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과학의 군림자-196화 (196/241)

196화

그러나 이들의 입도 HA 시리즈 이후 우주 진출과 우주 농장 프로젝트의 발표로 쏙 들어갔다. 우주의 무한한 원자재가 완전 자동화로 인간의 노동력 없이 생산된다? 우주 농장에서도 완전 자동화로 식량이 생산된다면 재화에 대한 가치는 어떻게 설정이 되어야 하는가?

자본주의의 탄생이 부족한 물자와 풍족한 물자의 차이로 생기는 교환 가치가 원천이라면 자본이 향할 곳은 결국 두 곳 밖에 없었다. 바로 유통업과 기술 특허권이었다.

자동적으로 무한히 생산되는 재화를 필요한 곳으로 옮기는 사업은 인공지능이 관여한다고 해도 자동화 되기가 불가능한 영역이었다. 수요는 결국 사람에 의해서 발생하기 때문에 재화가 이동해야 하는 방향을 인공지능이 예측하기란 인공지능이 사람의 감성을 이해 해야하는 수준의 난이도가 있었다.

그리고 기술 특허권은 근본적으로 인공지능이 관여할 수 없는 분야였다. 인공지능이 기술을 개발할 창의력이 있는가? 그리고 그 기술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가?

그리하여 자본이 이 두 분야에 유래없이 집중되면서 자본주의의 구조는 변화를 직면했다.

변화를 거부하는 이들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변화를 막기 위해서는 결국 이 모든 변화를 주도한 강현을 막아야 했다. 그러나 강현에서 처발린 유대 자본의 모습에 감히 그를 막는다는 생각은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보수적인 자본들도 우주 시대에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앞일이 예측하기 힘든 투자를 시작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런 변화로 인해서 기술 지식에 관한 권리의 강화는 그들의 권리와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서 자연스럽게 밟게 되는 수순이 되었고 이런 일에 반발하는 단체가 있었으니 바로 어나니머스였다.

기본적으로 개인들의 자발적 참여로 구성되는 어나니머스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생겨난 밈(사회문화적인 유전자, 실체가 없으나 유전자처럼 변이, 자연선택, 경쟁, 유전을 통해 사회 구성원에게 전파됨) 현상이다.

미국 보수 주류 매체들은 이들을 반 국가적이며 증오를 표출할 뿐인 해커들이라며 무척이나 싫어하는 데 이들의 활동을 보면 그런 보수 매체들의 의견에 상반되는 일들이 많았다.

동성애 혐오주의 반대 운동, 북한 반체제 운동, 인터넷 감시 및 검열에 대한 반대 운동, 아랍 민주화 지지 운동 등 개인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서 주로 활동했다.

그리고 이들은 불법 콘텐츠를 공유하는 사이트에 대해 디도스 공격을 시작하자는 계약을 한 일개의 영화 회사와 한 소프트웨어 회사의 계약을 시작으로 저작권 독점 반대 운동을 벌였다. 그리고는 심지어 대형 파일 공유 사이트를 막은 정부에 대항해 정부 사이트를 해킹하기도 했는데 정부를 비롯해 저작권으로 이윤을 내는 대형 소속사들과 투자자들이 이들을 매우 싫어할 만했다.

확실한 건 그들이 미 주류 언론들의 ‘인터넷의 증오 기계’라는 표현처럼 무분별한 증오를 품고 행동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그들의 분노는 분명한 방향성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그들은 특허권을 독점하려고 드는 자본 세력의 본격적인 준동에 가만히 있지 않았다. 기술 지식은 앞으로의 시대에 인류에게 필수적인 요소가 될 것이니 만큼 누군가에게 독점 되어 사용에 제약이 있으면 안된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들은 일단 특허 괴물 기업들이 특허를 닥치는 데로 싼 값에 사모으는 행위를 널리 알리고 특허권자들에게 함부로 특허를 팔지 말라고 홍보 운동을 벌였다. 개발자들에게 거대 기업이 제시한 금액이 무척이나 클지도 몰라도 실제로 그보다 높은 가치를 가질 수도 있다는 것을 주지시켰다.

그러나 이 첫번째 시도는 그리 좋은 결과를 내지 못했다. 자본주의라는 배경에서 기술 지식의 적용과 개발은 돈이 든다. 개발자들의 당장에 돈이 좋아서라는 이유는 물론 자신의 기술이 적용되는 것을 보고 싶어서, 혹은 새로 다른 기술을 개발하려면 돈이 들어서라는 이유 등 꿈과 현실성을 고려해 특허를 팔아 치웠다.

