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4화
이 뿐만 아니다. 드래곤 V3 내부에 무게 추로 이루어진 밸런스 시스템도 균형을 잡는데 한 몫했다. 이런 균형은 드래곤 V3가 바퀴를 꺼내어 랜딩하기 위해서 필수적인 요소였다.
“정상 궤도에서 약 2 km 벗어나 있습니다. 바람의 변화 때문인 것 같습니다.”
“플라즈마 엔진 작동.”
패러 글라이더의 방법을 차용한 이점이 여기에서 나타났다. 비록 착륙 지점에서 조금 떨어진 곳으로 가더라도 동력 패러 글라이더처럼 플라즈마 엔진을 이용해 추진력을 받으면 충분히 정상 지점으로 복귀할 수도 있었다. 나중에 가변 날개형 스페이스 셔틀이 완성되면 아예 비행기로 사용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었다.
착륙 지점으로 미끄러지듯이 내려오는 드래곤 V3의 하부에 4개의 바퀴가 발을 내렸다. 그리고는 포장된 땅 바닥에 미끄러졌다
“착륙 성공.”
누군가 환호성을 질렀다. 환호성이 전염되듯이 관제소 안을 흔들었다 드래곤 V3의 성공은 사실상 최초의 무인 우주 왕복 기술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이는 우주 비행사의 필요성을 줄여 우주 여행을 대중화할 수 있었다.
거기에 매스 드라이버와 플라즈마 제트 엔진을 이용한 비용 절감 효과까지 곁들여지니 전세계 항공사들이 NASA의 문을 두드렸다.
‘플라즈마 제트 엔진 라이센스 좀 주세요.’
‘Shut up! And take my money!’
이제 항공의 시대는 저물기 시작했다. 우주 항공만이 살길이다. 앞으로 건설될 우주 도시와 우주를 넘나드는 비행만이 경쟁에서 앞설 수 있었다.
특히 대기권을 벗어나는 비행이 매력적이었다. 공기가 없기 때문에 초음속을 몇 십 배나 뛰어넘을 수 있는 속도로 날 수 있고 이는 LA에서 영국까지 고작 몇 시간만에 갈 수도 있었다. 항공사들이 유인용 매스 드라이버와 플라즈마 엔진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였다.
항공사들이 새로운 가능성에 흥분하는 동안 그와 다르게 석유 업계는 울쌍을 지었다. 만일 저 플라즈마 제트 엔진인가 뭐시긴가 하는 것이 항공사들에게 제공되면 매년 수천만 톤이 넘는 연료를 소비하던 시장이 문을 닫는다. 시장의 변화로 인해 다시 한 번 생존을 위해서 구조 조정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벌써부터 그런 예상을 한 투자자들로 인해 석유 업계 전반의 주가가 떨어지고 있었다. 유일하게 떨어지지 않는 분야는 석유를 이용해 공산품을 만드는 분야 뿐이었다. 연료로서 석유의 가치가 점차 떨어지고 있었다. 더 이상 석유는 패권의 지표가 아니었다.
플라즈마 제트 엔진의 라이센스 계약에 펜타곤 예산 관리처가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을 때쯤 강현의 통장도 과도한 숫자에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1차 계약금으로 순식간에 천 억 달러가 통장에 입금되자 미국 제현 투자회사의 CEO이자 강현의 재산관리인 역할도 하는 제이슨 킬덤이 달려왔다.
“천억 달러입니다! 박사님은 대단하시군요!”
“그냥 운이 좋은 것 뿐이에요.”
만일 그가 중세시대에 태어났다면 어떻게 됐을까? 아마 이단으로 낙인 찍혀 각종 고문을 받다가 죽었을 것이다. 사실 시대의 덕을 가장 많이 본 건 다름 아닌 강현이 아닐까?
킬덤은 겸손한 강현의 태도에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 것 같다. 고작 천 억 달러라는 돈은 강현에게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했다.
“요즘 사업을 잘되시죠?”
“너무 잘 돼서 큰일입니다.”
돈이 돈을 벌게 되어있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강현의 지원을 전폭적으로 받는 미국 제현 투자 회사를 무시할 수 있는 곳은 없었다. 그들은 사기업이지만 사실상 복지 재단으로서의 역할을 했다.
