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2화
<17-형성>
매우 다양한 방법들이고 분석 대상에 손상을 주지 않는 방법이지만 역시나 기술적인 한계가 존재했다.
대표적으로는 분석 대상의 화학적인 특성을 알아내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그나마 가능성이 있는 것은 X 선을 이용한 분석뿐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그런 것도 실험실에서 준비한 시료를 분석하는 용도로나 사용할 수 있을 뿐 강현이 원하는 것처럼 여행하기 위해 오가는 사람들과 화물을 분석하기에는 터무니 없었다.
X 레이 투과 장치가 있기는 하지만 그건 물체의 형상만을 확인할 수 있을 뿐 화학적으로 어떤 물질인지 확인하기가 불가능했다. X 레이 회절 실험을 할 수 있는 환경도 아니지 않은가?
X 레이가 물질에 흡수되었다가 방사되는 과정에서 나오는 파장의 변화에 스펙트럼 분석을 적용하면 어떤 물질인지 예측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방법은 잡음이 많이 끼고 오류가 많다. 복잡한 구조의 물건인 경우 회절에 의한 간섭, 연계적 작용에 의한 오차 역시 존재했다.
“X 레이가 가장 편한 방법이기는 한데... 역시 방사능이 문제란 말이지..”
X 레이를 만들어 내는데 방사능 물질은 필요없다. 그저 일정 출력 이상으로 가속된 전자를 금속판에 때리기만하면 X 레이가 발산된다.
하지만 이런 X 레이 역시 위험한 방사능으로 분류되는 전리성 방사능처럼 원자를 이온화 시켜버려 화학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바로 유전자를 파괴해 암을 만들어 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X 레이 노출량은 의학적으로 제한되어 있다. 너무 과도한 X 레이 노출 역시 암을 발생시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하지만 각종 화학물질에 노출된 현대인의 생활 환경에 비교해서 더 위험한지는 미지수다.)즉, X 레이를 이용하는 방법은 심리적인 저항을 불러올 수 있다. 그렇다고 화물에만 사용하자니 항문이나 체내에 각종 마약을 숨겨 들어오는 범죄자들의 경우가 있어 그럴 수가 없었다. 폭약을 그런 식으로 들여오면 색출할 방법이 없다. 그러다가 구조적인 핵심 중추가 폭약에 파괴된다면 재앙이 일어날 수도 있다.
고로 강현은 인체의 위험물질을 탐색하는 방법을 포기할 수 없었다. 그래서 X 레이가 안 된다면 다른 방법을 사용하자고 생각했다.
“X 레이 말고 다른 건?”
[중성미자를 이용한 방법이 있습니다만..]
“좀 어렵겠는데?”
강현이 개발한 중성미자 발산 기술은 레이저 및 전자기력의 출력을 통해 방출되는 중성미자의 에너지를 조절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즉, 중성미자의 출력 조절로 다양한 원자에 간섭을 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그러나 빛으로 통신을 할 수 있다고 그 빛을 이용해 물질을 분석하는 것은 완전히 난이도가 틀린 것이다.
예를 들자면 중성미자를 이용한 통신 기술이나 반감기 가속 기술은 주도권이 이쪽에 있는 자기 PR 적인 기술이다. 내가 중성미자를 뿜어내니 너는 영향을 받아라 정도되는 느낌이라면 중성미자를 이용한 물질 분석은 내가 중성미자를 쏘아내 줄테니 제발 반응해 주세요 정도의 느낌이라고 할 수 있었다.
출력의 조절이 중요한가? 아니면 출력의 조절과 객체의 반응을 검출하는 것 또한 중요한가가 바로 센서 및 탐지 기술이 어려운 이유였다.
“중성미자로 과연 내가 원하는 물질 분석 레이더를 만들 수 있을까?”
강현의 직감은 이 기술의 개발을 시작하면서 끊임없이 경고를 보내왔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난관이 앞에 널려 있을 거라고 말이다. 반드시 후회한다고 말이다.
강현은 일단 자신의 직감을 믿지 않기로 했다. 고작 예리한 감만 믿고 도전을 포기하기에는 천재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일단 그는 레이더의 방식을 먼저 정해야 했다.
중력, 전자기력, 약력, 강력. 모든 것들은 상대적이며, 그렇기 때문에 서로 영향을 받는다. 지금까지의 분석 기술들이 주로 전자기력을 사용해 왔다면 중성미자를 이용한 물질 분석 레이더는 약력 및 강력을 이용한 전대미문의 분석 장치가 될 것이다.
