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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군림자-195화 (195/241)

195화

여기에 이제는 용융 장치까지 추가되니 용융 장치를 운용하기 위한 트리플론과 펜타봇을 더 공수 받아야 했고 이 장비들을 관리하기 위한 관리 시설 역시 증축해야 했다.

안타깝게도 로봇들을 만들기 위해서는 최소한 정밀 가공 시설과 모터 생산, 모터를 위한 자석 생산, 모터를 위한 코일 생산, 코일을 생산하기 위한 에나멜선 생산, 에나멜선을 생산하기 위한 구리선 생산, 에나멜을 만들기 위한 화합물 생산 등 로봇들이 복잡한 만큼 밑도 끝도 없이 다양한 생산 시설이 들어가야 했다.

앞으로 목성 진출, 토성 진출을 위해서 이것들을 다 구비해야 할지도 모르지만 당장 우주 농장 프로젝트가 있기 때문에 뒤로 미루어졌다. 인류가 우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우주에서 식량을 자급자족할 수 있는 기술부터 확보해야 했다. 로봇만 저 앞으로 나아가는 건 의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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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칼! 여기에 이상한 게 잡혔는데요?”

칼은 NASA 소유의 천문대에서 일하는 수석 연구원이다. 그는 한 연구원의 부름에 고개를 내밀어 모니터를 들여다 보았다.

“아아. 여기 아마 베스타지? 닥터 강이 또 새로운 걸 짓는다더니 그걸꺼야.”

오랜 시간 천문대에서 소행성대를 관찰해온 그에게 베스타의 공전 주기는 매우 익숙하다. 거기에 NASA의 네트워크를 통해서 공유되는 공식 문건을 통해 카낙이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를 확인할 수 있어서 요근래 또 대규모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을 알고 있었다.

“뭘 짓는데요?”

“카바이드 제조를 위한 용융 시설이라고 하던가? 태양광을 집적해서 재료들을 녹이는 장치라고 하던데?”

“하긴 우주니까 가능할지도 모르겠네요. 산소로 인한 산화도 걱정할 필요가 없으니까요.”

“그래. 그러니까 그것보다 카낙에서 보낸 자료부터 검토해 보자고.”

베스타에 카낙 광산이 설치된 이후 NASA의 천문팀과 긴밀한 협조를 하여 소행성들을 탐색하고 추적하는 일이 NASA의 중요한 프로젝트 중 하나로 떠올랐다.

과거 대항해 시대에도 무척이나 중요한 학문이었듯이 인류의 확장에서 천문학은 빠뜨릴 수 없는 학문이었다. 특히 그동안 돈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것 같았던 천문학이 이제 직접적으로 수익과 연관될 수 있는 활동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것은 자원이 될 만한 소행성들을 분석하는 것이다.

특히 인류가 10억년 철강 산업을 지속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M 형 소행성은 대박중의 초대박이었다.

무거운 철강을 지구로 옮기는 건 매우 위험한 일이지만 우주에 철강을 올리는 것보다는 쉽다. 그러나 그렇게 이 우주 자원을 소모하는 건 너무나 아까운 일이다. 차후 제4, 제5의 우주 도시를 만들때 이 M형 소행성의 자원은 귀중하게 쓰일 것이다.

10억년이나 쓸 수 있는데 좀 많다고 지구로 가지고 와도 된다? 태양계 안에서만 살건가? 다들 항성계에도 진출해보고 제2의 지구도 찾아봐야 하지 않겠는가?

NASA의 과학자들은 솔직히 경제적 효과라던가 인류의 생존성이라든가 그런 것에 일희일비 하지 않았다. 생명이 살 수 있는 행성의 발견, 지구 외 생명체, 더 나아가서는 외계인을 발견하는 일에 더 관심이 있었고 우주 진출은 이런 연구들을 크게 진척 시키는데 의의가 있다고 보았다.

그러나 태양광 패널 업계는 울쌍이었다. 당장 우주 개발이란 시장을 위해서 자금 동원 중이었는데 카낙에서 대량으로 태양광 패널이 생산되기 시작하면 우주 시장은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

투자자 들은 이 태양광 패널 시장에 일단 우주 진출 기술의 발전으로 우주에 태양광 패널을 얼마나 싸게 공급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전망과 카낙에서의 태양광 패널 생산량이 얼마나 될지 예측해야 주식 시장의 동향에 대처할 수 있었기에 눈에 불을 키고 뉴스와 인터넷에 집중했다.

