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과학의 군림자-190화 (190/241)

190화

정치가에게 공공연히 로비가 들어가는데 군 장성에게 로비가 들어가지 않을 리가 없다. 군수 산업이 발달한 미국은 자본주의 국가이니 만큼 기업들이 군에 들이는 정성도 지극했다.

“.....”

카모 준장은 적나라하고도 직설적으로 찔러오는 말에 반박할 말을 찾기 힘들었다. 군산 업체와 군부와의 긴밀한 관계는 어느 나라에나 있는 공공연한 비밀이 아니던가?

“아무튼 저도 아폴로티움의 건설에 미국의 적잖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MD 시스템도 용인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 때문에 제가 같이 흙탕물에 뒹구는 건 좀 사양하고 싶군요.”

“그렇다는 말씀은...”

“저는 MD 시스템의 설치에 어떠한 평도 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제 이름이 나온다면 저는 MD 시스템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우주 도시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기술을 제공하겠습니다.”

“그, 그건!”

카모 준장의 표정이 썩어 들어갔다.

“무기를 싫어하는 사람은 많죠. 아폴로티움에 설치될 MD 시스템이 레이저 포로 되어 있었다면 저도 고개를 끄덕였을 겁니다. 하지만 기획서에는 미사일 시스템도 포함되어 있더군요. 미사일은 오히려 우주에 쓰레기를 더 많이 만드는 방법이기 때문에 합리적인 관점으로 봤을 때에도 용인하기 힘듭니다.”

“....”

“그렇기 때문에 제가 MD 시스템을 아폴로티움에 적용하는 일을 지지하는 건 합리성을 바탕으로 그동안 지켜왔던 저의 일관성을 깨는 행위입니다. 저는 이 일로 받게 될 어떤 유무형의 이득으로도 저의 일관성을 깰 당위성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제 입장을 이해하시겠죠?”

“네, 네. 물론이죠.”

카모 준장은 생각을 정리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강현의 말은 결국 자신은 욕먹기 싫다는 의미였다. 하긴 그 동안 쌓아 올린 온건하다는 이미지가 MD 시스템으로 훼손될 수도 있으니 그의 선택은 당연할 수도 있었다.

국익으로 호소해? 강현이 미국을 위해서 해온 일을 보고 국익을 호소할 염치가 있나? 그렇다고 강현이 돈이 부족한 것도 아니다. 강현에게 줄 이득을 딱히 생각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카모 준장의 입장은 난감했다. 애시당초 우주 도시는 강현이 지분이 막강하다. 그의 전격적인 허락이 아니라 조건적 허락은 앞으로의 상황에 불확실성을 떡하니 앉혀 놨다. 이제 MD 시스템을 아폴로티움에 설치하려면 여론에 신경을 곤두 세우며 진행해야 했다. 아니면..

‘강 박사는 뭐하나?’

‘나는 MD 시스템보다 온건적인 방위 시스템이 있는데 미 정부가 MD 시스템을 원한다.’

‘뭐? 우주 도시 무기화 반대! 정부는 각성하라!’

‘우주를 전장터로 만들지 말라!’

이런 식으로 대중이 들고 일어날 우려가 있다. 그렇게 되면 표를 의식하는 의원들로 인해 이 안건이 하원에서도 통과되기 힘들 수 있었다. 그건 펜타곤 장성들의 든든한 지갑이 되어주는 군수 업체들에게 도저히 면목이 서지 않는 일이다.

어떻게 강현의 지지만 받는다면 대중의 반대를 넘어 오히려 지지를 받을 수도 있었다. 그는 명실 상부하게 미국을 우주 시대로 끌어올린 장본인이자 영웅을 좋아하는 미국인들의 아이콘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천재의 고집불통은 유명했고 그의 입장을 확인한 이상 마음을 돌리는 건 불가능했다.

그래서 미국 정부는 이슈로 만들지 않고 천천히, 아주 조용하게 우주 도시 방위 계획안을 처리하기로 했다. 누구의 주목도 받지 않게 먼저 레이더 기지만 설치 하기로 했는데 대중들에게 들키는 시점이 관건이었다.

현 정권이 무마할 수 있을 정도로 변명을 준비하던가 아니면 대중들의 시선을 돌릴 만큼의 이슈를 준비하던가.

이 과정에서 많은 돈이 로비 자금이나 언관계에 청탁 자금으로 쓰인 건 말할 필요도 없다. 로비가 합법인 미국이었다.

