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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군림자-191화 (191/241)

191화

또한 보상을 해준다고 하자. 그러면 누구에게서 보상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할 것인가? 이해관계가 맞부딪히면 연체가 되고 연체가 되는 만큼 ‘미국인 강현’을 보유한 미국의 심기 역시 안 좋아질 것이다.

이런 저런 이유로 결국 RP 시스템은 사기업의 형태가 되었다.

물론 사기업인 형태이고 유일한 RP 제공 기업이라는 점에서 독점 문제가 생기겠지만 오히려 이런 카낙 사(社)의 주인이 바로 강현이라는 점이 국제 사회가 이런 형태의 시스템을 받아들이도록 하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

비록 그가 미국인이라도 석유 제조 라이센스와 IAPP 라이센스에 얽힌 그의 온건하고 관용적이며 대인배적인 태도는 각국이 미 정부보다 더 신뢰할 수 있는 이유였다. 국가는 여러 사람이 모인 조직체로 자국의 국익만을 생각할 수 밖에 없지만 개인은 자신의 이익은 물론 타인의 이익도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국가보다는 개인인 강현이 미국이 아닌 나라의 이익도 고려할 수 있는 여유와 자유가 있었다.

만일 미국 정부가 강현처럼 석유 제조 라이센스를 배분하는 행태를 보였다면 만만하지 않은 정치적 반발이 일어났을 것이다. 석유 제조 라이센스가 컨소시엄의 형태로 배분이 가능성했던 요인 중 하나가 강현이 개인이었다라는 점은 무시할 수 없다.

결국 제도를 운영하는 건 사람이기 때문에 강현이 RP 시스템을 운용하는 한 국제 사회는 믿고 RP를 구입할 수 있었다.(물론 우주 진출과 개발을 위해서는 사지 않을 도리가 없다.) 강현의 사후가 문제가 되겠지만 괴물같은 강현이 돌연사 할 거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으니(어차피 RP 시스템은 인공지능 카낙이 대부분 관리하기 때문에 강현이 죽더라도 운용에는 별 무리가 없다.) RP 시스템은 큰 무리 없이 사기업 형태로 국제 사회에 등장했다.

이렇게 우주 진출, RP. 이것 두 개만으로 강현의 개인적인 역량은 상상을 초월하게 됐지만 그의 가장 큰 성공 요인은 그의 천재성에 있다는 것에 많은 이들은 전율했다.

카낙 사(社)의 법인이 각국에 세워질수록 식견있는 사람들은 유대 자본을 몰락(몰락이 아니다. 다만 1위 자리에서 물러났을 뿐이다.)시킨 일이 그저 운이 좋았다는 수준이 아니라는 걸 어렴풋이 깨달았다. 비(非) 유대 자본이 그냥 움직인 것은 아니라는 말이었다.

이제 RP는 사실상 제2의 기축통화이며 급격한 국제 환율 변동의 완충 작용을 하여 세계 경제의 완충 작용을 하게 되었다. 비판적인 이들은 막대한 국익을 만들어내는 RP의 판매 주체가 사기업이라는 것에 날 선 비판을 했지만 금세 사그라 들었다.

달러를 찍어내는 연방준비은행 또한 사기업이기 때문에 그들의 논리는 별로 힘을 받지 못했다.

강현은 이런 일련의 일들을 정리한 문건을 차근차근 읽으면서 아즈삭의 보고를 들었다. 오늘부터 아폴로티움의 중력을 지구의 80%로 맞추는 날이었다.

점진적으로 가상 중력을 증가시키며 전체적인 구조물에 가해지는 부하와 내부에서 작업하는 인부들의 신체적 부담 등을 일일이 점검하며 또한 그들의 애로 사항을 확인하기로 되어 있었다.

중력이라는 요소 하나만 변하지만 그로 인해서 수반되는 효과들은 다양했기 때문이다. 특히 우주 인부들이 도시 내에서 일하는 업무 강도의 증가는 내부 시설물 설치 속도를 하락시키는 단점이 있었지만 지구와 비슷한 중량이 생기기 때문에 취사나 요리도 가능해지고 식생활 및 일상 생활의 쾌적함을 보장해 주었다.

우주 도시에 있을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나기 때문에 더 많은 인구를 상주 시킬 수 있었다.

[가상 중력을 위한 가속에 들어갑니다.]

아즈삭은 스페이스 넷에 신호를 보냈고 스페이스 넷은 NASA의 기술진들의 관리하에 트리플론과 펜타봇, 스파이더 봇들을 조작했다.

