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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군림자-123화 (123/241)

123화

그것은 바로 설계능력이었다. 아즈삭의 설계 능력은 처음에는 강현의 설계를 시뮬레이션 하면서 오류를 발견하는 것에서 시작했다. 그러다가 기존에 수집한 자료에서 비슷한 경우를 찾아 그대로 적용하던 시도를 하기 시작했고 다시 그 와중에 강현의 도움을 받아 효율성을 위한 패턴화 알고리즘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어떨 때 직선이 필요한지, 어떨 때 곡선이 필요한 지를 기존의 데이터 베이스를 기반으로 하여 강현의 직감, 혹은 취향이라고 할 수 있는 것에 따라 그릴 수 있는 프로그램이 완성된 것이다.

하지만 그것으로도 부족했다. 강현의 인공지능 설계 이론에 따르면 인공지능이란 하나의 생물이다. 그리고 그 말에 따르면 아즈삭이 사용하는 갖가지 프로그램들은 일종의 도구였다.

그 말은 이 도구를 사용하는 지식이나 경험이 없다면 제대로 사용할 수 없다는 의미였고 이는 기술 개발 보조의 핵심인 설계 보조 능력을 최단 시간내에 끌어올릴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아즈삭과 강현은 아리사의 출시 전에 아리사가 설계 보조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일종의 ‘교육 방법’을 구상할 필요가 있었다.

그 방법은 이른바 ‘모방’이었다. 사람은 무언가를 배울 때 반드시 모방을 시작한다. 그것은 어쩔 수가 없다. 인간이 위대하다고 하지만 진정으로 위대한 것은 인간이 구상하고 생각한 것을 모방할 수 있도록 전달하는 문명의 체계다. 문명이 비록 인간에게서 탄생하더라고 하더라도 문명이 없다면 인간은 한낱 짐승에 불과할 뿐이다. 인간에게 모방이 없다면 인간은 평생 말을 못하고 옹알이만 할 것이다.

그러니 문명은 반드시 ‘모방’을 통해서 전해지고 또 전해진다. 인간이 말하는 학습이라는 것도 결국에는 ‘모방’의 일종이며 타인이 생각한 것을 습득하기 위한 훈련의 과정인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 ‘모방’이란 것을 통해 인간의 사고력이 증진된다는 것이다. 패턴을 유추하는 법을 배우고 경험을 쌓아 각종 시도를 통해 이 패턴을 응용하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그리고 그 패턴을 응용하는 효율적인 방법이 개발되고 이 방법이 다시 전해지는 과정이 바로 기술 문명이 존속되고 끊임없이 발전되는 매커니즘이었다.

강현과 아즈삭은 바로 이 매커니즘을 이용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를 위해서는 ‘교재’가 필요했으며 훌륭한 선생이 필요했다. 물론 선생이 배우고 이룩한 것이 완벽하게 100% 전달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대부분 제자의 적성에 따라 습득률이 달라지고 때로는 특정 분야에 특화되기도 한다.

아리사는 아즈삭의 후계자가 될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아즈삭이 습득한 모든 것을 전달할 필요가 없었고 그 목적에 맞는 교재가 필요했다. 이는 평소에 아즈삭이 자주 자료를 정리해 왔기 때문에 금방 처리가 되었다. 그리고 역시 인공지능이라서 그런지 인간과 다르게 암기하기 위해서 고생하지 않고 순식간에 배웠다.

하지만 배웠다면 잘 배웠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했기에 강현은 자신이 개발한 토터리 엔진의 몇 몇 핵심 부품을 삭제한 설계도를 아리사에게 주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설계도로 완성시키는 시험을 냈다.

아리사는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설계도의 부족한 부품을 채워 넣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시험은 여기가 끝이 아니었다. 전자 설계, 재료 설계, 구조 설계, 프로그램 설계 등 설계의 분야만 해도 여러가지였고 각 분야에 필요한 기초 이론과 공학적 지식의 비중이 다 다르기 때문에 그 모든 것에 대해 잘 배웠는지 확인해야 했다.

또한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 점차 복잡하고 고도화되었으며 여러 요소를 고려해야 빠진 부분을 채워 넣을 수 있는 문제들이 출제 되었다.

