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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군림자-132화 (132/241)

132화

일단 전초기지를 건설하고 나면 지구의 위성 궤도에 우주 식민지를 건설하기 위한 공장과 로봇을 만드는 것이 다음 목표였다. 일단 위성 공장을 완성하면 자원 수급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된다. 화성과 목성 사이에 있는 소행성 지대에는 무한대의 금속 자원이 있으니 이를 이용하면 지구에서 원자재를 사지 않아도 충분히 자급자족형 위성 공장을 운영할 수 있었다. 또 태양이란 무한대의 에너지 원이 있지 않은가?

하지만 이 위성 공장을 건설하는 것 자체가 엄청난 난이도가 있었다. 우주의 가혹한 환경(우주선, 데브리, 태양광으로 인한 높은 열충격)을 견뎌내면서 또한 소행성을 분쇄하고 녹이는 공정을 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했다. 비록 로봇을 이용해 운영할 생각이라 생존 시스템을 만들지 않아도 돼 그나마 다행이었다. 아니면 설계가 엄청나게 복잡해졌을 것이다.

[박사님. 실험 결과가 나왔습니다. 약 30% 정도 복사량이 증가했습니다.]

“좋아. 그 정도면 충분해. 그럼 다음은 이를 대면적에 적용하기 위한 기술이지?”

[졸겔 법을 추천합니다.]

“우주 공간에 사용가능한 졸겔법이라... 고분자를 써야겠구나.”

우주 공간이 금속 구조물에 가혹한 이유는 바로 태양 때문이다. 대기가 없기에 부식의 염려는 없으니 태양광이 너무 강렬해 그림자진 부분과 태양광을 받는 부분의 온도차이가 극심하다. 이런 온도차를 반복적으로 받다보면 금속자체의 열팽창으로 인해 피로가 쌓이게 되고 내구성이 약해진다. 이는 우주의 낮은 온도에서 더욱 딱딱해지는 금속에게는 치명적인 문제다. 그래서 우주 정거장에 쓰이는 페인트와 외벽 패널에도 고도의 재료 공학이 적용된다. 강한 태양빛으로부터 구조물을 보호하기 위해서이다.

다시 말하자면 나사 하나부터 시작해, 페인트는 물론 간단한 막대까지 온갖 첨단 기술이 적용되는 장소가 바로 우주항공분야다. 그리고 이를 위한 연구를 통해 NASA는 천 여개가 넘어가는 핵심 특허를 보유할 수 있었다. 괜히 미국이 쓸데없이 우주에 돈을 쓴다고 욕을 먹어가면서도 꿋꿋하게 우주 사업을 지속한 것이 아니다.

강현은 원래 태양빛을 막기 위해 거대한 태양광 패널을 우산처럼 배열하는 구상을 했었다. 하지만 우주에서 활동할 로봇들의 내구성을 유지하기 위한 방법이 필요했다.

가장 단순한 방법은 우주복처럼 하나의 고립계를 만들어 항상성을 유지하는 것이지만 그건 너무나 비용이 많이 들고 나중에 운영할 때에도 이런 저런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있었다. 그렇다면 차선책으로 태양광을 받는 부분의 온도와 태양광을 받지 않는 부분의 온도차이를 줄이면 되지 않을까?라는 발상에서 대면적 다이아몬드 코딩을 생각해 낸 것이다.

물론 나노 다이아몬드를 이용한 졸겔법은 많이 나와있다. 나노 다이아몬드의 너무나 뛰어난 특성 때문에 이미 여러 분야에서 응용하기 위해서였다.

나노 다이아몬드는 일단 내마모성이 우수하고 자외선 차단 능력이 있는데다가 마찰력을 감소시키는 능력이 있어 각종 윤활제에 사용된다. 주로 엔진 윤활제로 사용되어 F1 자동차의 엔진 윤활제로는 물론 이미 시판 중이기도 하다.

그렇게 널리 사용될 정도로 나노 다이아몬드를 만드는 방법은 이미 알려져 있었다. 그리고 그 기술특허는 한국의 해동화학이 가지고 있었다.

상온 200도 정도에서 20기압으로 화공학적인 방법을 이용해 대량의 나노 다이아몬드를 만드는 방법은 그 동안 폭약으로(2000도씨와 10만 기압이라는 조건을 만들기 위해) 만들어 왔던 기존의 방법보다 훨씬 싸고 또 대량으로 나노 다이아몬드를 만들 수 있었다.

탈할로겐화 반응을 이용한 것인데 쉽게 말하면 탄소에 붙어있는 할로겐 원소를 수소로 떼어내며 탄소와 탄소간의 단일결합을 이중 결합으로 만드는 방법을 이용한 것이다.