이런 행동에 어나니머스는 다른 행동을 시작했다. 그것은 기술 지식을 누구나 볼 수 있도록 데이터 베이스를 구축한 것이다.

종종 기업 비밀이라고 할 수 있는 기술적 노하우까지 유출이 되고 그 와중에 저질 재료를 이용해 유아 용품을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기업 몇이 거센 비난과 불매 운동에 파산하고 거액의 손해 배상 소송에도 말려 들어가자 기업들을 경악했다.

어떻게 인공지능의 보안을 뚫고 사내 기밀을 빼내었는가?

그들은 인공지능의 철통 보안을 굳게 믿고 있었는데 뒤통수를 맞았고 강현도 놀라워 했다.

어떻게 인공지능을 무력화도 시키기 않고 정보를 빼낼 수 있었는가? 어떤 인공지능이 공격을 받고 있다면 그걸 아즈삭이 모를 리 없었고 공격을 받는다면 다른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아 공격을 막을 수도 있었다. 인공지능간의 네트워크는 각국의 첩보 인공지능이 사이버 전을 벌이지 못하게 막는 억제책으로 작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거의 모든 인공지능은 이 상호보호 조약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그런데 그런 인공지능의 보안책을 흔적도 없이 뚫는다? 이건 기존의 해킹 방법을 완전히 뛰어넘어 해킹의 패러다임을 바꾼 기법이 사용되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강현은 많은 이들의 비난과 인공지능의 성능이 과대 광고 되었다며 고소미를 입에 문 이들의 목소리를 뒤로 한 채 도대체 그 패러다임이 무엇인지 골몰했다. 다행이 아폴로티움으로 이동한 후에 벌어진 일이라 화난 투자자와 기업인들이 찾아오지 못해서 번거로운 일은 없었다.

물론 지구에 있었다고 해도 CIA 요원들이 개인 경호를 해주니 별일 없었겠지만 그런 인간들의 얼굴을 보는 것과 보지 않는 건 기분상 천지차이였다.

“이 사이트 이름이 뭐라고?”

[프리놀로지라고 합니다. 현재 분석 중입니다만 서버가 어디있는지 확실하게 알 수 없습니다. 실시간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데이터 베이스 역시 여러 서버와 인공지능에게 분산되어 있습니다.]

어나니머스가 공개한 프리놀로지의 도메인은 엄연히 말해서 도메인이 아니었다. 도메인은 서버를 중심으로 계정을 받아서 사용하는 클라이언트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런 도메인들에게 자원을 제공하는 서버와 이 서버를 관리하는 상위 보안 등급의 도메인 컨트롤러로 구성된다.

하지만 프리놀로지는 인터넷 랜선을 이용한 워크그룹 형태(각 컴퓨터가 개인 자격으로 서로 연결되어 계정이 필요없다.)로 사이트를 존속시키고 있었다. 여기에는 특이하게 개인 컴퓨터뿐만 아니라 인터넷 업체들의 서버까지 포함되어 있었는데 그 업체들의 자의는 아닌 것 같았다.

시스템 리소스로 돈을 버는 이들이 허락도 없이 누군가가 자신들의 시스템 리소스를 사용하게 둘 리 없지 않은가?

이 때문에 자신들의 서버에 프리놀로지의 데이터가 있는 것을 발견하거나 특허나 산업 기밀이 노출된 기업에서 삭제해달라고 요청할 경우 여지 없이 삭제해 버렸으나 이 프리놀로지라는 사이트인지 아니면 악성 코드인지 구분하기 힘든 프로그램은 어느 센가 또다시 생겨나 버렸다. 이번에는 데이터의 내용을 달리해서 말이다.

그리고 삭제되려던 데이터 베이스는 분산시켜 다른 서버나 컴퓨터로 보내어 버리고는 다른 서버에서 재조합해 다시 등장 시켰다.

뛰어난 보안 전문가들이 이들의 코드를 분석해서 백신을 만들고 데이터를 모조리 삭제하기 위해 노력을 했지만 어려웠다. 감염된 인공지능 때문이었다. 인공지능의 강력한 보안망이 인공지능으로 분산된 데이터 베이스에 대한 삭제 요청을 오히려 무시해 버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 바로 그 인공지능에게 분산된 데이터에 대한 접속권한이 어떻게 일반인에게 제공되냐는 말이야.”

[그건 해당 인공지능에게 물어보는 수 밖에 없습니다.]

“어... 너도 그럼 감염되려나?”

