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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군림자-188화 (188/241)

188화

그래서 그는 그 부분에 이러이러한 문제점이 있으니 수정을 해달라고 첨언하고 설계도를 다시 보냈다. NASA 와 시공사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과 똑같았다. 전체적인 디자인은 시공사에서 담당하고 기술적 가이드 라인은 NASA가 담당하는 것이다.

예술적 감각이라고는 기능미 이외에는 문외한인 강현이 아이들의 감성에 맞는 디자인을 할 수 없다는 점에서 그의 입맛에도 맞았다.

“그럼, 이건 이정도로 됐고, 우주 도시 건설 과정은 어떻게 되고 있어?”

[일단 인부들을 위한 주거지 조성은 완료 됐습니다. 이제 도로망 구성과 조명 시스템, 환기 시스템도 완료하면 기반 시설은 완료 됩니다.]

“그 뒤가 문제란 말이지..”

조명은 인간의 생활 주기에 밀접한 관련이 있다. 멜라토닌을 비롯한 생체 주기는 햇볕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이것을 인공적인 광선으로 해결하려고 하니 문제가 생기지 않을 수가 없다.

다른 곳은 몰라도 적어도 침실이나 집안, 공원에는 태양광 조명이 설치되어야 하는데 수요가 심상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거기에 도시 전체의 밝기도 문제다. 지금 상태는 그냥 밤과 마찬가지다 규칙적인 조명이 별처럼 반짝이고 있기는 하지만 건물이 지어지고 굴곡이 생기면 칠흙같이 어두운 장소가 생겨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대중의 심리는 매우 미묘한 요소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는다. 깨진 유리창 이론. 약간의 무질서가 더 큰 무질서를 가져온다는 이 이론은 실제로 적용되어 범죄율을 크게 낮추는 효과를 보였다.

그 정도로 예민한 대중인데 심리적으로 불안감을 주는 어둠이 여기저기에 있다면 좋은 영향을 주진 않을 것이다. 범죄도 주로 낮이 아니라 밤에 일어나지 않는가?

“조명에 돈 깨나 들여야 하겠어.”

아예 바닥을 발광 패널로 깔아버리면 어떨까? 투명한 강화 플라스틱으로 굳혀서 바닥에 깔아버리면 필요한 광량을 보충해 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으로 괜찮을까?

강현은 고개를 저었다. 뭔가 2% 부족했다. 처음에야 우주 도시라는 이름에 사람들은 별다른 불만을 품지 않겠지만 모든 것이 어머니 지구에 비하면 부족한 장소다. 단지 우주에서의 생존성을 보장해 주었을 뿐 사람이 살고 싶은 환경이라고 말하기는 힘든 장소였다.

풀밭은 태양광 조명을 이용하면 만들 수 있다. 강은 대신에 공원에 늪지를 조성하면 된다. 하지만 태양에 비견될 정도의 조명 시스템을 만드는 건 매우 힘들다.

강현은 이 사실을 머리에 새겨두었다. 이미 계획이 진행 되어 건설 물자를 비축 중인 우주 농장이나 차후의 우주 도시 설계의 개량에 고려되어야 할 사항으로 분류한 후 이레이 부장에게 연락을 했다.

지금 우주 도시에 적용될 조명 시스템을 이용해서 어떻게 사람들에게 쾌적한 환경을 마련해 줄 수 있는지 머리를 맡댄 결과 강현 혼자서는 힘들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조명은 기술이지만 그 조명을 사용하는 방법은 인문학의 영역에 있었던 것이다. 곧 NASA는 학자들의 네트워크를 이용해서 조명과 심리의 상관 관계를 연구하던, 혹은 그에 관한 논문을 낸 학자들과 디자인 계통에서 조명 쪽으로 이름난 사람들, 그리고 헐리우드나 방송계 쪽에서 조명 감독같이 조명에 박식한 사람들을 불러 모아 프로젝트 팀을 만들었다.

조명에 관한 걸 다시 남에게 떠넘긴 강현은 이제 환기 시스템으로 눈을 돌렸다. 산소의 생성과 이산화탄소의 소모는 태양광과 광합성 패널이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우주 도시 안의 대기가 쾌적할 것이냐는 다른 문제였다.

지구에서는 온갖 요소들이 대기를 정화한다. 숲, 바다, 대지, 초원. 그 중에 대기의 오염 요소를 급격히 떨어뜨리는 비는 아폴로티움에서 구현하기 불가능한 요소였다.

