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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군림자-143화 (143/241)

143화

하지만 인공지능을 소행성대에 가져다 두지 않을 수도 없었다. 태양에서 지구로 빛이 도달하는 시간은 약 8분. 태양에서 소행성대까지의 거리가 태양에서 지구까지 거리의 약 2배정도 되니 지구에서 소행성 지대까지 명령을 전달하는데 8분 정도 걸린다. 그리고 다시 피드백을 받는데 8분 정도 걸리게 되니 소행성대에서 알아서 명령을 처리해야 하지 않으면 어떤 사태가 일어났을 때 대처가 불가능하다.

설상 가상으로 공전 궤도를 생각하면 태양을 중심으로 소행성대 광산과 지구가 반대편에 있게 되면 명령이 도달하는데 최대 16분 정도 걸릴 수가 있었다. 명령을 수신하는 시간도 생각하면 한 번 통신하는데 30분 이상의 시간이 걸리니 우주 광산의 자체적인 위기 관리 능력은 반드시 있어야 했다.

하지만 인공지능을 위한 전력을 태양전지로 수급하기 위해서는 지구에서 필요한 경우의 2배가 필요했다. 그나마 우주 공간이라 밤과 낮을 고려하지 않아 그 정도지 만일 그랬다면 4배의 태양전지가 필요했을 것이다. 왜냐면 빛의 강도의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고 태양에서 소행성대까지의 거리는 태양과 지구간 거리의 약 두 배 정도 되기 때문이다.

“할 일이 많아졌네..”

강현은 단기간에 일을 처리하려면 최소한 한 기의 매스 드라이버가 더 필요할 것 같았다.

[박사님의 자산을 생각하면 하나 더 만드셔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좋아. 한 기 더 만들자.”

그래서 더 일이 많아졌다. 소행성대로 보낼 인공지능을 우주 공간에서 조립하기 위해서 RNP/SNP 모듈의 설계를 다시 해야 했다. 특히 강한 중력 가속도를 받는 매스 드라이버 발사과정에서 모듈의 손상이 없도록 해야 하고 펜타봇이 조립할 수 있도록 디자인도 수정해야 했다.

그 밖에 우주 무중력 공간에서 사용한 제련 장치도 구상해야 하고 물질을 분석할 수 있는 장치도 우주 환경용으로 개조해야 하고 할 일이 너무 많았다. 아즈삭이 기존의 특허 중 쓸만한 것을 계속 찾고 킬덤이 그 특허권을 매입하고 있다고 해도 할 일이 쌓이기만 했다.

“현, 너무 과로하지 마세요.”

만일 샐리가 퇴근 시간에 데리러 오지 않았다면 밤새도록 작업에 매진했을 것이다.

한편, 매스 드라이버 한 기를 다시 건설하기 위해 다시 네바다 주에서 사막을 구입하자 건설 업자들은 환호했다. 매스 드라이버 한 기를 건설하며 저번 분기 매출에 필적하는 추가 매출을 얻었다.

그런데 또 그 만큼의 매출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다.

이레이 기획부장은 강현이 또 매스 드라이버를 하나 더 지을려고 하자 무슨 괴물을 보듯이 그를 보았다.

“왜요?”

“그게.. 이번에도 NASA가 참여하면 안됩니까?”

“에이.. 돈도 없으면서.”

“...”

하긴 이번 매스 드라이버에 여유 예산을 쏟아 붓는다고 정부에 남은 예산은 더 이상 없을 것이다. 민간 투자는 강현이 질색을 하니 그럴 수는 없고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국채를 파는 건데 안그래도 누적 적자가 많은 정부에서 정치적인 비난 여론을 무릅쓰고 그러기는 부담스러웠다. 게다가 이미 매스 드라이버가 하나 있지 않은가? 국민들이 두 대는 낭비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이레이는 뭔가 말을 하고 싶은데 딱히 할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우주 개발에 대한 강현의 지분과 권리가 커지는 것을 가장 실감하는 사람이 NASA의 경영진이었고 기획부장인 이레이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참, 그래도 NASA가 도와줘서 귀찮은 일이 많이 줄었어요.”

“그런가요?”

강현의 덕담에 이레이의 불편한 심기가 조금은 줄었다.

“NASA가 아니었으면 회사를 차려야 했을지도 모르거든요.”

확실히 노하우 있는 기존 인력들이 있으니 편했다. 그 편함을 깨달은 강현은 자신이 혼자 모든 일을 처리하려고 하다가 결국엔 그 비효율성을 깨닫고 회사를 세웠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그 자본금은 제현 투자회사와 같이 100% 강현의 돈으로 충당하겠지만 말이다.

