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과학의 군림자-147화 (147/241)

147화

“전혀요. NASA의 도움을 많이 받아서 그리 큰 어려움은 없었어요. 역시나 NASA 더군요. 혼자서 했다면 시행착오로 인해서 계획이 5년은 늦어졌을 거에요.”

“오호. 박사님도 어려운 문제가 있군요.”

“저도 몸이 하나니까요.”

“혹시 아바노 선거 진영에 10억을 쾌척한 건 그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방법이었나요?”

앨리스의 질문에 카메라로 강현을 찍던 샘은 눈앞을 가렸다. 또 시작이다.

“아아, 뭐 그렇다고 할 수 있죠. 딱히 어렵다기 보다는 귀찮은 일이었다고나 할까요?”

“그게 뭔가요?”

“기껏 자비를 들여 우주 개발을 시작했는데 거기에 허락도 없이 포크를 들이미는 사람들이 있더라고요.”

“아! 어느 논평에서 네바다 프로젝트 민자 유치 법안을 무산시키기 위한 선거 기부라는 말이 있는데 사실이었나요?”

“그렇죠. 사실 경고만하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효과가 훨씬 좋더군요.”

특종이다! 특종이야! 앨리스의 눈이 더욱 반짝였다. 절로 기분 좋은 눈웃음이 지어졌다.

“혹시 그 포크를 들이밀려고 했던 이들이 누군지 아시나요?”

“글쎄요. 딱히 누군가를 지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서요. 모두 알다시피 미국은 자본주의 사회고 로비가 합법화되어 있잖아요. 그러니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서 남의 접시에 포크를 들이밀려고 하는 건 자본주의 환경에서 이해 못할 바는 아니죠.”

“그러면 불만이 없지는 않으시겠네요.”

“아뇨. 없어요. 저도 똑같이 돈으로 처리했으니까요. 미국에서는 당연한 일이 아니었던가요?”

그런 것도 모르냐는 표정에 앨리스는 어색하게 웃었다. 강현의 발언은 금권주의가 이미 공공연하다고 말하는 것과 같았다. 금권주의는 민주주의와 공존할 수 없다.

앨리스의 감이 뭔가를 느끼기 시작했다. 특종이기는 특종인데.. 뭔가 심상찮다. 호기심으로 위기에 위기를 겪으며 발달한 촉이 뭔가를 더듬었다.

“흐음. 그럼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조금 민감한 질문인데 괜찮으시겠어요?”

“물론이죠. 저는 살면서 한 번도 제 양심에 거리낀 일을 한 적이 없습니다.”

“이번에 한국과 미국 사이의 미사일 개발 완화 조치에...”

앨리스는 질문을 했고 강현은 답했다. 앨리스는 흥분해서 더 질문했고 강현은 답했다. 그리고 그 장면을 찍는 샘의 얼굴을 점점 새파랗게 질려갔다.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가는 앨리스의 코에서는 흥겨운 콧노래가 흘러 나왔고 샘의 입에서는 걱정의 한 숨이 새어 나왔다.

“하아... 이거 고래 싸움에 끼인 새우 꼴 나는 게 아닐까?”

“호호호! 괜찮아, 괜찮아.”

“괜찮긴 뭐가?”

“괜찮아. 다 잘 될거야.”

“도대체 무슨 근거로?”

“여자의 감?”

천연덕스런 대답에 샘은 한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정말 대책없는 여자다. 반한 자신이 병신이지.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도 꽁깍지는 벗겨지지 않았다.

어쨌든 녹화 영상은 방송국으로 넘어갔고 곧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미사일 개발 완화 조치에 박사님의 영향력이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사실인가요?]

[네.]

[왜죠?]

[한국 정부가 교활하게도 제 과거 은사님을 로비스트로 보내왔더군요. 저에게 우주 개발에 필요한 기술을 얻으려고요.]

[그래서요?]

[저는 한국의 기술 보안 능력을 믿지 못해서 거절했어요. 그래도 제 은사님의 체면이 구겨지는 걸 차마 볼 수가 없어서 연줄을 이용해서 정계에 부탁을 좀 했습니다.]

[만일 한국의 기술 보안이 철저하다면 기술을 제공하셨을까요?]

[저는 미국인이라 미국의 국익을 생각해서 안 줬을 겁니다.]

[한국인이신데도요?]

[정확히는 한국 출신이죠. 저는 미국 국적을 얻고 미국인으로서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국의 사회 환경에서 성공했고요. 그러니 미국과의 의리를 지켜야 하지 않을까요?]

[그럼 애당초 미사일 개발 완화도 하지 않으셔야 하지 않을까요?]