아리사는 이해의 실수로 몇 번의 사고 루프에 빠지고 아즈삭이 재교육을 하고 나서야 아즈삭에 근접한 설계능력을 확보하게 되었다. 그 최종적인 수준은 강현이 개발한 중성미자 방출장치, 혹은 방사능 반감기 가속장치의 기계적 부속과 전자적인 부속을 빠짐 없이 유추해 작동할 수 있는 형태의 부속을 그려 넣을 수 있는 수준이었다. 양자 컴퓨터의 경우는 사실 강현의 창의력이 아니었다면 결코 만들 수 없는 물건이었기에 교육이 완료된 아리사로서도 완벽하게 보완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아즈삭이 설계에서 불필요한 부분과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을 강현에게 알리고 일일이 토론을 거쳐 부품을 하나 하나 그린 팀 워크의 결정체였기 때문에 강현의 직감이란 도움 없이 아리사 혼자서 부품을 그리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렇게 완성된 양자 컴퓨터의 설계는 공학자들이 보았을 때에는 놀랍도록 세련되게 느껴졌지만 이는 매우 높은 기능미의 집약에 의한 것이었다. 실제로 양자 컴퓨터를 인공지능에 접촉시켜 고정하는 부속은 예술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부드럽고 복잡한 패턴이 찍여 있었는데 이는 양자 컴퓨터를 작동시키는 동안 오류를 줄이기 위해 회전하는 팬이나 음파 따위로 인한 진동을 효율적으로 흡수해 양자 모듈에 끼치는 영향을 극소화하도록 수학적으로 설계된 패턴이었다.

사실 이 부품은 아즈삭이 수학적 모델링을 통해 만든 것이지만 아리사가 하기에는 아리사의 경험이 너무 미천했다. 하지만 아리사가 엔지니어의 의도에 따라 설계 과정에서 편의를 제공할 능력을 확보한 것은 확실했다.

아리사의 설계 능력을 확인한 강현은 이제 마무리 작업을 하기로 했다. 그 마무리 작업은 바로 방향성이다. 기술 개발을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단순히 필요한 과학적 지식만 있다고 다가 아니었다. 채산성, 생산성, 상업성 등 경쟁력이라는 지표로 나타내기에는 너무나 다양한 개발 목표가 있었다.

단가는 얼마까지? 하루 생산량은 얼마? 경쟁 상품과의 차별성은?

이런 면에서 아즈삭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편하다. 왜냐면 강현은 돈 걱정없이 개발을 하는 유일한 개인이었으니까..

하지만 아리사는 실리콘 밸리의 중견 기업을 주로 보조해야 하는 임무를 맡을 것이기 때문에 돈 문제에 민감해야 했다. 기껏 설계를 했더니 마진이 1%도 안 나오면 킬덤의 계획 자체가 무산되어 버린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강현은 매우 단순한 방법을 선택했다. 기술 개발의 방향성을 엔지니어가 직접 설정하도록 한 것이다. 단가, 부품 가격, 마진율 등을 입력하면 아리사는 그 방향성에 맡는 설계인지 아닌지 판단을 내리고 아니라면 다시 설계를 하게 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아리사와 엔지니어간의 상호작용이 매우 중요하고 또한 경험도 필요하지만 강현은 거기까지 해줄 생각은 없었다. 사실 지금까지 완성된 아리사의 능력만 해도 기술 개발에 걸리는 시간을 20%는 줄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5년 걸릴 일을 1년이나 빨리 끝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엄청난 것인지 실감이나 날까?

“아리사.”

[네, 박사님.]

“... 아니다.”

강현은 무엇을 말 할려고 했다가 그만뒀다. 아리사 역시 경험을 하고 성장할 것이다. 하지만 별다른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한 그 과정에 관여하고 싶지는 않았다. 더 이상 신경 쓸 요소를 만들기 싫었고 딱히 아리사의 능력을 필요로 하지도 않았다. 자신은 이미 아즈삭으로도 충분했다. 게다가 아즈삭은 이번 아리사 건을 계기로 한 층 더 뛰어난 모습을 가지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역지사지’를 깨우치게 된 것이다.

그동안 아즈삭은 특정 정보를 그저 합리적으로만 분석했다. 타인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았다. 아즈삭이 고려할 입장은 오직 강현의 입장 뿐이었지만 강현과 아즈삭은 죽이 잘 맞아서 딱히 그럴 필요가 없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아즈삭의 입장이 철저하게 강현에게 맞춰진 것이지만 그건 아무래도 좋았다.

