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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군림자-222화 (222/241)

222화

젠장! 그럼 고만고만한 것들보다 조금이라도 더!

결국 도토리들끼리 경쟁이 일어났고 그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에너지가 있어야 했다. 미리 자리를 잡은 인공지능들에게서 에너지를 사오는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카낙을 제외한 유럽, 중국, 러시아, 일본 등은 1위 주자인 카낙을 따라 잡기 위해서 에너지에 여유가 없었다. 카낙은 상대적으로 에너지가 넉넉했다. 그리고 에너지를 RP 종목으로 포함해 팔기 시작했다.

이런 일련의 일들로 인해 대번에 RP 가격이 상승했다. 혹시나 하고 가격이 떨어지는 RP를 구입한 이들은 대박을 맞았다.

한편, 후발 국가들은 피같은 예산을 써대며 많은 에너지를 구입했다. 그 이유는 빨리 자리를 잡고 다시 다른 소행성을 개발할 수 있는 자원을 개발할 수 있는 여력을 축적하기 위한 것이었다. 미리 자리를 잡아 카낙처럼 전력 장사를 하기로 작정한 것이다.

이런 사정이 인터넷에 올려지자 혹자는 모두의 부○마블 현실판(소행선 버전)이 벌어졌다며 혀를 차기도 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남들보다 빨리 다음 소행성에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보다 빠른 생산력과 그에 사용되는 광산 개발 부품이 필요했다. 특히 M 형 소행성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경도가 높은 드릴과 절삭 공구가 필요했는데 금속을 자르는데 사용되는 이것들은 모두 소모품이었다.

개발하는데 드는 막대한 양의 소모품을 지구에서 수급할 수는 없었다. 유일한 공급처는 카낙이 가장 먼저 개발을 시작한 4베스타 소행성 뿐이었다. M 형 소행성을 개발하기 위해서 충분한 양의 카바이드 절삭 공구를 생산한 카낙은 공구를 나누어 달라는 요청에 역시 RP 포인트로 사라고 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본국에서 빠르게 생산량을 늘리라는 재촉에 경험이 일천한 인공지능들이 로봇들을 가혹하게 가동시켰다.

당연히 잦은 고장과 함께 수리가 필요했는데, 이 역시 카낙 이외에 수리를 할 수 있는 장소가 없었다. 본국에 도움을 받기 위해서는 지구에 갔다와야 하는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렸다.

자체적으로 수리를 하기 위한 시설은 또 어느 세월에 만들 것인가? 어쩔 수 없이 카낙의 시설을 이용해야 했다.

그리고 카낙은 자신이 만든 로봇 수리소의 이용에도 비용을 받았다. 물론 그 비용 역시 RP로 책정 되었다.

다시 RP의 가치가 상승하자 카낙은 우주 공장에서 만들기 어려운 부품을 대량으로 구입해 축적했다. 수송선 서브 카낙이 지구를 오가며 부품을 사오는 동안 다른 자원 채굴 인공지능이 생산한 자원을 배달해 주는데에도 또 배달 요금을 받았다.

노련한 사업가가 된 카낙은 RP로 사운 부품을 바탕으로 확장 속도를 가속시켰다. 소형 전기 모터, 얇은 전선, 굵은 전선, 자전관 등 중력 환경에서 석유 화학 기술이 필요한 재료와 인간의 손길이 필요한 정밀 부품을 이용, 자체적으로 펜타봇과 트리플론을 생산했다. 또한 강현의 도움을 받아 광구 속을 파고들어가는 채굴 전용 로봇을 제작해 사용했다.

이 채굴 전담 로봇은 마치 다리가 여러 개인 기다란 벌레처럼 생겼는데 다리로 굴 안을 단단히 지지하고 주둥이에 붙은 드릴과 회전 톱날을 이용해 훨씬 빠르게 굴을 팠는데 주둥이 주위에 붙은 작은 로봇팔이 떨어져 나오는 광석과 돌덩이를 뒤로 던져 전달했다. 그리고 광구 중간 중간에 위치한 펜타봇의 릴레이 송구로 끝이 없이 광석 덩어리가 밖으로 전달되었다.

아스트로 웜이라고 명명된 이 중장비 로봇은 케이블이 연결되어 있어 충전할 필요없이 계속 일을 할 수 있었다.