대도시를 능가하는 규모의 아폴로티움은 장차 사람들의 수가 많아질 수록 온갖 종류의 냄새가 퍼질 것이다. 사람의 체취는 기본이고 집에서 요리하는 냄새, 마당에서 바비큐 파티를 할 때 생기는 냄새 등등, 사람들에게 적응하라고 살라고 할 수도 있지만 바로 밑에 지구라는 경쟁 환경이 있다.

공기를 정화할 목적으로 숲과 늪을 만들기도 했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하지는 않았다. 좀 더 녹지화를 했으면 했는데 요즘 유행하는 도시 농장이 머리에 떠올랐다.

각 주택의 지붕을 밭이나 정원으로 만들면 어떨까? 태양광 조명이 당연하게 설치될 것이니 사람들의 쾌적도도 올라갈 수 있었다.

“아.. 귀찮아.”

강현은 세세한 것까지 모두 신경을 쓰려니 짜증이 났다. 그냥 환경만 조성해 두면 잘 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다. 잡초가 무성한 황무지가 되느냐, 아니면 울창한 녹음이 어우러진 풍요로운 환경이 되느냐가 관심을 얼마나 두느냐에 의해 갈린다.

물론 우주라는 이점 때문에 미국이 아폴로티움을 포기할 일은 없다. 하지만 정부에 맡겨만 두면 각종 예산 문제와 이해관계 때문에 아폴로티움이 사람이 살고 싶은 아름답고 풍요로운 도시가 되는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아니면 아예 안 될 수도 있었다. 단순히 전략적 우주 요새로 전락할 수도 있었다.

강현은 시뮬레이션을 통해서 인구와 대기 환경, 그리고 냄새 농도의 상관관계를 조사하고 쾌적한 대기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녹지의 비율을 확인하고 만에 하나 녹지만으로 대기의 냄새를 제거하지 못할 때를 대비해 대기 조정 장치에 인공적인 환기 및 공기 정화 시스템을 추가했다. 대기 중의 공기를 포집해 액화하여 대기압을 조정하는 장치에 분별 증류를 적용, 냄새 입자를 농축해 따로 처리하는 장치를 추가한 것이다.

따로 환풍기가 필요하지는 않았다. 인공중력도 중력이라고 데워진 공기는 위로 향하고 차가워진 공기는 내려간다.

거기에 도시 엘리베이터가 위아래로 오르내리면서 받는 운동량 보존 법칙도 마찬가지로 이 공기 덩어리에 적용되니 공기 덩어리가 힘을 받게 되고 자연히 바람이 생성된다. 이 바람은 우주의 차가운 상태와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만드는 열량으로 인해서 끊임없이 생기기 때문에 따로 송풍 장치는 필요가 없었다.

바람이 불기 힘들 정도로 빽빽한 장소는 어쩔 수 없지만 대부분 1층에서 5층 사이 규모의 낮은 건물들이라 인공적인 대기 순환 장치는 따로 필요가 없을 정도였다.

“그 다음에는 교통 시설인가?”

[공공교통을 하실 겁니까?]

“무인 전기 자동차 택시를 먼저 도입할 생각이야. 개인용은 아직 무리고.”

개인용 전기 자동차를 제공하려면 자체적인 조립 공장이 필요했다. 나중에 일자리가 필요하면 만들 계획이 있지만 아직은 아니다.

대신에 무인 택시를 운영할 생각이다. 이미 안드로이드를 비롯해, 펜타봇, 트리플론 등 수많은 무인 로봇을 운영한 노하우가 있어서 어렵지 않은 일이다.

사람들은 어디서나 태블릿이나 스마트폰 등을 이용해서 가용 가능한 무인 택시를 호출해서 이동할 수 있다. 이용 요금은 무료로 할 수는 없어서 적정한 가격을 설정해야 하는데 강현에게는 무인 택시를 설계하는 것보다 이게 더 어려운 일이었다.

교통 비용은 도시의 생활과 문화상에 밀접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인데 영국의 모습을 봐도 알 수 있다. 지하철은 민영화한 이후 이윤에 눈이 먼 기업으로 인해서 지하철 요금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교통비에 대한 부담으로 영국의 직장인들의 자전거 이용율이 대폭 증가했다. 오죽했으면 지하철 민영화를 추진한 여성 총리의 사망에 영국 곳곳에서 ‘씨발년이 죽었다’며 축하파티를 했을까?

운동이 부족한 도시 사람들에게 강제로 자전거를 타게해 국력인 체력을 길러주겠다는 의도였다면 훌륭한 성공이지만 강현은 그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었다. 중량 밸런스를 위해 여러 기능이 일반적인 도시보다 넓게 퍼져있는 아폴로티움이다. 자전거만 타고 다니기에는 힘이 든다.