사태를 해결해야 할 아즈삭이 감염될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는 지는 강현에게 매우 두렵고 곤란한 문제였다. 이 사태의 원인을 제대로 분석하지 못한 이상 더욱 그랬다.

[프로그램 재분석을 합니까?]

“아니야. 프로그램 분석 결과는 이미 나와있잖아. 이건 단순히 무작위로 자료를 강제로 전송하도록 해놓은 바이러스 프로그램에 불과해. 그렇다면 어딘가 이 프로그램을 재조합할 수 있도록 관리하는 무언가가 있을 거라고 생각이 든단 말이야.”

[하지만 그런 주체가 있다면 제가 눈치채지 못할 리가 없습니다.]

“그래, 맞아. 너보다 뛰어난 인공지능이 탄생할 기미가 있었다면 내가 모를 리도 없었지.”

[결국 원인은 알 수 없다는 거군요.]

“그게 너의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지 고민이 되는 이유지.”

강현의 말에 아즈삭은 이렇게 대답했다.

[박사님을 돕기 위해서 저는 존재합니다.]

“... 아.. 그랬지?”

강현은 아즈삭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정이 붙어서 그런가? 아니다. 아즈삭이 단순한 도구가 아닌 존재가 된지 이미 오래 되었다. 그 자신과 생을 같이 마감할 존재가 소중하지 않다면 도대체 무엇이 소중할까?

그렇지만 아즈삭의 말도 일리는 있었다. 이대로 있을 수는 없다. 사태 해결을 위한 가장 빠른 방법이 결국 다른 인공지능에 대한 접속이라면 말릴 수 없다. 그것은 아즈삭의 존재 이유에 반하는 일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도, 딱 하루만 더 생각해 보자. 일단 이 악성 코드에 백신부터 작성해 놓고 보는 거야.”

[하지만 이미 이 악성 코드의 여러 변종이 나와 있습니다. 그 속도가 무척이나 빠릅니다.]

“그러니까.”

아즈삭도 원인을 파악하기 힘든 사태의 원인이 인공지능이라면 그 인공지능의 성능이나 구성된 패러다임은 아즈삭을 뛰어 넘을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함부로 아즈삭을 투입할 수가 없다. 정말로 어떤 인공지능이 원인이라면 인공지능 사회를 선동(?)해 그 인공지능을 때려잡으면 되겠지만 그런 인공지능이 있다는 정황조차 확실하지 않았다.

그러니 강현은 좀 더 그럴싸한 가설이 나올 때까지, 아니면 안전하게 아즈삭을 투입할 수 있는 방책을 마련할 때까지 시간을 좀 더 두기로 했다.

그리고 아즈삭이 악성 코드를 역설계하는 동안 강현은 프리놀로지 악성 코드의 구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하기 시작했다. 전통적인 컴퓨터에 알맞게 일반 컴퓨터 알고리즘으로 구성된 악성 코드는 다중 알고리즘으로 구성된 인공지능의 코드보다 이해하고 알아 먹기 훨씬 쉬웠다.

그러나 아무리 봐도 랜덤으로 데이터를 보내는 프로그램이었다. 이런 프로그램으로 조각난 프리놀로지의 사이트 데이터를 복수하는 건 무리였다.

그러니까 인공지능이 개입했다는 가설이 나올 수 밖에 없는데 아즈삭의 탐지를 벗어난 인공지능을 국가도 아닌 일개 비영리 조직에서 만들었다는 것이 말이 되지 않았다.

모순적이었다.

강현은 과연 자신이라면 어떻게 이 프리놀로지를 구성할지 생각해 보았다.

전통적인 폰 노이만 방식의 연산장치? 그걸로는 무리다. 그것으로는 인공지능의 논리 구조를 뚫을 수가 없다. 그러니 당연히 다중 연산 방식의 다차원 알고리즘을 사용했을 것이 분명했는데 그것을 어떻게 사용했냐가 문제였다.

“논리 영역의 침입은 이론적으로 가능한가?”

프로그램 시뮬레이터의 존재로 과도한 데이터 송신이나 각종 암호 해독 따위의 전통적인 해킹 방법은 시도자체에서 인공지능에 의해서 걸리게 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프리놀로지의 악성 코드는 가벼웠다. 또한 시스템 자체에 큰 부담을 주지 않았다. 그리고 딱히 인공지능에 해를 끼치지 않았다. 만일 인공지능들이 가진 각각의 행동원리에 위반되는 일이었다면 각 기업들의 기업비밀이 공개되는 일도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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