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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군림자-134화 (134/241)

134화

로봇의 팔에 5개인 이유는 간단했다. 3개는 몸체를 지탱할 용도고 2개는 작업을 위한 도구이기 때문이다.

몸체를 지탱하는 용도로 팔이 2개가 아니라 3개인 이유는 회전 관절에 걸리는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서였다. 몸통을 지탱하는 팔이 2개라면 어떨까? 그 팔 끝을 연결하는 가상의 직선을 그려보자. 그리고 그 직선을 중심으로 회전력(토크)가 걸린다면? 몸체가 그 직선을 중심으로 회전하게 된다. 이를 버티기 위해서는 직선에 붙은 로봇팔의 손에 무리가 가해지기 된다. 심하면 파손될 수도 있다. 지렛대의 원리에 의해 더 큰 힘이 가해지니 그럴 가능성이 훨씬 높다.

그래서 이 회전 토크를 지탱할 든든한 지지대가 필요하기 때문에 몸통을 지탱하기 위해 3개의 팔이 필요한 것이다.

그렇다면 4개의 팔이라면 좀 더 안정되게 몸체를 지지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 쓸데없는 낭비가 될 가능성이 더 높다.

테이블이 바로 서기 위해 최소한 도로 필요한 다리의 수는 몇 개 일까? 4개가 아니라 3개다. 수학적으로 점 3개는 무조건 평면을 만들며 3개의 다리를 가진 탁자는 어떤 울퉁 불퉁한 지면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자세를 유지한다. 화학 실험 도구인 삼발이나, 카메라의 삼각대, 지면 위에 놓고 사용하는 각종 측정 기구를 지지하는 도구는 무조건 발이 3개다. 왜냐면 그것이 발이 4개인 것보다 더 안정하기 때문이다.

만일 다리의 길이가 서로 다른 탁자가 있다고 해보자. 이미 3개의 다리로 지면에 잘 서있는데 4번째 다리가 짧아 둥둥 떠있다. 그리고 3개의 다리가 지면에 접착제나 말뚝으로 단단히 고정되어 있을 때 이 짧은 다리를 땅에 붙인답시고 힘을 주면 탁자가 부서진다. 이를 펜타봇에 응용해보면 펜타봇이 4개의 팔로 자세를 잡았을 때 하나의 팔에 쓸데없이 힘을 쓰면 나머지 3개의 팔에도 쓸데없이 부하가 걸린다. 그래서 몸체는 지지하는 것 3개, 작업용 팔 2개가 가장 적절한 숫자인 것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치 않았다. 로봇과 자재를 따로 따로 쏘아올리기 때문에 같은 지점에서 합류할 수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때문에 우주 공간을 오갈 수 있는 운반용 비행선이 반드시 필요했다. 크기는 작아도 상관없었다. 충분히 우주로 쏘아올린 화물을 이동시킬 수 있는 추진력만 가지면 앵커로 걸어 끌고 다녀도 된다. 대기가 없는 환경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강현은 데이비드 브레디에게 연락을 걸었다. 브레디 역시 NASA의 일원 중 한 명으로 존슨 우주 센터에서 일하고 있었다. 그는 ‘이글 워크’라는 프로젝트의 책임자였다.

“EM 드라이버를 개선해서 네바다 프로젝트에 사용하고 싶으시다구요?”

네바다 프로젝트는 위성 공장 프로젝트가 네바다 황무지에서 진행되고 있기에 붙여진 이름이다.

[네. 그러니 실험자료와 설계도 좀 보내주세요.]

“물론이죠. 지금 즉시 보내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원리가 완전히 밝혀진 것은 아니라 개선하기 힘드시지 않을까요?”

[하긴 기본적인 학술적 근거와 개념이 잡혀야 제대로 개량이 가능하니까요. 뭐 잘 안 돼도 공부하는 셈 치죠.]

“알겠습니다. 곧 이메일로 보내드리죠.”

우주 공간에서 추진력을 얻는 방법은 무엇일까?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추진제를 뒤로 분사해 작용 반작용의 원리로 나아가는 방법밖에는 없었다.

