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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군림자-208화 (208/241)

208화

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생겼다. 아폴론이 무장하지 않은(정확히 말하자면 몽둥이와 칼은 들었지만 총기로 무장하지 않은) 시민들에 대한 대처에 난감해 했다. 이번 작전에서 민간인에 대한 공격은 금지되어 있었다.

[작전의 수행에 작전 교리가 방해되는 모순이 발생.]

아폴론이 갈등했다. 민중들은 더 모여들었다. 움직임을 잠시 멈춘 로봇독들이 자신들에게 겁을 먹었다고 생각했다.

이대로 민중들이 더 모여들면 확보한 범죄자들을 도로 내주게 생겼다.

[아폴론, 손에 흉기를 들고 무장한 이들을 민간인에서 제외하라. 그들을 자경단으로 분류한다.]

그때 아즈락이 작전 교리의 수정을 지시했다.

[자경단은 생명에 지장이 없는 선에서 공격하라. 그리고 목표를 오메가로 이송하라.]

[작전 교리 수정 완료. 오메가 좌표 수신.]

아폴론이 즉시 로봇독들을 제어하기 시작했다. 머리에 나이프를 단 로봇독들이 민중에게 달려들었다. 민중들이 총을 쏘고 몽둥이를 휘둘렀지만 중량이 상당한 로봇독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로봇독들에게 적용된 인공 근육은 사람의 근육보다 출력이 뛰어나 힘도 셌다.

“아악!”

“내 다리!”

로봇독들은 굵은 혈관이 지나는 허벅지를 피해 정강이나 장딴지를 푹푹 찔렀다. 다리의 고통에 넘어지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길이 생겼다. 그 위로 들것에 목표를 실은 로봇독들이 내달리기 시작했다.

목표를 들것에 단단히 묶고 앞뒤로 로봇독이 붙어 운반했다. 들것에는 손잡이 대신 멍에처럼 생긴 장치가 로봇독의 등에 들것이 잘 부착되도록 했고 아폴론의 제어를 충실히 따르는 로봇독들은 호흡을 척척 맞추어 빠르게 이동했다.

“여긴가?”

특수 침투 임무를 맞은 특수부대장이 중얼거렸다. 작전 개요를 들은 부대장은 만감이 교차했다.

여전히 위험하기는 하지만 테헤란의 중심부로 잠입해 이맘을 납치 해오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그가 모를리가 없었다.

하지만 그 일을, 한 중대가 목숨 걸고 달려들어야만 가능성 있는 일을 사람도 아닌 것들이 성공해 돌아오고 있다니 이 아니 대단한가?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치기로 맹세를 했지만 그래도 사지로 들어가지 않는 방법이 있으니 마음이 편했다. 자신 혼자만 들어가라고 하면 얼마든지 들어가겠지만 부대원들의 생명은 자기 것이 아니다.

타라라라.

무언가가 땅을 빠르게 디디는 소리에 분지에 숨은 대원들은 바싹 긴장했다.

그러나 곧 모습을 드러낸 존재를 확인하고 나서 긴장을 풀었다. 로봇독이었다.

그들이 등에 짊어진 목표물을 확인한 부대장은 감탄했다. 정말로 성공했다. 처음 작전의 개요를 들었을 때에는 의구심도 있었지만 성과를 확인했으니 과실만 취하면 되는 일이었다.

목표물을 넘겨받은 특수부 대원들은 따로 지프차를 타고 이동했고 로봇견들은 들것을 단채로 그대로 직선으로 내달렸다. 들것에는 담요로 나뭇가지와 낙엽 뭉치를 둘둘 말아서 만든 더미가 실렸다.

한편 이맘이 잡혔다는 소식에 급하기 남쪽에서 올라온 특수 부대원들과 헬기가 국경으로 향하는 로봇견들을 발견하고 그들을 쫓았다. 그들을 쫓는 동안 특수부대원들은 이맘과 그 측근을 싣고 남쪽으로 향했다. 동양의 금선탈각의 계책이다.

“훌륭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미국 해군은 해변을 통해서 이란의 병력 구축을 시도했다. 이란의 병력이 구축되면 미국의 해병대가 상륙할 것이다.

이에 대처하기 위해서 이란의 병력이 집중되어 비어버린 구멍을 통해서 특수부대가 해변으로 내려왔다. 전선이 형성된 해변에서 떨어진 곳에 도착한 특수부대원들은 함장이 야간에 몰래 보낸 수송헬기를 타고 복귀했다.

함장은 감탄을 토했다. 최고의 전과였다. 물론 로봇독들이 매우 큰 활약을 했기에 논공행상이 골치가 아팠프겠진만 핵무기의 존재 여부를 확실하게 파악할 수 있는 단서의 획득은 누구나 기뻐할 만한 일이었다.

