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2화
일반적인 제트 엔진은 엔진 내부의 터빈 날과 후방에 달린 노즐로 흡입하는 공기의 양을 조절하고 플라즈마 제트 엔진 역시 그러했다.
아무래도 이륙하기 위해 엔진을 가동할 때에는 공기를 대량으로 흡입할 필요가 있었다. 물론 이륙한 후에 플라즈마 엔진이 본격적으로 제기능을 하게 되면 일반적인 제트 엔진처럼 터빈 날개가 필요가 없다. 공기를 압축하고 연소시켜 팽창 후 분출시키는 것이 아니라 전기적으로 분사해 추진력을 얻기 때문이다.
그래서 플라즈마 제트 엔진에 있어 터빈 날개의 존재는 계륵과도 같은 것이다. 터빈 날개가 없다면 좀 더 가볍게 소음을 줄이며 날아갈 수 있지만 이륙과 착륙 시에 필요한 공기 흡입이 어려워진다. 터빈 날개 없이 충분히 공기를 흡입하기 위해서는 엔진 내부의 압력이 감소해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플라즈마화된 기체를 강력하게 뒤로 배출해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일시적으로 진공이 생기고 대기앞에 의해서 공기가 뒤로 빨려 들어올 것이다.
문제는 그러기 위해서 플라즈마 엔진의 유체 역학적 시스템에 걸리적거리지 않게 플라즈마 생성 챔버를 구성해야 한다는 점이다.
원통형은 안된다. 그렇다고 원뿔형도 안된다. 유속과 갑작스런 압력의 변화는 엔진 내부에 난류를 만들게 되는데 앞의 두 가지 형태는 이를 해소할 수 있는 형태가 아니었다. 강현은 복잡한 수식을 이용해 완만한 곡선의 가느다란 깔때기 형태가 가장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발견하고 거기에서 다시 내부에 완만한 나선형의 굴곡을 새겨 나선형 기류가 배출되도록 했다.
태풍, 목성의 눈, 토성의 눈, 소용돌이, 토네이도 현상 등 무질서한 고에너지의 흐름이 배출될 때 주로 나선형을 그리게 되므로 이에 착안해 엔진 내부에 남아있는 플라즈마의 난류의 에너지를 나선형으로 배출하도록 고려한 것이다. 물론 시뮬레이션 결과는 4% 효율 증가로 훌륭한 아이디어임을 입증했다.
이제 남은 난관은 얼마나 빠르게 플라즈마를 만들고 얼마나 강력하게 이 만들어진 플라즈마를 쏘아내느냐가 관건이었다.
솔직히 후자 쪽은 매스 드라이버의 고출력 전기 계통 기술 덕분에 개발 시간이 많이 줄었지만 전자 쪽이 무척이나 어려웠다. 대기압 조건에서 어떻게 플라즈마를 대량 생성할 수 있는가가 문제였다.
플라즈마란 간단히 말해서 원자핵과 전자가 분리된 상황이다. 전자는 본래의 궤도(오비탈)을 돌아다니지 않고 원자핵은 이온 상태로 존재하는 것인데 주로 온도가 매우 높거나, 저압 상태에서 전기장을 가했을 때 일어나기도 한다. 물론 방전 현상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지속적인 플라즈마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무척이나 어렵다. 열역학적으로 플라즈마 상태는 매우 높은 에너지 상태를 요구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매우 높은 온도가 필요하다. 방전이나 저압 상태에서 고전압을 가하는 방식은 일시적으로 국소 지역에 플라즈마를 생성하는 것 뿐이다.
“대기압 하에서 플라즈마의 대량 생성이라..”
가장 유력한 방법은 역시 방전 밖에는 답이 없다. 코로나 방전이라고 공기중 방전에 필요한 전압보다 낮은 전압이 걸린 전극 주위에 플라즈마가 생성되는 현상이 있기는 하지만 이런 현상이 전극 표면에 일어난다는 점이 문제였다. 강한 출력을 얻기 위해서는 되도록 많은 양의 플라즈마가 생성되어야 하는데다가 전극의 표면적을 충분히 넓히려고 하면 공기의 흐름을 원활히 하는 설계를 무너뜨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방전은 곧 공기중에 전류가 흐르는 통로를 만드는 것으로 기체 분자가 이온과 전자로 유리되어 플라즈마가 된다. 비록 그 상태가 유지되지 않고 순식간에 사라지지만 전극에 붙지 않은 플라즈마를 대량으로 얻을 수 있다.
어차피 고온으로 올려 플라즈마를 만드는 것은 핵융합 발전에서나 고려할 만한 사항이고 또한 전기장으로 대전된 입자를 뒤로 밀어내 생기는 작용 반작용이 추진력의 근원이기에 순간적으로 사라지는 플라즈마라도 상관없었다. 플라즈마가 생긴 그 순간에 강력한 전기장을 가할 수만 있다면 정전기적인 인력 혹은 반발력으로 인해 작용 반작용이 일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대량 방전이면 역시 테슬라 코일이지.”
