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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군림자-184화 (184/241)

184화

그래서 샘성이나 NG, TK 등 여러 대기업에서도 부랴부랴 우주 시대라는 키워드에 자신들의 브랜드 이미지를 심기 위해 광고 공세에 나섰으나 이미 일만 여명의 우주 인부들을 고용하고 교육시켜 우주로 보내고 있는 제현 그룹에게서 우주 시대를 선도하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빼앗아 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렇다고 그들처럼 우주 인재를 양성하는 것도 무리다. 양성해서 뭘 어쩌자는 건가? 우주 인부가 필요한 우주 도시는 이제 겨우 한 곳 뿐이고 몇 년 뒤에나 유럽 연합과 동아시아 연합에서 시작한 우주 도시가 완공된다.

거기다가 동아시아 연합 우주 도시에는 한국의 지분이 없다. 중국, 러시아, 일본이 주축으로 한국의 가입을 철저하게 막았다.

군사 경제적 강대국인 그들에게 한국은 완충지대로서 어떤 힘도 없는 영원한 2류 국가로 남는 것이 이득이었다. 미국 아폴로티움에 일만의 한국인을 보낼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강현의 공이었던 것이다.

대기업들은 위기감을 느꼈다. 그리고는 서둘러 서로 협조해 항공사에 지분 투자를 시작했다. 플라즈마 제트 엔진을 이용한 우주 진출 기술만이 우주 시대의 후발 주자들이 선발 주자들을 따라잡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유럽도 이미 그러고 있지 않은가?

= = = = =

위이잉! 위이잉!

전통 모터 돌아가는 소리가 울렸다. 백영길의 손아귀에 잡힌 전통 모터가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나사를 돌렸다.

이번에 그가 하고 있는 일은 다세대 주택의 건설이었다. 차후 지구에서 올라와 연구 밑 기반 시설을 운영할 미국인 화이트 칼라들을 위한 임시 주거지였다. 최대한 빠르게 많은 인구를 수용할 시설에는 이만한 것도 없었다.

“이봐요! 백영길씨! 이게 맞는 거요?”

“그걸 왜 저한테 물어요? 건설 현장에 빠삭하신 분이..”

백영길이 비록 건축한 전공자라고 해도 몇 년 동안 현장에서 뛰었던 노동자보다 건설 실무에 있어서 밝을 리가 없었다.

“스크린 패널로 설계도를 보는 건 익숙하지 않더군요.”

하긴 몇 년 동안 현장에서 열심히 일만하다가 동료의 죽음에 노조를 만들려다가 쫓겨나버린 김학호가 언제 IT에 익숙해질 시간이 있었겠나? 그는 지구에서도 여전히 폴더폰을 사용하는 남자였다.

백영길은 스크린 패널을 조작했다. 그리고 푸른 청사진의 설계도의 일부를 드래그해서 영역을 지정하고 옆에 뜬 동그란 원에 손가락을 가져다 댔다.

영역 지정된 설계도 부분의 3D입체 설계가 그대로 드러나며 애니메이션으로 조립 방법이 재생되었다. 건설 쪽에 문외한 사람도 시간만 있으면 조립할 수 있을 정도로 친절하고 자세했다.

“아! 그렇게 보는 거였지?”

김학호는 머리를 긁적였다. 콘크리트와 철근으로 짓는 공사가 아니라서 전통적인(?) 공법에 익숙한 그는 자주 조립 순서를 까먹었다.

이렇게 친절할 정도로 조립 순서를 애니메이션 화해서 보여주는 전자 설계도가 아니었다면 꾀나 고생했을 것이다. 그는 화면을 보며 다시 조립 순서를 머리에 집어 넣고는 주위 동료들에게 지지 않게 빠르게 조립을 진행했다.

현재 지어지고 있는 다세대 주택은 고분자/세라믹 패널을 이용한 조립식 건축이었다. 핵심 지지 역할을 하는 뼈대도 철근은 최소 한도로 사용되었고 벽으로도 하중이 지탱되도록 설계되었다.

빈공간은 모두 발포 경화 플라스틱으로 꽉꽉 채웠다. 발포 경화 플라스틱은 거품의 크기가 마이크로 수준으로 매우 작아서 가볍고 단단했다.

이것이 사이에 채워진 세라믹 패널 벽은 사람이 거주할 수 있는 주택은 5층까지 지을 수 있을 정도로 매우 단단했으며 방음 능력도 매우 뛰어났다. 이 제품은 사생활 공간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미국 화이트 칼라들을 위해서 Line-X라는 기업이 개발한 플라스틱으로 이 회사의 자매품 중에는 달걀에 코팅해 1층 높이에서 떨어뜨려도 달걀이 깨어지지 않는 내충격 페인트도 있었다.