하지만 그러기 위한 핵심 키가 보이지 않았다.
만일 시료가 중성미자와 상호작용을 한 그 다음에는? 그것이 원자핵과 상호작용을 했는지 아니면 전자와 상호작용을 했는지, 원자핵과 상호작용을 했다면 중성자랑 했는지 아니면 양성자랑 했는지, 전자와 상호작용을 했다면 어느 오비탈에 있는 전자와 상호작용을 했는지 복잡한 경우의 수를 생각해야 했다.
거기에 만일 상호작용을 했다면 그 상호작용으로 인해 생성된 물리화학적 변화를 어떻게 검출할 것인지가 또 문제였다. 중성미자로 인한 상호 작용이 온도로 표출이 될지, 아니면 빛으로 표출이 될지도 생각해야 했다.
“아아, 중성미자를 다룰 수 있다면 어떤 물질이든 분석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중성미자가 원자 단위에서 더 깊이 들어가 전자 및 핵자와 간섭할 수 있기에 생기는 문제였다. 이는 마치 지층에서 공룡 화석을 발굴하기 위해서 모래 입자를 마이크로 핀셋으로 하나 하나 집어내는 것과 같은 문제였다.
좀 더 중성미자보다는 스케일이 큰 입자가 필요했다. 딱 전자기파가 적당했는데 전자기파는 간섭도 당하기 쉽고 차폐 역시 가능하기 때문에 미흡한 점이 많았다. 시스템적인 보완을 계속한다면 상관없겠지만 강현은 그 정도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여겼다.
패러다임을 바꿔야한다. 강현의 직감은 계속 그렇게 알려오고 있었다.
강현은 이번에는 준입자에 눈을 돌렸다.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입자들. 이들은 그저 물질을 매질로 하여 에너지를 가진 파동에 가깝다. 종류도 그 매질의 종류에 따라 자유전자의 파동인 플라스몬, 원자핵의 격자 진동인 포논, 유전체 결정의 분극 현상이 파동처럼 나타난 폴라론, 반도체 내에서 들뜬 전자와 정공이 쌍으로 이루어 진행하는 엑시톤 등 다양하게 분류된다. 물론 예외적으로 매질에 상관없이 솔리톤으로 불리는 고립파도 있다.
양자 역학의 특징중 하나인 입자와 파동의 이중성은 파동으로 분류되는 것 역시 입자로 해석할 수 있기에 이들 준입자는 모두 입자처럼 다루어 질 수 있었다.
“아즈삭. 포논을 이용한 물질 분석은 어때?”
비파괴 검사 중 음향을 이용한 방법은 이미 있다. 그것을 컴퓨터 기술과 결함하면 어떻게 되지 않을까?
[음파의 파장은 기본적으로 매우 깁니다. 초음파라고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물질 분석 대상의 기계적인 구조, 배합에 따라서 오차가 커집니다. 예를 들어 커다랗고 무거운 상자 안에 실로 매달아 놓은 어떤 가벼운 물체가 있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포논은 결국에는 원자의 진동에 의해서 전달된다. 갑작스런 굴절률(매질 밀도)의 변화가 생기면 제대로 된 물질 분석은 어렵다.
만일 분석 대상이 샘플화 된 것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음파 진동을 이용해 탄성 계수를 계산하여 데이터 베이스에서 그에 맞는 물질을 찾으면 되기 때문이다. 이는 다시 말하면 결국 포논을 이용한 분석은 결국 실험실이나 제한된 조건에나 가능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포논 이외에 물질 분석에 쓸만한 준입자는 없었다. 매질의 종류에 따른 한계였다.
“하아..”
이야기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강현은 새롭게 탐지 시스템의 기반이 될 이론을 찾아야 했다.
전자기력도 한계가 있고, 약력과 강력은 너무나 미세했다. 그렇다면 우주에 남은 힘은 두가지, 중력과 암흑 에너지였다.
암흑 에너지는 그 존재가 예상되어질 뿐 설명과 추측을 위한 어떤 이론도 제시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결국 남은 건 중력 뿐이었다.
“여기에 손을 대야하다니..”
강현은 결국 중력파를 이용한 물질 분석 기술을 생각해 내는 수 밖에 없었다. 그건 중력파를 어떻게 일으킬지부터 머리가 아픈 이야기였다.
“아즈삭. 신 통일장 이론 변형 공식 EM-02번 출력.”
[명령을 수행합니다.]