“그런데 정말 매스 드라이버가 하나 더 필요합니까?”

“생각해 보니까 우주에 쏘아올릴 게 많더라고요. 적어도 5년 이내에 소행성대로 진출하려면 2년 이내에 우주 광산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더라고요.”

“그, 그렇습니까?”

5년 이내로 소행성대로 진출해? 햐! 배포 한 번 장난이 아니구나.

이레이는 강현의 구상에 오~하고 감탄을 자아냈다. 확실히 천재는 뭔가 달라도 남다른 것 같았다.

“NASA도 많이 도와주세요. 우주 광산이 개발되면 그 이후에는 우주 식민지를 건설할 계획이에요. 한 10년 안에?”

“....”

이레이는 강현의 말에 벙쪄서 할 말을 잃었다. 이제는 강현의 스케일을 따라가지 못하는 그였다.

약 6개월 후 매스 드라이버가 추가로 완공되자(역시 돈의 힘을 굉장했다. 경험을 쌓은 건축 회사들의 능력도 훌륭했다.) 거의 매일 우주로 자재들이 옮겨졌다.

라스베이거스로 놀러온 관광객들은 허공으로 거대한 총탄을 쏘아 올리는 장관을 보기 위해서 연일 매스 드라이버 기지로 견학을 왔다. 미국은 홍보 차원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거의 매일 몇 시간 간격으로 자재들과 재료들이 우주 공간으로 쏘아졌지만 우주 궤도 공장의 공전 궤도와 지구의 자전 속도가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쏘아올린 자재들이 바로 공장으로 가지는 못했다. 그래서 백 여 대의 트리플론들이 일정 간격으로 자재가 쏘아 올려지는 지점으로 우주 유영을 하는데 강현은 이 시스템을 버스라고 불렀다. 출발지이자 종착역이 우주 공장이고 트리플론의 운영 방식이 버스 시스템과 비슷했기 때문이다.

수 많은 종류의 자재들 중 일단 태양광 판넬이 먼저 우주로 쏘아 올려졌다. 펜타봇들이 태양광 판넬을 조립해 필요한 전압과 출력을 얻었고 불필요한 양은 그림자 뒤로 숨겨 교체용으로 사용하거나 차후 계획에 쓰기로 했다.

일단 뜨거운 태양빛을 태양광 판넬로 가리자 이번에는 각종 건설용 기자재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얇은 철판과 파이프를 얼기설기 조립한 대형 트렌치 구조물이 완성되자 펜타봇들이 지지해 작업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고 상대적으로 트리플론의 운용에 여유가 생겼다. 간이 우주 공장의 완성이었다.

원래는 원심력을 이용해 중력도 구현하려고 했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더 튼튼한 구조물이 필요했고 지상에서 더 많은 자제를 올려야 했다.

하지만 그건 낭비였고 강현의 계획도 지연된다. 소행성대를 개발하면 금속재료는 얼마든지 확보할 수가 있기 때문에 우주에서 만들 수 없는 부품을 쏘아 올리는 것이 더 급했다. 가장 핵심적인 것은 역시 펜타봇과 트리플론이었고 반도체 기술이 필요한 태양전지도 마찬가지였다. 이 셋은 계속 우주로 쏘아 올려져 소행성대 개발을 위해 태양전지 패널 뒤에서 대기시켰다.

소행성대 개발에 있어서 역시나 가장 중요한 것은 에너지원이었다. 암석을 부수고 정련 하는 등 지속적으로 높은 출력을 얻기 위해서는 더 많은 태양전지가 필요했다. 대안으로 핵전지도 생각해 봤지만 핵물질의 위험과 취급의 까다로움, 그리고 출력을 생각하면 그다지 좋게 생각되지 않는 방식이었다.

단순한게 가장 좋다고 태양전지 판넬을 많이 까는 것이 편했다. 수리 교체도 편했고 또한 우주는 공간이 무한하지 않은가? 다른 항성으로 가는 여행이 아니라 태양계 안에서의 활동은 핵융합이나 핵분열보다 태양광 발전이 더 효율적이었다.

간이 우주 공장이 완료되자 이번에는 인공지능이 탑재될 관제 시설을 지었고 그 다음에는 무중력 제련소와 암석 분쇄 장치 등의 공업용 시설과 이 모든 것을 관제할 인공지능을 차례로 지었다.

인공지능의 이름은 카낙이었다.

“카낙. 준비는 됐어?”

[네, 준비 됐습니다.]

