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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군림자-138화 (138/241)

138화

1조 달러 규모의 우주 산업 투자라면 우주 개발 속도를 늘리기 위해 당장 민간 투자를 받을 필요가 없어진다. 나중에는 모르겠지만 강현의 투자를 받아 정부 차원에서 먼저 우주에 진출하게 되면 차후 민간 투자를 받더라도 우주 개발에 정부의 입장이 우선하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건 큰 정부를 지향하는 민주당 의원들의 입맛에도 맞을 것이다.

“그럼 더 이상 제가 걱정할 일은 없죠?”

“하하하! 걱정하지 마십시오. 박사님께서 쓸데없는 걱정할 필요없이 우주 개발에 전념할 수 있게 해드리겠습니다.”

“그게 바로 제가 원했던 거에요.”

두 사람은 웃으면서 악수를 나누었다.

[세기의 천재! 쌓아둔 돈 보따리를 푼다!]

[무려 1조 달러를 우주 산업에 투자!]

[인류! 드디어 우주로 진출하나?!]

언론에서는 강현의 동향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바야흐로 지금 미국을 휩쓰는 두 이슈의 주인공이었던 것이다. 하나는 정치로 분류할 수 있는 10억 달러 쾌척, 또 하나는 과학 혹은 사회로 분류할 수 있는 1조 달러에 달하는 우주 개발 투자 계획.

전자도 중요했지만 후자 역시 만만하지 않았다. 우주 개발은 대선 정국과 얽혀 대중의 관심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었다.

사람들은 바보가 아니다. 우주의 선점이 국력에 얼마만한 기여를 할 것인지 알고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우주 개발의 첨두에 선 강현이 어느 정당의 편에 드는 것인지가 매우 중요했다. 우주 개발에 어느 당이 적합한지 전문가가 제일 잘 알지 않겠냐는 것이 대중들의 생각이었고 덕분에 파셀 의원에게 밀리던 민주당이 어느새 턱 끝까지 치고 올라왔다.

다른 나라였다면 공인의 정치적 중립이 어쩌고 저쩌고 말들이 많겠지만 미국은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 나라였다. 정치적 성향을 방송에서 표현한다고 프로그램에서 짤리는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정치의 풍자가 자유로운만큼 정치색을 표현하는 것 역시 자유로운 나라였다.

그래서 강현에게 쏟아지는 비난은 그리 많지도 않았다. 비난할 거리도 없거니와 오히려 언론에서 강현의 눈치를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양자 통신 장치 때문이다. 그 기술은 정보 산업의 틀을 바꿀 수 있기에 통신 업계는 그 소유자인 강현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또한 통신 업체를 통해 여론을 형성하는 언론이 통신 업계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가 없으니 자연히 강현의 이름을 다루는 것이 조심스러워졌다.

그러나 예민한 촉을 가진 기자들은 ‘네바다 프로젝트 민자 유치 법안’과 그 뒤에 일어났던 일련의 사건과의 관련성을 기사화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너무나 흥미진진한 이야기였기 때문에 독자의 구독율이 증가할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구독율의 증가는 기자는 물론 언론사에서 포기하기 어려운 이익이었다. 구독율은 곧 광고비의 증가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우주의 선점을 놓고 벌어지는 기술 권력과 자본 권력의 치열한 신경전!]

‘이번 민주당에 강 박사가 기부한 정치 자금의 액수는 모두를 기함하게 만들었다. 무려 10억 달러나 되는 돈을 민주당에 기부한 것이다. 그 액수는 2012년에 사용된 총 선거비의 절반이나 되는 금액이었다.’

‘모두들 알다시피 강 박사는 오래전부터 공화당을 지지해 왔었다. 세계 석유 컨소시엄의 경우를 생각해 봤을 때 거대한 파급 효과가 있는 기술이 혼란을 만들지 않게 배려하는 그의 안정지향적 성향을 보았을 때 보수당인 공화당을 지지하는 것은 언뜻 당연해 보인다.’

‘그렇다면 왜 이번에 민주당에 돌아서게 되었을까? 그에 대해 여러 말들이 있지만 얼마전 국회에 계류된 ‘네바다 프로젝트 민자 유치’에 관한 법안이 가장 크게 영향을 끼인 요인으로 보인다.’

…. 중략....

‘거대한 이권이 걸린 우주 개발이다. 그리고 강 박사와 NASA는 다른 자본의 도움 없이 충분히 우주를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그런데 거기에 양해를 구하지도 않고 정치권 로비를 통해 끼어든 자본이 강 박사의 심기를 자극했을 것이다.’

