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과학의 군림자-139화 (139/241)

139화

왜 나선 걸까?

아담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강현의 성향은 온건적이다. 거기에 돈을 쌓아두고 투자를 잘 하지도 않고 연구실에 처박힌 뼛속까지 과학자인 인간이다.

과학자의 실용적인 마인드라면 네바다 프로젝트에 돈이 적잖게 들어가는 것을 파악하고 당연히 거액의 투자를 반겨야 하지 않는가? 그런데 왜 갑자기 이런 식으로 나오는 것인가?

아담은 새삼 강현이 우주의 이권에 탐이 난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무한한 자원의 보고. 태양계만 해도 태양이란 무한한 에너지원과 소행성군이라는 무한에 가까운 금속 자원이 있다. 그 엄청난 자원에 탐이 나지 않는다면 사람이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우주에 대한 이권을 선점하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무언인가? 간단히 말해서 우주에 나갈 수 있는 기술을 선점하면 된다. 아니 특허로 만들지 않고 블랙박스화해서 영원히 기업의 비밀로 지킨다면 우주는 그 기업의 것이 된다. 우주에 나가는 것 자체가 너무나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중세시대로 따지면 성문 통과세를 징수하는 권리를 확보하는 일이랄까?

네바다 프로젝트에 대한 민간 자본 투자는 민간인인 자신이 그 기술에 대한 지분을 확보하기 위한 교두보였다.

하지만 실패한 이상 다음 일을 진행해야 했다. 아담은 강현을 만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가 예측했던 행동에서 벗어난 이상 그 저의를 확인해야 했다.

그러나 그런 그의 의도는 성사되지 못했다.

[바빠서 시간이 나지 않습니다.]

[박사님께서 며칠째 연구실에서 나오지 않으셔서요.]

[죄송합니다. 박사님께서 네바다에 시찰하러 가신 것 갔습니다.]

몇 번이나 만나려고 했지만 강현은 만나주지 않았다. 의도적으로 그와의 만남을 회피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담 혼자만 거절 당하는 것도 아니다. 금융계 인사, 유명한 로비스트는 물론 언론계 사람들까지 강현과 만나지 못했다. 우주 개발을 가시화 시킨 사람에 대한 순수한 호기심에도 불구하고 강현은 바쁘다는 핑계로 만남을 회피했다.

그렇다면 그는 정말로 바쁜 걸까?

“아아, 여유롭네.”

그는 한가하게 아즈삭이 타준 커피를(얼마전 구입한 커피 기계를 HA가 조작했다.) 내려 마시며 키보드를 검지로 하나씩 누를 뿐이었다.

강현이 키보드를 누를 때 마다 한 페이지씩 내려가며 여러 개의 기술 특허의 이름이 나타났다.

우주 개발에는 손을 놓은 건가? 그렇지는 않다. 일단 아즈삭과 우주 시뮬레이션을 하면서 필요하다고 생각한 도구들을 우주용으로 재설계를 하고 나서 시제품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거기에 매스 드라이버와 거기게 전력을 공급할 발전소, 그리고 그 둘을 연결해줄 초고압 전력 시스템이 완공되기를 기다려야 했다.

완공되고 나서는 이상이 없는지 확인하고 본격적으로 우주 개발에 돌입해야 하기 때문에 무척이나 바쁘겠지만 지금은 딱히 할 일이 없었다. 진행시켜 놓은 일들이 진행되기 위해 뜸을 들이는 시간이라고 할 수 있었다.

“우주 농장에서 사용할 기술을 수경재배로 할까, 아니면 땅을 만들까?”

[잘 모르겠습니다.]

우주 농장을 실현 시키기 위한 가장 가까운 형태는 수직 농장이다. 건물 안에 농장을 만드는 것이다.

이 방법은 외부 세계에 대해서 격리 되어 있기 때문에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도 농작물에 대한 병충해를 직접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문제가 일어난 구획은 격리처리하면 되기 때문이다. 물론 이 방법은 비용이 많이 든다.

이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 흙 대신 물이나 젤리 같은 것을 대신 사용하고자 하는 것이 수경재배의 목적이었다. 즉, 흐르는 액체를 이용해 컴퓨터 시스템과 결합해 작물의 영양을 실시간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는 흙을 사용하는 것보다 사람의 품을 적게 들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강현의 무인화 우주 개발에 매우 유용할 것이 분명했다.