이렇게 차근 차근 아폴로티움 방위 계획이 시작이 되자 당장에 러시아와 중국이 미국을 맹비난했다. 그러나 미국은 운석따위의 우주에서 오는 위험으로부터 지구를 지키기 위한 방책이라며 차분하게 대응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아폴로티움 하나만으로는 지구를 방위하기에 부족하니 다른 우주 도시에도 지구를 지키기 위한 MD 시스템을 설치하는게 어떻겠냐고 제안해 왔다.

이런 태도에 일본과 유럽은 환영했고 러시아와 중국도 한 발 물러섰다. 그리고 그들도 즉시 최첨단 MD 시스템의 도입을 위한 예산 배정에 들어갔다. 이미 UN 따위 신경도 쓰지 않는 미국이다.

미국이 아폴로티움에 MD 시스템을 설치하고자 한다면 국제적 비난으로는 막을 수 없다. 차라리 비슷하게라도 울며겨자 먹기식으로 따라가는 수 밖에 없었다.

곧 유럽을 비롯한 각국에서 MD 시스템 우주 시설 도입을 위한 예산안이 속속 통과되었고 이는 미국 방산 업체들이 원한 상황이었다. 아무래도 로비력과 그동안 쌓아온 MD 시스템의 노하우에서 그들을 따라가는 업체들은 없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MD 시스템을 팔아먹을 시장을 형성해 미국 방산 업체들에게 체면 치레를 한 미 정부는 강현이 아폴로티움에 설치될 MD 시스템에 동참해 주기를 은근히 바랬지만 그의 태도는 확고했다.

적어도 미사일은 안된다. 우주 공간이 초고속으로 날아다니는 파편들로 가득차면 우주 진출에 애로사항이 꽃핀다.

대신 강현은 이 파편들을 제거할 기술을 제공했다.

능동형 반투막을 연구하면서 물분자 수송 단백질을 고정할 플라스틱을 만들다가 얻은 부산물이 바로 그것이다.

IAPP-2라고 명명된 이 단백질 사슬과 기존 유기화학 고분자 사슬의 결합체는 그 이름에 걸맞게 강현이 만든 IAPP(충격 완충 단백질 플라스틱)과 비슷한 특성을 가지고 있지만 우주 공간의 매우 낮은 온도에서도 작동한다는 특성이 있었다.

또한 점탄성 액체 상태인 IAPP와 달리 낮은 온도의 고체 상태에서 순간적으로 받는 충격에 즉시 점탄성의 특성을 가진다는 점이 우주 파편 포획에 매우 유리한 특성을 가질 수 있었다. 고체 상태라 트리플론에 달아서 여기저기 이동하기도 편하고 날아와 부딪혀 오는 파편의 운동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흡수할 수 있었다.

물론 그만큼 낮은 온도에서 고체가 되기 때문에 지구의 그늘에서만 제대로 작동한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보완책은 많았다.

아직 위험할 만큼 우주 파편이 많지는 않지만 혹시 사고나 우주 전쟁이 벌어진다면 우주 공간을 청소하는데 이보다 좋은 방법은 찾기 힘들었다.

혹여나 전자석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고는 하지만 단순히 장(場)이 가해지는 건 역학적 에너지의 변화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 타이밍에 맞추어 반발력이나 인력이 작용하도록 해야만 파편의 운동 에너지를 감소 시킬 수 있고 그런 식으로 장치를 구성하는 건 번거롭기 때문에 차라리 전자석으로 IAPP-2에 부딪히도록 자성을 띈 파편을 유도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었다.

자기장만으로는 운동 에너지를 흡수하거나 감쇠하는데 방향적인 제약도 있기 때문이다.(자기장으로 들어오는 파편은 가속시키고 자기장에서 나가는 파편만 감속시킨다.)이렇게 세계 정부의 여론을 무마한 미국은 자국 국민들에게 들키지 않도록 조용 조용하게 MD 시스템을 설치하기 위해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소수의 미국인들은 아폴로티움에 MD 시스템이 설치되는 것에 우려를 나타냈지만 그들의 의견은 여론화되지 않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주류 언론이란 곧 자본에 의해서 휘둘리기 때문에 막대한 이권이 생길 MD 시스템 사업에 차질이 생길만한 일은 그런 자본의 흐름과 논리에 의해서 막혔고 여론화 되는 일 역시 마찬가지였다. 다만 이 일에는 펜타곤보다는 이해 관계가 얽힌 사업가들과 자본가들이 주로 나서서 펜타곤의 번거로운 일을 덜어주었다.