[제가 미국의 국력 신장에 기여한 정도를 생각하면 그 정도 영향력은 행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외교부에서는 동아시아 외교에 쓸 카드를 하나 잃었다고 볼멘 소리를 하겠지만 솔직히 그 정도는 조커도 아니잖아요. 겨우 원 페어 정도? 그동안 제가 스트레이트 플러쉬는 만들어 줬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그럴 거구요.]

[하긴 박사님께서 개발하신 기술의 파급력이 더 컸죠. 그래도 언론에서는 박사님의 행동을 부적절한 행동이라며 지적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어이가 없죠. 그렇게 논조를 만드는 언론사들이 AP 통신이나 블룸버그 같은 유대인이 장악한 언론이니 더 어처구니가 없죠.]

[무슨 말씀이신가요?]

[미국의 대(對) 이스라엘 정책으로 미국이 얼마나 욕을 먹고 외교적으로 손해를 보는지 아세요? 유대인들이 네오콘부터 시작해서 정계에 방대한 로비를 펼치며 지속적으로 미국에 손해를 끼치고 있는데 겨우 미사일 개발 완화에 영향을 끼쳤다고 저를 까내리니 제 입장에서는 이해가 안되죠. 한국 속담으론 이런 경우에 똥 묻은 개가 먼지 묻은 개를 더럽다고 욕한다라고 합니다.]

[아, 그, 그러시군요.]

[그래서 제가 다른 언론과의 인터뷰를 모두 거절하고 드러지 리포트의 인터뷰 요청만 허락한 겁니다. 적어도 드러지 리포트는 유대 자본에서 자유로운 것 같아서요. 드러지 리포트를 설립한 드러지 씨는 유대인도 아닐 뿐더러 스스로를 주류 언론이 쓰기하기 싫어하는 기사를 폭로하는 시민 저널리스트를 자칭하시잖아요. 그에 비해서 유대계 자본이 잠식한 주류 언론 쪽은 저를 마녀 사냥하기로 완전히 결심한 것 같으니까 공정성을 믿을 수가 없어요.]

[도대체 그들이 왜 그럴까요?]

[뭐 뻔하죠. 소행성대 개발선인 카낙이 출발하니 저를 압박해서 지분을 얻고 싶어 안달이 난 거죠. 여론이 일단 돌아서면 정치권도 돌아서게 만들 수 있거든요.]

[우주 개발의 이권을 둔 음모라 이거군요.]

[음모라고 할 것 까지야.. 어차피 힘있는 사람들의 행동 패턴은 뻔하거든요. 좀 더 큰 권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가진 수단을 총 동원하죠. 자본주의에서는 돈이 곧 권력이니 더 큰 수익을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도 당연하죠.]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하실 건가요?]

[아마 이 방송이 나가는 것에 맞추어 각 언론사에 명예 훼손으로 소송이 걸릴 겁니다. 소송 액수를 한 100억 달러 정도로 할까요?]

[차, 참 곤란하겠군요.]

[그러니까 왜 쓸데없이 전후 사정도 안 따지고 미국인인 저를 한국인이라는 딱지를 찍어 영원한 이방인으로 날조하려고 드냐고요. 언론은 그 영향력 만큼 책임을 져야 하는 거 아닙니까?]

[맞습니다. 그래도 그렇게까지 하면 곤란하실텐데요..]

[곤란하긴 하겠지만 가만히 있으면 저를 만만하게 볼 테니까 가만히 있을 수는 업죠.]

[그럼 행동에 나서실 건가요?]

[그게 참 곤란한 게 저도 영향력이 크고 유대 자본도 영향력이 크잖아요. 그러니까 서로 갈등이 생기면 큰 혼란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미국에 막대한 손해를 끼치는 유대 자본을 뽑아버리고 싶지만 사실 그들이 미국 경제에 끼치는 긍정적인 영향을 고려하면 망설여지죠. 마음대로 행동했다가는 미국 경제 질서가 교란되고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적절한 방법이 없는 이상 두고 보는 수 밖에 없죠.]

[두고 본다라.. 이 방송을 본 유대 자본가들의 간담이 서늘하겠군요.]

[간담이 서늘하긴요. 그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데..]

약 30분 정도 되는 긴 인터뷰는 드러지 리포트 사이트에 올라왔고 트래픽 초과로 서버가 다운되는 사태까지 일어났다.

인터넷 여론은 강현에게 무척이나 호의적이었다. 특히 반 유대 감정적인 이들은 강현의 인터뷰 내용을 편집해서 여기저기에 나르기 시작했다.

[그래! 왜 우리 미국이 욕먹으면서 이스라엘의 뒤를 봐줘야 되는데?]

