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과학의 군림자-150화 (150/241)

150화

왜 그럴까? 아담은 헨델의 분석을 기반으로 그 이유를 추측할 수 있었다. 강현은 지금 명분을 쌓고 있는 것이다. 언론사에서 일하는 멍청한 이들에게 이를 경고했지만 언론 권력에 도취한 이들은 강현이 곧 지쳐서 항복을 할 거라고 생각했다. 강현이 무슨 소리를 해도 대중에게 전달될 방법이 없으니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칼보다 펜이 더 강한 이유는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언론을 이용해 한 개인을 매장하려는 수준에 이른 친인들의 다소 과격한 행동에 아담을 불안해졌고 그 예감은 적중했다.

[미 정부의 대(對) 중동 정책에 일어나는 혁신적인 변화!]

미국 수도에서 발행되는 최고 유력지 중 하나인 워싱턴 포스트에서는 정가에서 일어나는 일을 특집으로 다뤘다.

[….. 미국 정가에서 유대 자본에 버금가는 영향력의 등장은 그것만으로 큰 지각 변동을 가지고 온다. 그 근원은 다름 아닌 미국의 제2의 황금기를 가져왔다고 평가되는 과학자 강현이다.

오랫동안 정치나 사회에 관심을 끊어왔던 이 젊은 천재가 세상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한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지만 일단 그런 경우에는 엄청난 사회적 변화가 일어났다. 공화당의 자정주의 물결은 그 중 하나에 불과하다.

유대 자본으로 잠식된 주류 언론이 그동안 강 박사에게 공세를 퍼부어 왔으나 사실 세간의 평가는 이 천재에게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는 언론에 무관심한 채 미국의 대 이스라엘 정책을 변화시키기 위해서 은밀하게 로비를 했고 그 정황이 본지의 기자에 의해서 확인되었다.

그로 인한 정책 변화의 방향성을 가늠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강 박사는 인터뷰에 밝힌 것처럼 스스로를 미국인으로 생각하고 미국의 국익을 중시하니 미국과 이스라엘의 ‘일방적인’ 관계 역시 ‘정상’으로 돌아갈 것으로 보인.....]

“이게 뭐하는 짓인가!”

아담은 대노(大怒)했다. 중동 한복판에 있는 이스라엘은 미국의 도움이 없다면 아랍권에 포위된 구조가 된다. 그건 공포나 다름없다. 전쟁이 벌어지지 않더라도 종교적 갈등을 무마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국력이 소비될 것이다.

유대교와 이슬람의 오랜 증오는 쉽게 풀어진 성질의 것이 아니며 시오니스트의 선민사상은 이스라엘을 중동 땅의 얼룩으로 만들 것이다.

강현의 한 수는 참으로 곤란한 한 수 였다. 그동안 돈으로 억눌러온 정치권의 반 유대정서를 촉발시켜버렸다.

그 소식을 그동안 유대 자본에 우호적이었던 언론, 워싱턴 포스트에서 터뜨릴 정도라면 이미 단단한 세력이 구축 되었다는 것을 의미했다. 사설의 논조를 보면 상황은 더 심각했다. 강현과 유대 자본 사이의 갈등에서 발을 빼는 수준이 아니라 강현에게 꼬리를 치고 있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닌가? 시장에 있는 그들의 주식은 물량이 메말라 경직된 채 여전히 누군가(분명 강현이겠지만) 경영권을 노리고 있다고 노골적으로 암시하고 있었고 정치적으로는 속속들이 친 유대 성향을 벗어나는 인사들이 집결하고 있었다.

언론이 정치권에 힘을 쓸 수 있는 상황은 주로 선거철인데, 선거철도 끝나 한창 활발하게 국정이 운영되는 중이었다. 이런 시기에 언론으로 공격을 한다? 권력자에게 미움을 받는 언론은 위험하다. 언제 언론에 불리한 법이 제정될지도 모른다. 평소라면 견딜 수 있고 인맥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겠지만 강현이란 존재가 등장하며 사정이 변했다. 전문 경영인들은 만에 하나라도 바뀐 사주에 의해서 쫓겨나고 싶지 않았다. 워싱턴 포스트는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강현에게 배팅한 경우였다.