…. 중략....

‘차후 이 일이 어떻게 진행될지는 모르겠지만 이 신경전의 결과는 앞으로 인류 앞에 도래한 우주 세기의 시작이 어떤 모습으로 이루어지게 될지 가늠할 수 있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역시 미국 언론의 능력은 예리했다. 그들은 강현이 민주당으로 돌변한 상황을 자본과 기술의 대립이란 프레임으로 바라보았다. 자본 권력에 대항할 수 있을 정도로 기술 권력이 두드러진 현 시대의 상황을 정확히 바라보았다.

강현이 개발한 인공지능이 정보 보안은 물론 이제는 기술 개발에도 한 몫을 보태게 되는 세상이 도래했으니 더욱 그랬다. 기술의 발전은 가속을 거듭할 것이고 신기술을 선점하기 위해 자본은 헐레벌떡 뛰어다닐 수 밖에 없었다. 도태되지 않기 위해 기술의 뒤를 자본이 따라가게 되는 형태가 되는 것이다.

물론 생산이란 노동, 땅, 자본의 결합이고 기술은 고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첨가제일 뿐이지만 그것도 얼마남지 않았다. 강현의 우주 개발이 성공하고 무인 공장이 등장하는 순간 기술은 자본주의 시장의 첨가물에서 사회의 핵심으로 자리잡을 것이다. 그 순간 기술과 자본의 역학 관계는 뒤바뀐다. 자본을 위해서 기술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을 위해서 자본이 존재하는 세상이 오는 것이다. 혹은 둘을 구분하지 못하는 세상이 될지도 모른다.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자본은 독과점적인 권력을 상실하고 다른 가치와 융합해야 존속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게 무슨 말이오?! 힘들다니!”

록팰러는 공화당 의원의 통화를 받고는 소리를 질렀다. 지금 들어간 돈이 얼만지 알고 하는 소린가?

[록팰러 회장. 난들 어떻게 하나? 1조 달러가 투입된다고 명분도 없고 법안을 주도적으로 밀고 있던 민주당 의원들이 완전히 법안에서 등을 돌렸어. 10억 달러의 위력이 얼마나 큰지 자네 같은 부자가 알기는 하겠나?]

아쉬우면 공화당에도 10억 달러를 내라는 뉘앙스에 록팰러의 미간에 주름이 졌다. 돈 독 오른 돼지 새끼 같으니..

록팰러는 하고 싶은 말을 꾹 참았다.

“하아. 골치 아픈 문제군요. 일단 다시 연락하겠습니다.”

그러면서 전화를 끊고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10억 달러가 뉘집 개새끼 이름인 줄 아나?”

부자들의 자산 중 현금 자산은 그리 많은 비중을 차지 하지 않는다. 현금 자산과 비현금 자산의 가치는 경기에 유동적으로 반응하기 때문에 부를 잃지 않고 지속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 다양한 형태로 분산시켜 놓는다.

그중 현금은 그냥 쥐고 있으면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계속 가치가 떨어진다. 그래서 부자들은 항상 돈을 투자하고 돌리기 때문에 10억 달러나 되는 현금 자산을 예치해 주는 경우가 드물다. 아니 있다고 해도 어떤 목적을 위해 투자를 하기 위한 돈이다. 강현처럼 쌓아두고 있는것이 이해가 안되는 일이다.

“하아.. 10억 달러라. 조금씩 각출하면 될까?”

록팰러는 고개를 흔들었다. 이번에 로비에 힘을 쓴 ‘친구’들도 그 정도로 돈을 모으자는 말에는 난색을 표할 것이다. 더구나 어떤 투자나 기업 인수도 아니고 고작 선거를 위해서10억 달러를 쓰다니.. 정말로 그 법안이 그 정도로 투자할 가치가 있다는 말인가?

모아도 문제다. 이미 강현이 10억 달러를 민주당에 넣은 이상 똑같이 민주당에 넣는 건 어느 모로 봐도 모양이 이상하다. 그들이 10억 달러를 더 먹는다고 법안을 통과 시켜줄 것 같지는 않다.

그러면 10억 달러는 공화당으로 향해야 하는데 공화당이 일을 잘 해줄지 의심스럽다.