강현의 눈 앞에 뜬 복잡한 공식. 바로 EM 드라이버의 원리라고 추측되는 힉스 제로 현상을 신 통일장 이론으로 설명하기 위한 파동 방정식이었다.
일반적인 선형 변수와 양자 상태를 기술하기 위한 비선형 변수의 복잡한 조잡으로 이루어진 공식은 EM 드라이버 출력의 원인이라고 할 수 있는 비탈면의 전자구름에 전자기장 축과 힉스 장 변수를 얽어놓았다. 힉스 장 변수는 원래 스칼라 값으로 방향성을 부여하지 않았지만 힉스 제로 현상의 발견으로 벡터값으로 변형시켰다.
이 힉스 장의 벡터값은 새롭게 개정되어 신 통일장 이론에서는 시간의 변화에 따라 무작위 방향으로 형성되도록 설정이 되었다. 즉, 원자나 입자는 가만히 있는 것 같지만 끊임없이 뉴턴 제 2 법칙을 붕괴시키고 있다는 의미. 다만 그것이 실현되지 않는 것은 힉스 입자의 무작위적인 운동으로 붕괴된 법칙의 방향성이 서로 상쇄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2차원 평면으로 옮겨지면서 상황이 변했다. 3차원 무작위 성이던 힉스 장 축이 2차원 평면 형태의 전자구름과 다양하게 입사하는 전자기파 조건에서 무작위 성에 경향이 생겼다.
이는 입자로 하는 설명, 힉스 입자의 빈 공간이 생겼다라고 설명하는 것과는 조금 달랐다. 파동으로 설명을 하면서 3차원 공간에서 2차원 공간으로 조건이 변하면서 물리법칙이 변했다고 설명하는 것이다.
차원의 변화를 통해 물리 법칙이 바뀌는 건 딱히 신기한 일이 아니다. 무한한 공간에서 앞으로 계속 나아가면 처음 있던 곳에서 멀어진다. 유한한 공간에서는 공간의 구조에 따라 끝에 다달하거나 아니면 아예 처음 시작한 곳에 다시 도착할 수도 있다. 뫼비우스의 띠에 선을 그리는 경우를 상상해 보면 이해할 수 있다.
강현의 초 시공간이라는 단위로 생각한다면 EM 드라이버의 챔버 내부, 그 중에서 원뿔대의 비탈면 안쪽이 특정 전자기파의 입사를 받게 되면 2차원 적으로 움직이는 불규칙한 전자의 물질파가 전자기력의 영향을 받게 된다. 이때 물질파의 속성을 결정짓는 힉스 입자가 작용하는 시간 간격이 있다면 이 시작동안, 일시적으로 물질파의 파장은 무한대가 된다. 물질파가 사라진 것이다.
그리고 다시 힉스 입자가 작용하기 위한 대기 시간 동안 물질파의 벡터 방향과 위상은 전자기파로 인해 바뀌어버린다. 그 비어버린 시간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바로 뉴턴 제2 법칙이 붕괴된 시간을 의미했다. 이것이 특정 각도를 이룬 2차원 평면에서 전자기파의 유도를 통해 전자들이 확률적으로 특정 방향에 대해 정렬된다. EM 드라이버에 출력이 생기는 순간이다.
이런 파동으로 하는 설명은 입자로 설명하는 것보다는 이해하기 어렵다. 하지만 실제적인 적용에 있어서 입자로 설명하는 것보다 좀 더 공학적으로 상황을 다룰 수 있었다. 힉스 입자를 일일이 집어내어 분류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그것을 파장으로, 또는 확률적으로 다룰 수 있는 강현의 신 통일장 이론이 각광받는 것은 당연했다.
물론 강현이 화면에 띄운 변형된 공식은 이미 논문으로 나와있는 상태. 하지만 원론인 신 통일장 이론의 개정판이 아직 나온 상황이 아닌데다가 스칼라인 힉스 장이 벡터 값 변수가 되어버리고 거기에 시간 변화에 따른 확율 방향이라는 조건이 추가되면서 더 머리 아픈 놈이 되려 연구자들의 골머리를 아프게 했다.
하지만 하지 않을 수도 없는 이유는 강현이 제안한 힉스 제로 가설이 정말이라면 이것이 반중력 기술의 시발점이기 때문이었다. 힉스 입자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론이 있으니 좀 더 발전된다면 매스 드라이버나 로켓 위로 우주에 나가지 않아도 된다. 우주에 식민지를 건설하기 위해서 우주 공장을 지을 필요도 없었다. 지상에서 건축물을 만들어 둥둥 띄어 궤도에 올리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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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없는 부분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