이는 우주 개발에 커다란 난제였다. 우주적 스케일에서 먼 우주 여행을 위해서는 그 만큼 많은 추진제를 실어야 한다는 의미였던 것이다. 추진체를 최소한으로 쓰기 위해 플라즈마 이온 엔진 따위로 적은 양의 입자를 더 빨리 쏘아내는 연구도 하고 있지만 장거리 항해에서 이는 반드시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행성의 움직임들을 이용한 스윙바이 항법이나 관성 항법 따위가 주를 이루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방법들은 초기 속도와 방향에 의해 결과가 결정되기 때문에 미치도록 정밀한 계산이 요구된다. 허용 오차를 조금만 벗어나도 우주의 엄청난 스케일 때문에 이 오차의 영향이 커져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추진제 없이 추진력을 얻을 수 없을까하고 연구하고 있는 것이 장(場) 추진(Field propultion) 기술이다. 하지만 장 추진 기술에는 문제가 있었다. 그것이 중력장이든 전자기장이든 장을 형성하는 장치와 추진이 필요한 장치를 하나의 구조물로 만들면 작용 반작용으로 생긴 힘이 상쇄되어 어떤 운동량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블랙홀을 장대끝에 달아 우주선 전면에 부착한다고 해도 블랙홀이 당기는 힘과 장대가 지지하는 힘이 평형을 이루어 추진력은 발생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장 추진 기술의 지향점은 이런 힘의 평형이 일어나지 않는 구조로 장을 형성하는 것이고 인위적으로 공간을 왜곡하는 방법을 비롯해 원거리에 중력장을 형성시키는 방법 등 다양한 발상이 있지만 좀처럼 쓸만한 방법론이 나오질 않았다.

하지만 2000년에 개발된 EM 드라이버는 다르다. 장(場) 추진 기술과 개념이 완전히 다른 이 EM 드라이버는 전자기파, 즉 빛을 이용해 추진하는 방법을 이용하고 있다.

레이더나 전자레인지에서 사용하는 자전관을 이용, 고출력의 전자기파를 형성해 특정한 모양의 공간에 집어넣는다. 이 공간의 모양은 원뿔대의 형태로 금속으로 완전히 둘러 쌓여 있어 일종의 전자기파의 공명 장치로 작용한다. 그리고 옆에 난 작은 구멍으로 극초단파를 밀어 넣어 전자기 공명을 일으키면 원뿔대의 넓은 면에 부딪히는 전자기파가 더 많기 때문에 넓은 면으로 추진력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얻듯 듣기에는 그럴싸한 소리다. 빛으로 우주를 여행한다는 개념은 태양광 돛이라는 이름으로 이미 있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콤프턴 효과라는 빛과 입자간의 간섭 현상 때문이다. 마치 당구공이 부딪히듯 광자에 맞은 입자가 튕겨나가며 전체적인 운동량이 보존되는 것이다.

운동량의 정의가 질량X속도이기 때문에 질량이 없는 광자에 운동량이 있다는 말이 이상하겠지만 양자 통계 물리학적인 수식으로 도출한 에너지 수식을 기반으로 물질파 공식을 대입해 간단한 사칙연산으로 정리하면 광자의 질량은 플랑크 상수를 그 빛의 파장으로 나눈 값이라는 아주 간단한 수식을 얻을 수 있다.

아무튼 이렇듯 질량이 없는 빛이 입자를 때린 후 입자가 가지게 되는 운동량과 파장이 길어지며 줄어든 운동량을 가진 광자의 운동량은 처음 그 광자가 가진 운동량과 같다. 즉, 넓은 태양광 돛을 이용하면 태양계를 벗어할 수 있는 추진력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파피용’이라는 소설에서 이를 소재로 사용했다.)하지만 바로 이 운동량 보존 법칙에서 EM 드라이버는 심각하게 비판을 받았다. 어떤 고립계(외부와 어떤 에너지도 주고 받지 않는 계)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그것이 외부에 어떤 일을 하거나 일을 받지 않는다면 전체적인 운동량의 변화는 일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즉, 뉴턴의 운동량 보존 법칙을 파괴하는 것이라며 재고의 가치도 여기지 않았다.

그런데 몇 년 후 중국에서 이 EM 드라이버를 만들어 추진력이 생긴다고 발표했다. 물론 급격히 팽창하는 중국 과학 기술계였지만 그만큼 날조도 많아서 신뢰성을 확보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이번에는 NASA에서 이 EM 드라이버를 실험했고 확실하게 추진력이 생성되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그리고 그 실험을 한 팀의 책임자가 바로 데이비드 브레디였다.

덕분에 과학계는 멘붕이 일어났다. 운동량 보존 법칙이 깨지다니! 이것은 에너지가 보존되지 않고 새롭게 생기거나 소멸한다는 말만큼 충격적인 이야기였다.

