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과학의 군림자-171화 (171/241)

171화

“물론 사람이 모이면 경쟁이 없을 수는 없죠. 하지만 여러분은 과도한 경쟁이 얼마나 사람을 비참하게 만드는지 몸소 느낀 사람들입니다. 또한 경쟁을 위해서 스스로의 양심을 버리지는 않을 겁니다.”

백수지만 범죄 경력이나 그 비슷한 일이 전혀 없는 사람들. 힘들지만 범죄에 시선을 돌리지 않은 사람이라는 것 만으로 어느 정도의 신뢰성은 기대할 수 있었다.

하지만 경쟁이 없으면 사람의 활동에는 활력이 없다. 그래서 추가한 것이 소위 빨갱이라고 낙인 찍힌 사람들이다. 사회주의자, 전체적인 평등을 위해서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이들. 이들의 활동력이라면 경쟁에서 낙오되어 침울해진 이들에게 충분히 활력을 불어 넣어줄 수 있을 것이다. 어차피 그들 역시 한국 사회에서는 비주류인 이들이 아닌가?

“물론 양심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에 대비해서 인공지능을 도시 관리의 보조로 시스템을 구성해 놨습니다. 적어도 양심적으로 행동하는 이상 불이익은 없을 겁니다.”

인공지능이 관여하는 관리라.. 부작용은 없을까? 없을 수가 없다. 인간인 이상 스스로의 이득을 위해 시스템의 헛점을 노리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그에 대해서도 안정장치가 마련 되어 있었다. 바로 내부고발자들.

한국 사회의 분위기에서 내부고발자에 대한 개인에 대한 불익을 예상하면서도 결국에는 양심에 따라 행동하는 이들은 시스템의 헛점으로 이득을 보는 행위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교육의 내용은 한국 정부를 불쾌하게 만들었지만 그렇다고 한국 정부에 손해는 아니었다. 겨우 일 만명 정도야.. 거기에 기취업자들도 아니고 백수와 높으신 분들을 심기 불편하게 만든 이들이다. 그런 이들이 한국을 떠나 우주로 가버린다면 조금은 편하게 지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여 별 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아니 언론과 인터넷을 강력하게 통제해 이슈로 만들지 않기 위해 전력을 다하는 상황이라고나 할까?

나라의 흥망성쇠보다는 자신의 영달에 집중하는 이들에게 제현 그룹이 주장하는 우주 시대를 주도할 인재상 따위는 관심이 없었다. 오직 자신의 기득권이 유지될 것인가가 주 관심사였다.

식자들의 우려와 젊은이들이 동요를 막기 위해 그들은 열심히 언론플레이 중이었다.

강현이 잠깐 기분이 달아올라 던진 돌이 한국 사회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을 때 그는 한국에 대한 관심을 끊고 아즈삭과 연구 중이었다.

[박사님. 지금까지 박사님의 성향에 비교해서는 의외의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즈삭이 말했다.

“뭐가?”

[본래 인간을 불신하지 않으셨습니까?]

한국 제현 그룹이 우주 도시에서 일할 인부를 교육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우주 도시 운영의 윤곽은 지금까지 강현의 행동과 많이 달랐다. 시스템적인 오류와 불완전성으로 나타날 부작용을 기술적 보완이 아닌 인간의 특성으로 막는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불신한 건 대중이야. 인간 개개인에 대한 신뢰하고는 상관없어.”

[그들도 사람입니다.]

“주류에서 배척받은 사람들이지. 한국 사회에서 배척받은.. 그리고 그런 점 때문에 기회를 받은 이들이 과연 자신이 지금까지 살아왔던 삶의 방식을 바꿀까?”

강현은 한국에 기회를 준 것이 아니다. 한국 사회에서 낙오된 한국인에게 기회를 준 것 뿐이다.

[모순적입니다. 왜 인간은 군집을 이루어 생활하면서 개인적 특성을 버리지 못하는 걸까요?]

“그게 되면 이미 인간이 아니야. 그저 집단의 부속품에 불과하지.”

사회가 없는 인간이 인간이 아니듯이 개성이 없는 인간 역시 인간이 아니다. 개미같이 명령에만 복종하며 스스로의 목숨도 도외시하는 인간. 그들을 과연 인간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인간의 껍데기를 쓴 어떤 것이지 않을까?

[… 부작용은 없겠습니까?]

“글쎄.. 나도 미래를 예측하기는 어려워. 단지 씨앗을 뿌리는 거지. 그 씨앗이 어떤 형태로 자랄지는 사람들에게 맡기기로 했어.”