일하던 중에 식사 시간이 되자 모두 조심스럽게 테이블에 앉았다. 국은 팩에 들어있었고 건더기는 없었으며 빨대로 빨아 마시게 되어 있었다. 밥도 플라스틱 팩에 들어있었고 반찬도 마찬가지였다. 팩은 요철모양의 라인이 있어 반찬을 집지 않을 때에는 입구를 닫도록 되어 있었다.

모두들 희망에 차서 일을 하고 있지만 그래도 가장 불만과 불편이 없을 수는 없었다. 그 중에 가장 큰 불만은 바로 이 식사였다.

배급식이지만 따로 돈을 지불해서 양껏 먹을 수 있었다. 하지만 가정식이나 식당에서 한 요리만큼 맛있지는 않았다. 가끔 볶음밥이라고 잘게 썬 야채와 볶아서 냉동 건조 시킨 모양새가 나올 때에는 마치 군대에서나 먹던 전투 식량의 느낌 났다.

설거지할 필요가 없어 여성들에게는 신기하고 편리한 식사였지만 군필 남자들에게는 군대의 추억을 새록새록 피어나게 만드는 애증의 식사였다.

하지만 이런 식사 방식은 중력이 약해서 어쩔 수가 없는 것이었다. 식판에 배급을 하다가 누가 발디딤을 살짝만 강하게 해도 그릇에 든 음식물들이 하늘 높이 날아갈 것이다. 밥알이 비산하고 뜨거운 국물이 멀리 날아가 동료의 머리에 쏟아질 수도 있었다.

아니, 그전에 음식을 조리하는 것 자체가 문제였다. 기름은 튀어서 멀리 멀리 날아갈 것이고 볶고 지진다고 뒤섞을 때마다 음식재료가 여기저기에 날아다닐 것이다. 저중력 상태에서의 요리를 대량으로 할 수 있는 인재는 아직 지구상에서 발견되지 않았다.

“언제 중력을 올리지?”

그런 사정을 알고 있는 사람들 중 누군가가 한 숨처럼 말했다. 중력이 적어도 지구 중력의 3분의 2쯤되면 조리를 원활하게 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되면 편의점 레토르트식 같은 식사를 안 해도 된다.

“일단 기반 시설부터 다 확충하고 나야 중력을 늘린다는군.”

“하긴, 저중력 때문에 중장비가 필요 없으니까..”

저중력 덕분에 기중기나 리프트 카를 써야 나를 수 있는 물자를 사람의 손으로 나를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전기가 주요 에너지 원이 되기 때문에 전선 케이블의 무게가 만만하지 않았다. 지구였다면 전선 케이블을 한 아름 어깨에 짊어지고 이동할 순 없었을 것이다. 아마 자동차가 필요하지 않았을까?

“아참. 학교를 짓는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아, 그거? 미국이 아예 여기를 자신들의 영토로 확정 지을 셈인가봐. 가족 단위로 이주를 시킬 계획이라고 하더군. 아이들을 위해서 학교도 짓는 다던데?”

“어... 그거 한국인도 가능한가?”

이미 두 자녀를 둔 인부가 불쑥 불었다.

“아마 직원 복지처에서 관련된 지원을 해주는 걸로 아는데... 아마 학생 비자였나? 그거면 고등학생은 여기에 올 수 있을걸?”

비자가 만능은 아니다. 가장 일반적인 F-1 학생 비자를 받아도 여러 제약 조건이 있다.

가령 공립 초등학교(유치원부터 8학년까지)는 다닐 수가 없고 공립 고등학교(9학년부터 12학년까지)는 다닐 수는 있지만 고작 12개월만 다닐 수 있다. 즉, 비싼 사립 학교에 다니라는 말이다.

하긴 국비가 지원되는 공립 학교에 자국민이 아닌 외국인이 수업을 듣게 하는 건 세금을 내는 자국민에 대한 배신이다.

학교에 대해서 질문한 인부가 그 말을 듣고 실망했다. 딸 하나, 아들 하나. 둘 다 초등학생이다.

“에고.. 그럼 사립 학교가 지어지지 않으면 힘들겠네..”

“사립학교는 한동안 힘들걸요? 도시 자체가 엄격한 시설관리와 중량 준수를 요구하니까 무분별한 개발 건설을 막기 위해서 한동안은 강력하게 규제할걸요? 거기다 학생 수가 적을 수 밖에 없으니 사립학교가 들어오는 시기도 늦어질 거에요.”