[다 유대인들의 로비 때문이잖아.]

[더러운 새끼들.]

[나 이제부터 CNN 안 보기로 함.]

[하긴 거기도 워너 브라더스꺼지?]

[강현의 말처럼 미국의 국익에 별 도움도 안 되는 새끼들이잖아.]

[그래도 영화는 돈 많이 버는데..]

[돈 없으면 영화도 못 찍는 영화계로 만들었지.]

그렇게 유대인을 슬그머니 언론 플레이란 진흙탕에 끌어들인 강현은 다음 계획을 시작했다. 킬덤을 통해서 인터뷰에서 말했던 대로 자신에게 비판적인 견해를 생성한 언론사들을 고소했던 것이다. 물론 다른 언론사를 놔두고 유대계 자본이 잠식한 언론만 그랬다.

미국의 유대인 단체들은 벌컥 했다.

강현이 미쳤나?

아무리 자신들이 빌미를 제공했다고 해고 이런 식으로 노골적으로 나올 줄은 몰랐다. 자신들과 완전히 척지는 건 분명히 손해가 막심할터인데 말이다.

“아니면 유대인 전체를 상대할 자신이 있다는 거겠지..”

아담은 인상을 찌뿌렸다.

생각보다 강현의 언론 플레이는 매우 뼈아팠다. 유대계의 정계 로비로 인해 미국이 중동 외교에서 지속적인 손해를 보았다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사실이다. 많은 학자들이 그것을 오래 전부터 비판해 왔지만 돈의 힘으로 모두 막았다. 언론은 사주가 원하지 않는 기사를 내보낼 수 없었다.

그렇게 알게 모르게 쌓인 유대인에 대한 불만과 혐오.. 그것이 강현이 공론화 시켜버렸다. 반 유대 세력이 강현을 중심으로 힘을 모으는 낌새가 있었고 얼마전 아랍 에미리트의 실세 자이드 빈 알막툼이 비밀리에 미국에 입국했다는 첩보도 입수했다.

아랍 에미리트가 비록 이슬람 국가라고 하지만 미국과의 사이가 나쁘지 않았다. 자본가는 인종과 종교를 초월해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입장이라 경쟁자이면서 동업자 관계로 서로에게 손해를 끼치지 않도록 충돌을 경원시 했다.

그러나 언제나 서로는 서로에게 맛좋은 먹잇감임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며 미국 내 유대 세력을 손해없이 위축시킬 수 있다면 기꺼이 그리할 것임을 아담은 확신했다.

어떻게 해야 하나? 대처 방법은?

일단 유대인 비난 여론을 물타기해야 한다. 더 자극적인 기사로 대중의 관심을 돌려야 한다. 그러긴 매우 쉽다. 미국 주류 언론들은 거의다 유대 자본의 영향을 받으니까..

강현과 이야기를 하는건 그 뒤에 일이었다. 타협을 하든지, 아니면 정말로 완전히 뭉게든지..

이번 일 전이었다면 이렇게 극단적으로 생각하지는 않겠지만 강현이 찔러들어온 것은 그만큼 유대계 미국인의 아픈 점이었다. 그로인한 주류 유대인들의 분노에서 아담 역시 예외일 수는 없었다.

아담은 곧 친우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자신보다 언론에 더 밀접한 연줄이 있는 그들이 제일 적합했다.

[인종 증오 범죄 확산!]

[피해자는 20대의 유대계 여성!]

[참혹한 인종 증오의 단면!]

언론 플레이를 할 때 가장 피해야 하는 점은 상대와 동급으로 노는 것이다. 강현이 유대인의 약점을 파고들었다고 강현의 약점을 파고드는 것은 하책이다. 유대인이 나쁘다 아니다, 혹은 강현이 나쁘다 아니다로 몰고 가는 것이 아니라, 그걸 이 둘 사안을 모두 포함하는 관점으로 접근시켜야 한다. 대중은 언제나 멍청한 건 아니기 때문에 강현을 공격하면 더 한 반발로 유대인에 대한 반감이 생길 것이다. 누르려다가 튀어오른다는 말이 여기에 해당된다.

그래서 언론은 영리하게 ‘인종 주의’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미국에서 인종주의는 심각한 모욕으로 유대인에 대한 증오를 억누르기에 최적의 요소였다. 대중의 내면에서 올라오려는 감정이 ‘금기’라는 것을 깨닫게 만들어 함부로 말을 하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다. 거기에 젊은 여성의 희생을 덧붙여 동정 여론을 일으키면 자물쇠까지 채워지는 것이다.

============================ 작품 후기 ============================

매너리즘에 빠진 것 같습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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