덕분에 인력 자원에 여유가 생긴 펜타곤은 MD 프로젝트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는데 미국 연구원 및 기술진들이 아폴로티움이 올라감과 동시에 MD 시스템의 설치를 진행하기 위해서 서둘러 보잉사 같은 항공기 제작 기업에 플라즈마 엔진의 개량을 의뢰하고 외기권을 자유자재로 오갈 수 있거나 하다 못해 열권에 있는 국제 우주 공항을 이용한 외기권 운송 기술을 요구했다.

이공계가 갈려나갈 주문이지만 사업 의뢰를 받은 기업들을 하나 같이 열광하며 펜타곤의 사업을 받았다. 국제 MD 시스템 수요는 물론 대규모 우주항공 기술 국책 사업에 미국의 증시가 올라가며 활발해졌다.

자본주의는 필연적으로 과잉 생산을 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 시장이 계속 커지지 않으면 공황이 온다. 하지만 일단 그 과잉 생산을 흡수할 수 있는 시장이 생기면 부작용 없이 계속 자본이 돌면서 선순환이 가속되는데 바로 우주 진출 사업이 그동안 축적되기만 하던 자본을 시장에 나오도록 만들었다.

국가의 입장에서는 정치 군사적인 입장에서 필수나 다름 없었고, 비주류 자본 세력의 입장에서는 주류 자본이 장악한 시장을 빼앗는 가망 없는 일에 돈을 쓰는 것보다 매력적인 투자처였다. 주류 자본들은 비록 보수적이지만 새로운 시장과 우주의 잠재적 가치를 봤을 때 투자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렇게 우주로 향한 자본의 치킨 레이스에 불이 붙으며 유럽과 동아시아 우주 도시의 완공도 빨라지기 시작했다. 덕분에 RP의 가격도 올라갔고 들어가는 달러의 가치도 상승했다. 환율이 증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각국 정부는 발 빠르게 RP 시스템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RP 시스템의 도입은 사실상 제현 투자 회사가 설립한 주 카낙 사(社)의 자국 법인을 만드는 것이었다. 이로서 RP를 달러가 아니라도 자국 화폐로도 구입할 수 있게 되었고 기축 통화인 미국 달러의 가치가 급등하는 것을 막았다.

그렇다고 자국 화폐를 찍어내 RP를 마구 사들일 수도 없는 것이 RP 시스템을 관장하는 인공지능 카낙에 의해 상대적으로 가치가 낮아진다. 그렇게 되면 상대적으로 가치가 높아진 타국이 다시 RP를 마구 사들일 수 있게 된다.(RP가 환율의 급격한 변동의 완충작용을 하는 원리다.)무엇보다도 대량의 자국 화폐를 확보한 카낙 사(社)가 이 화폐를 이용해 인플레이션 등을 일으킬 수도 있었고 자국의 새로운 기득권으로 올라설 수도 있기 때문에 무리한 방법으로 RP를 구매하는 건 망설여지는 선택이었다.

각국의 유력자들 중 제어할 수 없는 기득권의 탄생을 반기는 사람은 없었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게 되는 법.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은 만물에 적용되었다.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RP 시스템이 왜 국제 기구로서 창설되지 못했을까? 그건 이해 관계가 첨예하게 얽힌 국제 사회 때문이었다. 국가간 해묵은 역사적 문제와 현재 진행형인 갈등, 그리고 미래를 내다본 잠재적인 이해관계들이 RP 시스템이 국제 기구가 되는데 걸림돌이 되었다.

누가 RP 시스템을 관리할 것인가?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

막대한 이권이 얽혀있기 때문에 협상 만으로도 수 년이 걸릴 일이었는데 여기에 아폴로티움에 우주 인부가 실제로 올라가기 시작하면서 우주 도시를 만드는 국가들의 마음이 급해졌다. 일단 사기업 형태로라도 RP를 구입해서 빨리 우주에 진출해야 했다.

그것이 카낙 사(社)가 정식으로 출범하고 각국에 설립된 배경이었다.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었지만 카낙의 소유권이 미국인인 강현에게 있다는 점 때문에 정말로 RP 시스템이 국제 기구로 창설됐을 때가 문제였다. 강현 개인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일이기 때문에 마땅히 보상을 해주어야 한다. 보상을 해주지 않으면 미국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 작품 후기 ============================

글이 늘어지는 것 같습니다. 빨리 다음 일을 진행하고 싶군요. 그냥 시간을 훽하니 빨리 돌려버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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