테슬라 코일의 원리는 스파크 갭에서 일어나는 스파크가 고주파 전기신호를 만들고 이것이 변압기를 통해서 고주파 고전압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물론 이것이 초기형태고 컴퓨터 기술의 발달로 기가헤르츠를 만드는 전기 회로 기술을 응용해 스파크 갭 없이 테슬라 코일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강현은 여기에 생성된 플라즈마를 뒤로 잡아당길 전극 회로를 연결해 방전이 일어나는 순간 전기장이 걸리도록 고안했다. 공에 고무줄을 매달아 획 잡아 당기고 적절할 때에 고무줄을 끊어야 공이 뒤로 날아가는 것과 같은 원리다. 그렇지 않으면 추진력이 발생하기 어렵다.
물론 정전기적인 인력이 작용하는 가운데 플라즈마가 다시 중성화 될 가능성이 있지만 출력을 높이기 위해서 어렵지 않은 노력을 기울이는 건 당연했다.
그리하여 마침내 플라즈마 제트 엔진의 시제품이 완성되었다. 플라즈마는 강력한 산화력을 가지고 있기에 엔진 내부는 산화를 막기 위해 사파이어(Al2O3; 산화 알루미늄의 결정) 코팅을 했다. 녹는점이 무려 2000도씨나 되기 때문에 지속적인 방전으로 인한 고열도 충분히 견딜 수 있었다.
플라즈마를 가속시켜 배출하기 위한 전극은 방전 챔버의 뒤쪽에 원형의 고리로 사파이어 코팅 밑에 얕게 파묻혀 있었는데 역시나 산화를 막고 내구성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플라즈마를 만들기 위한 전극은 그러지 못했다. 방전을 위해서 전도성 물질이 공기중에 나와있어야 했다.
하지만 방전이 직접적으로 일어나는 곳인 만큼 막대한 열이 발생하기 때문에 녹는점이 3000천도가 넘는 텅스텐을 베이스로 한 합금을 전극으로 사용했다. 물론 이 전극은 공기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도록 벽에 바싹 달라붙게 설계되어 있었다.
개조형 프로토 타입이 완성되었다는 소식이 들리자마자 할렌이 비행기를 타고 냉큼 날아왔다.
“이건가요?”
“네.”
“그런데 터빈 날개가 없네요.”
“터빈 날개가 필요한 건 그만큼 추진력을 못 얻어서잖아요.”
“그렇다면 출력을 획기적으로 상승시켰다는 말씀이군요. 기대가 됩니다.”
두 사람이 있던 곳은 예전에 강현이 인공 베타 붕괴 장치를 개발하던 장소로 엔진 실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는 곳이다.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 동안 강현이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은 NASA에서는 부랴부랴 로켓 엔진 개발부에서 테스트 담당 직원들을 파견해 엔진 출력을 테스트 할 수 있도록 플라즈마 제트 엔진을 설치하고 있었다.
할렌이 도착하기 전부터 작업을 하고 있었기에 그가 도착한 후 한 시간 쯤 지나자 테스트 준비가 완료되었다.
“그런데 엔진 외관이 상당히 깔끔하군요.”
“유체 시스템을 쓰지 않으니까요.”
일반적인 제트 엔진은 그 모양이 대단히 복잡하다. 연료주입 시스템을 위한 파이프, 펌프, 모터 등의 배치를 최적화 하려다보니 마치 인간의 심혈관계를 연상시킬 정도였다. 하지만 오직 전기적인 시스템으로만 구성된 플라즈마 엔진이 그렇게 복잡한 기계적 요소를 갖출 이유는 없었다.
“흐음. 그럼 수소를 추진체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말씀인가요?”
“생각해 보니까 딱히 필요가 없더라고요. 우주로 나가려면 수소같은 추진체를 도입해야 하겠지만요.”
“꼭 좀 추가해 주세요.”
할렌이 간절히 말했다. 공중과 우주를 오가는 전투기라니! 전략성이 극대화되는 것이 아닌가?
“그건 이번 실험 결과를 보고요.”
이미 플라즈마 제트 엔진의 기반은 구축해 두었다. 이번 실험 결과에서 나온 출력이 매스 드라이버와 혼용하여 우주선을 쏘아올릴 수 있다면 거기에서 손을 때기로 마음 먹었다. 할렌, 아마 펜타곤에서 원하는 대기권, 우주권 겸용 엔진을 만들기 위해 추진체 시스템을 도입하는 건 그다지 어렵지 않으니까 알아서들 잘 알거라고 믿었다. 강현에게는 이제 최대의 난제인 물질 분석 레이더라는 큰 과제가 남아있었기 때문에 더 이상 지엽적인 기술의 개발에 시간을 쓰기 싫었다.