백영길이 딴에 의견을 냈다. 모두가 납득할 정도의 논리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모두의 고개가 훽 돌아갈 정도의 폭탄 발언을 한 누군가가 있었다. 최선도였다.

“어? 내가 알기로는 강 박사님께서 출자한 사립학교가 준비중이라던데?’

“으잉? 아저씨가 그걸 어떻게 알아요?”

“여기도 인터넷이 되거든! 하루 하루가 힘들어도 뉴스는 보고 살아라.”

“헐. 대박. 아저씨 진짜 저보다 20년이나 나이 많은 거 맞아요?”

백영길은 IT 시대에 너무나 잘 적응한 중년 아저씨의 존재를 믿을 수가 없었다.

“아얏!”

“시답잖은 소리하지 말고 밥이나 먹어라.”

최선도는 백영길에게 꿀밤을 한 대 먹였다. 한 편, 그가 전해준 정보에 이야기를 나누던 인부들은 은근히 기대를 했다.

“오! 그럼 잘하면 우리 아이도 여기로 보낼 수 있겠는데?”

“등록금이 얼마냐에 따라서 다르지.”

“강 박사님은 세계에서 알아주는 부자이지 않은가? 여느 사립학교처럼 이윤을 창출하려고 비싸게 받지는 않겠지.”

두런 두런 타인이 이야기를 했지만 이미 자식들이 대학생인 최선도는 관심을 껐다. 그리고 팩 안에 든 밥알을 꾹꾹 숟가락에 눌르며 퍼담았다. 밥알이 흩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 널리 퍼진 요령이었다.

밥알을 입안에 넣고 우물거리며 빨대로 미소국을 빨아 밥알과 함께 섞으며 씹었다. 맛이 못 먹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최선도는 삼겹살과 소주가 무척이나 그리웠다.

가족도 그리웠다.

= = = = =

“그러니까 지금 우주로 올라가겠다는 거에요?”

샐리의 눈빛이 심상치 않았다. 강현은 담담하게 말했다.

“그래. 내가 책임자니까 내가 만든 결과물을 직접 눈으로 확인해야지.”

“그런데 왜 애들까지 데리고 올라가겠다는 거에요?”

샐리는 아이들을 명문 사립 학교에 입학시킬 생각이었다. 물론 문의를 받은 명문 사립 학교는 강현의 아이들이라는 말에 복잡한 서류 절차를 논 스톱으로 통과시켰다. 샐리는 그 중에 어떤 학교에 보내면 좋을지 고르는 재미를 만끽 중이었는데 별안간 남편이 초를 쳤다.

“거기가 안전하니까.”

“....”

샐리는 아무 말도 못했다. 강현은 돈이 많다. 정말로 천문학적으로 많다. 그런데 영향력은 있지만 실질적인 힘은 오직 돈 뿐이다. 아이들 주변을 경호원으로 떡칠한다고 해도 그에 의해서 손해를 본 사람들, 그가 일으키는 변화를 싫어하고 거부하는 사람들은 적지 않았다. 만에 하나 일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

그녀는 강현이 외로운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가족은 약점이나 마찬가지다. 누군가로부터의 악의에서 지키고 싶은 심정은 이해했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아폴로티움이죠?”

“거기서 내 눈을 피해서 도망칠 수 있는 사람은 없어.”

만에 하나 아이들이 납치된다고 해도 우주 도시를 빠져나갈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넓어서 도망갈 곳이 넘치는 지구에 비해서 우주 도시는 땅을 파고 숨을 수도 없을 정도다.

거기에 우주 도시 시설을 관리하기 위한 각종 센서와 아즈삭, 그리고 스페이스 넷의 능력이라면 사전에 아이들에게 뻗어올 손을 완벽하게 제지할 수 있었다.

거기에 테러와의 전쟁으로 발달한 미국의 출입국자 검문 시스템까지 고려하면 그의 아이들을 노릴 악의적인 범죄는 원천 차단할 수 있다. 실질적으로 아이들에게 해를 가하려면 우주 도시 자체를 날려버릴 정도가 아니면 안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말은 미국과 전쟁을 하자는 말이었고 K 시리즈에 이어 안드로이드 전투 로봇견을 도입한 미국과 전쟁을 벌이고 싶은 나라는 없었다

============================ 작품 후기 ============================

내일은 휴재하겠습니다. 글을 좀 정리해야겠습니다. 시놉시스도 정리해야 하구요. 그럼 월요일날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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