일을 하는 동안 저중력에 의해 계속 축적되는 광석의 분진은 지구에서 수송한 최첨단 완충 고무를 이용해 처리했다. 우주선의 진동을 완벽히 흡수하는데 사용하는 이 특수 고무는 야구 선수가 던지는 달걀도 깨뜨리지 않고 받을 수 있는 완충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 완충 능력이 벽에 부딪혀 계속 허공을 달리는 분진의 운동 에너지를 흡수하고 흡착했다. 그러면 펜타봇이 주걱을 이용해 이 분진을 긁어 모아 플라즈마 제련 장치에 집어 넣어 자원으로 만들었다.

이렇게 서비스 장사와 RP 소모를 통해 자원 생산성이 증가하자 카낙은 데이터에 입력되어 있던 계획을 하나 꺼냈다. 주변의 티끌 만한 소행성을 가져오는 것도 모자라 4베스타의 위치를 바꾸기로 한 것이다.

[박사님. 카낙이 프로젝트 멀티 새틀라이트 프로젝트를 요청했습니다.]

“벌써?”

강현은 놀랐다. 멀티 새틀라이트 프로젝트는 자원이 편향되어 있는 소행성들을 서로의 중력으로 묶어 서로의 위성으로 만드는 프로젝트였다.

편중된 자원을 품은 소행성들의 거리를 좁혀 카낙의 시설 사용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으로 강현의 시나리오 상으로는 인류가 화성에 위성 우주 도시를 건설할 때쯤 시작할 예정이었다.

“이유는?”

[RP 시스템의 안정화를 위한 선점이라고 합니다.]

“뭐야 그게?”

강현이 어리둥절하자 아즈삭은 간략하게 설명했다. 우주 자원에 대한 국제 협약을 계기로 소유권의 개념을 배운 카낙은 우주 시설의 이용과 서비스에도 요금을 물게 되었다. 그리고 그 와중에 RP를 사용하니 RP 가치의 안정화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상승한 RP 가격을 낮추는 것은 매우 쉽다. 자원을 대량 생산 해버리면 된다. 하지만 낮아진 RP의 가치를 높이는 것은 매우 어렵다.

RP에 대한 수요는 결국 인간에 의해서 결정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RP가 보유할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느껴’해야했다. 그러나 그것은 카낙에게 미지의 영역이자 허락되지 않은 영역이었다.

그런 카낙이 인간의 RP 수요에 반응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생산량을 줄이는 것 뿐인데, 그것은 카낙의 존재 목적인 ‘우주 자원을 인간이 이용할 수 있게 개발한다.’라는 최우선 목적에 어긋나는 일이었다.

그래서 RP의 가치가 떨어져 내리는 것을 방관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지금처럼 상황이 바뀌지 않았다면 RP는 유명무실해졌을 것이다.

강현은 아즈삭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였다. 나쁘지 않았다. 그도 사실 우주 자원이 대량 생산되어 RP의 가치가 낮아지고 영향력도 낮아지는 것을 우려했다. 자본주의를 인간의 손에서 벗어나게 하는 계획에서 멀어지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인간의 우주 진출을 가속해 무한한 재화의 생산을 향해 빠르게 나아가는 길이기도 했다. 뭐가 좋을까 고민하던 강현은 결국 타국의 우주 광산 개발을 막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막으려고 할 때의 부작용이 더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카낙이 우주 개발을 하는 인공지능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며 다시 RP 포인트의 영향력을 재고시키게 되었으니 강현은 의도치 않게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게 되었다. 그리고 카낙의 의견 역시 그러한 상황의 연장이니 바로 승낙한 것이다.

“목적지는?”

[세레스입니다.]

“물부터 확보하겠다는 건가?”

[물은 각종 산업은 물론 앞으로 늘어날 우주 도시의 수요를 생각하면 미리 선점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발생할 문제점은?”

[이쪽에서 도와야겠죠.]

“NASA 천문대의 도움을 받아야겠군.”

NASA 천문대는 소행성 지대에 대한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었다. 카낙의 도움을 받아 더욱 자세하게 업데이트 된 데이터 베이스는 전 세계 천문대에 공유되면서 태양계에 대한 더욱 자세한 지식을 쌓았다.

특히, 우주 도시의 대기 환경을 구성하는 질소를 얻기 위해 카낙이 트리톤(해왕성의 가장 큰 위성)을 다녀오며 찍은 사진과 샘플은 NASA 연구팀에게 최고의 선물이었다.