정체 모를 씨앗이 어떻게 싹을 틔우고 어떤 꽃을 피울지 기다리는 것도 꽤 재미있는 일이다.

반면에 미국에서는 미국 제현 그룹에서 사람을 모집하는 것을 저어했다. 최초의 우주 도시가 강현의 사유물이 될 가능성을 간과하지 않았다. 그래서 강현은 우주 도시에 기거할 사람을 뽑는 일을 정부에게 맡겼다. 백악관에서는 감사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미국 정부는 주로 고급 인력을 위주로 뽑았는데 단연코 연구자와 기술자의 비중이 컸다. 단순 노동은 한국 제현 그룹에서 뽑은 이들을 이용할 생각이었다. 그 정도는 강현이 가지고 있는 우주 도시의 지분을 생각할 때 충분히 양보할 수 있는 일이었다. 우주 도시를 관리하는 주축은 결국 고급 인력이 있는 미국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 편 다른 나라에서도 우주 도시의 설계를 빠르게 마무리 짓기 시작했다. 앞으로 몇 년안에 인류 최초의 우주 도시가 만들어질 모양이라 자신들도 서둘렀다.

그렇다고 RP의 가격이 치솟지는 않았다. 우주 도시를 설계할 역량이 되는 나라는 몇 되지 않는다. 게다가 빠른 우주 도시 건설을 위해서 유럽은 공동으로 기술 협력을 했고 러시아는 일본, 중국과 협력했다.

비록 각 나라는 자국에 1 개씩 우주 도시를 확보할 수는 없었지만 미국이 단독으로 우주를 확보하는 것보다는 우주 도시를 공유하더라도 우주 진출 시기를 비슷하게 맞추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보았다.

호주를 비롯한 아프리카와 남미, 아랍권과 제3세계는 각자의 이해 관계에 맞추어 협력할 상대를 찾기 시작했지만 기술적인 역량에서 너무나 떨어진 그들을 받아줄 우주 개발 선진국은 없었다.

비로서 기술의 중요함을 깨달은 이들 국가들은 기초 과학에 대대적인 투자를 시작했지만 그래도 선진국의 기술력을 따라가기에는 부족했다.

고로 조만간에 추가될 우주 도시는 겨우 2 개 뿐이라는 것이다. 그 정도라면 지속적인 지원과 공장을 확장하는 카낙의 생산력으로 충분히 대응할 수 있었다.

한편 NASA에서는 우주에 올려 보낼 인원들을 교육시키던 와중에 아이디어 하나를 얻었다. 기획부장 이레이는 이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고는 바로 강현에게 달려갔다.

한창 물질 분석 레이더의 이론 설계를 하고 있던 강현은 방해를 받아 기분이 좋지는 않았지만 이레이가 전해준 아이디어에 불쾌감이 싹 사라졌다.

“증강현실 기술 말씀인가요?”

“중력을 비롯한 방향감이 지구와 다른 우주 환경에서 인간의 5감을 보조할 새로운 정보 습득 수단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공허의 우주, 무중력에 뜬 사람은 일단 방향감을 상실한다. 어디가 어디인지 분간할 수가 없다. 그건 허허 벌판에 나침반 없이 떨어진 사람보다 더 앞이 깜깜한 경우다. 지형 지물을 보고 어디가 어디인지 판단하기에는 무중력 공간에서의 많은 경험과 훈련이 필요했다. 초보자가 별자리를 보고 방위를 확인하는 건 훨씬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만 여명이 넘어가는 인원에게 그런식으로 무중력 훈련을 시키면 출혈이 장난이 아니다. 우주 도시가 완성된 상태라면 몰라도 지금은 생각보다 큰 지출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증강현실 기술을 이용해 인간의 정보 습득 방식을 바꾼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증강 현실 기술이 적용된 우주복을 입은 사람은 특별한 훈련 없이도 목적지와 목적지로 향하는 길을 특정할 수 있게 된다. 마치 컴퓨터 게임처럼 말이다.

여기에 인공지능의 거대한 연산 능력을 이용한다면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었다. 만 여명의 인력을 효율적으로 다룰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음....”

강현은 생각에 잠겼다. 확실히 우주에서 인간의 생존성을 향상 시키면서 비용도 적게 드는 방법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가 증강 현실 기술에도 관여하기에는 물질 분석 레이더 개발의 난이도가 장난이 아니었다. 이는 EM 드라이버의 원리를 규명하는 것보다 더 어려웠다.