성질 급한 이들은 직접 NASA에 문의 전화를 넣기도 했는데 NASA로서도 정확히 뭐라고 말할 수가 없었다.

유럽의 우주 도시와 동아시아의 우주 도시의 확장이 얼마나 빠를지도 고려해야 하고 설치된 설비의 양산 능력도 실제로 확인해 봐야 했다.

결국 태양광 관련 주식 시장은 거래량이 없이 폭풍전의 고요함에 돌입했다. 폭풍이 비켜나가 잔잔한 비바람으로 그칠지, 아니면 대 재앙이 될지.. 업계는 긴장 속에서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프로젝트의 시작 단계라서 충격은 그리 크지 않았다. 강현은 시장에 충격이 가지 않게 서서히 생산량을 늘릴 생각이었다. 점진적인 변화를 주면 시장에 큰 충격은 주지 않을 것이다.

도태될 업체들이 있기는 하겠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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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폴로티움에 NASA의 연구 시설들이 하나 둘 씩 세워지기 시작했다. 우주에서 인간과 생물이 좀 더 쾌적하게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생화학, 생리학, 심리학, 동물 심리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연구원들을 모집하는 것은 물론 우주 개발의 핵심인 로보틱스, 인공지능 컴퓨팅 분야에 탐사를 위한 천문학과 그에 필요한 부수적인 제반 분야들이 죄다 들어왔다.

우주 개발의 전초 기지로 그 지위를 확고하게 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이었다.

하지만 그 많은 분야를 NASA 혼자서 다 하기는 무리라 대학들과 제휴를 맺었다. 강의 때문에 학교에 남아야 하는 교수들은 어쩔 수 없지만 연구만 하는 연구 교수의 경우 NASA 측에서 그들에게 아폴로티움의 연구실을 제공하기로 한 것이다.

미국 교수들의 경우 아폴로티움으로 이주하는 건 실력만 있다면 문제가 없었지만 외국인 교수의 경우에는 문제가 생겼다. 섭외나 허락 양쪽에서 다 말이다.

미국은 과거 제국주의 시절부터 식민지의 고혈을 빨아 높은 과학 기술을 쌓아온 유럽 국가들의 인재들이 탐이 났지만 그쪽도 차후 우주 도시와 우주 진출을 위해서 인재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과거 냉전 시대, 최초의 우주 진출 국가인 러시아의 인재들 역시 마찬가지 이유였고 일본과 중국도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인재 유출에 좀 더 국가적으로 적극성을 띄는 건 이 동아시아 삼국이 더했다.

반면에 인도나 아랍권 인재들은 대거 밀려 들었는데 우주 도시 프로젝트에서 너무나 멀리 후순위로 떨어졌기 때문에 인재만이라도 성장시키고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유럽 출신 연구원과는 다르게 이들에게는 정밀한 심사가 이루어졌다.

명백한 차별대우였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오랫동안 사이가 좋지 않았고 여전히 미국에 증오심을 품은 과격 이슬람 테러단체가 존속하고 있었다. 혹시 모를 위험을 미리 대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실력은 다음 문제였다.

하지만 대놓고 차별 대우를 하면 인종 차별이다 뭐다 말이 나올 것이 분명했기 때문에 미국은 아폴로티움 인재확보 방법을 초빙과 허가, 두 가지로 분류했다. 초빙은 당연히 미국에 필요하다고 생각되며 실력과 사상적인 측면에서 검증된 사람들을 NASA 차원에서 직접적으로 스카우트했다.

이들은 대부분 무신론자이거나 적어도 비이슬람적인 종교관을 가진 사람이었다.

허가제는 당연히 신청한 인원들을 심사해서 사상적인 측면을 보았다. 실력은 이미 서류 심사에서 다 확인할 수 있었다. 연구 교수의 실력은 그가 연구하여 내놓은 논문에 이미 다 나와있지 않은가?

하지만 그 서류 심사를 단순히 내놓은 논문만 보는 것으로 그치지는 않았다. 우주 개발에는 진짜 인재가 필요했다. 때문에 신청자들이 내놓은 논문 중 가장 자신있는 논문을 교차 검증은 물론 재현해서 데이터의 사실성도 확인했다.

이 와중에 조작으로 의심되는 것도 몇 건 발견되었지만 논문 데이터를 조작하는 연구원들은 감히 아폴로티움에 지원할 수가 없어서 조작인지 아닌지 긴가민가한 수준의 루머로 그쳤다.