그러니 강현은 그냥 나노 다이아몬드를 사와서, 졸겔법을 응용해 나노 다이아몬드를 얇게 입힐 방법만 만들면 된다. 우주 공간에서 말이다.

지구상에서 입혀도 되겠지만 우주 공간으로 쏘아보내는 압력에 나노 다이아몬드 코팅이 벗겨질지도 모른다. 또 우주 공간에서도 로봇들이 작업하는 동안 벗겨질지 모르니 수시로 상태를 파악하고 씌울 수 있는 방법이 필요했다.

그냥 우주 환경에서 견딜 수 있는 재료를 개발할까 생각했지만 시간은 한정되어 있었고 형편이 마냥 좋을 수는 없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어떻게든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 그것이 공학의 본래 모습이었다.

게다가 내구성을 보호하기 위한 기술이 없어서 나쁠 것은 없다. 강현과 아즈삭의 능력이라면 우주상에서 다이아몬드 코팅을 위해 사용할 고분자 물질 정도는 금방 만들 수 있었다.

“서두르자. 할게 많아.”

[그럼 아리사도 동원합니까?]

“여유가 있다면야.”

강현과 아즈삭은 정말로 할 것이 많다는 점에서는 확실하게 동의했다. 일단 우주로 자재를 쏘아 올리기 위한 매스 드라이버를 건설해야 하고 그 매스 드라이버의 효율을 개선하기 위한 기술도 개발해야 하고, 그 매스 드라이어버를 위한 발전소도 건설해야 하고, 또 매스 드라이버를 위한 발사체도 설계해야 하고....

또 그와 동시에 공장을 지어서 위성 공장을 건설하기 위한 부품을 만들어야 했다. 가장 핵심적인 건 우주에서 일할 로봇 일꾼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먼저 그에 집중하겠지만 많은 돈과 시간이 드는 것은 당연했다.

“이거 정말 할 일이 많구나.”

[그럼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건 어떻습니까?]

“초기 건설 분야는 몰라도 우주 진출에서는 안돼.”

[어째서입니까?]

“재밌는 건 나 혼자 해야지.”

[그렇습니까?]

강현은 평생을 걸어야 할 지도 모르는 이 재미있는 작업을 누구와 함께 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그에게 우주 개발은 무척이나 난이도 높은 시뮬레이션 게임이나 다름없었다. 아니 리얼 게임이라고 해야 하나?

그래서 사람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없는 분야라면 되도록이면 알아서 스스로 처리하기로 했다. 물론 아즈삭이 할 일이지만 아즈삭이 강현의 수족이나 다름없으니까 강현이 일하는 거라고 할 수 있었다.

“그래도 일이 시작되면 아무래도 힘들 것 같은데... 아즈삭, 네 부하를 하나 더 만들자.”

본격적으로 위성 공장 건설이 시작되면 수 백 대의 로봇을 운영해야 했다. 하지만 그렇게 한다면 아즈삭이 신경 써야 할 일이 많아진다. 자신과 연구 개발을 해야 하는 아즈삭에게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그런데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는 위성 공장 건설은 항시 감시 감독이 필요했다. 또 하나의 인공지능이 필요한 이유였다. 이 인공지능은 우주 개발과 상황파악을 전담할 녀석이었다. 너무 과하지 않을까 생각도 해봤지만 소행성군에서 원료를 수급하는 작업을 하기 위해 복잡한 궤도 계산을 해야 하니 인공지능 정도의 유연성과 연산력은 있어야 했다.

[그럼 부품을 발주하겠습니다.]

그래도 먼저 우주 개발을 위한 전초기지 겸 공장을 짓기 위해 지반을 다지고 건물을 올릴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유명한 미국 건설업자와 접촉했다.

2012년 282억의 매출을 올린 벡탤(Bechtel)은 예상 규모만 5억 달러 정도 되는 사업에 화들짝 놀라 달려왔다.

[그러니까 치수시설이 전혀 필요없다는 말씀이신가요?]

“네. 로봇들로 운영하는 무인 시설이 될 테니까요.”

[허참.]

건설도 이런 건설이 없었다. 건물을 올리는데 치수 시설이 필요없다니.. 생각보다 매출 규모가 떨어질 것 같았다. 물을 끌어오는 공사만 해도 가볍게 2억 달러 정도 될 것 같은데 말이다.

