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5화
사람들의 선망 어린 시선에 면역이 없는 강현은 수업 참관을 끝내고 서둘러 돌아오느라 준과 시간을 길게 보내지도 못했다.
사실 사람들의 그런 행동에 강현은 불편함을 느꼈다. 그는 순전히 호의로 그들에게 기회를 배푼 것이 아니었다.
그들의 성향이 우주 개발에 적합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런 사람들을 모은 것이다. 굳이 한국이 선택된 것은 강현이 태어난 곳이고 복수를 계획하는 동안 한국 사회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는 강현이 우주에서의 생존에 적합한 성향의 사람들을 골라내고 또 우주로 유출시키기에 적합한 사회였다.
즉, 강현의 이익을 생각한 일이 의도치 않게 그들에게 이익이 된 것이다. 아니, 그도 그들에게 이익이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고향을 떠나고 쌓은 인연을 쉽게 만나지 못할 정도의 일이다. 충분한 이익을 제공하지 않는다면 우주 인부의 모집은 쉽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강현은 고마움을 받을 합리적 이유가 없었다. 그것이 그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드는 요소였다.
그러나 상황은 좀 더 확대되었다.
[닥터 강의 인기!]
[한국계 미국인의 자부심!]
[한인 사회! 이제 강 박사를 중심으로 뭉친다?!]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할 거에요?”
샐리가 아침 뉴스에 나온 내용을 듣고는 강현에게 시선을 주었다.
“그냥 평소대로 지낼 건데?”
“저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리고요?”
“샐리는 내가 어떻게 하길 바래?”
“당신이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난 지금이 좋아. 충분히 행복해.”
“그렇다면야..”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쓸데없는 걱정이었나 보다.
한인 사회에서 강현의 위치는 정말로 애매모호했다. 한국 출신이지만 강현은 그것을 전혀 내세우거나 자랑하지 않았다. 그리고 한인 사회의 활동에 한 번도 참여한 적이 없었다. 주미 한인 사회의 지도자들이 강현에게 접촉을 해봤지만 연구가 바쁘다는둥 정치 활동에 관심이 없다는둥 거리를 두었다.
그러나 우주 인부들로 인해서 아폴로티움에 한인 사회가 생기자 상황이 달라졌다. 우주 시대에 한인들의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서 미주 한인 단체들이 아폴로티움의 한국인들에게 손을 내밀었다. 아폴로티움에 한인 사회가 자리 잡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그리고 한인들의 협력과 발전을 위해서 서로 협력하기도 하고 정보도 공유하기도 했다.
미주 한인들의 꿍꿍이는 바로 이 아폴로티움 한인 사회에 강현을 끌어들이는 것이었다. 미국에 자리 잡은 미주 한인들은 이제 정치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을 정도로 인지도가 높아졌다.
그런 상황에서 미 백악관, 대통령 산하의 기관에 고문으로 있는 강현이 한인 사회의 지도부로 온다면 정치계로 한국인이 진출하기 더 쉬워질 수도 있었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강현이 도와줄 사람은 결국 같은 동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강현은 민족적인 성향이 매우 약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또한 누군가를 이끌고 싶은 야망도 없는 사람이었다. 그러니 뛰어난 지도자를 바라는 한인 사회의 갈망은 왜면 당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아빠! 친구 데려와서 놀아도 돼요?”
“물론이지. 그런데 뭐하고 놀거니?”
“아즈독이랑 놀거에요.”
아즈독은 아즈삭이 조종하고 시아가 알록달록하게 꾸민 로봇독을 말한다. 당연히 말귀를 잘 알아듣고 재롱도 부릴 수 있었다. 그러기 위해서 아즈삭은 어린 강현의 자식들을 위해서 인터넷으로 강아지들의 행동 양식이 나온 동영상을 확보해 분석해야 했다.
‘아즈삭, 미안.’
결국 아즈삭이 아이들과 놀아줘야 하기에 강현은 속으로 약간 미안했다.
며칠 뒤, 친구들을 데려온 강현은 고개를 갸웃했다. 일고여덟 정도 되는 아이들 중에서 흑인과 백인은 한 명씩 뿐이었기 때문이다. 나머지는 다 동양계였고, 지들끼리 말하는 도중 간혹 한국어가 튀어나오는 것을 보니 동양계 아이들은 죄다 한국계였다.
“““안녕하세요.”””