이런 노골적인 강현의 공격에 아담은 골이 아팠다. 이런 식으로 공격하면 타협은 절대로 할 수 없다. 시오니즘 지도부에서 절대로 거절할 것이다. 건방진 옐로 몽키에게 한 방 먹은 그들은 강현을 매장시키려 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무슨 실익이 있다는 말이지? 강현이 개발한 기술과 그에 따른 이권을 뜯어 먹겠다? 글쎄.. 다른 세력들이 순순히 가만히 놔둘까? 그렇지 않다면 유대 자본의 의도에 동조라도 할까? 오랜 세월 유대 자본에 대한 유감과 질투를 쌓아온 그들이?

그들의 입장에서는 유대 자본보다는 강현과 손을 잡는 것이 이득이다. 해묵은 감정도 풀고 유대 자본을 정상의 자리에서 끌어내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강현은 혼자이기에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사라질 것이다. 수 천 년의 생존력을 자랑하는 유대인을 이번 기회에 끌어내리는 것이 개인보다 더 긴 생명력을 가진 세력의 관점에서는 장기적이고 더 큰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

이렇듯 강현을 구심점으로 모인 세력의 노골적인 정치권 로비에 이스라엘을 지탱해온 유대인 로비 단체들이 로비로 맞대응을 시작했다.

AJC (미국유대인위원회, American Jewish Committee), AJC (미국유대인총회, American Jewish Congress), ADL (반비방연맹, Anti-Defamation League of B'nai B'irth), AIPAC (미국이스라엘공적위원회, American-Israel Public Affairs Committee), Conference of Presidents of Major American Jewish Organization (미국유대인단체회장단총회), WJC (세계유대인총회, World Jewish Congress)미국에 존재하는 대표적인 유대인 단체만해도 이정도 미국에 등록된 유대인 단체만 해도 크고 작은 것을 모두 합하면 3천개가 넘고 그중에 이스라엘 지원을 목적으로 활발하게 로비 활동을 하는 곳만 해도 512개에 달한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곳이 AIPAC. 워싱턴에 본부를 두고 미국 의회, 행정부, 언론을 상대로 이스라엘에 유리하도록 하는 ‘로비’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조직이며 정치인들이 이 AIPAC에 초대되어 연설이나 발언을 하는 것은 중요한 정치 활동 중 하나였다.

그 정도로 유대인 로비 세력의 영향력은 대단했다. 친이스라엘 성향의 정치인에게 선거자금을 지원하며 중립적인 정치인에게는 선거자금 지원을 중단시켜 낙선시키는 일은 비일비재했으며 이는 미 대통령도 다를 바 없었다.

부시 대통령의 경우, ‘이라크는 악의 축’ 발언을 했을 때에는 유대 자본이 사주로 있는 언론이 열광하며 띄워주기 바빴지만, 정권 말, 중동 평화를 위해 공정한 모습을 보이자 바로 언론의 집중포화와 스캔들에 시달리려 결국 재선에 실패했다.

언론과 돈이 선거의 결과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열쇠가 된 이상 정치인들은 유대 자본이 딸랑이를 흔드는 데로 꼬리를 흔드는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정치인도 사람이다. 조금 다른 사람이기는 하지만 그들에게도 자존심이 있었다. 더구나 그들은 일반인과 다르게 ‘힘이 있는’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의 자존심이 얼마나 높을까? 지금까지 마땅한 대안이 없었지만 강현이라는 적절한 대안이 생긴 이상, 상당수의 정치인이 유대 자본에게서 등을 돌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언제까지나 유대 자본에 의해서 자신의 정치 노선이 바뀌는 상황을 좋아할 정치인은 없었던 것이다.

의회에 반(反) 유대 또는 비(非) 유대 세력이 생기는 걸 막는데 실패한 친 이스라엘 로비 단체들이 행정부에 로비를 해 방어를 시도했지만 헛된 수고였다. 강현의 10억 선거 기부로 재선의 열쇠를 거머쥔 아바노 행정부가 강현에게서 등을 돌릴 리가 없었다. 그들로서는 중립을 지키는 것 만으로 그동안 먹은 돈 값을 했다.

그동안 많은 돈을 쏟아부은 유대 로비 단체들은 의리도 신조도 없는 새끼들이라고 욕을 했지만 기득권 혹은 지배층이라고 불리는 세상에서 이해관계로 움직이는 건 그리 신기한 일도 아니다. 게다가 욕만 하고 있을 수도 없었다. 저들은 얌전히 있지 않았다.

