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화
“흠. 초저중력 진공 상태의 초음파 박리라..”
강현은 카낙이 공장과 광산을 차린 4베스타의 환경 상태에서 영감을 얻었다. 4베스타는 소행성이기는 하지만 중력이 없지는 않다. 다만 그 수치가 0.22m/s^2 정도에 불과하다.
지구 중력이 9.8m/s^2 정도니 50kg의 사람이 자신의 몸무게를 1kg정도로 느낄 수 있다.(평소 뛰는 높이의 약 50배를 뛸 수 있다.
말 그대로 날아다닐 수 있는 것이다.)너무나 미약한 중력이고 그 덕분에 대기가 없으니 박리 시킨 그래핀이 공중을 쉽게 멀리 날아갈 수 있다. 이는 그래핀을 마치 분무기로 물 뿌리듯이 뿌려서 기판 위에 붙일 수 있다는 말이었다.
너무나 단순하고 간편한 방법이지 않은가?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전제조건이 필요했다. 흑연에서 그래핀을 최소한 한 겹 내지 두겹으로 벗겨서 공중으로 날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강현은 여기에 대해서 이미 생각해 둔 방법이 있었다. 이미 조사한 롤투롤 기법을 응용하기로 한 것이다.
일단 롤러를 이용해 순차적으로 순수하게 정련된 흑연을 문질러 그래핀을 박리시킨다. 그걸 압전 소재가 붙은 기판에 전사한 후 초고주파 전류를 흘려 초진동을 일으켜 떨어뜨리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그래핀이 제대로 박리가 되지 않으면 롤러 박리 과정을 추가하면 된다. 초진동만으로 그래핀이 제대로 떨어지지 않으면 펄스 전압을 가해서 정전기적인 반발력을 사용해 떨어뜨려도 된다. 기판에 제대로 붙게 실리콘을 올린 금속판에 반대 전하를 가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었다.
“아즈삭. 시뮬레이션 결과는?”
[제련 상태와 박리 과정이 완벽하다고 가정할 때 그래핀 분사 장치와 기판까지의 적절한 거리 및 필요한 초음파 수치를 산출했습니다.]
“흐음.. 흑연을 제련하는 장치를 추가하고 롤러 박리 장치도 추가해야겠군.”
[롤러는 카낙에서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럼 흑연 정련이 문제인데...”
인공적으로 99.99% 순도의 흑연을 만드는 방법은 이미 있다. 실리콘 카바이드(SiC)를 4천 도씨 이상으로 가열해 실리콘을 날려버리면 그 자리에 매우 높은 순도의 흑연이 남는다. 실제로 전자 산업에 응용되는 그래핀을 만드는 흑연은 다 이렇게 순도 높은 흑연을 이용한다.
하지만 플라즈마 정련 기법을 사용하는 카낙 광산에서는 불순물이 많은 흑연 광에서 수트(Soot; 그을음)의 형태로 탄소 덩어리를 생산한다. 이를 이용해서 다시 흑연을 만드는 방법을 생각해 내야 했다.
하지만 흑연을 구성하는 탄소의 π(파이) 결합은 벤젠을 구성하는 탄소의 π결합 만큼이나 안정하기 때문에 충분한 압력과 열이 필요하며 단순하게 피스톤에 수트(Soot)를 담아 압력과 열을 가해도 순수한 흑연을 만들 수는 없었다. 어딘가 완전히 흑연이 되지 않은 수트(Soot)가 남고 이는 흑연의 박리 과정이나 태양전지 위에 뿌리는 작업에서 이물질이 되기 때문에 더 높은 순도의 흑연이 필요했고, 이를 위해서는 실리콘 같은 촉매가 반드시 필요했다.
“어차피 실리콘이야 남아도는데 문제는 카바이드를 만들 정도로 높은 열을 만들어 내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거지. 레이저 장비에 여유는 있어?”
[없습니다.]
아즈삭은 단칼에 잘랐다. 대량의 카바이드를 만들기 위해서는 실리콘과 탄소 덩어리 혼 합물에 적어도 섭씨 1500도 가량의 열을 가해야 했다.(실리콘의 용해도) 일단 카바이드 생성 반응은 자발적 반응이기 때문에 실리콘을 용융시키기만 하면 카바이드가 생성된다.
하지만 이 카바이드에서 흑연을 만들기 위해 실리콘을 날려버릴 정도의 온도(약 4,150℃)를 레이저 장치로 구현하면 레이저 장치가 과부하로 타버릴 것이다.