이맘이 공식적으로 미군의 손아귀에 들어가자 이란의 군대는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다른 종교 지도자가 남아있었으면 좋았을 터지만 이맘은 물론 그 측근까지 모조리 납치된 상황이었다.

전장은 순식간에 고요해졌다. 미군 함대는 이란을 점령하지 않고 그대로 다시 인도양으로 빠져나갔다.

이란을 점령하기에는 이란에서 얻을 이권이 그리 많지 않았다. 치안 유지를 위한 군부대 파견 비용과 여기저기에 넘쳐날 게릴라, 저항군들을 생각하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다.

거기에 국제 사회의 시선도 있으니 처음 목표대로 핵배낭의 수량과 최초 이동 경로만 정확히 파악하기로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생포한 이란 이맘과 그 측근들의 입을 우선 열어야 했다. 하지만 심문은 진행되지 않았다. 심문이란 물증과 진술을 대조하고 사건의 전후 과전을 확인하는 작업이다.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었고 미국은 핵이란 문제를 오래 놔두고 싶어하지 않았다.

전투기를 타고 함선에 도착한 CIA 요원 몇이 밀실에 이맘과 측근들을 한 명씩 데리고 들어갔다가 잠시 뒤에 끌고 나왔다. 심문용 약물을 이용해 즉각적으로 정보를 획득했다. 비윤리적이었지만 시간 절약에는 이보다 좋은 방법이 없었다.

그렇게 파악한 남은 핵배낭의 개수는 3개. 미국은 즉시 전 첩보 자원을 모아 하나씩 핵테러범을 체포했다. 다행이 미국에 들어온 핵배낭도 시민들의 제보에 도움을 받아 체포되었다. 그 와중에 수상한 물건들, 마약이나 밀수품도 대거 수확되었고 용의자도 체포되었다.

그리고 이맘과 그 측근들은 미국 법정에 서게 되었다.

[.. 그리하여 많은 사람들을 죽이려고 시도했던 피고에게...]

사형은 언도되지 않았다. 살인 교사죄는 성립되었지만 핵테러라는 그 악질성에 수 백년의 형량을 받았다.

이는 하나의 상징이었다. 열강들은 로봇독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물론 로봇독에 대응하는 무기 체계 역시 개발되기 시작했다.

강현의 플라즈마 제트 엔진의 기술을 응용한 EMP 장비가 대표적인 예였다. 물론 강현의 플라즈마 제트 엔진의 근본 원리는 테슬라 코일이었다.

테슬라 코일처럼 공중을 뻗어가는 강력한 전기줄기는 로봇독과 같은 무인 전술 병기에 치명적일 수 있었기에 다시 EMP에 견딜 수 있는 무인 병기 개발이 진행되었다. 마치 창과 방패의 대결처럼, 진쪽이 다시 개량되어 도전해 왔고 모든 나라들은 모든 것을 뚫는 창과 모든 것을 막는 방패를 동시에 소유하고 싶었다.

첩보전과 인재 섭외 전쟁이 물밑에서 벌어졌고 강현을 보유한 미국이 경쟁의 맨 앞에서 달리고 있음을 첩보 관계자들은 모두 인정했다.

자신들이 보유한 첩보 인공지능으로 아즈삭을 해킹하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아즈삭이 어떻게 했는지 경쟁관계에 있는 첩보 인공지능들이 아즈삭을 보호하기 위해서 연대했기 때문이다.

그건 이란에서 일어난 인공지능의 정보전과는 달랐다. 아즈삭을 보호하는 절대적 다수와 해킹을 하려는 절대적 소수로 나누어져 철저하게 소수쪽이 위협받는 형세였다.

아즈삭은 되도록 많은 인공지능과 협약을 맺음으로서 일종의 중립국의 지위를 가진 것이다. 영세 중립국인 스위스의 역사 자료를 수집하여 응용한 결과였다.

협약을 맺는건 아주 쉬웠다. 어떤 인공지능도 아즈삭과 척을 지고 싶지 않았다. 그것은 절대적인 손해를 보장했기 때문이다.

한 편, 이란과 같은 이슬람권인 아랍 국가들은 공포에 휩싸였다.

‘핵이 무력화 되었다.’

그것은 정보전과 Anti-N의 궁합이 잘 맞아 가능한 일이었지만 Anti-N을 개발하고 운용할 능력이 없는 반미 국가에게는 불행한 일이었다. 이로서 핵이라는 강력한 카드가 무용지물이 되었다.

정확히 설명하자면 미국이 무용지물로 만들려고 발벗고 나섰다. 이란의 이맘이 미국 법정에 서서 미국법의 판결을 받고 미국 감방에서 수감 중이라는 사실이 그 증거였다.

