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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군림자-152화 (152/241)

152화

할 수만 있다면 로켓을 달아 패닉룸째로 안전한 장소로 탈출시키는 수단도 추가하고 싶었지만 탑승자가 될 아기와 샐리의 육체적 취약성 때문에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아무튼 강현은 저들이 무력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쓰지 않기 만을 바랬다. 그렇게 하면 자신이 어떻게 대응할지 스스로도 예상할 수 없었다.

= = = = =

“지금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 있습니까?!”

탈만 모건이 전화기에 대고 언성을 높였다.

그는 강현의 연구에 제도적인 감시를 붙이려고 일을 꾸미다 강현에게 걸려 실각한 J 모건과 친척이다. 같은 모건 가(家)의 일원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때까지만 해도 전혀 강현에게 유감이 없었다. 오히려 경쟁자를 한 명 떨어뜨려줘서 고맙다고 생각할 지경이었다. 모건 가를 손아귀에 쥐기 위해서는 많은 경쟁자들을 제쳐 능력을 증명해야 했기 때문이다.

모건 가의 시작은 1차 세계 대전 이후, 유럽에 퍼진 반 유대주의를 피해 미국으로 진출하려는 로스차일드 가문이 폰 피어폰 모건을 앞세우면서 시작되었다. 즉, 모건 가는 로스차일드가와 밀접한 연관이 있으며 때로는 피로 혈맹을 맺어왔다. 서양이라고 해도 상류층 사회에서 혼맥이 없지는 않다.

탈만 모건 역시 유대 자본과의 혼인 동맹으로 태어났고 어머니가 유대인이었기에 유대인으로 자라났다. 정말로 유대인으로 인정받으려면 유대인 어머니에게서 탈무드적으로 교육받아야 한다.

아무튼 탈만은 어엿한 유대인으로 인정을 받았고 그들의 인맥과 특유의 가정교육에 더해, 가격을 생각하지 않는 고등 교육으로 키워진 능력으로 연방준비은행의 위원 자리를 꿰어찼다. 이는 그에게는 매우 고무적인 일이었는데 자리가 만들어 낸 권력은 제외 하고서라도, 세계의 경제 흐름을 주무르는 자리에서의 경험은 세계의 흐름을 바라보는 식견을 훌륭하게 길러주었다.

그리고 그 식견으로 당금 일어나는 일의 추이를 살피니 즉시 대응하지 않으면 유대 자본이 더 이상 세계의 흐름을 주도할 수 없게 되는 상황인 것을 알게 되었다.

아니 오히려 더 큰 위기를 맞을 수도 있었다. 근대에 들어섰는데도 유대인에 대한 편견은 변하지 않았고 돈으로 돈버는 놈들, 헤지펀드로 회사 망치는 놈들 등 음모론을 포함해 더욱 음성적으로 숨어들어갔다.

물론 유대교의 선민사상이 그런 상황에 촉매 역할을 했지만 이미 호랑이 등에 탔으니 어쩔 수 없었다. 그런데 그 호랑이 등에 올라탈 힘이 상실된다? 유대인에 대한 우호적 여론을 형성할 수 없게 되면 힘이 없어지는 정도가 아니라 손목이 날라가는 것이다.

[우리도 적절하게 대응을,]

“그런 미적지근한 방법으로는 씨알도 안 먹힐 겁니다! 완전히 작정을 하고 들어왔어요!”

[그럼 어떻게 해야하나?]

“강 박사는 만나봤습니까?”

[만나는 봤네만..]

강현에게 찾아가 그동안의 실수를 사과도 했지만 강현이라고 뾰족한 수가 없었다. 자신이 터뜨린 폭발물의 폭발을 막아봤자 자신의 손만 날아간다. 지킬 것이 있는 강현이 스스로의 신뢰를 무너뜨려 사회적 장애인이 될 상황으로 스스로를 몰고 갈 리가 없었다.

“.... 정말로 이 일이 강 박사의 손에서 완전히 떠버린 겁니까?”

[스스로도 이미 굴러 내려가는 눈뭉치로 비유를 하더군. 그러면서 그동안의 업보(Karma)가 터져 나온 거라며 피해를 최소화할 생각을 하라더군.]

업보? 탈만은 이마를 짚었다. 업보라도 좋다. 그러나 패권은 놓을 수 없다. 그랬다가는 다시 유대인들에 대한 편견과 차별에서 유대인들을 지킬 수 없을 것이다.

“이스라엘을 버릴 생각은 없습니까?”

[가능하리라고 생각하는가?]

