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2화
결혼식을 마치고 둘은 결혼 여행으로 록키 산맥으로 향했다. 해외 여행은 미안하지만 정부 차원에서 자제할 것을 부탁 받았다. 미국 내라면 강현과 샐리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지만 외국으로 간다면 그러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수 많은 관광 명소를 놔두고 록키 산맥을 결혼 여행지로 선택한 것은 샐리의 강력한 주장 때문이었다. 평소 연구실에만 처박혀 있던 강현에게 자연의 상쾌함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만일 강현이 그녀의 속마음을 들었다면 아마 자신은 무한히 우거진 숲이 아니라 흥한 모래 한 줌에서 아름다움을 찾아낼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하며 좀 더 몸이 편한 곳으로 가자고 말했을 터였다.
“헉! 헉!”
“현. 너무 연구실에만 있으니까 체력이 형편 없이 떨어진 거라고요.”
“헥! 헥!”
산을 오르는 강현은 힘들어서 대답을 못했다. 그러고 보니 조깅머신 위를 뛰었던 때가 언제였더라? 걷는 건 매일 하지만 달리기는 언제 했는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오래된 것같았다.
반면에 샐리는 그동안 자신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는 강현 때문에 매일 헬스장에서 뛰면서 스트레스를 풀었기 때문에 체력이 강현보다 더 좋았다. 덕분에 관광지의 호텔에서 지쳐 쓰러진 강현을 억지로 세우느라(?) 샐리가 무지 고생했다.
그래서 강현은 여행 내내 샐리의 잔소리를 들었다. 잔소리의 내용은 거의다 체력 관리를 위해 열심히 운동을 하라는 말이었다.
강현은 입이 있어도 할 말이 없어서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그녀의 잔소리를 빼면 그닥 나쁘지 않았던 신혼 여행을 마치고, 둘은 일상으로 복귀했다. 샐리는 사무일을 계속했다. 두 사람의 신혼집은.. 강현과 제시가 샀던 그 집으로 하기로 했다. 여자로서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지만 그를 오랫동안 지켜봤던 샐리는 굳이 그에게서 제시의 존재를 지우려고 하지 않았다. 죽은 사람과 싸우면 자신만이 손해였다.
그리고 강현은 신혼 생활을 시작함과 동시에 드디어 우주로 본격적으로 발사체를 쏘아올리는 단계를 시작했다.
원래라면 직접 네바다까지 가서 기지에 기거하며 상황을 지켜봤겠지만 신혼이라는 특수한 상황이라 계속 연구실에 있으면서 원격으로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박사님. 준비 되셨습니까?]
화상 전화로 NASA측 책임자인 반홈과 일을 진행했다.
“아즈삭. 준비 됐지?”
[스페이스 넷도 준비 완료 되었습니다.]
“이쪽도 준비 완료됬습니다.”
[그럼 발사 시퀀스에 돌입하겠습니다.]
반홈이 손을 흔들자 오퍼레이터가 패널을 조작했다.
발사체가 최소 위성 궤도에 오르기 위한 속도는 얼마인가? 공기저항을 고려하지 않으면 약 7.9km/s정도 된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1분 이내에 도착하는 속도다. 공기저항을 고려하면 당연히 속도는 더 증가해야 한다.
하지만 그만한 출력을 내기 위해 막대한 전력을 투사할 경우 문제가 되는 것이 하나 둘이 아니다. 전류가 강해지면 옴 저항 때문에 막대한 열이 발생한다. 그래서 전력을 높이기 위해 일반적으로 전류 대신 전압을 높이는 방법을 사용하는데 일반적인 전압 상승 시스템을 쓸 수가 없었다. 게다가 레일건에 사용되어야 할 전류는 직류였기 때문에 교류의 변압기를 이용한 전압 증폭 시스템은 한계가 있었다.
가변 콘덴서를 이용한 기계적인 방법으로 전압을 증폭하는 방법이 매우 단순하지만 오히려 전력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물론 발사체가 가속될 동안 초고전압을 유지하기 위해서 대용량의 콘덴서가 필요했고 또한 고전압을 담기 위해 특수한 콘덴서여야 했다.
콘덴서는 기본적으로 얇은 판을 서로 붙지 않게 가까이 댄 것이다. 그때 이 판에 전압을 걸면 각 판의 표면에 전하가 쌓이고 정전기적인 인력으로 인해 전하가 유지된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손실된다.
