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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군림자-149화 (149/241)

149화

그러나 소액 주주들의 위임장을 저들의 우호 지분 만큼 확보하는데 실패하면서 시나리오는 B에 접어들었다.

시나리오 B는 시나리오 A에 훨씬 직접적이고 노골적인 방법이다. 자세히 설명하면 저들이 정계에 로비를 하는 것처럼 자신도 로비를 하는 것이다. 로비의 일차 목적은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과의 관계를 정치적으로 재고시키는 것이다.. 킬덤이라면 충분히 이 역할을 수행할 로비스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미국이 로비가 합법적인 나라라는 것이 이럴 때 매우 큰 도움이 되었다.

이 모든 시나리오의 최종 목적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관계를 대중 사이에 공론화 시키고 그로 인해 유대 자본이 섣불리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 되었을 때 팔다리 중 한쪽을 찢어내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그에 버금가는 자본 세력들 중 몇을 회유하여 계약 사냥개로 해놨다. 계약금은 계약금대로 치루기로 했고 포상은 그 찢어낸 유대 자본의 (살덩이 달린) 사리로 해놨으니 귀가 솔깃한 이들은 강현의 제안을 수용했다. 물론 시나리오의 성패와 그 결과는 강현도 섣불리 예상할 수는 없으나 미국을 주무르는 유대 자본의 기를 한 풀 꺾을 수 있다는 건 확실했다.

확실히 미국-이스라엘의 비정상적 관계는 미국을 주무르는 유대인들의 유일한 약점이자 치명적인 약점이었다. 황급하게 언론 플레이로 강현의 인터뷰를 무마한 것을 보면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인터뷰를 통한 언론 플레이로 한 번 흔드는 것도 실패였고 그들이 지배하는 언론을 트로피 삼아 빼앗아 버리는 계획도 지지부진 했으니 이제는 정치적으로 흔들 때가 되었다. 물론 시나리오 B에 접어 들었다고 앞의 방법들을 다 멈춘 것이 아니다. 단지 그냥 밀고 나가는 것은 무리가 있기 때문에 다른 시나리오의 도입으로 기회를 노리를 것 뿐이다.

비록 미 정치권에 유대 자본의 입김이 강하다고 하지만 강현은 정치권에 자신의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그리 어렵진 않을 거라고 생각햇다.

정치가들 중에서도 유대 자본의 돈을 먹어 입을 다물고는 있지만 내심 이스라엘 때문에 미국이 손해를 보는 것에 불만을 품은 이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이들을 주축으로 차근차근 이해관계가 다른 이들을 포섭하면 된다. 물론 이때 동원할 자금줄은 다양했다. 아랍, 러시아, 화교, 일본의 자본 등 기꺼이 유대 자본 사냥에 동참한 이들은 세계적 1등인 유대 자본을 끌어내리기 위해서 적절한 수준으로 협조할 것이다. 그러기 위한 밑 작업은 이미 끝냈고 약조도 받아 놨다.(아즈삭의 정보력은 가히 대단했다.)

“박사님. 이 친구를 소개합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사울이라고 합니다.”

킬덤은 시나리오 B에 들어가기 위한 로비스트로 적절한 인재를 찾아내 강현에게 소개시켰다.

“반갑습니다. 강현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대화를 나누기 전에 먼저 신상 정보부터 확인하겠습니다. 괜찮겠죠?”

“물론입니다.”

“아즈삭.”

갈색머리의 백인 신사를 앞에 둔 강현은 그의 신상 정보를 아즈삭에게 물었다. 킬덤에게서 미리 서류는 받았지만 그걸 다 일일이 읽는다면 잠잘 시간도 없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모든 것을 명쾌하고 신속하게 분석해고 정리해주는 아즈삭은 그의 둘도 없는 보물이었다.

이번에도 역시 아즈삭은 서류의 지엽적인 내용을 간추리고 핵심만 말했다.

[그의 경력에 결격 사유는 없으나 유대인입니다.]

“흐음... 반 이스라엘 로비에 유대인이라.. 자신이 지금 무슨 짓을 하려는 지 알고는 있어요?”

“물론입니다. 유대인의 양심을 찾으려는 행동이죠.”

“유대인의 양심이라..”

강현은 고개를 갸웃했다. 뭔가 핀트가 맞지 않는 느낌이 들었다. 강현이 원하는 것은 단순한 응징일 뿐이다. 저들의 세력이 강성해서 일이 복잡할 뿐이었다. 그런데 유대인의 양심? 팔레스타인 학살을 저지르는 주류 유대인 세력과 이에 반대하는 비주류 유대인 세력간의 갈등이 가시화된다?

