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과학의 군림자-158화 (158/241)

158화

매스 드라이버의 도움을 받아 중력을 탈출하기 위한 에너지 조력을 받기 위해서 날개는 없는 것이 좋다. 하지만 우주에서 지상으로 내려올 때 속도와 방향을 조절할 수 있는 날개는 반드시 필요했다. 로봇들을 우주로 쏘아 올릴 때 사용한 발사체처럼 날개를 내장형으로 만든다면 이 조건을 만족할 수 있었다.

그러나 매스 드라이버를 떠난 이후 충분한 추진력을 얻기 위해서는 작용과 반작용의 원리를 사용하는 수 밖에 없었다. EM 드라이버는 아쉽게도 중량당 출력이 너무나 약해 지구 중력을 벗어나기 힘들었다.

“작용과 반작용의 효과를 사용해야 되는데..”

추진체를 탑재하면 다시 매스 드라이버의 부담이 늘어난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그렇다고 매스 드라이버의 부담을 줄이거나 유지하게 되면 중력권을 돌파하기 위해 추진체의 양이 더 늘어나야하고 다시 매스 드라이버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악순환의 고리가 생겨버린다.

그렇다면 방법은 한가지 추진체가 없는 작용-반작용 효과를 개발해야 한다는 것. 강현은 문득 나사와 펜타곤에서 개발 중인 플라즈마 엔진을 떠올렸다.

전정기적인 인력과 반발력을 이용해 플라즈마를 더욱 빠른 속도로 뒤로 쏘아보내면 운동량 보존의 법칙에 의해 그냥 기체를 뒤로 분사하는 것보다 더 빠른 추진력을 얻을 수 있다.

이 방법의 강점은 같은 추진력을 얻기 위해 소모하는 추진체의 양이 적어진다는 점. 거기에 대기권이라면 이 방법은 더욱 유용했다.

제트 엔진의 원리는 차가운 공기를 연료와 섞어 고 에너지화 하여 뒤로 분사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대기의 공기를 엔진으로 빨아들여 플라즈마로 만들어 뒤로 분사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전지(電池)만으로 가는 초음속 비행기를 만들 수 있다는 말이다. 거기에 산소와의 연소 반응을 쓰지 않으니 산소가 없는 대기 조건을 가진 다른 행성(이산화탄소가 주를 이루는 화성. 질소와 메탄이 주를 이루는 토성의 위성인 타이탄 등)에서도 원활히 운항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하지만 역시 장점 만큼 단점도 컸는데 흡입된 기체를 빠르게 대량으로 플라즈마로 만들고 충분한 속도로 가속시켜 분사하는 장치를 소형화 시키는 것이 현재의 기술 수준으로는 무척이나 어렵다는 것이었다.

“흐음.. 방법이 없을까?”

[팬타곤과 접촉해 보시겠습니까?]

“그래야 겠지?”

아즈삭의 해킹으로 충분히 연구 자료를 빼올 수 있겠지만 아즈락이 두 눈 시퍼렇게 뜨고 경계하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었다.

그리고 왜 나사가 아니라 펜타곤이냐면 나사의 플라즈마 엔진은 장거리 우주 여행을 하기 위해 플라즈마용 연료(주로 핵물질)를 탑재하여 연비를 극한까지 올린 일종의 로켓 개념이고 펜타곤의 플라즈마 엔진은 전술, 전략적인 이유로 전기로 활동하는 초음속 전투기용 엔진을 상정하고 만든 일종의 제트 엔진의 개념에 해당했기 때문이다. 공기를 흡입해 연료와 섞어 연소한 수 고온의 가스를 배출하는 방법과 공기를 더 높은 에너지 상태인 플라즈마로 만들어 고속으로 배출하는 방법 사이에 원리의 차이는 없었다. 단지 기술의 차이만 있을 뿐이었다.

강현이 펜타곤에 연락을 하자마자 달려온 것은 바로 무기 개발부 소속으로 강현에게 K시리즈와 CNC 장갑으로 잠시 같이 일을 했던 할렌이었다.

“플라즈마 엔진을 개량해 보고 싶으시다고요?”

“우주에 사람을 올려보내려고 하면 필요할 것 같아서요.”

“하하하! 박사님께서 동참해 주신다면야 프로젝트는 이미 성공한 거나 다름 없죠.”

“글쎄요. 일단 자료를 봐야 성공할 수 있을지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할렌은 즉시 들고온 봉투 입구를 찢어 대용량 USB를 꺼냈다. 봉투에는 Top secret라고 도장이 찍혀있었다.

강현은 건네받은 USB를 컴퓨터에 꽂았다.

“아즈삭. 분석 시작해.”