이런 콘덴서에 쌓이는 전하의 양은 전압과 두 판 사이의 면적의 곱에 비례하고 두 판 사이의 거리에 반비례하게 되는데 바로 이 원리에서 가변 콘덴서를 이용한 직류 전압 증폭이 가능한 것이다.
약한 전압으로 두 판 사이에 일정량의 전하를 쌓았는데 만일 이 두 판 사이의 면적이 줄어들거나 거리가 멀어지면 어떻게 될까? 그렇게 되면 동일한 양의 전하를 쌓기 위해 자연히 더 큰 전압이 필요해진다. 다시 말하면 그런 상황의 콘덴서는 그만큼의 전압을 형성하게 된다는 뜻이다. 즉, 전기용량의 조절이 가능한 가변 콘덴서는 일정량의 전하를 쌓기만 하면 콘덴서의 구조에 물리적인 변화를 가해 더 큰 전압을 생성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매스 드라이버에 사용될 정도의 가변 콘덴서는 평범해서는 안된다. 최소 위성 궤도를 돌기 위한 임계 속도는 7.9km/s. 거기에 공기 저항과 적도에서 벗어난 지역에서의 발사라는 것을 고려해서 거기에 플러스 알파를 하면 최종 속도는 더 빨라져야 하고 매스 드라이버의 길이를 고려하면 약 12초 동안 전압을 유지해야 했다.
때문에 강현은 이를 위한 특수한 전압 시스템도 설계를 했는데 거의 옆에 있는 강현의 공장만한 크기가 되는 수 밖에 없었다.
강현이 만든 가변콘덴서형 전압시스템은 외부에서 보면 여러개의 유압 실린더가 쌓여있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 내부는 특수한 유전체 세라믹 코팅으로 겹겹히 쌓여있었고 할로겐 가스와 불활성 기체중 하나인 크립톤의 혼합 가스가 낮은 기압으로 차있었다.
초고전압이 쌓이게 되면 어쩔 수 없이 진공을 통해서 전자가 방전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것은 콘덴서를 구성하는 판에 저장된 전하의 손실이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 부도체로 전자가 흐르지 못하게 만들어야 했다. 실제로 상용화된 콘덴서는 그 성능을 높이기 위해 유전체로 분류되는 세라믹 물질이나 유기화합물로 금속박막의 접촉을 차단한다.
그러나 그것을 상회하는 초고전압 콘덴서를 위해 강현은 플라즈마를 이용했다. 할로겐 가스와 소량의 수소가스, 그리고 촉매 작용을 할 불활성 기체를 반응성이 극히 떨어지는 사파이어 코팅이 된 금속판 사이에 넣고 고전압을 가하면 강한 전기장으로 인해서 양자역학적으로 유리된 이온과 전자가 반대 방향으로 분리되어 정전기적인 전하를 쌓이게 만든다. 바로 이때 유압실린더처럼 생긴 외관이 작동하는 것이다.
유압을 이용해 이 가변 콘덴서의 판 사이를 잡아당겨 벌리면 더 높은 전압이 형성된다. 그리고 이 수 백 개의 특수 가변 콘덴서는 스페이스 넷과 연결된 센서와 시스템을 통해서 정밀하게 제어하면 일정한 전압을 형성할 수 있었다.
[충전율 100%. 방전을 시작합니다.]
매스 드라이버 기지 안에 스페이스 넷의 음성이 울렸다.
매스 드라이버 안에 탑재된 방추형 발사체의 둘레에 살짝 난 금속 돌기로 스파크가 튀기 시작했다. 전류가 흐르면 내부의 전자석이 활성화되어 매스 드라이버 튜브에 있던 초전도체와 반발력을 만들어 내부에 둥둥 뜨기 시작했다.
동시에 로렌츠의 힘이 발사체를 밀어내기 시작했고 순식간에 초음속에 도달했다.
푸악!
발사체가 지나간 내부에 잠깐 소닉붐이 일어났다.
[임계 속도 도달률 98%, 99%, 100%. 발사체 탈출까지 3초, 2초, 1초.]
상황이 전달되고 과연 스페이스 넷의 말대로 무언가 희끗한 것이 엄청난 폭음과 함께 공중으로 순식간에 사라지기 시작했다.
곧 매스 드라이버의 양 끝으로 공기가 밀려들어오기 시작했다. 발사체가 공기를 초음속으로 밀어내며 튜브 안의 기압이 극도로 낮아졌기 때문이다.
한편, 하얀 방추형의 발사체는 대기를 가르며 멈추지 않고 솟아 올랐다. 마찰열로 내열 타일이 붉게 달아올랐지만 곧 대기가 희박해지고 속도로 줄기 시작하자 달아오른 열도 식기 시작했다.
