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과학의 군림자-214화 (214/241)

214화

<20-가족>

그러나 중력파의 검출은 쉬운 문제가 아니다. 전통적으로 중력파의 검출은 중력이 시공간을 왜곡시킬 때의 변화량을 관측하기 때문에 빛을 이용한다. 광학 자이로스코프의 원리와 마찬가지로 시공간의 왜곡으로 발생하는 경로차이가 만들어내는 빛의 간섭무늬의 변화를 측정하는 하는 것이다.

하지만 원시 중력파의 검출을 주장하는 미국 연구팀은 남극에 있는 망원경으로 우주 배경 복사의 편광 상태를 면밀하게 관측한 것을 근거자료로 내놨다. 이 근거자료에 대해서 많은 전문가들이 충실하지 못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편광에 영향을 주는 요인 중 중요한 두가지인 싱크로트론(가속전자)이 내는 빛, 그리고 우주 먼지에 의한 편광 효과가 고려되었는지가 문제였다.

물론 미국 측에서는 다 고려했다고 주장했고 이를 뒷받침하려면 다른 연구팀이 동일한 결과를 내는 수 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결론은 나오지 않았고 새로운 연구 방향의 제시에 그칠 수도 있었지만 이는 강현에게 큰 인상을 남겼다.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의 완전함을 완성하는 마지막 조각이 바로 중력파다. 그리고 그 아인슈타인이 말년에 완성하려고 하던 것이 통일장 이론이었고 강현이 그 바톤을 이어받아 신 통일장 이론을 구현했다. 그러던 와중에 중력파 논란이 이니 관심이 가지 않을 수가 없었다.

상상력이 제멋대로 발휘되며 뇌가 포도당을 소비하기 시작했다. 과학자같이 생각하는 것을 업으로 삼는 이들이 겪는 어쩔 수 없는 직업병이었다.

그리고 강현은 어떤 아이디어 하나를 얻었다. 바로 힉스입자가 먼저인가 아니면 질량을 가진 물체가 먼저인가에 대한 물음이었다.

힉스 입자는 질량을 부여하는 입자라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질량이 부여되기전 입자의 에너지는 어떠한가? 에너지 보존 법칙에 의하면 힉스 입자가 질량을 부여하기 전에도 입자의 에너지는 보존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질량이 곧 에너지라는 말은 정확한 표현이 아니게 된다. 고에너지 밀집체에 힉스 입자가 질량이라는 가격표를 붙였다는 말이 더 정확한 표현이었다.

그렇다면 여기서 다시 질량과 중력과의 관계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중력은 ‘질량’이 있어야 생기는가, 아니면 단순히 ‘고에너지’의 집적으로 영향을 받는가?

전자는 힉스 입자가 중력의 발생에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암시하고 후자는 에너지와 공간 사이의 관계를 탐수할 수 있는 시초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이것을 실험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추측하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었다. 그리고 강현의 신 통일장 이론은 다행이 이를 추측할 수 있을 정도로 수식적인 완성도를 보였다.

“끄응...”

[그 부분 실수하셨습니다.]

“아차!”

수식의 오류는 아즈삭이 담당하고….

[박사님. 그곳은 왜 그렇게 처리하셨습니까?]

“상수항이라서 어차피 하나로 묶어서 처리하면 편해. 아참! 치환한 내용은 잘 기록하고 있지?”

[네, 그렇습니다.]

수식의 전개와 그 방향성은 강현의 창의성과 직감이 담당했다.

“오오!”

[이것으로 끝입니까?]

둘의 훌륭한 지적 분업으로 강현은 학계를 또다시 출렁이게 만드는 논문을 내밀 수 있었다.

“그래. 이것으로 반중력 기술의 개발을 꿈꿀 수가 있게 됐어.”

강현이 도출한 수식상의 결론에 따르면 시공간의 휘어짐은 질량의 유무와 상관없었다. 고에너지 집적이 곧 시공간을 휘게 한다. 그리고 힉스 입자는 이런 시공간의 휘어짐에 따라 흐르게 될 수 밖에 없다. 질량을 가진 입자로 끌려들어가는 성질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태양이라는 거대한 질량 덩어리를 향해 날아가는 힉스 입자는 태양의 중력장 안에 있는 질량을 가진 입자에 부딪히게 된다.