[설계도를 바탕으로 3D 렌더링을 시작합니다. 구현 완료. 물리 엔진으로 시뮬레이션을 시작합니다. 실험 데이터와 비교, 오류 검정까지 약 한 시간이 예상됩니다.]

“이햐! 겨우 한 시간이라니! 역시 아즈삭은 대단하군요!”

할렌의 감탄에 강현의 입가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확실히 같은 이공계열이라서 칭찬 포인트가 어디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지구상에 있는 인공지능들 중의 가장 맏형이니까 이 정도는 할 수 있어야죠.”

“아닙니다. 거의 완벽한 연구 지원 인공지능이군요. 아리사도 한 번 봤는데 아즈삭에 비해서는 성능이 많이 떨어집니다. 펜타곤에 있는 연구용 인공지능은 아리사보다 더 못하고요.”

“결국 상호작용하는 시간이 문제죠. 그 아이들도 경험을 쌓으면 지금의 아즈삭 정도는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렇군요.”

“결국에는 연구를 주도하는 연구원과 피드백이 얼마나 잘 되느냐가 성장의 속도를 좌우합니다. 애정을 가지면 그 속도는 더욱 빨라지겠죠. 애정과 관심을 가지게 되면 대상에 대한 사람의 반응 속도가 빨라지니까요.”

“명심하겠습니다.”

두 사람은 한 시간 동안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주로 기술에 관련된 것이었는데 그중에는 우주 전함같은 것도 언급되었다. 아무래도 우주 세기를 앞두고 있는데다가 무기 개발부 소속 연구원인 할렌이다보니 우주용 무기 기술에 관심이 많았다.

“전략 핵무기 협정 때문에 우주 무기는 만들수 없을 텐데요.”

“그렇기는 합니다만 정치하는 인간들의 욕심은 알 수가 없으니까요. 어느날 극비 프로젝트로 떡 하니 안겨 줄 수도 있어요.”

“숨을 곳 하나없는 휑한 우주 공간에서 그런 무력 시설을 지으면 금방 들킬 텐데요.”

소행성대가 아니라면.. 강현은 몰래 지어지고 있는 통합 감시 정보체계의 존재를 떠올리고는 뒷말을 삼켰다.

“그렇긴 하죠. 하지만 강 박사님께서 본격적으로 우주 도시를 건설하게 되면 각 국에서도 우주 도시를 짓기 위해서 각종 자재를 우주에 올려보내는 등 우주 공간이 혼잡스럽게 될 겁니다. 그런 상황에서 작은 공격용 전략 위성을 마련할 수도 있어요.”

강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충분히 그럴 가능성이 있었다. 활동를 정지시키고 휴먼상태로 둔다면 조금 큰 우주 쓰레기 정도로 인식될 가능성도 있었다. 그러다가 만일의 상황에서는 갑자기 활동을 시작해 적국의 우주 시설물에 미사일 한 발 정도 먹일 수도 있으리라.. 그리고 무중력 공간에서 그런 공격은 대체로 치명타가 된다.

“그렇군요. 방비를 철저하게 해야겠군요.”

강현은 할렌의 견해에 완벽한 레이더 시스템을 인공위성에 추가하기로 마음 먹었다. 설마하고 인간의 악의를 간과했다가는 어떤 비극을 양산할 지 모른다. 우주 시대에 꿈과 희망을 가지고 있는 인간이 있는 반면에 우주 진출에 부정적인 인간도 있다. 한 명쯤 있다면 별문제 없겠지만 과연 그런 인간이 한 명 뿐인까? 인간은 생각보다 훨씬 보수적이다.

[시뮬레이션 완료, 오차 수정 완료.]

“어때? 최적화 설계를 할 수 있겠어?”

할렌이 넘겨준 자료의 플라즈마 제트 엔진의 크기는 여객선 제트 엔진만한 크기였다. 그러나 출력은 크기에 비해서 형평없었다. 차라리 프로펠러기가 더 출력이 높았다.

[제 능력으로는 부족합니다. 획기적인 개념의 도입이나 부품 재료에서부터 개량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할렌 씨,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습니다.”

“하하하! 여유롭게 연구하세요.”

‘그래봤자 일 이년 이내에 결과물이 나오겠지.’

할렌의 속마음은 그랬다. 천재가 목표를 정했으니 근 시일 내에 흡족한 결과가 나올 것이다. 언제나 그러지 않았는가? 게다가 오늘 새삼 본 아즈삭의 유연함과 능력을 확인하니 그런 속마음을 뒷받침할 근거까지 생겼다.

‘스스로의 능력을 재단해 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을 분류하고 필요한 요소를 추정까지 하다니!’