하지만 이번 아리사를 ‘교육’하기 위해서 아즈삭은 자신을 되돌아 보았고 아리사의 입장을 고려해야 했다. 그리고 다른 존재의 입장이란 변수가 일을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가이드 라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중요한 요소로 분류했다. 이는 차후 아즈삭에게 좀 더 유연성을 부여할 것이다. 아즈삭의 성장은 가르치면서 배운다의 전형적인 결과였다. ‘교육’이란 스승으로부터 제자로 향하는 일방적인 과정이 아니라 서로가 정보를 교류하는 상호작용이기 때문이다.

아즈삭의 성장과 맞물려 이젠 충분히 사용이 가능하게 된 아리사는 그간 킬덤이 모집한 회사의 엔지니어들을 맞아 일을 시작했다.

“별일 없겠지?”

강현이 중얼거렸다. 인공지능은 자리를 잡기 전까지는 매우 예민한 존재다. 아리사는 명제 설정을 확실히 해놔서 제우스 같이 사고 칠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엔지니어와 일하는 건 처음이라 오류가 날 가능성이 있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잘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래, 너만 믿는다.”

강현은 아즈삭을 다시 한 번 믿기로 했다. 과연 하룻밤 푹 자니 샐리의 일로 느꼈던 배신감, 섭섭했던 기분이 싹 가셔있었다. 어떤 악의가 아니라 그저 자신의 존재 목적에 충실하고자 했던 것 뿐이라는 사실을 재확인하자 마음이 완전히 풀렸다. 무엇보다 빌미를 제공한 것은 자신이 아니었던가?

“박사님.”

“샐리.”

그가 아리사에 대한 생각을 접고 아즈삭과 함께 다시 연구를 진행하고 있을 때 샐리가 찾아왔다. 그는 그녀에게 인사를 하다가 그녀가 자신의 팔에 팔짱을 끼자 몸이 굳었다.

“.....”

그의 몸이 굳자 샐리 역시 얼굴이 굳었다. 강현은 서둘러 사과했다.

“아, 미안. 아직 적응이 안 돼서.”

“헤헤.”

샐리는 강현이 사과하자 그제서야 얼굴을 풀면서 달라붙었다. 그리고는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둘 사이에 쌓아왔던 신뢰 관계가 있었기에 마음을 터놓고 하는 대화에는 무리가 없었다. 강현이 정립한 관계에 따라 둘 사이에 일어난 변화였다.

그런 변화에 강현이 적응하기에는 아무래도 좀 시간이 걸릴 듯 했지만 샐리의 경우에는 무척이나 기쁠 수 밖에 없었다. 그 동안 마음에만 쌓아두고 하지 못했던 애정 표현들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것 만으로 그 동안의 고생이 보상받는 느낌이었다.

좀 더, 그리고 좀 더 그와 깊은 관계가 되고 싶지만 그가 익숙해질 때까지 점진적으로 계속 애정표현의 수위를 조절해 나갈 계획을 머릿속으로 짜고 있는 그녀였다.

“박사님, 알리아에요. 들어가도 되나요?”

“네, 들어오세요.”

강현은 타인이 들어와도 샐리를 때어내지 않았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서 행동하는 스타일은 아니었고 샐리가 자신에게 팔짱을 끼고있는 것이 그리 남사스럽지도 않은 일이었다.

연구실로 들어온 알리아는 그의 팔에 매달린 샐리를 보고는 눈썹을 꿈틀거렸다. 그리고 애써 무덤덤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 샐리 씨는 근무시간에 참 여유로우시군요.”

하지만 강현의 옆에 태연한 얼굴로 붙어있기 위해서 뻔뻔함을 단련한 샐리는 가볍게 받아넘겼다.

“오늘은 좀 여유롭네요.”

여유로울리가 없다. 그냥 강현을 보고 싶다는 마음에 오전에 할 일을 서둘러 마치고 식사를 핑계로 한 시간이나 일찍 왔을 뿐이다.

“그런 가요? 박사님. 프로젝트 일정이 잡혀서 알려드리러 왔어요.”

알리아는 태연한 샐리의 태도에 그쪽을 건드는 건 별로 메리트가 없다고 판단, 곧바로 본론에 들어갔다.

“아. 그거요?”

프로젝트의 내용은 인공지능의 발전과 개량을 위한 컴퓨터 개발부와 강현과의 협조 체계 구축이었다. 그리고 그 협조체계의 구축 목적은 인공지능의 대중화와 보급을 위한 가격 절감이었다.

============================ 작품 후기 ============================

흐음... 점점 지쳐갑니다. 집중이 안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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