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과학의 군림자-211화 (211/241)

211화

“싫으시면 마시구요.”

“... 아닙니다.”

퀴니 회장은 바로 찌그러졌다. 상대는 에어로 포닉을 대체할 기술쯤 순식간에 만들 수 있을 정도의 천재였다.

과연 그의 생각대로 퀴니가 찌르자마자 강현의 머릿속에서는 이를 대체할 기술이 바로 떠올랐다. 양액을 지속적으로 흘려주는 기술이 있었고 그런 경우 벼라는 최적의 작물이 있었다. 모심기 기술을 개량하면 진흙 대신 세라믹 페블을 기판으로 사용해도 된다. 태풍과 같은 바람이 없기 때문에 넘어질 우려는 없었다.

생각해 보니 장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밀은 빵을 만들기 위해서 제분 시설이 필요했지만 쌀은 도정만 하면 밥을 지을 수 있다. 거기에 한국인 비율이 많으니 당장 밀보다는 쌀이 더 적절한 선택일 수 있었다.

“그럼 면적은 어느 만큼이나 필요하신가요?”

퀴니가 한 발 물러서자 강현이 물었다. 퀴니가 꺼낸 가방에서 서류가 나왔고 강현에게 건내졌다. 이미 철저하게 수요 조사를 해서 필요한 재배 공장의 수를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보다 훨씬 많은 식량 공장을 계약했다.

몬산토는 그렇게 우주 식량 생산을 주도하는 기업이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확보하면서 생산된 농산물을 가공하는 시설도 투자를 통해 건설하기 시작했다. 미국 정부의 도움으로 한국 제현 회사에서 우주 인부를 알선 받아 식품 공장을 지었다.

그리고 월 마트 아폴로티움 지점이 여기 저기 생기기 시작했다. 열권에 있는 우주 정거장을 통해 매스 드라이버 없이 우주 도시와 오갈 수 있게 되면서 물자 수송이 원활하게 된 덕분이다.

[몬산토 우주 식품이 지상에 내려오다!]

그러면서 월 마트와 몬산토의 협력 체제가 이루어 졌다. 생산물은 우수했지만 병충해에 견디기 힘들어 종묘 은행에 처박혀 있던 종자가 이번에 크게 효자 노릇을 했다.

GMO이 적용되지 않아서 병충해에 약하지만 생산량과 양분이 풍부한 밀종자는 밀폐 공장식 농업이 가능한 우주 농장에 매우 적합했다. 자연으로부터의 감염을 우려할 필요도 없었고 어떤 일이 벌어지면 채광 장치로 대량의 태양광을 주입해 해당 구역을 완전히 소독해 버릴 수도 있었다.

GMO가 아닌 식품이라는 점에서 크게 홍보할 만 하지만 그러지는 못했다. 몬산토의 주력 중 하나가 GMO이기 때문이다. 다만 유럽 진출에 교두보가 될 만한 주력 상품을 획득했다는 것 만으로 만족했다.

공장식 농업이라 설사 병충해가 난다고 해서 구역별로 처리할 수 있어서 농약을 쓸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웰빙에 관심이 많은 유럽인들에게 무농약 밀은 충분히 먹혀들었다.

거기에 세계적으로 진출한 유통 기업인 월 마트와의 제휴는 몬산토의 식량 시장 개입에 날개를 달았다.

그러나 파급효과는 이에 그치지 않았다. 이에 자극받은 미국의 코스트코같은 2위 유통 업체들이 아폴로티움에 입점해 경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거기에 운송비용 때문에 아폴로티움의 물가가 좀 비싸기 때문에 아폴로티움에 공장을 지으면 더 큰 이득이 있을 것이라고 본 기업들이 여러 제약 조건에도 불구하고 1층에 공장을 세우기 시작하면서 도시의 성장이 기하급수적으로 가속되었다.

헨델 회장을 비롯한 곡물 업체들도 우주 농장에 자기업의 식량 공장을 가지기 위해서 진출했다. 비록 불하받은 식량 공장의 수에 비해서 아폴로티움의 인구가 적어 당분간은 손해를 보겠지만 몬산토를 견제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게다가 그 손해는 빠른 시일 안에 해결될 수도 있었다. 우주 도시가 아폴로티움 하나뿐인가? 유럽 우주 도시인 유러피아과 동아시아 우주 도시인 센타리움(러중일은 오랜 갈등 끝에 결국 영문식 이름을 선택했다.)도 있었다.