“준비 완료 됐습니다!”
“수고하셨어요! 그럼 테스트를 시작합니다!”
저 밑에서 엔지니어가 준비가 완료되었다고 고함을 질렀다. 강현 역시 큰 소리로 답을 했다.
곧 실험장에서 사람들이 쭈욱 빠지고 가동이 시작되었다.
치지지직!
엔진 내부에서 방전 되는 소리가 나면서 엔진 후방으로 연하고 푸르스름한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온의 움직임과 중성화 과정에서 전자가 관련되어 생기는 발광 현상이었다.
먼지가 일면서 바람이 생겼다. 아즈삭은 엔진을 고정시킨 선반에 부착된 압력 센서에서 추진력을 측정하기 시작했다.
[5000lb, 7000lb, 10000lb, 12000lb. 출력 상승이 둔화됩니다.]
“공기를 흡입하지 못해서 그래. 팬을 가동해.”
강현의 지시에 커다란 선풍기가 엔진의 전면부로 바람이 세차게 가해졌다. 대기압만으로 공기를 허덕이며 흡입하던 엔진에 힘이 생기며 출력 상승이 더 커졌다.
[15000lb, 17000lb, 18000lb... 21300lb. 더 이상은 전기 계통에 무리입니다.]
“흐음. 괜찮군.”
“대박이다!”
강현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 결과에 고개를 끄덕였지만 할렌에게는 결과가 나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대박이었다.
무거운 터빈엔진에 비해서 강현이 개조한 플라즈마 제트 엔진은 단순하고 가볍고 작다. 그런데 추력이 무려 2만 파운드가 넘는다고 한다. 그렇다면 두 개를 합치면 4만 파운드, F-32의 엔진 추력이 약 4만 3천 파운드이니 엄청난 성능이었다. 물론 플라즈마 엔진 두 개의 무게가 터보 제트 엔진 하나보다 더 가벼울 것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게다가 강현이 개조한 플라즈마 제트 엔진은 꿈의 엔진이라고 불리는 스트림제트 방식(흡입, 연소, 배기가 초음속으로 일어나는 엔진. 초초음속 비행용 엔진. 아직 개발 단계다.)이나 마찬가지 아닌가? 실험실 선풍기의 미약한 바람 속도를 고려하면 초음속 비행에서 기존 제트 엔진을 뛰어넘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일단 엔진 자체가 공기 저항에 부딪히는 일이 줄어들지 않는가? 게다가 겨우 시제품이 이 정도라면 좀 더 개량하면 어떤 성능이 나올까? 차세대 전투기의 속도가 예상이 안된다.
더 대단한 것은 엔진 자체가 작기 때문에 무인 전투기에 응용한다면 그 동안 지지부진 했던 초음속 무인 전투기 개량에 어마어마한 영향을 끼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민간 비행기들의 크고 무거운 엔진들도 가볍고 출력 좋은 플라즈마 제트 엔진으로 죄다 교체될 것이다. 무거운 연료를 싣지 않는 것만해도 엄청난 연비 절약이다. 아마 비행기 만드는 회사들은 이 엔진을 사고 싶어서 돈을 바리바리 싸들고 오겠지.
“아! 강 박사님.”
“왜요?”
“지분관계는 어떻게 하실 건가요?”
“받을 만큼은 받아야죠.”
“흐음.. 본부에 말은 해놓겠습니다.”
강현이 추가한 것은 실질적으로 엔진의 유체공학적 디자인에 나선형 홈을 세기고 테슬라 코일을 응용한 전기 시스템을 디자인한 것 밖에는 없다. 물론 많은 시뮬레이션을 통해 방전시의 플라즈마와 실질적으로 플라즈마를 당겨 추력을 만드는 전극간의 싱크로를 맞추는 작업이 대단히 기술적으로 어려웠고 적절한 수치 데이터를 확정하는 작업이 시간을 많이 잡아 먹었지만 그 외의 기술 라이센스는 아무래도 펜타곤을 비롯해 연구에 참여한 업체들에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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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피아에서 약정을 바꾸었더군요. 정액제로 연재하는 작품은 문피아에 걸 수 없도록이요. 자유인은 약정 변경 전에 계약한 거라 지금처럼 진행됩니다. 차기작의 경우에는 고민이 되더군요. 정액제나 구입제는 다 장단점이 있어서요. 다독하는 사람들에게는 정액제가 알맞고 적게 좋은 작품만 골라보는 사람에게는 구입제가 알맞고.. 뭐, 그건 차기작을 시작할 때 고민할 생각입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좀 문피아에 불만이 있어요. 왜 정액제는 서비스를 안하는지.. 다음에 문의해보고 아예 북큐브로 바꿔탈 생각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