[미 안보를 위한 정찰활동 개선 방안]

아랍 자본을 비롯한 화교 자본, 재패니즈 머니, 전통적 미국 자본 등의 든든한 지원을 배경으로 둔 정치인들이 일을 저지르기 시작했다. 그동안 쌓인 이스라엘과 미국의 불균형을 하나 둘 씩 공론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스라엘의 이익을 위한 로비 활동을 통해 미국은 전세계를 포함하는 정찰활동에서 유독 이스라엘만은 제외시켰다. 이는 분명히 다른 미 동맹에 대해 형편성이 맞지 않았으며 외교적 약점이 분명했기에 이를 위해 로비한 유대 자본을 공격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했다.

물론 그동안 그러했던 사실을 동맹국에서 모를 리 없었다. 하지만 상대는 미국. 함부로 나서서 매를 맞기는 싫었기 때문에 그동안 잠잠했던 것 뿐이지, 이렇게 미국 스스로 불평등한 동맹국 대우를 재고해야겠다는 정치적 여론이 형성되면 사정이 다르다.

아랍권에서 비교적 미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아랍 에미리트, 사우디는 물론이고 일본, 중국, 러시아에 더해, 유럽의 프랑스, 이탈리아, 심지어 영국까지 이 이슈를 꺼낸 정치인들을 ‘양심적인 정치인’, ‘양국의 우호를 위해 치부를 기꺼이 감수하려는 용감한 정치인’이라며 지원사격에 들어갔다.

유대 언론에서는 언론 플레이로 이 정치인들이 꺼낸 이슈를 묻어보려고 했지만 국제적으로 이슈가 떠버리고 각국의 환영을 받으니 그러지도 못했다.

유대 언론 사주들은 당황했다. 갑자기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은 몰랐던 것이다.

하지만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무엇이든지 극단으로 몰린 상황은 반드시 그 반대의 기운을 축적시킨다. 알게 모르게 미국의 대 이스라엘 정책으로 유감이 쌓인 동맹국들에게는 미국의 태도 변화가 반가울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도 답답한 유대 언론은 반 유대적 정치인들의 스캔들을 들춰내며 협박도 해봤지만 이는 최악의 한 수였다. 아즈삭이 기다렸다는 듯이 친 유대적 정치인들의 명단을 공개하며 그들의 친 이스라엘적 태도로 인해 미국의 국익이 얼마나 소실 되었는지 비교하는 자료를 비(非) 유대 언론에 일제히 보낸 것이다.

‘이스라엘과 미국은 운명 공동체다!’

‘웃기지 마라! 이스라엘의 상황이 나빠져도 미국은 건재할 수 있다! 지금까지 이스라엘 때문에 미국이 국제적으로 얼마나 손해를 보는지 알고는 있나?!’

‘당신은 비서와 불륜이나 저질러!’

‘불륜은 개인의 사생활이지만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편애는 3억 미국인들의 손해와 직결된다! 당신도 모르지는 않겠지?’

사익의 문제와 공익의 문제에서 대중이 관심을 두는 쪽은 어디일까? 정답은 좀 더 관심을 끄는 쪽이다. 그리고 애국심 투철하고 개인주의적 성향의 미국인에게 정치인의 불륜은 그리 중요한 문제가 되지 않았다. 클린턴 대통령도 섹스 스캔들을 저질렀지만 대중에게서 그렇게 비난을 받진 않았다.

하지만 미국 전체의 국익이 달린 일은 사정이 달랐다. 미국은 명실상부한 세계 제일의 패권국가이며 강한 국가는 국민에게 자부심을 준다. 그리고 그 자부심은 애국심을 불러일으킨다. 이러한 애국심으로 인해 그동안 미국이 이스라엘 때문에 손해를 봐왔다는 사실은 대중들의 분노를 촉발시켰다.

이에 주류 언론은 부랴부랴 각종 사건 사고와 자극적인 뉴스로 대중의 분노를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진땀을 빼기 시작했고, 정치권은 혼란을 거듭하며 계속 이스라엘이 관련된 이슈를 쏟아내었으며, 강현은 샐리의 출산일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현. 요즘 시끄러운 것 같은데 별 문제 없겠죠?”

“문제 없어요. 걱정하지 말아요.”

강현은 샐리를 등 뒤에서 껴안은 채로 소파에 기대어 앉아 평화로운 한 때를 보내고 있었다. 볼록하게 부푼 샐리의 아랫배에 자신의 핏줄이 들어있다는 생각에 잔잔한 감동이 밀려왔다.

“현, 너무 무리하지 말아요.”

샐리는 자신의 배를 쓰다듬는 강현의 손등으로 깍지를 끼면서 그의 체온을 느꼈다.

============================ 작품 후기 ============================

차기작을 쓰고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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