자체적인 우주 농장의 건설 계획이 없는 그들에게 당분간 식량은 미국의 우주 농장에서 수급하는 것이 경제적이었다.

게다가 그들은 우주 농장도 짓기에는 우주 도시에 너무 많은 예산을 써버렸다. 강현 덕분에 미국에서 아폴로티움과 우주 농장을 반쯤 공짜로 지은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넘치는 자본을 우주 진출에 사용한 강현 덕분에 미국은 절반의 비용으로 아폴로티움과 우주 농장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한편, 우주 교역 시대를 예상한 기업인들과 투자자로 인해 아폴로티움은 빠르게 공업화되기 시작했다. 그에 수반하는 공장 부지 수요, 인구 증가 및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 도시 운영 위원회는 강현에게 아폴로티움 제2층의 건설을 강력히 권고했다.

강현은 좀 더 느긋하게 발전을 하려고 했지만 사정이 이렇게 되니 어쩔 수가 없었다. 소행성 지대를 넘어 목성과 토성까지 자원 개발을 하려고 했던 개발선 생산을 중지하고 생산 자원을 아폴로티움의 확장에 사용하기 시작했다.

정부 역시 아폴로티움의 확장을 위해 RP 포인트 구입에 예산을 책정했다. 지금은 그야 말로 아폴로티움이 성장하는 성장기다. 지금 충분히 키워놔야 했다.

제2층을 건설하는 일은 공중에 바닥을 건설하는 일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공법 자체가 일반적인 건설 방법과 달라질 수 밖에 없다. 무중력 상태에서는 쉽겠지만 이미 사람들이 1층에 많이 살고 있기 때문에 무중력으로 돌릴 수도 없었다.

그래서 새롭게 제시된 공법은 바로 중앙에서부터 구조물을 내리는 방법이었다. 마치 크레인으로 무거운 건설 자재를 옮기는 것처럼 철판 하나 하나를 고장력 케이블에 매달아 설치 지점까지 내려주는 것이다.

위험한 공법이었다. 특히 무거운 구조물이 떨어져 사람 위로 떨어지면 반드시 사망한다. 한 치의 실수도 있어서는 안된다.

강현은 이번 공사를 위해서 필요한 건설 기계를 구상하는 수 밖에 없었다. 어차피 카낙에서 물자를 수송해 오기 때문에 중심에서 케이블로 건설 자재를 내린다는 아이디어는 좋았다. 하지만 내려도 그냥 내릴 수는 없었다.

운동량 보존 법칙에 의해서 우주 도시의 중앙에서부터 밑으로 내리는 건설 자재의 각속도는 줄어들게 된다. 회전 중심으로부터 무게 중심이 멀어지면서 관성 모멘트가 커지기 때문에 각운동량을 보존하기 위해서 각속도가 줄어들게 된다.

(물론 그 근본 원인은 관성의 법칙에 따른 선속도의 보존이다.)이런 일이 발생하면 우주 도시가 회전하는 속도와 건설 자재의 회전 속도 차이가 발생하고 이로 인해 건설 자재를 내리는 케이블이 도시 중앙의 휴지심 같은 도킹 구역에 휘감기게 된다.

이런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크레인 끝이 벽에 붙어서 내려가거나 도시를 지탱하는 케이블을 붙잡고 내려가야 했다. 일반적인 크레인 기술을 쓰지 못하는 이유였다. 좀 더 개량이 필요했다.

강현이 제2층 건설을 위해 크레인 기술에 로봇 기술을 첨가했다. 도킹 구역 표면에 붙은 여러 대의 막대형 로봇들이 전자석으로 단단히 고정되면 허리 위에 붙은 모터를 이용해 U자 형으로 늘어진 케이블을 이동시키고 그 길이를 조절했다.

케이블 끝에는 C자형의 바퀴 달린 팔과 전자석이 설치된 로봇이 달려 있어 벽에 붙어 내려가거나 케이블을 붙들고 건설 자재를 내릴 수 있었다. 그 모습이 꼭 꼬리에 거미줄을 달고 내려가는 모습이라 스파이더 봇-S란 명칭이 붙었다. 그리고 케이블의 이동과 길이를 조절하는 막대형 로봇에는 크레인 웜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사실 벌레처럼 꿈틀거리지 않았지만 케이블 길이를 조절하는 모터를 단단히 달기 위해서 Ω자처럼 구부려진 모습이 자벌레를 닮았기 때문이다.