게다가 무엇보다 강현의 10억 달러가 그냥 10억 달러가 아니라는 점이다. 강현이 10억 달러를 왜 민주당에 줬을까? 민주당이 뭐가 이뻐서?

강현이 10억 달러를 낸 이유는 법안에 대한 민주당의 태도가 돌변한 것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다른 이가 자신의 일에 함부로 끼어드는 행위에 경고장을 내민 것이다.

그런데 일부터 10억 달러를 모아서 대처한다? 이미 옐로 카드를 받았는데 또 한 장 받을 생각인가? 완전히 퇴장 당하라고?

록팰러는 강현의 냉혹함을 잘 알고 있었다. 실험실에 처박혀 그 냉혹함이 잘 드러나지 않아서 그렇지 록팰러의 머릿속에는 첫번째 국제 석유 컴소시엄에서 리비아 대사가 강아지가 끌려 나가듯이 끌려나갔던 장면이 아직도 머리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그리고 이어진 리비아 내전에서 강현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언제나 염두에 두고 있었다.

자신이 촉발 시킨 전쟁으로 수 만명이 죽었는데 일말의 책임감도 느끼지 못한 인간과 척을 지라고?

‘친구’들이 고개를 젓기 전에 자신이 먼저 고개를 저으며 거부할 것이다. 비록 석유 제조 라이센스가 거의 다 만료됐다고 하지만 거기서부터가 문제였다. 에너지 산업에 끼어들고 싶어하는 국가나 조직, 자본은 너무나 많았기 때문에 후발 주자들을 견제하기 위해서 힘을 써야 했다.

그러니 록팰러로서는 아무리 거대한 이익이 보장되어 있다고 해도 강현이라는 수문장이 지키고 있는 우주 개발에 마냥 뛰어들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도 자신은 사정이 나쁘지 않았다. 그나마 그 강현과 같은 미국인이지 않은가? 중동 쪽은 상황이 훨씬 안 좋다. 그 쪽에는 석유 라이센스 만표 시일 이전 국가의 산업을 다양화 하기 위해서 거액을 투자하고 있었다. 비옥한 농지는 물론 수자원 확보를 위한 수로 공사 및 해수 담수화 시설에 투자를 하고 있어서 강현이 이리 나온 이상 즉시 손을 땔 수 밖에 없었다. 그들은 강현이 저비용 고효율의 담수화 기술을 만들어 주길 간절히 바라고 있었기 때문이다.

“쯧. 손을 때야 겠군.”

록펠러는 이쯤에서 손을 때는 것이 옳다고 여겼다. 그러나 모두 그와 같이 생각하지는 않았다.

“우주를 독차지할 샘인가?”

아담 폰 치바르, 이 유대계 거부의 입김은 유대계 네트워크에서도 무척이나 컸다. 그가 사업을 살피는 뛰어난 안목은 그와 친분이 있는 이들에게 많은 이익을 가져왔고 그 자신에게는 신뢰란 이득을 안겨주었다.

네바다 프로젝트 역시 그런 안목에 의해서였다. 그는 자신이 살아 생전에 인류의 우주 진출이 가시화됐다는 것이 기뻤으며 또한 거대한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것 역시 알았다.

인류는 언제고 우주로 나갈 수 밖에 없다. 어느 한 지역에서 탄생한 인류는 끊임없이 이동해 왔다. 생존을 위해서, 혹은 문명의 건설을 위해서 그 지역의 자원을 소모하는 인류에게 우주라는 무한한 자원의 보고는 탐욕의 대상일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지구에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인류는 생명을 보존하기 위해서 지구를 벗어나 우주에 생명의 씨앗을 뿌려야 했다. 인류의 존재는 어쩌면 생명을 존속하기 위해 지구라는 어머니가 희생을 무릎 쓰고 빚어낸 민들레 씨의 낙하산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당연히 신의 선택을 받은 유대인이 우주에 먼저 진출하는 것이 옳지 않은가? 아담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서 지인들의 도움을 받아 우주 개발에 지분을 만들기 위해서 일을 꾸몄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떤 수익에 대한 지분은 얼마나 투자 하였는가에 달려있기 때문에 국가 프로젝트에 민간 자본을 집어넣도록 법안을 만들었다.

우주 개발의 이권에 대해 생각한 이가 그 혼자만은 아니어서 처음부터 매끄럽게 일이 진행되었다. 그로인해 나중에 경쟁을 해야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었는데 강현이 나서서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갔다.

============================ 작품 후기 ============================

글이 매끄럽게 진행이 안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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