필요하다면 해야한다는 말이 목구멍으로 도로 들어갔다. 이스라엘을 포기하는 것이 미국내 유대 자본의 기득권을 지킬 가장 확실한 방법이건만 그런 담론을 공론화할 순 없었다. 그건 유대 민족의 급격한 분열을 가져올 것이다. 그건 곧 힘의 약화를 의미했다. 국가를 버리냐 마느냐로 분열하게 되버리면 통합에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지도 모른다.

유대인 지도부가 이스라엘을 채울 유대인 국민을 구하기 위해 나치의 유대인 학대에 동조하지 않았을까 생각될 정도로 유대인은 이해관계가 철저했다. 유대인의 미래를 위해서 이스라엘이 필요하다는 쪽과 오히려 이스라엘이 유대인의 미래를 해친다고 생각하는 쪽으로 갈리면 통합은 불가능하게 될지도 모른다.

“외통수군요.”

[방법을 찾아보게.]

“질 것이 뻔해보이는 체스판에서 지지 않는 방법이 뭔지 아십니까?”

[무언가?]

“판을 엎는 겁니다.”

= = = = =

[판을 엎는 겁니다.]

“지지 않기는 무슨... 판을 엎으면 기권패지.”

강현은 혀를 찼다. 왜 저리 집착에 빠져 더 큰 손해를 보는 것일까? 리스크 관리는 자본가의 필수 덕목인데도 말이다.

하지만 그건 인간 관계가 담백한 강현의 오판이었다. 적이 있는 상태에서 힘을 잃는다는 것은 적의 위협을 더 크게 한다. 그리고 지금 유대 세력은 사방에서 살점을 뜯어먹기 위해 눈을 부라리고 있는 상황. 즉, 리스크 관리면에서 탈만의 판단이 틀리지는 않았던 것이다.

“이쯤 이면 됐어. 바퀴벌레 로봇을 대기 상태로 전환해.”

강현은 유대인 네트워크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가진 탈만을 바퀴벌레 스파이로 감시했다. 그런데 이제는 더 이상 필요 없다고 다시 바퀴벌레 로봇을 대기 상태로 돌리란다. 대기 상태로 돌아간 바퀴벌레 로봇은 첩보활동을 완전히 멈추고 절대로 들키지 않게 숨어있도록 되어있다.

아즈삭은 강현의 지시에 의문을 표했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바퀴벌레 스파이의 정보 수집으로 자본 공세를 확실하게 막아내지 않았는가?

[좀 더 정보를 모으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아니야. 편리함에 너무 의지하는 건 안 좋아. 내 약점이기도 하고. 더 이상의 정보는 대세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할 거야.”

강현의 말대로 개인의 사생활을 침범하는 마이크로 로봇의 존재는 많은 권력자들이 그를 미워하고 배척하게 만들 것이다. 되도록이면 들키지 않게 안 쓰는 것이 좋다. 일종의 극양처방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그럼 역시 시나리오 E인가요?]

“아마도 그렇지 않을까?”

[준비를 시작하겠습니다.]

“수고해.”

강현은 통신 화면을 끄고 서재 밖으로 나갔다. 출산일이 가까워 질수록 샐리가 눈에 띄에 힘들어했다. 뱃속에 든 아기가 보기드문 우량아인가보다. 오늘 저녁은 자신이 만들어야 겠다.

요리? 수많은 화약 약품의 조성비를 다뤘던 그에게 요리 레시피를 그대로 따라하는 건 어렵지도 않은 일이었다.

= = = = =

“달러를 찍어낸다? 지금 당신이 하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고는 있소?”

연방준비은행의 의장인 제이면 옐리가 탈만이 내민 서류를 읽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물었다.

“물론입니다.”

“지금 유대인 최대의 힘을 이렇게 남용하겠다는 건가?”

“남용이 아닙니다.”

“자네가 위원 중 한 명이지만 의장으로서는 이것을 승인할 수 없네.”

“당신도 유대인 아닙니까?”

“그래서 그렇네.”

옐리는 눈 앞의 남자에게 속으로 혀를 찼다. 역시 인맥으로 위기한 번 없이 승승장구해온 전형적인 온실 속의 화초이기 때문일까? 뭐가 더 중요한지 모르고 중요한 것을 지키기 위해 때로는 아픔을 감내할 인내심도 없었다.

이스라엘? 세계의 패권을 짊어진 미국의 화폐발행권만 쥐고 있으면 언제든 그런 나라를 만들 수 있다. 유대인의 생존력은 수 천 년 동안 증명되었으니 재기 불능의 상처만 입지 않으면 언젠가는 다시 세계의 패권을 노릴 수 있다.