[목표 고도 도달 완료. 탑제물 사출 시작.]
딱딱한 기계음이 들려왔고 지상 관제탑에서 명령을 수신 받은 발사체는 곧 작업을 시작했다.
뾰족한 앞쪽이 반으로 갈라졌다. 갈라진 틈으로 둥근 구멍이 있었고 둥근 구멍으로 잘 접힌 트리플론의 EM 드라이버가 보였다.
그 밑으로는 내용물을 밀어내기 위해 장착된 스프링과 판이 있어 곧 트리플론은 무중력 공간으로 밀어냈다.
트리플론은 그 주변을 동그랗게 감싼 고분자 필름과 함께 사출되었는데 이 고분자 필름은 트리플론과 발사체 내부의 컨테이너 사이의 마찰을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광분해성이기 때문에 데프리가 될 문제도 없었다.
트리플론을 우주로 사출한 발사체는 곧 내부에 장착된 EM 드라이버로 감속을 하기 시작했다. 다시 지구의 중력권에 잡혀 돌아가기 위해서였다. 발사체는 그 안에 담길 트리플론이나 펜타봇보다 더 비싼 물건이었다. 아무래도 매드 드라이버와 마찰열을 막기 위해서 비싼 재료를 사용해야 했기 때문이다.
촥!
발사체의 양 옆으로 피막과 같은 날개가 펼쳐졌다. 탄소 나노 튜브로 만들어진 천으로 되어 있어 찢기가 무지 힘든 물건으로 발사체를 글라이더로 만들어 주었다.
열권에서부터 방향을 잡고 천천히 하강하던 발사체는 GPS에 따라 켈리포니아 해역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켈리포니아 해역 위에 도착한 발사체는 꽁무니에서 낙하산을 펼쳐 손상없이 바다위에 떨어졌다. 물론 회수하기 쉽도록 레이더가 장치된 부표를 띄우는 것도 잊지 않았다. 다양한 기능을 고려했을 때 무중력 로봇보다 더 비싼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한편 우주 공간에 사출된 트리플론의 다리는 스프링에 의해서 저절로 펼쳐지기 시작했다. 완전한 모양되자 전원이 들어왔고 지상과 통신을 하기 시작했다.
[트리플론 1, 스탠바이. 궤도 진입 성공.]
우와아아아!
기지 내에 환호성이 울렸다. 하지만 이제 겨우 시작일 뿐이었다. 우주 공간에서 EM 드라이버를 사용하며 유영하기 위해서 스페이스 넷도 적응을 해야하고 많은 준비가 필요했다.
처음에는 한 번 발사체를 쏘아올리고 매스 드라이버의 상태를 점검하고를 반복하던 매스 드라이버 기지는 시설의 마모 정도를 확인하고 나서는 하루에 10번씩 발사체를 쏘아올렸다. 덕분에 전력 수급이 더 어려울 정도여서 부랴부랴 태양전지 패널을 황무지에 더 많이 까는 공사를 벌였다.
한 달 쯤 지나자, 총 300여대의 펜타봇과 트리플롯이 우주 공간에 쏘아졌다. 각각 소형 태양전지 패널로 본격적인 작업에 앞서 충전 대기를 하고 있었다.
곧 우주 공장용 태양광 패널이 우주로 쏘아 올려지기 시작했다.태양광 패널은 조립식으로 너트나 볼트 없이 조립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태양광 패널의 표면은 매우 특수한 고분자 코팅이 되어 있는데 강현이 슈퍼 다이아몬드 나노 입자를 로봇의 표면에 입히기 위해 만든 고분자를 변형해서 만든 투명 플라스틱으로 우주 데브리에 의해서 태양광 패널이 파손되더라도 파편이 밖으로 비산하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했다. 일종의 자동차 안전 유리와 같은 원리였지만 태양광의 투과률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힘든 문제였다.
태양광 패널로 우주 공간을 유영하는 로봇들에게 충분한 전력을 공급할 수 있게 되자 이제는 본격적으로 위성 공장의 시설물을 지을 차례였다. 소행성대에서 에너지 원으로 사용한 태양광 패널도 계속 올려야 하고 거기로 보낼 광산 개발 장비들도 보내야 했다.
중요한 것은 소행성대의 광산 개발을 위한 인공지능이 필요하다는 것인데 여기에서 엄청난 난제가 생기고 말았다. 인공지능을 가동하기 위한 전력 수요가 무척이나 높다는 것이었다.
============================ 작품 후기 ============================
두 편 올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