반면에 땅을 만드는 것은 기술적으로도 매우 어렵다. 일단 흙이 존재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그 기반을 만드는 것은 우주 도시를 만드는 것과 동일한 난이도를 요구했다.

“실용적인 부분만 따지면 딱히 필요가 없는데..”

원심력으로 중력을 해결하기만 한다면 공장제 목축으로 고기도 생산할 수 있다. 하지만 땅이가진 매력을 무시할 수가 없었다.

인류가 우구로 진출하게 되어도 적어도 수세기는 지구에 대한 향수가 남을 것이다. 아무리 인간이 적응의 동물이라고 하지만 기본적인 자연 환경에 의한 영향을 무시할 수가 없었다.

특히 미생물의 영향을 무시할 수가 없었다.

지구상의 모든 생물은 이 미생물과 함께 진화를 해왔다. 때문에 미생물이 없는 환경에서 인체가 어떤 증상을 나타낼지 확신할 수가 없었다. 이미 과도한 위생에 의한 자가 면역 증후군의 대표적인 원인 중 하나가 바로 미생물의 부재라지만 우주 공간에서 그것이 어떻게 발현될지 알 수 없었다. 미생물의 세대 교체 속도가 엄청나게 빠르기 때문에 진화속도 역시 엄청나게 빠르기 때문이다.

“끄응. 땅을 만들려고 하면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모르는데...”

땅 역시 그냥 존재하지 않는다. 적절한 수분을 공급해야 되고 물이 순환할 수 있도록 구조를 만들어야 했다. 그런 구조가 들어갈 수록 우주에 땅을 만들기 위한 구조물은 더 커지고 튼튼해져야 한다.

거기에 수리 관리 역시 문제였다. 우주 공간에서 한번 사고가 나면 끝이다. 모든 것이 파괴된다. 그렇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구조물에 대한 정밀 검사가 필요했다. 문제가 생겼을 때 수리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했다.

필연적으로 수리하는 동안 우주의 진공에서 전체적인 구조물을 지키기 위한 설계가 필요했고 전체적인 구조물의 외곽을 이중 격벽 구조로 만들 수 밖에 없었다. 내부의 수리가 필요할 때 외부의 벽이 지지해주고 외부의 수리가 필요할 때 내부의 벽이 지지할 수 있는 받침이 되는 구조가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주에 땅을 건설하는 것은 지금 짓는 우주 공장 규모의 수 십 배, 수 백 배가 된다.

“안 되겠다. 우주 농장은 우주 식민지를 먼저 건설하고 생각하자.”

어차피 수경재배는 많은 공간을 차지 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사람이 거주할 수 있는 우주 식민지를 건설하고 나서 우주 농장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강현은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고 컴퓨터 화면을 전환했다. 지겹도록 본 공식이지만 아직 불가해의 요소가 남아있는 신 통일장 이론이었다. 강현은 몇 번이나 머리를 굴렸지만 자신이 어떻게 이런 공식을 만들었는지 스스로가 신기할 정도였다.

[박사님. 골드만 삭스의 겔로 켄 회장이 만날 약속을 잡자고 합니다.]

“바빠서 안 된다고 해.”

[네.]

강현은 또 다시 외부인과의 만남을 거절했다. 그가 생각하기에는 이것이 그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가장 적절한 수단이라고 생각했다.

변화는 점진적으로 일어나기도 하지만 순식간에 일어나기도 한다. 특히 저항 세력이 있을 때에는 더욱 그렇다. 포텐셜이 쌓이고 쌓이다가 임계점을 넘어 표출되는 것이다.

그래서 굳이 사람을 만나 그의 속내를 보일 필요가 없었다. 절대로 우주 진출에 자본 세력을 가담시키지 않을 것이고 설사 가담 시키더라도 그때는 이미 무한한 공유지를 모든 사람이 공유할 수 있는 기반이 닦긴 후일 것이다.

그때까지 자본가들은 눈먼 장님으로 있어줬으면 했다. 어어 하는 사이에 상황이 그들의 통제를 벗어나는 일로 만들면 강현의 의도는 한결 편하게 성취된다.

그래서 강현이 외부와 일절 교류를 끊고 우주 개발에 몰두하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교류를 끊은 것은 아니었다.

“박사님, 식사 왔어요.”