“저는 유대인들 사이의 분열을 획책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습니까?”

“이해가 안 가는군요. 사울 씨가 반 이스라엘 로비에 끼어드는 것 자체가 유대인 입장에서는 배신 행위 아닌가요?”

“배신자는 지금 이스라엘의 지도부입니다. 그들은 홀로코스트의 희생자들을 이용해 이스라엘을 건설했고 그들의 부를 이용해서 미국에서의 기반을 닦았습니다. 저는 홀로코스트를 겪은 부모님으로부터 그들의 만행과 이중적인 태도를 똑똑히 알고 있습니다.”

유럽의 유대인들을 희생시켜 국제적인 동정여론을 얻고 가족을 살리기 위해 전재산이라고 팔고자 하는 동포들의 절박함을 이용해 부를 쌓았다. 현재 이스라엘을 이끄는 지도자라고 하는 이들은 다 그러한 계통이었다.

“흐음..”

이스라엘의 치부를 들춰내 유대인을 분열 시킨다? 나쁘지 않는 발상이지만 구설수에 오르기도 쉬운 일이었다.

‘강현이 유대인들을 분열시키려한다!’

이런 선동하나만으로도 강현이 하려는 일에 큰 장애물이 될 수도 있다. 미국-이스라엘 관계의 비정상성에 관한 이슈를 물타기하기엔 최고의 이슈였다. 또한 유대인 내부의 모순으로 일어난 갈등이라고 하면 아랍 자본이나 화교 자본이 끼어드는데 눈치가 보일 수도 있었다.

강현의 입장에서는 차라리 유대 자본을 싸그리 모아서 한 번에 대적하는 것이 편했다. 뒷처리도 깔끔하고 말이다.

“죄송하지만 이 일에는 적합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저는 유대인들 사이에 내분을 만들고 싶은 것이 아니라 부당한 언론 권력을 휘둘러 저를 적대시한 이들에게 징계를 내리고 싶을 뿐입니다.”

강현의 말에 사울은 실망의 표정을 지었다. 킬덤 역시 고용주를 실망시켰다는 생각에 얼굴이 어두워졌다.

둘이 나가려는데 강현이 킬덤을 불렀다.

“킬덤 씨는 잠시만..”

“네.”

사울을 밖으로 내보낸 강현은 킬덤과 이야기를 시작했다.

“정말 믿을 수 있는 사람인가요?”

“그건 확실합니다.”

“하지만 아직 유대인의 분열은 시기적으로 맞지 않아요.”

“그럼요?”

“유대인 분열이라는 발상은 적어도 크게 한 방 먹이고 나서야 먹혀들거에요. 그전에는 오히려 저들의 단합을 결속 시킬 각성제가 될 뿐이죠.”

“그럼..”

“일단 사전 작업을 미리 해두는 것도 나쁘지는 않죠. 유대인들이 다 돈에 미친 건 아닐 거 아닙니까.”

“알겠습니다.”

강현의 말에 킬덤의 표정은 한 결 가벼워졌다.

“그리고 인종차별은 제가 싫어하는 거 아시죠?”

“네.”

“유대 자본을 공격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들이 가진 언론 조작 능력만 확실하게 무력화 시키는 것이 전략적인 목표입니다. 더 나아갈 수도 있지만 그건 상황을 봐서 조절할 일이고, 이 근본 목표는 이번에 확실하게 성취해야 합니다.”

“여부가 있겠습니까?”

킬덤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말하지만 인종차별은 안돼요.”

“네.”

강현이 말하는 것은 제현 투자 회사 내부에서 일어나는 반 유대정서를 없애라는 말이었다. 이렇게 두 번이나 강조를 하는 것은 그만큼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었다.

물론 제현 투자 회사에 강현의 입김이 강하게 서려있기 때문에 강현을 공격하는 유대인들에 대한 반감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강현의 목표는 명확하다. 인종주의를 수단으로 무고한 유대인들을 방패삼아 그 뒤에 숨은 이들이 강현의 목표였다. 유대인이라고 계층이 없는 것이 아니다. 지도층과 피지도층으로 갈려져 있고 유대인의 힘은 바로 이 지도층에서 나온다.

즉, 불필요하게 모든 유대인들을 상대로 힘을 쓸 필요가 없다. 또한 유대 자본으로 상징되는 지도층의 숨통을 끊는 것이 아니라 이들의 날카로운 발톱을 뽑는 것이 목적이다.