그렇기 때문에 인기가 대단했다. 회사의 지원을 받은 예술계, 스포츠계 인재들로 인해 회사의 인지도와 인기는 수직 상승을 그리고 있었고 정치계 인사들이 거의 매일 연락을 해서 귀찮을 정도였다. 제현 투자 회사만 등에 엎는다면 당선은 시간문제라고 생각될 정도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강현은 킬덤에게 정치권과 거리를 유지하도록 부탁했다. 정치는 사람의 이해관계에 가장 밀접하기에 자칫하다가는 시궁창에 빠질 수도 있었다. 유대 자본과의 일 역시 그런 맥락 중 하나였다.
“이번에 들어온 천 억 달러는 어떻게 할까요?”
제이슨 킬덤은 본론을 꺼냈다.
“흐음.. 국내 투자는 충분하죠?”
“물론입니다.”
“그럼 해외 투자는 어떨까요?”
“당연히 환영 받을 겁니다.”
“아프리카는 어때요?”
강현이 아프리카를 꺼내자 제이슨 킬덤의 얼굴에 곤란함이 퍼졌다.
“아프리카는 아직 투자를 할 만한 상황이 아닙니다.”
“다른 투자회사에서는 투자를 많이 하던데요?”
“그건 순전히 이득을 위해서죠. 치안이 많이 불안한 아프리카에서 이윤을 맞추기 위해서는 따로 용병회사와 계약도 해야 하고 때로는 남들이 보기에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착취를 해야합니다. 제대로 된 민주주의도 정착돼질 않아서 부정 부패가 만연하죠. 그런 조건에서 박사님의 투자금이 원하는 방향으로 쓰일지는...”
“흐음...”
“다른 회사처럼 운영하면 열악한 아프리카의 상황에서도 충분히 이윤을 뽑아낼 수 있겠지만 지역 사회와 상생하는 저희의 원칙에 맞지 않습니다.”
강현은 그런가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넓은 아프리카에 있는 무수히 많은 나라 중에 설마 투자할 만한 나라나 지역이 없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문득 한 사람이 생각났다.
“아! 제가 아는 사람 중에서 아프리카에 잘 아는 사람이 있는데 만나 보실래요?”
“누군가요?”
“마리아 헨델. 카길 회장의 딸이요.”
= = = = =
[아프리카에 약 천억 달러의 대규모 투자 계획!]
[주 목표는 사막화 방지와 주민들의 삶의 질 개선!]
사람들은 강현이 왜 그런 막대한 돈을 아프리카에 투자하는지 알 수 없었다. 차라리 한창 경제가 성장하고 있는 동남아시아에 투자하면 몇 배는 남겨먹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해 되지 않는 투자를 하루 이틀 했나? 저번처럼 아프리카를 이용해 대규모 실험을 하려고 하는가보다 생각할 뿐이었다.
그러나 그의 속내는 단순했다. 마리아에 가지고 있던 마음의 빚을 털어버리기 위해서였다.
가자 지구의 부탁을 들어주지 못한 것은 엄밀하게 그의 책임은 아니었지만 유대 자본과 부딪히면서 유대 민족을 둘로 분열 시켜버린 사실이 결합하자 남을 위해 눈물을 흘릴 줄 아는 마리아 같은 착한 유대인에게 피해를 입혔다는 도의적 책임감을 느낀 것이다.
물론 그 상황이 다시 벌어져도 동일한 선택을 하겠지만 그래도 조금은 미안했다.
조금 미안한 정도로 천억 달러의 투자는 좀 많은 듯 했지만 한국으로 돌아오라며 진상부리던 국회의원들에게 평가 금액 1조원 가량의 기술 특허를 던져준 경력이 있는 그에게는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었다.
게다가 천억 달러가 문젠가? 로열티로 기대되는 분기 수익이 약 백억 달러다. 3년 정도면 그만큼 또 벌어들인다는 뜻이다. 거기다가 추가 계약으로 들어올 계약금도 그 정도 될 예상이다.
그렇다고 그만한 돈을 투자하고 관리하는 시늉이라도 내지 않으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예를 들면 모럴 해저드 따위의 일이 벌어져 돈이 여기 저기에서 새어나갈 수 있었다.
그래서 적극적으로 관여하지는 않아도 사후 보고 쯤을 받아야 했다. 관심이 있는 ‘척’하는 것이다.
[박사님. 여기 투자 내역서입니다.]
“고생하셨어요.”
강현은 보고서를 제대로 보지도 않고 바로 승인했다. 어차피 아프리카에 대해서 자신이 아는 바는 인터넷이 발달한 대도시 정도다. 그 외에 발전이 미미한 외곽 지역의 경우에는 그곳의 사람들과 직접 연결되어 있는 마리아가 더 잘 안다. 그래서 자신이 이래라 저래라 하면 오히려 방해다.