그 정도 온도면 흑연이 열에 탄소로 분해되지 않을까 걱정될 수도 있겠지만 결합 에너지의 크기 순서는 Si-Si(실리콘)
아무튼 생산에 막대한 열량이 필요한 인조 흑연 제조 공정을 계속 레이저에 의지하다가는 레이저 장비 관리에 심각한 애로 사항이 꽃필 것이다.
“흐음.. 레이저가 아닌 가열 장치라..”
강현은 고민했지만 그렇다고 니크롬선 같은 전열 장치를 사용할 수가 없다. 탄소 덩어리의 전도성과 전기 저항성을 이용한 발열장치를 구상한다고 해도 실리콘이 녹아 액체 덩어리가 되는 순간 전극에 달라붙어 처리 곤란이다. 그래서 광선을 이용한 가열은 필수적인 선택이었다.
그리고 레이저가 장비 관리 문제로 적당한 선택이 아니라면 다른 방법이 있었다.
“으음. 태양에서 멀리 떨어졌는데 될까?”
그건 바로 태양광이다. 과거 2차 포에니 전쟁에서 그리스의 아르키메데스는 수 많은 청동거울을 모아 적의 배를 태웠다고 하는 설화가 있다.
물론 그 당시 기술 수준으로는 불가능한 이야기라 설화에 불과하겠지만 현대에 와서는 다르다. 이미 거대한 집광판을 이용해 10센티 두께의 철판을 뚫어버리는 건 일도 아니었다. 그래서 전술적으로도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데 날씨 문제라던가 0.1초에 생사가 결정되는 전장에서 몇 초 간이라도 열을 가하는 과정이 필요한 태양광 무기는 별로 신통찮았다.
그래도 뜨거운 여름날 보닛위에 계란 후라이를 해먹을 수 있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태양광의 잠재력을 실감할 수 있다.
거기에 소행성대는 비나 구름이 없는 환경에 있지 않은가? 화성이나 지구의 그림자에 가려졌을 때에는 사용할 수 없는 방법이지만 그 외에는 항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그리고 가장 가까운 화성이라고 해도 태양이 워낙 커서 태양에서 나오는 빛을 완전히 가리기도 힘들다.
하지만 여기에도 문제가 없을 수는 없었다. 어떻게 높은 온도 상태의 용융액을 다룰 것인가이다.
완전한 무중력 공간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만히 놓아두면 흘러내린다. 그렇기 때문에 도가니로 쓸만한 것이 필요했다. 아니면 4베스타 주위를 도는 용융 공장을 따로 만들어야했다.
공전하고 있는 물체는 무중력 상태이기 때문이다. 거기에 공전궤도를 4베스타의 공전궤도에 수직으로 한다면 4베스타의 그림자에 가려지지 않고 계속 태양광을 집적할 수 있었다.
거기에 중력 가속도가 작아서 공전속도가 무척이나 느리니 EM 드라이버를 이용해 수시로 조정할 수도 있었다.
“흐음. 스케일이 커지겠지만 어차피 카바이드도 자체 생산해야 하니까 어쩔 수 없겠지.”
따로 용융 공장을 세워 흑연 및 카바이드를 자체 생산하면 용도는 무궁무진했다. 흑연은 로봇들의 관절에서 사용하는 윤활제로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마모정도를 줄이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했다. 우주 공간에서는 그리스 따위보다 내연마제 및 윤활제로 흑연보다 좋은 물질은 없었다.
거기에 절삭공구 중 가장 좋은 가성비를 자랑하는 카바이드는 앞으로 있을 M 형 소행성의 개발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했다. 암석형 행성의 경우에는 드릴의 충격으로 깨어내 광산을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초기 태양계 형성시 행성핵의 잔재라고 생각되는 M 형 소행성은 철과 니켈 같은 질기고 튼튼한 금속의 덩어리다.
단순히 드릴로 두드린다고 깨어지지 않는다. 카바이드 날로 불꽃을 튀기며 잘라내거나 뚫어야 할지도 모른다.
당연히 카바이드의 소모가 엄청날 것으로 생각되는데 지구에서 마냥 보급 받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카바이드 자체 수급 및 흑연과 태양 전지 완전 자동화를 위한 용융 공장의 건설이 시작되었다.
양자 통신 장치로 새로운 프로젝트를 송신 받은 카낙은 즉시 작업을 시작했다. 일단 구체형의 밀폐형 공간을 만드는 것이 중요했다.
