반도체는 부도체가 된다. 그리고 이를 뒤집으면 부도체도 특정 조건에서 반도체가 될 수 있다. 그 특정 조건에는 아주 높은 주파수의 전자기파라는 것이 있다.
밴드갭이 큰 부도체라고 해도 전자가 들떠 그 밴드갭을 뛰어넘어 전도가 가능한 밴드로 이동한다면 전도체가 된다. 부도체에 전달되는 광자의 에너지가 커서 전자가 밴드갭을 뛰어넘으면 부도체도 전기가 통하게 되는 것이다. 그 기준이 되는 광자의 주파수는 플라즈마 주파수라고 불리며 특별하게 취급된다.
그리고 감마선의 전자기파는 가장 파장이 짧고 주파수가 큰 영역의 빛이다. 대부분의 물질의 플라즈마 주파수를 크게 뛰어넘는다. 그러니 전자회로가 감마선의 침투를 받는 순간 도선이고 플라스틱 기판이고 할 것 없이 전류가 흐른다. 회로가 망가지는 것도 이상한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전기공학적인 원리를 응용한 메타물질 역시 이러한 문제를 겪을 수 밖에 없다. 특정 전기적 성질을 가진 최소 단위가 그저 전도성 물질 덩어리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아이고.. 감마선에도 부도체인 물질은 없나?”
강현은 푸념했지만 안타깝게도 감마선의 주파수는 10^20Hz 이상이고 대부분의 소재들 중 peta(10^15) Hz 를 넘어가는 플라즈마 주파수를 가진 재료는 없었다. 있을 가능성이 있는 물질은 원자번호가 매우 높은 물질들 중에 있을 수 있었지만 그 가능성은 극미했고 그런 물질을 사용해서는 채산성이 맞질 않는다. 그러니 물질로 절연을 한다는 생각은 버려야 했다.
“그럼 남은 건 진공 밖에는 없는데..”
절연체 없이 극소 크기의 최소 단위체인 전기회로를 만들어 낼 수 있는가라는 문제는 기술적으로 해결 가능했다. 포토리소그래피 기술을 이용해 적층으로 하나하나 쌓아 올려가거나 아니면 평면에 인쇄해 접어도 된다. 구형이라면 좀 힘들겠지만 정육면체를 최소 단위로 사용한 조니아 모델이라면 가능했다.
그러나 그렇게 쉽게 문제가 풀리면 공학자들이 머리를 싸잡아 매어가며 연구를 할 이유는 없었다.
진공으로 절연을 하는 전기 회로는 감마선을 만나면서 새로운 문제를 맞닥뜨렸다. 바로 광전 효과라는 것이었다.
광전 효과는 고체에 특정 주파수 이상의 광자를 쏘았을 때만 전자가 튀어나오는 현상이다. 이는 빛의 입자성을 현상적으로 증명하여 당시 빛이 파동이라는 주류의 주장(빛의 에너지는 그 밝기에만 의존한다.)에 반박했다.
이 광전 효과에 아인슈타인은 프랑크의 양자 가설을 사용해 빛의 입자성을 증명하여 노벨상을 받았고 이에 영향을 받은 드 브로이는 양자역학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인 물질파 개념을 수학적으로 제시하였으며 전자의 회절 실험으로 이것이 증명되었다.
그리고 이 개념은 다시 보어의 원자 모형에 적용되어 양자적 원자 모형의 시발점이 되었다. 이것은 가장 먼저 고전 물리학에 의문을 던졌던 흑체 복사 실험과 연결되어 현대의 양자 역학 개념을 완성했다.
그런데 그 광전 효과가 강현이 설계한 메타 물질에 방해가 되었다. 감마선의 주파수가 매우 높아 회로를 구성한 금속은 일단 전자를 토해내는 수 밖에 없다.
감마선에도 절연체인 물질이 있고 그것을 사용했다면 전자가 진공으로 도망치지 못하겠지만 부도체 대신 진공을 사용했으니 전기회로는 얄짤 없이 전자를 토해내야 했다.
이렇게 빠져나온 전자는 메타 물질 내부를 돌아다니거나 다시 흡수되어 난잡한 전류 흐름을 만들어 내었는데 이는 정밀하고 세심하게 설계된 메타물질의 기능을 저해하는 요소였다.
“아우 짜증나!”
결론은 진공을 이용한 절연을 하려면 광전 효과로 인한 부차적인 현상까지 고려해서 설계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전자도 그냥 튀어나가나? 그렇지 않다. 광자와 전자의 부딪힘도 운동량 보존 법칙이 성립한다.
이를 콤프턴 효과라고 하는데 전자 회로의 표면 상태는 나노 스케일까지 고려해야 했고, 전자의 운동량 역시 고려해야 했는데 불확정성의 원리에 따라 전자의 위치와 운동량을 정확히 특정할 수 없으니 통계학적으로 다루어야 했다. 그정도로 세심하지 않으면 감마선 음굴절 효과는 기대할 수 없었다.
당연히 강현이 머리를 더 싸매고 열심히 지혜열을 발산해야 했다.
뭐, 그라도 별수 없었다. 감마선 방호는 물리의 한계에 도전하는 영역이었고, 공밀레란 원래 그런 것이 아니던가?