아프리카 투자를 결정하고 난 후에 강현은 다시 우주 도시에 신경을 썼다. 일의 진척은 잘 되고 있는지, 문제는 없는지, 또 새롭게 생각난 좋은 아이디어는 없는지.
물론 신 통일장 이론에도 매일 일정 시간 할애했다. 남은 변수들을 이해하고 그 역할을 알아내기 위해서는 그에 관련된 영감이나 현상이 필요했다. 하지만 중력을 전자기력 및 약력에 연결시키기 위한 단서는 보이지 않았다. 전자기력이 중력에 간섭하는 현상이 있다면 쉽겠지만 그런 현상이 있다면 지금까지 인류가 발견하지 못했을리가 없다.
사고 실험도 쉽지 않다. 사고 실험을 하기 위해서는 중력이란게 무엇인지 깊이 이해해야하는데 인류는 아직 중력의 원인을 확실하게 규명하지 못하고 있었다. 기껏해야 중력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은 질량이 증가하면 중력도 증가하고 시공간을 휘게 만드는 힘이 있다는 것 정도다.
게다가 중력을 매개하는 중력자도 발견되지 않았다. 중력파 역시 검출하기에는 그 힘이 미약하다.
“중력이란 뭘까?”
강현이 요즘하는 고민은 바로 힉스 입자와 중력의 상관 관계였다. 강현이 힉스 제로 가설을 주장하고 그에 대한 증거로 개량된 EM 드라이버를 제시하자 물리학계에서는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 여러 수단을 동원했다.
신 통일장 이론의 공식으로 설명하면 수학적으로 설명은 가능하나 아직 완전하지 않아서 정설로 취급받지 못하고 있었다. 물론 ‘모든 것의 이론’에 가장 유력한 이론 중의 하나로 취급되고 있기는 하지만 모두 증명되지 않은 공식을 정설로 받아들일 만큼 학계라는 곳이 만만한 곳은 아니다.
고로 물리학자들은 강현의 힉스 제로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기존의 이론 중 전자기-약 작용 이론(와인버그-살람 모형)을 끌고 왔다.
현재 물리학계에서 추론하고 발견한 자연계를 구성하는 기본입자는 크게 두 개로 분류된다. 페르미온과 보손. 수학적으로 이 둘을 분류하는 정의는 있지만 간단히 설명을 하자면 페르미온은 물질 자체를 구성하는 쿼크나 전자 따위의 렙톤을 포함하고 보손은 힘을 매개하는 입자들 광자, W보손, Z 보손 등을 포함하고 있다.
가장 단순하게 이들의 관계를 표현하자면 물질적 주체인 페르미온들이 힘이나 에너지를 주고 받을 때 던지는 공이 바로 보손이다.(단, 힉스 입자 역시 보손이지만 예외적이다.) 그리고 와인버그-살람 모형, 혹은 전자기-약작용 이론은 전자기력을 매개하는 입자인 광자, 약력을 매개하는 입자인 W보손과 Z보손을(둘의 차이는 전하를 띄느냐의 여부뿐이다.) 한데 묶어 설명하려는 이론이다.
과학자들이 이 전자기-약작용 이론으로 힉스 제로 가설을 설명하기 위해 끌고 온 이유는 전자기-약작용 이론이 종류가 다른 두 개의 보손(광자와 W/Z 보손)을 연결시켰다는 점이다.
그래서 마찬가지로 보손인 힉스 입자와 연결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한 것이다. 물론 예전에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시도였다. 강력(중성자 양성자 등을 구성하는 쿼크에 작용하는 힘)을 매개하는 입자인 글루온도 같은 게이지 보손(힘을 매개하는 보손)이지만 통합 시키기 난해한데 아예 분류가 다른 힉스 입자(스칼라 보손)을 통합하는 건 너무나 앞으로 나간 일이었다.
하지만 힉스 제로 가설이 발표되며 상황이 바뀌었다. 스칼라 보손이라고 생각했던 힉스 입자가 국소적으로 백터가 될 수 있다는 말이 사실이라면 힉스 입자를 게이지 보손처럼 다룰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물론 정말로 할 수 있는지는 시간이 지나봐야 알겠지만 과학자들은 낙관했다. 전자를 매개로 전자기력이 힉스 입자의 대칭성을 깨어 백터로 바꾼 EM 드라이버라는 실제 예가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다음은 우주 도시의 진척 상황이지?”
[화면을 띄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