한편, 연구동과 주택이 계속 지어지고 확장되어 나가는 동안 카낙의 용융 시설이 가동을 시작했고 실리콘 카바이드의 양산에 들어갔다. 이 기회에 카바이드 드릴도 자동화 생산해서 베스타의 개발을 가속시키려는 속셈이었다.

그래서 카낙 특수에 웃음꽃을 피우던 드릴 제작 업체는 졸지에 울쌍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상황을 잘못 파악한 업체 몇몇은 우주 소행성 개발에 드릴이 아주 많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공장을 확장했다. 그리곤 그 비용에 손해를 보고는 도산 위기까지 왔다.

이 일은 태양광 판넬 제작 업체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도저히 남일 같지가 않았다. 자신들도 카낙에서 태양광 패널을 자체 제작을 시작하면 비슷한 일을 겪지 않을까?

우주 수요를 예상해서 생산 시설을 확장한 업체들은 다급히 긴축 재정에 나섰고 장밋빛 미래를 꿈꾸며 회사를 확장할 계획을 가지던 경영자들은 그 계획을 백지화했다.

이 일로 새롭게 나온 말이 있으니 우주 자동화라는 말이었다. 그리고 이 우주 자동화에 대한 견해는 지극히 상반된 여론을 조성했다.

인간이 직접적으로 일하기 어려운 우주 환경에서 완전 자동화된 생산 공정 덕분에 인류의 역량을 좀 더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일에 쓸 수 있을 거라고 보는 쪽과 인간의 일자리가 엄청나게 축소될 수 밖에 없다며 그럼 놀고 먹을 것이냐, 그럼 돈은 어떻게 버느냐 등 여러가지 문제가 생긴다는 쪽이었다.

이런 여론의 생성에 사람들은 완전 자동화된 세상이 단지 공상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가까이 다가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공상 과학 영화에서처럼 인공지능 로봇이 인간이 필요한 모든 것을 대체해서 생산할 수 있는 기술력이 이미 존재한다는 것도 실감했다.

카낙에서 소모품인 드릴과 태양광 패널을 완전 자동화하기 시작한 일은 바로 그 시초였다.

이미 인공지능과 HA 시리즈로 상징 되는 안드로이드 기술이 나오자 마자 그에 대한 이야기는 나왔었다. 하지만 크게 부각되지는 않았는데 바로 이것들의 유지비 때문이었다. 차라리 사람을 고용하는 것이 더 싸게 먹힌다는 점 때문이었다. 한동안 이보다 더 발전된 기술은 없을 거라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한 몫 했다.

또한 가장 핵심적인 부품은 도저히 사람의 손과 감각이 적용되지 않으면 제대로 된 성능을 내지 못했다. 전기 모터와 정밀 톱니바퀴는 그중 가장 대표적인 물건이었다. 자석과 코일, 축과 케이스의 정밀함에, 매끄러운 표면 처리와 마감은 컴퓨터 센서와 로봇팔, 단순 프로그램만으로는 구현하기 힘든 물건이었다.

하지만 기술 개발의 현실을 아는 이들은 강현이 마음만 먹는다면 사람을 공장에서 퇴출 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다. 굳이 비싼 HA 시리즈를 이용할 필요는 없었다.

HA 시리즈에서 팔만 따로 분리해 컨베이어 벨트 양쪽에 붙이면 24시간, 먹지도 퇴근하지도 않고 일하는 노동자가 탄생한다. 이미 자동차 산업에서 쓰이는 기술의 첨단화였다.

사람이 할 수 밖에 없는 복잡한 조립 공정과 정밀 공정도 인공지능이 도입된다면 달라진다. 컴퓨터 기술의 한계로 단순 노동밖에 할 수 없는 로봇 팔이 복잡한 작업도 할 수 있게 되면서 공장에서 인간이 하는 일은 더욱 줄어들 수 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일자리가 줄어든 이후 인간은 어디에서 돈을 벌어야 하는가? 일자리가 없는 이들은 돈이 없다. 사람들이 돈이 없기 때문에 경기가 얼어붙는다. 자본도 얼어붙고 결국은 시장이 망한다.

시장이 망한다는 말은 자본주의가 망한다는 말이었다.

물론 이들의 견해를 너무 과도하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었다. 공산품은 공산품에 불과하다. 공장이라도 원자재가 필요하고 공장에서 식량을 생산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당연히 부동산 시장 쪽이 활발하게 될 거라며 자본주의가 다시 적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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