근 일여년 간의 무수한 실패 끝에 약 50cm의 두께를 가진 감마선 음굴절 메타물질이 완성되었다. 여느 공학도와 마찬가지로 계획>실험>반성>계획의 반복이었다.
조니아 모델이 아직 완벽하지 않아서 실제 실험을 반드시 거쳐야 했다. 사람보다 정밀하고 빠른 손놀림의 HA가 없었다면, 또 아즈삭이 없었다면 이렇게 빠르게 결과물을 내지는 못했을 것이다.
간만에 공밀레를 경험한 강현이 완성한 감마선 음굴절 메타물질은 입사각도 약 10도에서 감마선을 전반사 처리할 수 있는 굉장한 능력을 갖추었다.
그러나 그 응용분야는 굉장이 좁았다. 일단 EMP가 터지는 위치와 감마선이 입사하는 각도를 파악해 입사각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었다. 게다가 두께가 50cm나 되니 로봇독에 적용하는 것은 무리, 거대한 전함이나 이동형 사령부 및 주요 전술 허브에 겨우 적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만 해도 어딘가? EMP의 영향에서 완벽히 벗어날 수 있는 수단을 갖추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었다. 전술형 인공위성에게도 매우 효과적인 방어수단이었다. 밀도가 낮기 때문에 가볍다는 장점도 있었다.
결과적으로는 절반의 성공이었다.
[더 개량하실 겁니까?]
“내가 왜?”
강현의 나쁜 버릇이 도졌다. 새롭고 재밌는 건 자기가, 세심한 고려를 해야해서 골치 아프고 귀찮은 건 남이.
그는 다시 감마선 음굴절 메타물질에 관한 논문을 발표해 메타물질 연구자들에게 흥분을 안겨주었다. 그리고 일여년 간 연구를 하면서 쌓은 실패와 오류 자료들을 조니아 교수에게 보내 피드백 해줌으로서 조니아 모델을 좀 더 발전 시키는데 일조했다.
그렇게 하나의 연구과제를 끝낸 그는 이제 온전히 우주 달팽이 건설과 신통일장 이론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 = = = =
“아빠! 아빠가 그렇게 유명해요?”
학교에서 돌아온 시아가 대뜸 물어보았다.
“유명하겠지?”
우주시대를 열고 근 오년 동안 각종 언론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일인의 자리에서 내려가지 않았던 그였다. 유명하지 않으면 이상했다.
“여기 아빠 얼굴이 있어요.”
학교에서 얇은 책을 펼치는 시아. 책에는 강현의 사진이 나와있었다.
눈을 반짝이며 양 볼을 붉힌 딸이 너무나 사랑스러워 못견딘 강현은 딸을 끌어안고 얼굴을 부볐다.
“그래 그래. 아빠가 좀 유명하단다.”
“그래요? 아이들이 좋아하겠다.”
“응?”
왜 자신이 유명한 것이 아이들이 좋아할 요인이 될까?
“그게 무슨 말이니?”
“하루 동안 엄마 아빠가 선생님이 되는 거래. 나는 아빠가 왔으면 좋겠어.”
“자, 잠깐만! 그거 설마 일일 교사니?”
“응? 일일 교사가 뭐야?”
“하루 동안 선생님이 되는거.”
“아, 맞아.”
강현은 딸아이의 말에 2년 전을 회상했다.
그때도 준이 졸라서 일일 교사를 했었다. 과학자라는 직업에 대해서 아이들에게 설명해 주는 것이었다.
‘과학자가 되면 우주 만물의 신비한 것을 알 수 있어요.’
‘그럼, 외계인이 정말로 있어요?’
‘모르겠구나. 있다고도 없다고도 말할 수 없는 것이 이 우주의 신비란다.’
‘에이, 시시해.’
‘아저씨!’
‘야! 우리 아빠 지금 선생님이거든!’
‘선생님! 무중력 스쿼시 잘해요?’
‘집에 로보트 있다면서요? 그거 비싸요?’
‘로봇독 어디서 사요? 저희 부모님은 어디서 사는지 모르세요.’
그때 강현은 자신에게 교사의 자질은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여전히 자질은 없었다.
속으로 식은 땀을 삐질삐질 흘리는 그의 속도 모르고 사랑스런 딸내미는 얼마전에 온 소방관 아저씨와 우주 건설 인부 등의 이야기를 사랑스럽게 쫑알쫑알 꺼냈다.
“어.. 그래. 언제지?”
“다음 주 월요일.”
“알았다. 그럼 숙제하러 가야지.”
“힝. 도와주면 안돼?”
“숙제는 혼자하는 거란다. 자, 엄마오기 전에 얼른 해놔야 나중에 놀지.”
시아는 볼을 부풀리며 어쩔 수 없이 방으로 올라갔다. 엄마는 깐깐하고 만만하지 않다.
“어쩌지?”
[꼭 해야 합니까?]
“살다보니까 어쩔 수 없는 일도 생기더라.”
도저히 일일 과학 교사를 거절할 수가 없었다. 최초의 우주 학교 미네르바툼의 상징성이니 홍보성이니 따위의 어른들의 사정을 제쳐두고서라도 사랑스런 자식의 부탁을 도저히 거절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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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럼프입니다. 내일은 연재를 못할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