이젠 서로 연인으로 인정한 셀리가 카트를 밀며 연구실로 들어왔다. 오늘은 강현의 입맛에 맞는 카레 라이스였다. 강현이 점점 두각을 나타내며 쌀밥이 포함된 식사의 비중이 높아졌다. 웃기는 건 미국인들에게 쌀밥은 ‘야채’로 인식된다는 점이다. 사실 탄수화물 덩어리라 고기보다 살이 더 찌는 식품인데도 말이다.

“우와 밥이네.”

강현은 쌀밥을 반겼다. 아무리 미국에서 오래 생활을 한다고 해도 어렸을 적의 입맛은 쉽게 변하지 않는 법이다. 더구나 김치에 연연하는 입맛이 아니라서 김치 없이 밥을 먹을 수 있기에 미국식 식사에 그다지 불만이 없었다.

“그럼 잘먹겠습니다.”

둘은 연구실에 마련된 식탁에서 식사를 하며 서로의 생활상에 대해서 물었다. 강현은 여전했지만 셀리는 최근 부쩍 자신에게 부탁하는 전화가 많아져서 곤란한 참이었다. 어떻게 강현의 인간 관계를 알아냈는지 그녀에게 강현과의 만남을 주선해 달라는 전화로 업무에 지장이 있을 정도였다.

“그래서 어떻게 했어요?”

“저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알아서 하라고 했어요.”

“잘했어요.”

강현에 칭찬에 샐리가 배시시 웃었다. 활짝 핀 노란 국화같은 미소였다.

강현은 그 미소에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느끼며 스푼으로 밥에 카레를 비벼 입에 넣었다. 미국의 카레는 한국의 카레보다 풍미가 좀 강했지만 나쁘지는 않았다. 이미 익숙한 맛이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매스 드라이버가 완공되었다. 지분을 확보하고 싶어하던 월가의 금융회사들은 입맛을 다셨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선거때 일어난 강현의 돈지랄에 함부로 움직이기가 그랬다. 더구나 그 10억 달러로 아바노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고 나서는 더 그랬다.

그들은 강현의 우주 개발만 보며 손가락을 물수도 없어서 빠르게 다른 투자처를 찾기 시작했다. 이로서 강현은 한결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됐지만 그래도 경계는 계속해야 했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하이에나와 같은 기회주의자들이기 때문이다.

“현. 언제 청혼해 줄거에요?”

“풉!”

막 카레와 비빈 밥을 입에 넣던 강현은 하마터면 스푼 째로 뱉을 뻔했다.

청혼? 샐리에게?

언젠가는 해야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 기습적으로 질문을 당하니 천하의 강현도 당황했다.

“어, 어. 그게.”

사실 강현은 청혼을 해본적이 없다. 제시와는 그냥 자연스럽게 부부처럼 되었다. 그런 경험뿐인 그는 여성의 로망을 이뤄주는 매너가 없었다.

“익숙하지 않은 거 아니까 무리하지 마세요.”

“알았어요.”

강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샐리가 그를 배려해서 한 말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는 그녀의 배려에 자신이 뭔가를 해야할 것 같은 부담감을 느꼈다. 하지만 뭘해야 할지 잘 알지 못했다.

“어떻게 청혼을 해야하죠?”

“어머! 그걸 왜 저한테 물어요.”

샐리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강현에게 이런 종류의 일은 매우 골치아픈 일이었다.

샐리에게 어떻게 청혼을 해야 할지 결정하지 않으면 또 예전처럼 둘 사이의 관계를 정립하지 못해서 질질 끌게 될 것이다.

그래서 강현은 아즈삭의 도움을 받았다.

“청혼하는 방법에 대해서 조사 좀 해봐.”

[네, 박사님.]

그러면서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의 수많은 청혼 방법이 수집됐다. 하지만 딱히 강현의 마음에 드는 청혼 방법은 없었다.

청혼의 스케일이 커지면 커질 수록 뭔가 쑥스러웠다. 2조 달러의 거부인 그라면 대형 스타디움을 빌려서 성대하게 청혼을 할 수도 있지만 사생활에 타인의 주목이 끌리게 만들기는 싫었다.

“.... 그냥 가장 간편하게 가자.”

흔히 멜로 영화에서 하는 방법이 있지 않은가? 한 쪽 무릎을 꿇고 반지 상자를 열어서 근사한 멘트를 날리는 장면이.

“.....”

가장 무난한 방법이지만 자신이 그 장면을 재현한다고 하니 강현은 온 몸에 닭살이 돋는 것 같았다.

============================ 작품 후기 ============================

좀 루즈하죠? 글이 막혀서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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