그리고 이 입자는 강현이 발표한 힉스 제로의 설명과 마찬가지로 편향된 힉스 입자의 농도에 의해서 운동량 보존 법칙이 붕괴되는 상황을 맞이한다. 편향된 힉스 입자에 의해서 질량이란 요소가 스칼라가 아니라 벡터가 되면서 일어나는 뉴턴 제2법칙의 붕괴 현상은 고속으로 움직이는 전자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렇게 붕괴된 운동량 보존 현상으로 인해서 입자는 이동하게 된다. 태양으로 끌려가는 것이다.

이로서 중력 현상은 힉스 입자의 편향에 의한 뉴턴의 제2법칙 붕괴이고 중력자는 존재하지 않을 지도 모른다는 가설이 완성되었다. 이 가설에 과학자들이 비판 어린 목소리를 내는 것도 당연했다.

중력자가 없다면 중력파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중력파의 존재가 부정당한다면 근 한 세기를 주름잡은 일반 상대성 이론에 오류가 생긴다.

반발은 양자 중력학자들로부터 시작되었는데 중력자의 존재를 예측하는 양자 중력학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용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강현의 말은 세상에 존재하는 힘은 네 개가 아니라 세 개라는 말과 동일했다. 전자기력, 약력, 강력은 모두 그 힘을 매개하는 매개입자가 존재하는데 중력은 아니라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현은 그들의 평가 따위는 원하지 않았다. 정말로 가설이 잘못 됐다면 실험으로 누군가가 실험으로 검증해 주기를 바랬다.

하다못해 가설에 사용된 수학 공식의 유도 과정에서 오류를 집어내 주기도 했다. 논문 본문 내용보다 더 많은 부록에 기재된 유도 과정은 연구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위한 것이었다.

게다가 어쩌다 필이 꽂혀 한 달 동안 연구실에 처박혀 만든 수식은 그 혼자서 검증하기에는 너무나 방대했고 담고 있는 물리적 의미가 많았다. 수학적인 오류가 없는 것 만으로도 기적에 가까웠다. 실제 적용에 맞지 않는다고 해도 놀라울 일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중력장이 뭔지 정확히 모르는 상황에서 중력자가 없다고 중력파가 생기지 않는다라고 말할 수도 없었다. 모든 판단은 과학자들의 뜨거운 논쟁과 가속되는 연구를 남겨두고 보류되었다.

한 편 강현의 힉스 제로 현상에 관한 논문을 보고 신 통일장 이론이 옳다고 믿으며 EM 드라이버를 반중력 드라이버로 개선하려던 이들은 허탈했다. 강현의 논문 대로라면 반중력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지 않은가?

물리학적으로 자연은 대체적으로 대칭성을 이룬다. 물질에 대칭되는 반물질이 있고, 양전하가 있으면 음전하가 있고, 자력에는 N극 S극이 있듯이 중력자가 있다면 반중력자도 있을 수가 있었다.

하지만 강현의 설명은 사실 중력이 힉스 입자에 의해서 발생하는 현상이라지 않은가?

곧 힉스 제로 현상이 근본 원리라고 생각되는 EM 드라이버가 사실은 반중력 드라이버였다는 놀라운 반전에 연구자들은 골머리를 싸맸다.

여기서 더 어떻게 EM 드라이버의 효율을 올릴 것인가? 제반 기술을 더 개량하기 위해서는 더 가볍고 출력이 좋은 소재가 필요했다. 결국은 신소재였다.

인류의 생산력과 문명이 금속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급속도로 발전했다. 반도체의 개발로 인류의 지적 능력은 비약했다. 그만큼 신소재의 영향력은 막강했다.

각국이 EM 드라이버라고 명명된 반중력 드라이버의 개선을 위한 전략적인 움직임에 돌입하니 기술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미국 역시 마찬가지였고 강현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나 강현은 미국 정부의 요청에 난색을 표했다.

[어째서입니까?]

“바빠요.”

[왜요?]

“오늘 중으로 왜 바쁜지 공문이 올라갈 거에요.”

담당자는 초조하게 강현이 올리는 공문을 기다렸다. 그리고 곧 NASA에 강현의 이름으로 제출된 제안서를 보고는 경악했다. 그리고 왜 강현이 바쁜지 알게 되었다.

GPA 프로젝트. Giant Particle Accelerator를 건설하는 프로젝트였다. 어디에 바로 우주 공간에.