그 밖에 건설 쪽에 잔뼈가 굵은 기업들의 도움을 받아 안전을 강화할 노하우에 도움을 받고 우주 인부들은 새로워지고 보강된 안전 메뉴얼과 강현이 설계한 기자재를 다루기 위한 기술 교육에 들어갔다.

이 모든 일은 전문 연구 인력과 건설 노동자 위주로만 구성되어 있던 아폴로티움의 편향된 직업 구조를 완화해주었다. 영화관이라든지 서점같은 문화 산업 쪽도 하나 둘씩 생겨나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 건설 업체의 협조를 받으면서 미국인 건설 인부들도 아폴로티움에 올라오기 시작해 인구 증가 속도가 가속되었다. 적지 않은 이들이 지금 아폴로티움이 황금기를 맞이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시장 개척에 나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숙련된 한국인 우주 인부들은 미국 건설사들에게 탐이 나는 인재들이었다. 숙련된 한국 우주 인부 몇을 구할 수만 있다면 자회사의 인부들을 우주라는 작업 환경에 빠르게 적응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보았다.

바로 헤드 헌터들이 스카우트를 시작했다. 천정호 팀장같이 리더십을 발휘하는 위치에 있던 이들이 주 대상이었다.

취업 이민에 관심이 있고 좁은 한국을 떠나 새로운 기회를 잡고 싶은 이들이 적잖이 회사를 옮겼다. 제현 그룹에서는 이에 대한 대처를 전혀 하지 않았다.

그들이 떠나고 남은 TO에 우주 인부에 지원을 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밀려 떨어진 인재를 채용했다. 상사가 사라진 자리에 승진하기도 했다.

전혀 배신자라고 욕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들 모두 스카웃 대상이었다면 좀 더 좋은 대우를 해주는 미국 건설사로 이동했을 것이다.

한편 한국의 기업에서 일하고 있던 합격 기준자들은 제현 그룹의 연락을 받고 희희낙락 사표를 던지고는 우주 인부 교육을 받으러 떠났다. 미래도 없고 비전도 없고 대우도 낮은 야근 노예 따위보다는 좀 더 넓은 세상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있는 우주가 더 나았다.

게다가 이번에는 건설 노동자 뿐만 아니라 공장을 운용할 기술자까지 골고루 뽑는다니 그동안 쌓아온 기술을 발휘할 기회이지 않은가?

하지만 반면에 야근 노예가 사라지자 사업주들은 부랴부랴 사람을 뽑으면서 제현 그룹을 욕했다. 그런 사업주는 하나 둘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들이 뭘 하기에는 제현 그룹은 이미 너무 컸다. 우주로 나가 달러를 벌어오는 우주 인부의 가족들은 제현 그룹이 구성한 유통 시스템 안에서 풍족하게 생활하고 있었다. 제현 그룹이 손해를 보면서까지 운영하는 해외 직구 서비스를 통해서 한국의 우수한 제품을 더 싸게 구입했다.

이런 행태를 정부 차원에서 규제하고자 하는 법안이 추진 되었지만 미국인인 카랄리 킴이 미국의 유통 회사를 끌어들였다.

빌어먹을 ISD!

자유무역 제도 하에서 해외 구매를 규제해 소비자의 선택권 자체를 막는 법안이 국제기구에 제소되면 필패다. 더구나 그 국제기구를 주도하는 국가가 미국이며 그 미국이 끔찍하게 아끼는 강현이 제현 그룹의 뒤에 있었다.

정부에서는 기업이 징징대며 부탁해도 어찌 해줄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더욱 속이 탔고 제현 그룹은 착실하게 한국 기업의 경쟁력을 갉아 먹어 들어갔다.

이런 현상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한국 경제가 미국에 종속되어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지정학적으로도 미국에 의지 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위치에 있었다.

그리고 중국이 한국과의 교류를 늘리기 시작했다. 한중 FTA는 바로 그 시작점이었다.

중국이 한국과의 교류를 늘리기로 결정한 이유는 복합적이었다. 제약 회사의 로비가 실패한 화교 자본이 이리 저리 머리를 굴려보자 그들의 눈에는 일자리가 남아도는(?) 한국에 중국의 거지들을 알선해 주는 일로 조금이라도 손해를 만회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겸사겸사 한국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도 키워놓고 나중에라도 어떻게 사용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 대단한 강현의 출신 국가이지 않은가? 거기에 강현이 처음 설립한 기업이 있기도 하고 말이다.

============================ 작품 후기 ============================

이번주는 좀 쉬어야 할 것 같습니다. 스토리가 안나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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