이 말도 안되는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수많은 가설이 나오고 있는 와중에 이 EM 드라이버를 개발한 우주항공 기술자인 로저 J 쇼어는 빛이 가두어진 고립계와 입자가 가두어진 고립계의 자유도가 다르기 때문에 EM 드라이버의 핵심인 원뿔대 공진장치 역시 완전한 고립계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어딘가로 에너지가 출입하기 때문에 추진력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한편 실험을 한 나사의 실험팀에서는 이 EM 드라이버의 공진 장치에서는 인공적으로 도넛모양(토로이드; Toroid)의 플라즈마 효과가 일어나고 이것에 양자 요동(불확정성의 원리에 따라 진공 상에서 입자와 반입자가 끊임 없이 생성되고 쌍소멸하는 현상)과 어떤 작용을 하여 자기 유체 역학적인(지구 외핵의 자전으로 인해 지구 자기장이 생기는 것을 설명하는 이론) 반발에 의해 추진력이 발생하지 않을까란 가설을 내 놓았다.

하지만 아직 아무 것도 확실한 것이 없었다. 일각에서는 광자와 암흑물질의 간섭에 의해 발생하는 추진현상이 아니냐는 가설까지 나오는 형편이나 과학자들의 충격(좋은 의미에서)과 흥분은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학자란 인종은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을 발견하면 신의 축복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었다. 결코 공포에 떨며 신을 찾는 이들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건 강현도 마찬가지였다.

“이야, 우주 개발을 하기로 결정한 건 아무리 생각해도 잘 한 것 같아. 이런 기술을 못 보고 넘어갈 뻔 했으니 말이야.”

이 얼마나 대단한 기술인가? 추진제가 필요없는 추진 장치라는 말은 공기저항이 없는 우주 공간에서 무한히 가속할 수 있다는 말이었다. 무한히 가속할 수 있다는 말은 속도가 엄청나게 증가한다는 말이니 1주일 만에 화성에 갈 수 있다는 견해도 있을 정도다. 그러나 일단 확실한 것은 이 EM 드라이버로 인해 인류의 생활권이 태양계 전체가 될 가능성이 활짝 열렸다는 것이다.

그러나 학자의 입장에서 그런 파급효과나 미칠 영향보다는 그 현상 그 자체가 더욱 짜릿했다. 기존의 물리 법칙으로 설명할 수 없는 효과가 나타났다. 이를 해결해서 새로운 이론을 만들게 되면 그 사람의 이름은 과학 문명이 존재하는 한 영원한 명예를 누릴 것이다. 그만큼 새로운 발견은 학자라는 인종에게는 중요하다.

“아즈삭. 실험 장치를 준비해.”

강현의 명령에 아즈삭은 HA 두 기를 이용해 부품들을 조립하기 시작했다. 자전관에 먼저 전자 회로를 연결했다.

자전관(Magnetron)은 전자기파를 만드는 기술로 유일하게 살아남은 진공관 기술이다. 왜냐면 레이더에 사용될 수 있을 정도의 극초단파를(극초단파라고 하지만 가시광선보다 심지어 적외선보다 파장이 길다. 무려 백 배에서 만 배 정도나 기니 오해하지 말자.) 만들 수 있는 기술이 이것 뿐이기 때문이다.

극초단파가 만들어지는 원리는 간단하다. 전기장의 변화는 자기장의 변화를 유도한다. 하지만 빛처럼 전기장이나 자기장에 파동이 일어나야 한다. 이는 전하를 띈 입자를 가속 운동 시키는 것 만으로 간단하게 이루어진다. 그리고 자전관은 필라멘트에서 열전자를 뿜어 자기장속으로 던진다. 그러면 일정 속도를 가진 열전자는 로렌츠 힘이라는 것을 진행 방향에 수직으로 받아 곡선을 그리게 된다. 로렌츠의 힘이라는 원심력으로 계속 속도가 변하는(속력은 일정하지만 원 운동을 하도록 방향을 바꾸는 속도 벡터가 지속적으로 공급되는) 가속 운동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 전자의 가속 운동을 통해 생성된 극초단파를 원뿔대 모양의 공진기에 넣을 수 있도록 내부가 반사처리 된 관을 연결하면 된다. 공진기라고 해도 사실은 내부가 빈 금속 통에 불과하니 조립에 시간이 걸리지도 않았다.

============================ 작품 후기 ============================

네, 그렇습니다. 한 독자분께서 앞에 언급하셨던 EM 드라이브입니다. 이게 없었다면 강현은 중력파 엔진을 개발하기 위해서 아직 신 통일장 이론을 끄적이고 있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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