왜 완전히 유대 자본의 숨통을 끊을 발상을 하지 않았을까? 그건 적의 숨통을 끊으려면 자신의 숨통 역시 내놓을 각오를 해야하는 자연의 섭리 때문이다.

제 아무리 육식동물이라고 해도 사냥에 성공할 확률은 실패한 확률보다 작고 사냥하다가 상처입어 죽을 확률도 높다. 연구하고 만들고 싶은 것이 많은 강현은 그들과 싸우다가 죽을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러기 위해서 반 유대주의를 기치로 행동하면 안된다. 역설적으로 이를 이용하는 것은 전술적으로 필요하지만 그에 파묻혀 처음의 목적을 잃으면 안된다.

탐욕스러운 자들이 감히 귀찮게 하지 못하게 하는 것.

유대 자본의 날카로운 발톱 중 하나인 주류 언론을 빼앗아 버리면 충분하지 않을까? 언론이 안되면 영화계도 가능하고.. 아니면 에너지 시장도 괜찮다. 식량은 헨델 때문에 손대지 않기로 했다. 중립을 선언한 사람을 괜히 끌어들일 필요는 없었다.

= = = = =

[아담, 미안하네. 나로서는 그들과 강 박사를 설득할 수 없었네.]

“그런가?”

[충돌은 필연적이야. 대비해야 할거야.]

“언론을 내놓는다면?”

[거기서 끝나겠지만 어디 내놓을 사람들인가?]

“그럴 리 없겠지.”

괴벨스의 선동 전략은 나치와 비밀 협약을 맺은 당시 유대 지도부를 매료시켰다.

‘바로 이거다!’

인구가 적은 유대인이 어떻게 스스로를 보호하고 다른 민족으로 이루어진 대중을 조종할 수 있는가?

인간은 감성적인 존재다. 의식보다 무의식의 영역이 더 크다. 자신이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고민하는 이는 적고 고민하더라고 답을 찾는 사람은 더 적다.

매스 미디어로 이루어진 이미지는 인간의 사고와 판단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며 이는 매스 미디어에 노출된 객체의 진실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케네디 대통령이 당선될 수 있었던 것도 TV 토론회에서 잡티 하나 없이 건강하게 보이도록 화장을 한 것이 주효했다.

이렇듯 미디어의 힘이 대중에게 작용하는 힘은 막강하기에 유대 자본은 할리우드를 선점하고 홀로코스트를 영화화하여 유대인에게 약자, 인종증오의 희생량이라는 이미지를 덧씌웠다. 그리고 그 가해자로 나치와 독일에 모든 죄를 뒤집어 씌웠다.

사실 그 모든 죄는 나치에 동조한 유럽의 모든 국가에 있었다. 유대인 증오가 확산되고 동포가 학살되는 것을 방관한 유대인 지도부에서도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영화를 통한 이미지의 왜곡으로 독일과 나치에 모든 책임을 떠넘겼다. 파렴치한 일이었다. 자신들도 공모자였으면서..

그런 매스 미디어의 강력한 권력을 향유하는 유대인들이 과연 강현에게 순수하게 언론 권력을 빼앗길까?

그럴 리 없다고 단적으로 말할 수 있었다. 권력을 가진 자의 권력을 향한 집착과 집념은 상상을 초월한다. 다시 한 번 강조하자면 권력자의 뇌는 일반인과 다르다.

헨델에게서 이번 일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말까지 들은 아담은 곰곰히 생각했다.

‘그가 원하는 것은 본보기인 것 같네. 사실 그가 얌전히 있어서 그의 영향력을 간과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아. 하지만 이번에 우리의 손에서 언론이 벗어나면 함부로 그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사람들은 생각을 고치게 되겠지. 나는 그것이 강 박사가 원하는 바라고 생각하네.’

헨델의 식견은 믿을 만했다. 아담은 헨델의 의견을 수용하고 상황을 대처할 방법을 생각했다.

‘그와 화해할 방법은 없는가?’

이 모든 일을 되돌리기에는 이미 늦었다. 연일 언론에서는 강현에게 인종주의자가 아닌지 질문을 던졌다. 질문은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의혹은 답을 요구한다. 하지만 강현은 확실하게 해명하지 않고 언론에 소송을 걸 뿐이었기에 의혹이 풀리지 않는 대중들 사이에선 그에 대한 비난 여론이 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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