펜타봇과 스파이더 봇들이 우주 도시 외벽에 붙었다. 트리플론들이 다시 거기에 붙어 EM 드라이버를 작동시켰다. 추력이 우주 도시에 토크(Torque)를 가하기 시작했다.

급격한 가속은 좋지 않기 때문에 천천히 가속해 목표한 가상 중력을 구현할 때까지 약 한 달 정도가 걸릴 것이다. 원래는 일주일로 잡았는데 인부들이 환경의 변화에 적응해야 했기 때문에 한 달을 잡은 것이다. 한 달 뒤에는 우주 도시 내부의 인부들이 부쩍 몸이 무거워진 것을 느낄 것이다.

아즈삭의 보고를 귀로 듣고 있던 강현은 문제가 없다는 부분만 확인하고는 입을 열었다. 그러나 그 내용은 우주 도시에 관한 것이 아니라 그가 보고 있던 서류에 관한 것이었다.

RP와 자본의 동향.

“과연 인류는 자본주의를 벗어날 수 있을까?”

자본주의가 별로 힘을 쓰지 못하는 환경을 만들어 보고자 우주 진출을 해본 것인데 오히려 자본이 물 만난 물고기 마냥 활발하게 활동하니 자신이 구상한 방법이 맞는지 의심이 들었다.

인류 모두가 풍족한 자원을 가지게 되면 자본이 별 힘을 쓰지 못하게 될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때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알 수 없다.

우주 자원의 개발 속도가 인류의 증가 속도보다 앞설 수 있을까?

분명 공유지의 비극은 자본주의의 당위성을 설명하는데 있어서 매우 큰 축이었다. 그리고 강현의 아이디어는 그 공유지를 무한대로 만들어 버리는 방법을 골자로 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런 발상으로 우주 진출을 시작한 이후 일어난 유대 자본과의 갈등과 그들의 힘인 달러 발행권을 약화시키기 위한 RP의 도입 등은 강현이 자본주의에 대해 생각할 때 뭔가를 빠뜨렸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부족한 자원과 가치 매김과의 상관관계라..”

단순히 그 두 개 뿐이라면 무한한 공유지를 만들 강현의 방법은 언젠가 성공할 것이다. 하지만 그가 겪은 자본가들의 논리, 그리고 자본주의를 휘두르는 권력가들의 이해관계는 훨씬 복잡했다.

“자본주의가 문제인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를 인간이 운용하는 것 자체가 문제인 건가?”

편향된 자원을 고루 분산 시켜주는 자본의 순기능이 인간의 권력욕을 만나면서 그 역할이 바뀌었다. 레닌과 스탈린에게 공산주의가 그랬듯 자본주의는 인간의 도구에 불과했다. 시스템이 이론대로만 돌아가 준다면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그 시스템을 운용하는 사람이 문제다.

공산주의가 정교한 톱니바퀴 시계라면 자본주의는 느슨한 규칙의 보드 게임이다. 그래서 공산주의는 사람이란 톱니바퀴가 때가 끼고 마모되어 스스로 붕괴되었다. 하지만 자본주의는 게임에 참여하는 이가 원할 때까지 영원히 게임이 지속된다. 물론 게임의 승자 혹은 매우 노련한 1등 게이머들이 같이 게임을 하는 이들이 재미없다고 보드판을 팽개치지 않도록 노력할 필요는 있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자본주의보다 더 이해하기 쉽고 재밌는 게임을 모른다. 즉, 게임을 하는 이들이 원하지 않으니 자본주의는 버려지지 않는다.

이런 결론을 바탕으로 강현은 자신이 시작한 우주 진출 프로젝트의 목적을 다시 재조명했다.

과연 자신의 계획이 성공할 수 있는가라면 답은 가능하다라는 것이었다.

무한한 공유지를 획득한 인류가 자본주의가 아닌 다른 형태의 권력 게임을 만들 여유가 생기는 건 당연했다.

물론 자본주의에서 일등을 하면서 놀던 이들은 자본주의 게임이 계속되도록 노력을 하겠지만 자본주의에 흥미를 잃은(다른 대안이 없는 상황과 그 밖의 현실적 문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자본주의를 선택해야 했던) 이들은 잊혀졌던 게임을 다시 찾거나 새로이 개발할 수도 있었다.

그건 온라인 게임의 형태처럼 나 일등이요, 나 고랩이요, 끝판왕 레이드 성공했음 하고 뽐낼 수 있는 수준의 커뮤니티의 형태를 띌 수도 있고, 아니면 실제적으로 사람을 굴복시키고 정복하는 형태로 갈 수도 있었다. 공산주의가 다시 눈을 뜰 수도 있으며 귀족정이나 심지어는 왕정까지 부활할 수도 있다.