“그래, 반갑구나.”
그래도 아들의 친구라기에 강현은 웃으면서 인사를 받아주었다.
“너무 씨끄럽게 놀지는 말거라.”
“네~!”
강현이 서재로 들어가 일을 시작하자, 아이들은 힘찬 긍정이 무색하게 소리를 지르면서 신나게 놀기 시작했다.
강현은 피식 웃으면서 오늘의 스케쥴을 소화하기 시작했다.
그는 몰랐지만 사실 강현의 아들인 준의 친구 비율 중에 한국계가 압도적으로 많은 이유는 자신의 자식들에게 준의 친구가 되라고 꼬드긴 한인 부모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뭐든 만들어내는 강 박사님의 집이니까 신기한 게 잔뜩 있지 않을까?’
이 한마디에 혹한 아이들 중에 호기심 많고 붙임성 있는 아이들이 빠르게 준의 친구가 되었다. 그런 부모들은 자식들에게 좋은 인맥을 만들어 주기 위한 것도 있었고 강현이 자식을 매개로 한인 사회와 연결되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었다.
강현은 모르겠지만 씨는 뿌려졌으니 언젠가는 싹을 틔우지 않을까? 호의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런 일이 벌어지는 동안 한인이 많은 로스 엔젤레스의 정치권에서는 강현의 동향을 예의주시했다. 민주당과 공화당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동안 정치권과 거리를 두려고 했지만 결코 일정 이상 떨어지지 않은 강현이 이번 기회로 출사표를 던질 것인가?
그렇게 되면 파급 효과가 장난이 아닐 것이다. 우주 달팽이를 거의 혼자만의 재력으로 건설하고 있는 그의 자본력(얼마전 RP 가격 폭락사태로 강현은 어마어마한 RP를 축적해 추정 예산의 절반을 절약했다), 우주 시대를 열었다는 인지도, 그리고 그에 대한 열성적인 지지층까지. 단숨에 큰 정치적 세력을 만들 역량이 있었다.
학자 출신이라 정치력 논란이 일어날 수도 있지만 20대에 갓 들어서자마자 세계의 석유 패권 질서를 재조정한 능력과 그러기 위해서 사용한 석유 컨소시엄이라는 방식, 그리고 유대인과의 분쟁에서 사용한 언론 플레이 등 힘의 역학 관계 및 언론과 여론의 사용법을 잘 이해하고 있었고 치밀하게 사용했다. 정치인 모임자리에서 ‘과학의 천재는 정치의 천재였다.
’라는 앙드레 파셀과 그와 강현을 만나는 징검다리 역할을 했던 호만 상원 의원의 견해는 강현의 정치적 능력을 의심할 수 없게 했다.
강현을 잘 아는 사람은 그가 정치권에 진출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장기적으로는 알 수 없었다.
그가 정치가가 되지 않더라고 그의 아들이 있고 딸이 있었다. 10년 20년 뒤를 내다보며 지금부터 차근차근 준비한다면 그의 자식들이 미국 대통령이 될 가능성도 있었다. 아니 준이 대통령이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지게 되면 약 70%는 성공할 것이다. 아버지의 재산, 아버지의 휘광이 있기 때문이다.
“준. 이게 뭐야?”
“아즈독, 그거 또 해봐.”
“이야! 안드로이드다!”
“아즈삭! 과자 구워줘!”
그러나 어른들의 이해관계를 떠나, 아이들은 천진난만하게 잘 놀았다. 얼마나 잘 노는지 아즈삭이 계속 정리하고 정리를 해도 샐리가 퇴근하고 돌아와 집안 모습을 보고는 고개를 저을 정도였다.
= = = = =
아이들의 성장 속도보다 세상의 변화 속도는 더 빨랐다. 특히 우주 시대에 접어들면서 소프트웨어 기술은 그에 걸맞게 진화했다.
역시나 계기는 강현의 인공지능이었다. 인공지능으로 인해서 프로그래머들은 프로그래밍 속도를 좀 더 빨리 할 수 있었다.
생산성이 높아지자 좀 더 정밀하고 좀 더 대용량의 프로그램도 최적화 할 수 있게 되었다. 초기 생산된 인공지능들의 경험 축적은 사람들에게 더 빠르고 직관적인 서비스를 해주었고 이 와중에 온라인 광고는 극히 축소되었다.