“그럼 자체적으로 진행하시다가 어려운 부분이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 아무래도 저도 지금 개발하던 것이 남아 있어서 시간을 내기 힘들어요.”

강현은 그렇게 말했다. 사실 증강현실 기술은 그리 새로운 것이 아니다. 전장에서 전술 전략적인 이점을 확보하고 병사의 생존성을 증가시키기 위해 필요한 정보를 전달하는 형태의 증강 현실 기술은 이미 완성단계에 와있다. 그것을 이용하면 민수용으로 개조하는 건 별다른 어려운 점이 없을 것이라고 보았다. 게다가 스마트 폰과 연동된 형태로 방문한 가게의 정보를 보여주는 증강 현실 기술은 이미 있지 않은가?

그리고 증강 현실 기술의 본질은 종합적인 기술력의 모음이다. 센서, 분석 장치, 정보 처리 기술을 통한 상황 모델링 및 통신 기술을 중심으로 인간의 지각을 확장시키기 위한 각종 수단을 총 망라한 것이 바로 증강 현실 기술이다. 강현 혼자서 하기에는 이거다라고 할 수 있는 방향성이 없었다. 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관점으로 여러 가능성을 모색해야 했다.

한편 강현의 대답을 들은 이레이는 강현이 개발하고 있다는 물품에 관심이 갔다.

“물질 분석 레이더 말씀이십니까?”

“우주 도시에 들어오는 모든 것들을 물질 단위로 분석하는 거죠. 어떤 위험물도 걸러내는 것을 목표로 개발중이에죠.”

“혹시.. 테러를 염두에 두시는 겁니까?”

“미국은 적이 많잖아요. 미친 광신도 새끼들이 무슨 짓을 할지 몰라요.”

강현은 기본적으로 종교를 싫어한다. 특히 신정 일치를 주장하는 이슬람은 더 싫어한다. 민주주의가 퍼진 사회에서는 자연히 다원주의도 인정되어 이슬람도 용인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나쁜 건 나쁜 것이다. 정치 하나만 해도 부패와 남용을 막기 위한 무수히 많은 견제 장치가 존재하는데 정치와 종교가 결합된 정치체제라니..

믿음을 강요하는 종교가 결합된 정치 체제는 합리성이 결여될 수 밖에 없다. 그런 경우에 일어나는 일들을 상상하면 끔찍하다. 고작 음악에 맞추어 춤추는 영상을 올렸다고 징역을 사는 곳이 이슬람 국가였다.

강현은 솔직히 말해서 그들이 싫다. 미국을 위협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의 광신적 태도와 시스템적인 모순이 싫었다.

이레이는 강현의 노골적인 말에 피식 웃었다. 비록 강현과 유대 자본의 일로 인해 이스라엘과 아랍 사이에서 중립을 지키게 된 미국이었지만 아직 아랍권 국가들과 사이가 좋지 않았다. 그래서 아랍 자본과 밀접한 관계를 맺은 강현이 다소 걱정됬는데 우려에 불과했나보다. 강현의 말은 아랍 자본과는 그저 전략적 제휴에 불과하다는 뜻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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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 분석 레이더. 강현이 요즘 집중하고 있는 물건 중의 하나다.

비파괴 검사라는 것이 있다. 말 그대로 대상을 쪼개거나 모양을 변형시키지 않고 상태를 파악하는 기술이다. 종류만 해도 액체침투법, 자기탐상법, 초음파검사법, 음향방사법, 음향충격법, 방사선투과법, 와전류탐상법, 열탐상법, 홀로그래피(출처: 위키백과) 등 엄청나게 다양한 방법들이 있다.

기술적 방법론으로 들어가면 크게 직접적인 방법, 전자기파, 포논(격자 진동 ; 음파, 초음파, 열운동)을 사용하는 세 가지로 분류될 수 있다. 액체 침투법과 자기탐상법 같은 경우 직접 표면의 결함을 파고드는 입자나 형광 물질 따위로 확인하는 방법이고 그 외의 방법은 재료가 전자기파(전자기력)에 의해 받는 영향을 분석하거나 재료 자체의 원자 구조가 외부에서 가하는 물리적 에너지에 의해 간섭되는 반응이나 사용시에 받는 피로가 자체적인 변형을 만들 때 확인, 분석 하는 방법이다.

============================ 작품 후기 ============================

글이 또 막혔습니다. 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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