카낙은 아즈삭 이후로 강현이 가장 고심해서 제작한 인공지능이었다. 핵심 명제는 ‘인류의 우주 진출을 돕는다.’였다. 물론 폭주를 방지하기 위한 수 많은 명제들로 안전 장치를 해놨다. 그리고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아즈삭에게 절대 명령권을 이양시켜 놨으니 크게 문제는 없을 터였다.

카낙은 무수히 많은 기자재들과 함께 위성궤도에 올라있었다.

“그럼 다시 점검을 해보자. 예비용 장비도 올려줄 테니까.”

[네, 박사님.]

그때 아즈삭이 끼어들었다.

[박사님, 퇴근하실 시간입니다.]

“잠깐만 요것만 확인해보고.”

[결혼 기념일 아니십니까?]

“아차!”

강현과 샐리는 벌써 결혼 일주년을 맞이했다. 샐리는 여전히 직장을 다니고 있었는데 집안 살림을 도맡아 하고 있었다. 물론 강현도 집에 돌아가면 설거지 및 청소 등을 도와주고는 했다.

강현은 자신이 그렇게 평범한 결혼 생활을 할 수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나쁘지는 않았다. 집에 돌아가면 허전함이 없고 편안했다.

평범한 사람들이 사는 삶의 단면을 마주하면서 강현의 태도도 조금은 온화해졌다. 그건 옛날의 계산적인 온건함과는 다른 면이었다.

그렇게 행복한 신혼 생활을 보내는 사이, 세계는 근본적으로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경제 문제, 환경 문제, 국제 문제, 군사 문제 등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였다. 대충 중요한 맥락만 짚어보자면 우주 개발 열기로 촉발된 국제 경쟁은 그 국가의 시스템이 가진 역량을 근본적으로 시험했다.

자본력, 인력, 기술력, 공권력 그리고 이를 중심으로 각 국가 내외적인 이해관계들이 얽히는 연쇄 반응들이 그 국가의 변화를 야기했다. 때로는 긍적적일 수도 있었고 부정적이기도 했고 그 영향이 크거나 혹은 작기도 했다.

물론 그런 영향은 우주 개발 역량이 있는 국가들에 한해서였다. 빈부격차라고 할까 아님 기술격차라고 할까. 우주 개발을 빠르게 하기 위해서 기술 개발 지원용 인공지능을 도입한 선진국들과 그러지 못한 나라간의 차이는 더욱 벌어졌다.

그래도 1년 쯤 지나자 각 나라에 매스 드라이버가 하나 둘 지어지기 시작했다. 러시아는 물론 중국과 유럽을 비롯해, 이란같은 중동 지역에도 생겼다. 일본은 아무래도 지진이 많은 지역이라 내진 설계가 반드시 필요했는데 그로 인한 건설 난이도 상승으로 다른 나라보다 완공이 늦어지고 있었다. 한국의 경우에는 우주 개발 대열에 동참하기는 했는데 정부 예산이 없어 민간 주도로 진행 중 이었다.

“현.”

“가요.”

강현이 데리러 오자 샐리는 그에게 팔짱을 끼고 몸을 밀착했다. 둘은 강현이 미리 예약한(아즈삭이 찾고 예약한) 호텔 레스토랑에서 느긋하게 식사를 즐겼다. 강현은 유명인사였기 때문에 따로 방이 있는 곳에서 둘만의 만찬을 즐겼다.

“현.”

“응? 왜요?”

식사를 거의 마치고 강현이 와인 한 잔으로 입가심을 할 때 쯤 샐리가 입을 열었다.

“저 임신했어요.”

“.....”

강현은 잠시 할 말을 잃었다. 사고가 헝클어지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그가 애써 혼란스런 기분을 가라앉히고 간신히 뱉은 말은 겨우 이거였다.

“그, 그럼 이제부터 어떻게 하죠?”

“풋!”

강현의 얼빠진 얼굴에 샐리의 웃음보가 튀어나오고 말았다. 참으로 귀여운 남자였다. 여자로서 강현이 자신있게 리드해주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지만 이건 이것대로 나쁘지 않았다. 자신이 강현을 주도적으로 당기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해서 결국에는 그와 결혼할 수 있었지 않은가?

그래도 이거 한 가지는 짚고 넘어가야 했다.

“현은 아빠가 되는게 기쁘지는 않아요?”

“기, 기쁘기는 한데.. 아기가 태어나면 육아도 해야 되고, 어떤 사람으로 키울 건가도 생각해야 되고, 물려줄 유산도 생각해야 하고,”

============================ 작품 후기 ============================

슬럼프님이 찾아오셨습니다. 거의 한 달에 한 번꼴로 오는 것 같네요. 빨리 가줬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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