물론 그 추정이 맞는지는 개발자의 판단에 맡길 일이지만 답답하게 이건 이래서 안된다, 저건 저래서 안된다, 쓸만한 기술이 없다라는 말만 반복하며 딴지를 거는 데만 급급한 펜타곤의 개발용 인공지능에 비하면 천재나 마찬가지였다.

“그럼 꼭 좀 부탁드립니다.”

전기 에너지만으로 초음속 비행을 하는 전투기의 존재는 미 공군 전략을 뿌리째 바꿔버릴 수 있을 것이다. 무기를 좋아하는 할렌에게는 흥분되는 이야기였다. 인류 역사상 전술을 위해서 무기가 개발되는 경우와 무기에 맞추어 전술이 개발되는 경우 중 과연 어느 경우가 드물까? 영국의 롱보우, 화약, 총, 대포, 핵무기. 전략과 전술에 영향을 줄 정도의 무기 기술은 그 시대의 사회를 바꿔 놓는 위력이 있었다.

할렌은 이 플라즈마 제트 엔진으로 대기권을 오갈 수 있는 전투기가 개발되는 순간 우주의 패권은 이 플라즈마 제트 엔진을 가진 국가가 선점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 = = = =

“곤지곤지 잼잼!”

꺄~하!

준이 눈을 떴다. 똘망똘망한 검은 눈동자와 얼굴의 윤곽은 강현을 닮았지만 뚜렷한 이목구비에서 샐리의 존재를 느낄 수 있었다. 아기의 얼굴은 동서양의 미남 미녀가 결합했을 때 그렇듯이 양쪽의 매력을 동시에 가져 귀엽기 짝이 없었다.

강현은 아이의 눈을 내려다보면서 아이의 웃음소리에 시간가는 줄 몰랐다. 아즈삭이 일정이 밀리고 있다고 몇 번이나 호출을 했지만 알았다고 말만하고는 아이의 재롱에 흠뻑 빠져버렸다.

오죽하면 아즈삭이 샐리에게 부탁을 할 정도였을까? 샐리는 강현이 자식 사랑에 중요한 일을 망치기를 바라지 않았다. 과도한 사랑은 자신과 자식 모두를 망칠 수 있었다. 사람이 할 일은 하고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쩝.”

강현은 샐리가 등을 떠밀고 서재로 들여보내자 아쉬운 마음에 입맛을 다셨다. 아기라는 존재가 이렇게 귀여울 줄은 상상도 못했다.

[박사님. 일정이 많이 밀렸습니다. 우주 도시가 완공되는 시점에 맞추어 우주 여행 기술을 상용화 시켜야 합니다. 거기에 물질 분석 레이더의 개발을 위한 이론 연구 작업도 마무리해서 시제품을 만드셔야 하고 또 유니버셜 통합 감시 정보 체계의 진행을 관리 감독 하셔야 합니다.]

“아! 일이 너무 많아.”

강현은 후회했다. 왜 이렇게 일을 많이 벌리게 된 것일까?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면 이 일의 시작에 마리아 헨델이 있었다. 시오니스트 아버지를 둔 그 착한 아가씨가 가자 지구의 학살을 막아달라고 울면서 간청했고 때문에 헨델 회장과 약간의 설전을 벌였다.

그리고는 무슨 변덕에선지 자본주의를 몰락 시키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워버렸으니 지금 강현이 바쁜 일정에 치이는 이유는 모두 마리아 때문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강현은 남을 위해 눈물을 흘리는 그녀의 탓을 할 수 없었다. 대신에 화살을 이스라엘로 돌렸다.

‘망할 시오니스트들. 하여간 종교쟁이 놈들은 답이 없다니까.’

그는 그렇게 궁시렁대며 최우선 과제인 물질 분석 레이더의 개발을 위해 신 통일장 방정식의 변형형을 끄적이기 시작했다.

중성미자 등 약력을 기술하는 정수배형 변수들의 집합을 정리한 이후, 우주 개발을 위해서 중력에 관련된 변수를 찾는데 노력을 기울인 그는 힉스 입자와 관련이 있는 것 같은 변수를 추정할 수 있었다.

신의 입자라고 불리며 입자에 질량을 부여하는 이 힉스 입자의 작동원리를 과학자들은 이렇게 비유한다.

두 사람의 배우가 있다. 한 명은 유명 배우고 한 명은 무명 배우다. 이 둘이 팬 미팅 현장에 가니 팬들이 유명 배우에게 밀려 들었고 무명 배우에게 접근한 팬은 몇 명 없었다.

============================ 작품 후기 ============================

내일도 연참을 할거라는 기대는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저는 약한 글쟁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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