연방준비은행의 의장으로서 옐리는 화폐발행권이 그 열쇠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무작정 달러를 찍어내 환율을 혼란 시키시겠다? 그렇게 된다면 의회의 반 유대적인 정치인들의 뒤를 봐주는 경쟁 자본 세력들을 침묵 시킬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뒤가 문제다. 환율 혼란은 경제 시스템의 혼란을 가져오고 그 경제 시스템을 지배하는 이들에게 손해를 가져온다. 비단 화교나 아랍 자본뿐만 아니라 유대 자본가들 중에서도 타격을 받는 이들이 생긴다는 말이다.

비단 유대인 내부에서 이스라엘을 유지하기 위해서 이렇게까지 해야하냐는 회의론이 나오지 않을 수가 없는 상황이 된다. 재산의 손해는 그 어떤 스트레스보다 막심하기 때문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연방준비은행의 주주들에게도 손해다. 그들로서는 안정적으로 달러가 패권을 쥔 상황을 흔들고 싶지 않을 것이다. 이는 연방준비은행의 위원들에 대한 불신임으로 이어진다.

“그런데도 환율을 혼란시키겠다는 건가?”

“이미 필요한 사람들의 동의는 다 구했습니다.”

필요한 동의를 다 구했다는 건 7명의 위원들이 손을 들어주었다는 의미였다. 옐리는 그들을 비웃었다. 그들의 뒤에 누가 있는지 짐작했기 때문이다.

“하여간 시오니스트들은..”

옐리의 입가에 서린 조소에 탈만의 얼굴이 굳었다. 옐리는 자신도 유대인이었지만 이런 식의 비합리적인 행동은 이해할 수 없었다.

“내가 충고 하나만 하지. 유대인들은 언젠가 그 잘난 시오니즘 때문에 패망할 것이야.”

하지만 탈만은 옐리의 말에 대꾸도 하지 않고 책상위에 놓인 서류를 다시 한 번 밀었다. 옐리는 그 서류에 사인을 하고 다시 내밀었다.

그의 사무실을 나서는 탈만은 그의 말을 떠올리고는 피식 웃었다. 시오니즘 때문에 망해? 천만에. 수천년간 유대인의 민족성을 지켜온 것이 바로 그 시오니즘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시오니즘으로 세워진 이스라엘의 몰락은 곧 시오니즘의 몰락을 의미한다. 유대인의 존속을 위해서는 시오니즘이 필요하며 따라서 이스라엘은 건재해야 했다.

그런 이치를 모르는 옐리를 그는 무늬만 유대인이라고 생각했다. 유대인 중에서도 시오니스트와 그렇지 않은 이들의 견해차는 존재했다. 단지 자본의 논리에 의해 서로 손을 잡았을 뿐이다. 정답은 시간이 알려줄 것이다.

[연방준비은행에서 1000억 달러 규모의 화폐 발행!]

[국가 부채 해소를 위한 새로운 카드?]

미국의 국가 부채는 약 14조 달러에 달한다. 이는 미국의 GDP(국내 총생산)에 달할 정도의 부채 규모다. 이자 비용도 장난이 아니며 그로 인한 부담은 고스란히 납세자에게 돌아간다.

그리고 부채의 규모가 커져 더 이상 감다할 길이 없어지면 디폴트 선언을 할 수 밖에 없다. 이는 ‘빚을 갚을 수가 없다. 배째라.’라고 말하는 것과 똑같은 의미다. 세계 경제의 축인 미국이 그렇게 나온다면 경제는 붕괴될 수 밖에 없고 한 때 미국 정치권에서도 디폴트 이야기가 나와 크게 이슈가 된 적도 있었다.

그렇다면 이런 국가 부채는 어떻게 처리할 수 있는가? 미국 정부가 취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로 세금 인상, 채무 한도 증가의 법적 용인, 그리고 화폐 발행이다.

하지만 이중에서 가장 성사가 될 가능성이 높은 방법은 두 번째 방법뿐이다. 미국인은 원채 세금을 내기 싫어하는(정부가 자신의 돈을 빼앗아간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라 정치적으로 부담스럽다.

화폐 발행의 경우는 더 난감하다. 미국 정부는 화폐 발행권이 없기 때문에 연방준비은행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데 여기에서 또 문제가 생긴다. 연방준비은행은 사기업이기 때문에 화폐를 찍어내 달러의 가치를 떨어뜨려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칠 리가 없기 때문이다.(그래서 국제 통화로 신용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 정부와 국가간의 이해관계를 뛰어넘는 화폐발행권은 그 자체로 가치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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