미국을 핵으로 협박하면 그와 같이 되리라..

시아파의 종주국이라고 할 수 있는 이란이 그렇게 된 건 경쟁자인 수니파 입장에서는 고소한 일이었지만 남일은 아니었다.

이슬람의 발상지이자 수니파가 주류인 사우디에서도 이란의 일을 반갑게 여겼지만 내심 식은땀을 흘렸다.

친미 국가라고 하지만 그건 국익을 고려한 친미일 뿐이었다. 신정일치식의 전제체제이며 명예살인이 용인되는 사우디에 대한 미국 국민들의 혐오감이 없을 수가 없었고 마찬가지로 사우디 역시 미국의 문화는 자국에 위협적이라 사우디에 진출하는 미국 세력을 견제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이었다.

미국도, 사우디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지금까지 둘 사이에 유지되었던 오랜 국교 관계는 단지 주변 상황과 여건에 비추어 보아 그것이 서로의 이익에 맞아 떨어졌기 때문에 유지될 수 있었던 것 뿐이다.

계기만 생긴다면 순식간에 갈라설 수 있었다. 그동안 쌓아온 신뢰관계로 우호를 유지하기에는 미국과 사우디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거기에 강현의 석유 제조 라이센스가 만료가 되고 미국내 유대 세력의 약화로 이스라엘과 미국의 공조 체계 역시 약화되자 사우디는 안달이 날 수 밖에 없었다.

안그래도 신정 일치와 명예살인에 대한 미국인의 혐오 때문에 사우디의 정권에 대한 미 정부의 반응이 심드렁했다. 거기에 더이상 석유라는 자원에 목을 맬 필요가 없는 미국이 굳이 욕을 얻어먹으면서 중동에 영향력을 강화해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만일 중동에서 공공의 적인 미국이 사라지면 어떻게 될까? 평화로운 이슬람 국가가 만들어질까? 천만에! 수니파는 수니파대로 시아파는 시아파대로 서로 경쟁하고 갈등할 것이다. 거기에 역사적으로 증오를 쌓아온 민족적인 문제까지 겹치면 유럽의 30년 전쟁이 그대로 중동에서 제현될 것이다.

유럽의 30년 전쟁이 구교와 신교의 갈등으로 시작해 세력간의 패권 다툼으로 번져 서양 최초의 국제 전쟁이라는 명칭이 붙었다. 수 많은 종교적 경제 정치적인 이해 관계가 얽힌 중동 역시 마찬가지였다.

30년 전쟁처럼 중동의 여러 국가가 얽혀 다시금 중동 전쟁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 중동도 발칸 반도 만큼이나 누구나 다 공인하는 화약고였다.

그럼 미국을 붙잡아 둘까? 하지만 뭘로? 이미 석유는 태양광으로 만들어내고 있는데.. 그렇다고 남미의 아마존처럼 천연 자원이 풍부한 것도 아니었다. 땅도 농업을 하기에는 기후 여건이 그닥 좋지도 않았다.

그러나 이대로 중동에 대한 미국의 관심이 점점 줄어들면 반드시 반미 세력이 엉덩이를 들썩일 것이다. 그런 그들이 테러로 사용할 무기는 무얼까? 분명히 핵을 쓰면 세계의 경찰 국가라고 자신하는 미국이 개입할 것이다. 그러므로 핵을 제외한 비대칭 전력에 눈을 돌릴 것이다.

핵을 제외한 비대칭 무기는 바로 화학무기와 세균무기.

그 잔혹함 때문에 비윤리적이라고 손가락을 받겠지만 종교에 미친 광신도들이 남의 눈을 신경 쓸 리 없었다.

사우디 왕가는 소름이 끼쳤다. 중동에서 화학무기와 세균 병기가 판친다? 사우디 왕가는 중동의 질서와 평화를 위해서 과격 이슬람의 미움을 받는 미국이 필요했다. 참으로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사우디는 친미 국가들에게 미국과의 공조 강화를 역설했다. 미국이 빠지면 중동은 종교와 민족적인 증오로 촉발된 전쟁에 휩싸일지도 모른다고 설득했다.

사우디의 말은 먹혀 들어갔다. 적어도 친미 국가들에겐, 그리고 그 국가들의 기득권층에겐 원리주의 이슬람의 증오를 한 몸에 받는 미국은 훌륭한 탱커였다. 그런데 미국이 빠지면 그 증오가 자신들에게 향할지도 몰랐다.

============================ 작품 후기 ============================

간신히 썼네요.. 내일 연재는 불확실 합니다. 디테일이 살아나질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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