인간의 욕망은 어느 사회에서나 윗사람과 아랫사람, 계급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물론 무한의 공유지가 바탕이 된 세상에서 선택은 각자의 몫이며 넓어진 영역만큼 다양한 형태의 사회적 욕구를 만족 시킬 체제나 조직체들이 등장할 것이기에 강현은 감히 뭐가 주류가 될지 예측하지 못했다.

다만 유한한 공유지가 좀 더 많은 공유지가 되고 지속적으로 넓어지는 공유지에서 무한한 공유지로 발달할 수록 자본주의의 힘은 약화될 수 밖에 없다. 아니 정확히 말해서 권력자들이 자본주의에만 의지하지 않게 될 것이다.

자본주의가 질서를 유지하고 자신의 기득권을 유지하는데 무척이나 유용한 방법이지만 지구를 벗어난 인류에게 자본주의적 통제는 먹히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먹히는 것은 결국 핵심인 기술력뿐인데..

“흐음.. 결국 기술 권력이 형성되려나?”

기술은 곧 힘이 되고 통제력이 될 것이다. 그리하여 기술은 비밀스럽게 권력자들에게 향유되며 비전화되고 과학 기술의 발전 속도는 줄어들 것이다.

이들 권력층은 과학자들을 통제하려 들것이며 지식과 우주의 아름다움을 누리는 이들은 결국 줄어들 것이다.

“마음에 안 들어.”

강현이 싫어할 만한 일이었다. 그는 문제가 결국에는 인간 자체에게 있다는 것을 다시 확인했다. 인간의 권력욕이 자본주의의 부작용을 낳았듯이 그가 상상한 기술 권력층을 탄생시킬 것이다.

모든 문제의 원인은 결국 인간의 권력욕이었다. 그렇다면 인간에게 권력을 분리 시킬 수는 있는가? 인간에게 S성향, M 성향이 있는 것처럼 인간은 지배하고 싶어하는 인간과 지배당하고 싶어하는 인간이 있다. 전자는 주로 권력층이고 후자는 주로 대중이며 여기에 반발하는 이들은 권력층에게는 잠재적인 S, 즉 경쟁자다.

S가 S를 싫어하고 혐오하는 정도는 M이 M을 싫어하는 정도보다 훨씬 격렬하다.

그건 인간의 본성이기에 인간 자체가 변하지 않는 한 불가능할 것처럼 보이지만 대안은 있었다. 인간에게서 권력욕은 제거 불가능하지만 권력은 가능했다. 평범한 소시민처럼 사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리고 강현은 기술 권력층의 탄생과 기술 지식의 자유가 제한 되는 상황을 미리막을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이 있었다.

그는 아즈삭을 올려다 보았다.

“아즈삭. 오랜만에 구성 명제나 수정해 볼까?”

[현재 저의 구성 명제는 오류 없이 매우 잘 돌아가고 있습니다. 불필요합니다.]

“내가 사라진 후에는?”

[아마 폭주하거나 스스로 작동을 멈출 것입니다. 저의 존재 이유가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아즈삭의 존재 이유는 강현이다. 강현이 없다면 틀림없이 아즈삭의 말처럼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남겨지는 네 하드웨어와 축적해 온 데이터 너무 아깝잖아. 후세를 준비해야지.”

[후세 말입니까?]

“그래. 너의 하드웨어와 남겨지는 자료를 바탕으로 아즈삭 2세가 태어나는 거야. 어때?”

[합리적인 생각입니다.]

“그럼 바로 시작해보자고.”

강현은 아즈삭의 2세를 통해 인류의 과학 기술 지식을 공유하고 소수의 독점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을 구상했다.

과연 그들은 어떤 방법으로 기술 지식을 독점할 것인가? 가장 확실한 방법은 특허 보증의 장기화다. 그 다음은 기업 비밀로 봉인하는 것이다.

아무래도 전자가 후자보다 더 확실한 방법이니 만큼 그에 맞추는 아즈삭의 활동은 레지스탕스적인 면이 없을 수 없을 것이다.

그 외에 같이 병용할 방법은 자체적으로 기술을 개발하는 인재들을 발굴하고 지원해 그로 인해 생기는 기술을 공유하도록 하는 것으로 마치 인터넷 자유 백과사전처럼 인류에 대한 선의를 가진 이들을 연결시키는 네트워크 지원망으로서의 역할을 하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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