특히 피싱 사이트 따위는 인공지능에 의해서 철저히 필터링 되었고 인공지능의 패시브 스킬인 코딩 시뮬레이션으로 인해 어떤 악성 코드도 원천적으로 가로막혔다.
이런 인공지능의 수혜를 가장 크게 본 분야는 게임 업계였다. 인공지능이 수많은 코드에 대한 색인 역할을 해주어 프로그래머의 역량과 생산성을 향상시키니 출시일을 미루는 일이 줄어들었다.
거기에 인공지능이 가미되어 대용량 데이터 처리 기술이 혁신되고 증강 현실 인터페이스가 개발되니 더 직관적이고 빠른 프로그래밍 환경을 만들 수 있었다. 그리고 이 덕분으로 인공지능 역시 더욱 정교하게 제작되거나 최적화된 상태에서 출시할 수 있었다. 선순환이 이루어진 것이다.
이 최적화된 인공지능은 아즈삭이나 아즈락 등 하드웨어적으로는 초기 인공지능의 다운 그레이드 형이지만 설계 개념이 달랐다. 초기 인공지능이 전자세계의 생물이라면 새롭게 개발된 인공지능은 전자세계와 실제 세계를 오가는 배였다.
기존의 인공지능보다 지능과 자율성은 떨어지지만 하드웨어가 가볍고 특정 분야에 특화시킬 수 있어 해당 분야에 관해서는 인공지능에 뒤지지 않는 서비스 역량을 가지고 있었다.
인공지능의 자율성을 결정짓는 욕구 시스템이 없고 프로그래머가 지정한 방대한 양의 행동 방침 알고리즘으로 작동되는 것이라 인공지능 프로그래머들에게 이 새로운 인공지능은 쁘디 인공지능으로 불렸다.
필요한 RNP, SNP의 양이 극히 적었기 때문에 가격과 유지비가 적어 보급이 원할하다는 것은 이 쁘디 인공지능의 최대 장점이었다.
그리고 이 쁘띠 인공지능의 보급에 발달한 사이버네틱스 기술이 접목해 선천적인 기형도 로봇팔, 로봇 다리를 달아 정상인과 다를 바 없는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사이버네틱스 기술중 팔다리를 제어하는 소프트웨어 기술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되었는데 하나는 신체 전체의 동작에 맞추어 인공팔다리를 작동시키는 것, 또 하나는 신경을 외과적 수술로 전자회로에 연결해 생각하는데로 인공팔다리를 작동시키는 것이다.
전자는 걷기같이 신체가 전체적으로 작동하는 방식에 적절해 다리에 주로 적용되었다면 후자는 정밀한 조정이 필요한 팔에 주로 적용되었다. 그러나 전자나 후자나 설치에서 피드백까지 인공지능의 도움이 없었다면 가격이 엄청나게 뛰어 올라 널리 보급되지는 못했을 것이다.
물론 일상 생활이 가능할 수 있을 정도의 용량을 가진 배터리는 현재로서는 강현의 그래핀 양극 배터리 뿐이었지만 로열티를 지불할 필요가 없어 팔다리가 없는 장애인들은 더 싸게 구입할 수 있었다.
사이버네틱스 기술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시신경에 마이크로 칩과 블루투스 따위를 달아 안경에 달린 카메라와 연동시킨다던가, 신경이 손상된 부분을 전자회로로 메꾼다던가 하는 의공학적인 부분도 급속하게 발달했다.
그리고 이 쁘띠 인공지능의 보급으로 메타 물질 데이터 베이스가 급격하게 축적되었고 통계학 전문가 및 연구자들에 의해서 메타 물질을 만드는 수학적 모델들이 하나둘씩 개발되기 시작했다.
수학적 모델들은 실제 연구에 적용되어 실패와 성공, 거기에 피드백이 계속되어 좀 더 정밀하게 개량되어 나갔다.
그리고 강현은 감마선 EMP 방호를 위한 메타물질 연구에 돌입했다. 사실 각국의 우주 진출로 RP 포인트를 싸게 사재기 할 수 있어 우주 달팽이 건설에 여유 자금이 남을 정도가 되었지만 그래도 한 번 머리에 남은 도전 거리를 포기하지 않았다.
감마선 EMP 방호 메타물질은 메타물질 개발 기술이 비약을 거듭하는 지금에서도 미지의 도전이었기 때문이다.
“조니아 모델을 써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