지구 상에 현존하는 모든 입자 가속기를 합친 것보다 더 크고 출력도 10배는 더 강한 입자 가속기를 짓겠다는 강현의 야심찬 포부에 NASA의 모두는 기함했다.

도대체 왜?

이레이 부장이 급히 화상 전화로 물었다.

[너무 큰 거 아닙니까?]

“우주니까요.”

무중력 상태이니까 중량 부하를 고려하지 않고 무식하게 큰 구조물을 지을 수 있다. 사람이 거주할 목적이 아니므로 큰 문제도 없었다.

“그리고 이론을 검증해 봐야죠.”

[아무리 그래도 너무 과한 것 아닙니까?]

“일단 반만 지을 거에요.”

[반만 짓다니요?]

“고에너지 집적체가 공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먼저 확인하는 실험을 할 거에요.”

강현이 설계하려는 입자 가속기는 나선형이다. 중앙에서부터 밖으로 돌면서 가속한다. 출구 부분은 그냥 우주공간이었다. 그러니까 이걸 두개를 지어 출구 부분을 맞대면 입자 가속기 및 충돌장치가 되는 것이다.

[거기까지만 지으시면 안됩니까?]

반만 지으면 예산도 반, 시간도 반만 걸린다.

“일단은 그렇게 할게요. 그래도 입자 가속기로 완성 시킬 생각이니까 기억은 해두세요.”

[왜 입니까?]

“반물질 생성용이에요.”

[반물질?]

“핵물질은 언제나 고갈의 위험이 있잖아요. 그리고 태양 전지 역시 항성계 내에서는 쓸 수가 없구요. 앞으로 우주 개척을 위한 에너지 원으로는 두 가지가 있어요. 하나는 핵융합로이고 다른 하나는 반물질이에요. 유지 관리에는 핵융합로가 좋겠지만 출력은 반물질이 앞설 테니까 다 제각기 쓸모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지금 미리 반물질 생산 기술과 보관 기술, 사용 기술까지 축적해 놓으려고 하는 거에요.”

강현의 말에 이레이의 표정이 멍해졌다.

[우주 진출을 생각하고 있습니까?]

“적어도 제가 죽기 전까지 인류의 생활권을 태양계 전역으로 확장하고 싶어요.”

이레이 부장은 강현이 포부에 혀를 내둘렀다.

그렇게 GPA 프로젝트가 발동했다. NASA는 물론 미국 전역에서 입자 가속기 설계에 참여했던 기계 공학자, 전기 공학자나 컴퓨터 공학자, 물리학자까지 대거 동원되어 GPA 설계에 동참했다.

온라인을 통해서 설계도를 함께 보면서 인공지능과 함께 여러 곳의 문제점과 개선 사항, 혹은 좋은 아이디어를 공유했다. 이 모든 것을 주관하는 것은 바로 강현과 아즈삭이었다.

매일 수천개의 피드백을 받고 정리하고 설계도를 수정했다. 의견이 적용된 아이디어는 그 제안자의 이름이 설계도 저작권자로 같이 등록되었다.

출력이 큰 만큼 GPA의 크기도 컸는데 설계안에 참여하는 이들은 이 GPA에게 유니버셜 스네어(우주 달팽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나선형인 데다가 중앙부분이 산처럼 솟아 올라있었기 때문이다. 크기는 물론 아폴로티움에 버금갔다.

워낙 많은 예산이 드는 사업이라 설계도부터 완벽해야 했다. 아즈삭은 학술 분야와 개발 분야의 서비스를 지원하던 인공지능을 지휘하는 권한을 임시로 얻어(강현이 NASA에 부탁했고 미 정부가 각 대학과 연구 기업에 요청했다.) 설계도를 시뮬레이션하여 어떤 부작용이 없는지 확인하는 작업을 반복했다.

그와중에 발견된 위험 요소는 다시 피드백되어 설계자들과 연구자들이 검토하고 수정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그렇게 해서 시뮬레이션 상 위험률이 0.00004% 이하로 떨어지기까지는 무려 3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강현의 입장에서는 다소 답답했지만 번갯불에 콩볶아 먹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NASA가 오랫동안 거래한 믿을 만한 제조 업체들의 규모가 커져야 했고 또한 우주 구조물의 부품에 대해서 경험이 많은 업체들도 출력 한계 자체가 높은 우주 달팽이의 부속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개발 시간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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