온통 빈 공간인 우주에서 물질은 그 자체만으로 소중한 자원이다. 그래서 흑연을 만든다고 실리콘을 증기로 만들어 우주 공간으로 날려 보낼 수는 없었다. 증기가 된 실리콘은 밀폐된 공간 내부에서 돌아다니다가 내벽에 붙어서 회수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 내벽 역시 동일한 재질인 실리콘 타일을 붙여서 마감했다.
전체적으로 원형에 약 50m 정도되는 구형의 용융 공장은 여러 곳에 작은 구멍이 나있었는데 반사경을 이용해 태양광을 집어 넣을 장소였고 실리카(산화 규소 Si02)를 소결해서 만든 유리창으로 그렇게 두껍지는 않았다. 오히려 얇았다.
안과 밖의 기압차는 거의 없을 것이기 때문에 기계적인 강도보다는 태양광의 투과성과 기화된 실리콘의 손실을 막기 위한 역할 이상은 없었다. 게다가 실리콘이 달라붙어 투과율이 떨어지면 수시로 교체해야 주어야 하는 부분이었다.
아무튼 이 유리창을 통해서 트리플론에 단 거울의 각도를 조절해 태양광을 구형 구조물의 중심으로 집중하게 되어 있었다. 당연히 이 모든 것을 제어할 인공지능은 카낙 밖에 없었다무중력 공간이기 때문에 중량 계산을 할 필요가 없어 설계는 금방 끝났다.
축적된 철판과 무중력 공간은 전기 용접만으로 깔끔하게 구조물을 건조할 수 있었다. 내부는 실리콘으로 로 마감되었으며 중앙에 실리콘 탄소 혼합물을 담아 중앙 위치에 고정할 수 있도록 네 개의 막대 구조물을 설치할 수 있었다.
이 막대 구조물은 결국 도가니의 대용으로 무중력 공간에서 용융물을 중앙에 위치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물론 이 막대 구조물 역시 녹아서 용융물의 불순물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용융물의 재질에 따라 다양한 물질로 만들 수 있었다.
무중력 공간의 이점이다.
이렇게 용융 공장까지 완성되자 카낙 광산의 규모는 더 커졌다.
그동안 서브 카낙으로 공급받은 트리플론과 펜타봇 및 HA 시리즈를 우주 환경에 맞게 개조한 HA-S가 총 이만 여기였고 4베스타를 개미굴처럼 파먹으며 내려가는 로봇들을 수리 관리하기 위한 시설이 개미굴의 입구 부분에 있었고 파먹은 내부에는 30여대의 플라즈마 제련 장치가 연신 열을 내고 있었다.
그 뿐만이 아니다. 플라즈마 제련 장치의 자기장 분류 장치에서 음전하를 띄어 금속원소들과 다르게 반대로 빠져나가는 기체들도 잡아두기 위해서 직경 10m의 통로와 기체를 포집하기 위한 시설물을 만들었다.
이 시설물은 4베스타의 표면에 타원형 구조물로 지어졌는 데, 길이가 약 50m 정도로 천천히 회전하고 있었다. 그리고 항상 음지에 있게 하기 위해서 태양빛을 가리며 베스타를 공전하는 위아래 약 70m 길이의 태양열 판넬이 있었다. 당연히 이 태양열 판넬에는 트리플론이 붙어서 궤도를 조절하고 있었다.
광산 내부는 플라즈마 제련 장치로 온도가 높고 거기서부터 연결된 타원형의 기체 포집장치는 항상 음지였다. 게다가 열전도도가 높고 표면에는 비열이 낮은 물질로 코팅까지 해놨기 때문에 열이 복사의 형태로 계속 빠져나갔다.
덕분에 매우 낮은 온도까지 냉각되어 기체들이 응결되고 이 장치로 연결된 통로를 통해 높은 온도의 활발한 기체가 계속 응결장치로 확산되어 들어갔다.
이렇게 응결된 기체들은 회전하는 타원의 원심력에 의해 양 끝에 고이게 되는데 이것을 봄베에 담고, 다시 분별 증류법을 이용해 각 성분으로 분류하는 공정으로 가게 되어 있었으며 당연히 그러기 위한 시설물도 있었다.
이런 봄베나 구조물을 재단하고 성형하고 용접하는 시설 역시 빠질 수가 없었으며 여기에 생산된 자원을 보관하기 위한 시설도 있었다. 가장 중요한 에너지 원인 태양광 패널은 4베스타가 자전하기 때문에 4베스타의 표면에 적도를 따라 빼곡하게 설치해 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