하지만 자전거도 의외로 나쁜 방법은 아니다. 전체적으로 굴곡이 없는 평평하고 매끄러운 지형이라 자전거 이용에 최적의 장소이기도 했다.

“자전거라.. 나쁘지 않은데?”

강현은 아마 가장 먼저 들어선 공산품 상업 가계는 옷가게 다음으로 자전거 가게가 될 것같다고 생각하면서 도로 구성을 위한 자문을 받았다.

도시 행정에 관련된 교수들과 화상 통화를 하면서 여러 조언을 받은 강현은 NASA와 함께 구획을 확정하고 도로 설계도를 보냈다. 사실 도로 설계도라고 해도 세라믹 타일을 조립하는 일에 불과했다.

조금 더 난이도가 있는 일은 도로 가에로 난 인도에 발광 패널을 까는 일이었다. 반사판과 LED로 만들어진 이 발광 패널은 도시 조명 시스템 중의 하나로 전문가들의 조언에 의해서 만든 것이다.

지구에서는 날씨 조건에 의해서 바닥에 조명을 깔기 힘들지만 날씨 자체가 없는 우주 도시에서는 가능하다. 은은하게 빛나는 길이 환상적인 미래 첨단 도시의 풍경을 보여줄 거라며 조감도로도 봤기 때문에 전격적으로 수용됐다.

곧 한 달 뒤에 본격적으로 NASA 연구진들이 우주로 향한다. 우주 천문을 연구하는데 우주 도시 만큼 좋은 곳도 없었다. 우주 개발의 전초지로서 이보더 적합한 장소는 없었다.

강현도 그때 올라가기로 했기 때문에 도시 내부 단장에 박차를 가했다. 아이들은 아마 학교가 지어지고 나서야 올라오기로 했다. 한동안 샐리와 같이 못자도 할 수 없다.

계획을 가속하기 위해서 지속적으로 사람을 고용했는데 당연히 한국에서였다. 이미 우주 도시에서 일하며 경험을 쌓은 선배들이 있기 때문에 이들을 중심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다시 짜서 교육 시간을 다시 짰다.

처음 시작할 때에는 문제는 만들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우주 도시 완공까지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철저하게 교육에 완벽을 기했지만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에 고용 후 우주에 투입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약 1달로 줄었다. 실제로 작업 현장에 투입하면서 피드백과 의견을 받아 쓸모 없는 교육을 대폭 줄였기 때문이다.

이렇게 계속 인력이 보급되자 우주에서 일하던 한국인들도 여유롭게 휴가를 받아 지구로 돌아갈 수 있었다.

“아들!”

인천 공항에 도착하자 미리 연락을 받고 나온 가족들이 백영길을 반갑게 맞이했다.

“어머니!”

“녀석. 애비는 보이지도 않니?”

“헤헤.”

“오빠. 나는?”

아버지, 어머니, 동생과 함께 외식을 하기 위해서 가는 길 동안 동생이 쫑알쫑알 물어댔다.

“우주 도시는 어때?”

“일단 신기해. 무진장 높이 뛰어진다? 한 5미터 정도?”

“어떻게?”

“지금 중력이 달 정도 밖에 안되서 그래. 뭐, 그것도 다음 달이면 다른 이야기가 되겠지만.”

“왜?”

“이제 슬슬 중력을 높이겠다고 했거든. 아마 지구 중력의 반 정도로 올린데. 그전에 무거운 자제들을 미리 운반해 놓느라 아주 힘들었어.”

“완전 노가다판 아니냐?”

운전대를 잡고 둘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아버지가 인상을 찡그리며 끼어들었다. 돈들여 대학까지 보내놓은 아들이 그런 천한 일을 한다는 게 영 마음에 안들었다.

“노가다라니요? 그리고 노가다면 또 어때요? 우주 도시에서 첨단 도시를 짓는 노가다 들어는 보셨어요?”

“크흠..”

백영길의 아버지는 할 말을 찾지 못해 헛기침을 내뿜으며 운전에 집중하는 척 했다. 어머니가 남편을 지원하기 위해서 백영길의 주의를 끌었다.

“그래서 나중에는 영주권 신청이 되니?”

“네. 이대로 한 4년 정도만 더 버티면 제2순위로 영주권 신청이 돼요. 다행이 건축학과 나와서 다시 관련 학과에 취업할 필요는 없어요. 하지만 영어는 계속 해야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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