그래도 3억 달러가 어디냐? 공사 난이도도 공장과 먼지막이용 셔터만 잘 다면 되니까 무척 쉽다. 공장도 무거운 중장비를 만드는 용도가 아니라서(우주에 쏘아올릴 것이기 때문에 최대한 콤팩트하게 부품을 만들기 위함) 전혀 난이도가 없었다. 단지 그 부지 천체에 기반을 깔고 바닥에 콘크리트 및 아스팔트를 깔아 정리하는 한편, 차후 공장을 확장하기 쉽도록 블록화 하는 것이 신경써야 할 부분의 전부였다.

하지만 아무래도 사람이 살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보니 인부들을 위해서 물과 음식물, 편의시설 등을 같이 구비해야 했다. 오히려 신경써야 할 비중만 따지면 이런 쪽과 인건비가 아닐까?

강현이 공사를 시작하자 여러 건설업체가 혹시 콩고물이 떨어지지 않나 기웃 거렸다. 그리고 미 정부에서도 기웃 거렸다. 강현이 하는 일에 누구보다 가장 신경을 곤두 세우고 있는 곳이 바로 미 정부였다.

그들은 네바다 주에서 강현이 실험용 공장을 건설하기 위한 부지를 사들였다는 보고를 받았을 때 고개를 갸웃 했다. 도대체 무슨 실험이 돈을 몇 억 씩이나 되는 거대한 땅을 요구한다는 것일까?

처음에는 헨델 회장처럼 농지 개발 기술을 연구하려는 걸까 생각했지만 땅을 온통 뒤엎고 기반을 깔고 지표면에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를 깔기 시작했으니 그건 또 아닌 것 같았다.

그래서 미 정부에서는 NASA를 통해서 그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아무래도 실험적인 내용이라면 오랫동안 같이 생활해 왔던 NASA가 더 적합했던 것이다. 물론 내밀한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힌 문제는 정보부의 잭을 통해서 접선했다.

그리하여 기획부장 이레이가 섭섭한 얼굴로 강현의 연구실에 찾아왔다. 강현이 거대한 부지를 매입한 이유가 네바다 주 정부에서 미 정부로 갔다가 최종적으로 NASA로 온 것이니 누구보다 강현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생각한 NASA에서 섭섭할 만도 했다.

“이번 연구 실험은 저 혼자 독점할 생각이라서요.”

“그렇다면야..”

강현의 변명에 이레이는 납득했다. 이 천재의 괴짜 기질을 하루 이틀 보는 것이 아니었다. 그의 자율성을 오래 전부터 보장해 온 NASA로서는 새삼 강현에게 무언가를 캐물을 만한 건덕지나 명분이 없었다.

“그런데 뭘 하려고 하시는 겁니까?”

이레이는 혹시 뭔가 도움이 될 게 없는지 물어보기 위한 것이었으니 이어진 강현의 대답에 얼이 빠져버렸다.

“우주 개발이요.”

“.....”

우주 개발은 NASA의 존재 이유가 아닌가? 그런데 그걸 혼자서 한다고?

“저희랑 같이,”

“싫어요.”

이레이의 생각은 이랬다. 강현이라는 천재가 본격적으로 우주 개발을 위해 연구를 시작한다면 그 동안 거북이 걸음이었던 우주 개발에 탄력이 붙게 될 것이다. 그러니 오랫동안 노하우를 쌓아온 NASA와 협력한다면 그 시너지 효과가 무척이나 뛰어나, 강현도 빠르게 우주 개발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설득하려고 했다.

하지만 강현은 단칼에 거절했다.

“이 재밌는 걸 다른 사람과 같이 하라고요?”

“.....”

이건 또 무슨 소린가? (그 전율과 흥분에는 동의하지만) 우주 개발같이 머리 아픈 게 어디있는가? 그리고 혼자서 할 수도 없는 것이다. 그런데 재밌다고? 그래서 혼자 하겠다고?

이레이의 머릿속은 혼란에 휩싸였다. 그는 조금 머리를 정리한 다음에 질문을 이었다.

“그럼 네바다 주는 바로 그 우주기지를 만들 장소인 겁니까?”

“네. 일단 매스 드라이버부터 건설해 보려고요.”

“오! 맙소사!”

매스 드라이버 기술은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니다. 물리 역학과 전자기학을 극한까지 사용해야 하는 공학의 한계를 시험하는 기술이다. 그런 걸 혼자 한다고?

이레이는 강현이 아무리 천재라도 무리다라고 생각했다가 문득 생각을 고쳤다. 지금까지 강현이 하고자 한 일 중에서 실패한 일이 몇 개나 되나? 절반의 성공도 성공이라고 한다면 전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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