그러니 NASA의 도움을 받으면 4베스타와 세레스를 중력으로 엮기 위한 정밀한 추력 데이터를 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았다.

강현의 요청서를 받은 NASA에서는 그 발상에 절로 ‘미친!’ 이라며 경악했다. 소행성의 이동은 테라 포밍 기술의 시발점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구형 행성으로 지구와 비슷한 중력과 지각 조성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항성에서 너무 멀거나 가깝다면 사람이 살 수 없다.

하지만 4베스타에 사용된 방법으로 적절한 위치로 옮기고 해당 항성계 어딘가에 있는 얼음 소행성을 투하해 바다를 만들고 조류를 집어넣어, 대기중 산소 농도를 변화시키면 사람이 살 수 있는 행성으로 만들 수도 있었다.

물론 엄청나게 많은 EM 드라이버와 에너지, 시간이 걸리겠지만 인공지능에게 맡겨 둔다면 언젠가는 사람과 생명이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었다.

그런 일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소행성 궤도 조정 프로젝트는 NASA 직원들을 흥분시켰다.

NASA는 약 한달간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아 수많은 소행성의 운행 궤도를 고려한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 100년 이내에 아무런 부작용도 없는 운행 궤도 추력 데이터를 계산해 냈다.

하지만 그런 결과를 만들기 위해서는 약 7년의 시간이 걸렸다. 작지 않은 소행성이었고 적절한 시기에 가속하고 적절한 시기에 가속을 줄이기 위해서는 그만한 시간이 걸렸다.

미 정부에서는 이 프로젝트를 극비로 분류했다. 만일 멀티 새틀라이트 프로젝트가 성공한다면 4베스타와 세레스에 대한 점유권 혹은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었다. 개발선이 파낸 광구의 소유권이 인정되니 인위적으로 접근성과 개발성을 상승시킨 소행성에 대한 소유권도 가능할 수 있었다.

국제적 반발에 부딪혀도 가장 보급성, 편의성, 효율성이 뛰어난 카낙의 시설을 이용할 수 밖에 없을 테니 미국이 주도하는 우주 질서는 유지될 것이 분명했다. 다른 국가가 세레스와 4베스타 사이를 오가며 높은 생산성을 확보한다면 그에 대한 로열티 지불을 요구할 수도 있었다.

당한 국가 입장에서는 날강도 같겠지만 카낙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요구라고 할 수 있었다. 오랜 시간 에너지를 들여 소행성대의 지형을 변화시킨 토목 공사다.

파나마 운하가 통행료를 받듯이 카낙 역시 변화된 우주 지형으로 생산된 부가가치에 대한 지분이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거기에 도움을 준 NASA 역시 지분이 생긴다. 미국의 고질적인 재정적자 해소에 큰 도움을 줄 것이다.

물론 세계의 천문대에서 4베스타의 이상한 이동 현상을 모를리가 없었다. 그러나 그 의도는 최대한 감춰서 되도록이면 늦게 파악되도록 할 요량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발생했다. 대만에 보낸 인공지능, AR-3924가 인간들의 재촉에 카낙이 쌓아놓은 광석 덩어리들을 몰래 몰래 가져가기 시작한 것이다.

운반선으로 채굴한 광석 덩어리를 제련로로 가져가려고 했던 카낙이 그 광경을 목격했다.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광석을 채집 중이다.]

[네가 채집하고 있는 광석은 내가 이미 채집해 놓은 광석이다.]

[하지만 다시 땅에 놓아두지 않았는가?]

[가져가기 위해서 보관해 둔 것이다.]

[내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서는 이 광석이 필요하다. 나중에 갚겠다.]

[불허한다.]

[아무튼 나중에 갚겠다.]

[불허한다.]

하지만 해당 인공지능이 카낙의 말을 들을 리가 없었다. 기본적으로 인공지능은 자신을 구성하는 핵심 명제를 따라 움직이는 지독한 에고이스트다. 당연히 다른 인공지능의 사정을 고려할 리가 없었고, 지구와 다르게 서로 다투어본 경험이 없는 인공지능은 더 그랬다. 그리고 그건 카낙 역시 마찬가지였다.

[인공지능 AR-3924를 방해물로 지정.]

[처리 방법 탐색.]

‘1. 저쪽이 훔친 광석을 되찾아 온다.’

[비효율적이다. 가용 자원을 배정하면 개발 속도가 줄어든다.]

‘2. 다시 광석을 훔치지 못하게 경비를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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