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화
약 12 종의 변종 바이러스가 동시에 침입했으나 이미 강현의 도움을 받아 다양한 변종 바이러스에 대한 라이브러리를 작성한 아즈삭에게는 그 12 종의 변종 바이러스에 대응할 수 있는 백신 프로그램이 이미 있었다.
이는 마치 예방접종을 통해 신체가 그 병원체에 대한 면역을 가지고 있게된 것에 비유할 수 있을 정도였다. 즉, 침입하는 병원균에 대한 정보를 미리 알고 있기 때문에 초기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런 해커의 공격은 아즈삭이 해커의 꼬리를 밟기에 충분했다.
[찾았습니다.]
“누군데, 누군데?”
강현이 어린 아이처럼 호기심에 찬 얼굴로 물었다.
[캘리포니아에 사는 알리아라고 합니다.]
그리고 아즈삭은 알리아의 신변에 대한 정보를 쭈욱 나열했다.
알리아는 캘리포이나 버클리 대학 3학년에 재학중인 컴공과 학생이었다. 그리고 버클리 대학은 미국에서 순위에 꼽히는 공대 프로그램으로 많은 노벨상을 배출한 대학이기도 하며 인터넷 보급이나 프로그래밍 등 컴퓨터 공학의 발전에도 많은 기여를 한 대학이었다.
“역시 명문은 달라.”
강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인정할 정도의 천재 해커가 있는 것이 이상하지 않는 배경이었다.
“그럼. 접촉을 해볼까?”
[방법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
“해커에게는 해커의 방법으로 해보는게 어떨까?”
강현는 장난꾸러기처럼 웃었다. 아즈삭은 명령을 받았고 해커 알리아의 컴퓨터를 해킹하기 시작했다. 강현은 그 동안 잠시 커피를 한 잔 끓이기 위해 의자에서 일어났다. 뒤돌아선 그의 어깨너머로 밝은 갈색의 생머리가 인상적인 동양 혼혈 미녀의 얼굴이 화면에 떠있었다.
= = = = =
알리아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의 계획은 모조리 실패했다. 처음의 성공이 매우 고무적이라 너무 성급하게 일을 저질렀다.
아니. 그게 아니었다. 저들은 마치 서로 협동을 하는 것처럼 전격적으로 그녀를 몰아붙였다. 그녀 혼자 버티기에는 전력이 너무나 열세인 것은 당연했다.
인공지능이 이렇게 단합을 하다니!
알리아는 공포를 느꼈다. 그리고 자신의 신념이 잘못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재확인했다. 역시 인공지능은 위험한 것이다. 그것들을 인간을, 인류를 도태 시킬 것이다.
때문에 인공지능을 파괴할 바이러스를 만들었고 미국 시민의 사생활을 감시하는 계획의 충주인 아즈락을 공격한 것이다.
그래. 그때까지는 무척이나 과정이 순조로웠는데.. 한 시간도 안되어 미국이 자랑하는 인공지능을 무력화 시켰다는 성과도 거뒀으니 상상을 뛰어넘는 성과였다.
그런데 설마 설마해서 미리 만들어둔 변종 바이러스들이 순식간에 처리되 버렸다. 미국의 아즈락을 고작 1시간도 안 되어 제압한 바이러스들이 어찌 된 일인지 고작 발목잡이의 역할 밖에 하지 못한 것이다.
그녀는 상황을 다시 확인했고 어떤 데이터의 흐름이 NASA의 연구소에서 각 인공지능이 있는 곳으로 퍼지는 것을 알아냈다.
‘아즈삭!’
NASA에는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인공지능 컴퓨터가 있었다. 최초의 인공지능이자, 현존하는 모든 인공지능의 원형! 그리고 제우스의 폭주를 저지한 현존하는 인공지능 중 가장 뛰어나다고 예상되는 존재!
바로 이 존재가 이 많은 인공지능들을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자신의 바이러스를 무력화 시키고 있었다.
그래서 알리사는 아즈삭을 공격하기로 결심했다. 아즈삭만 침묵 시킨다면 다른 인공지능들은 변종 바이러스에 대처할 수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과연 강현이 인정한 천재다웠다.
그리하여 알리사는 남은 변종 바이러스 12종을 모두 아즈삭에게 보냈다. 아아, 다시 생각해보면 그것이 패착이었다. 우회용 단말에 심어둔 변종 바이러스를 순식간에 해결하는 모습을 심도 있게 고려해야 했지만 공포가 그녀의 사고에 끼어 올바른 판단을 하지 못하게 한 것이다.
그녀가 선택해야 했던 유일한 방책은 아즈삭 뿐만이 아니라 남은 변종 바이러스를 전세계에 퍼뜨려 거대한 혼란을 야기하고 그 와중에 모든 흔적을 제거하고 잠적하는 것이었다. 물론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고 실패할 가능성도 있었지만 적어도 아즈삭을 맞상대하는 것보다는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그녀는 오판을 했고 그 결과를 지금 느끼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아즈삭입니다.]
갑자기 푹꺼진 모니터에 뜬 한 줄의 문장에 열심히 타자를 치던 알리사는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몇 가지 질문을 하고자 합니다.]
꿀꺽! 절로 침이 넘어갔다.
[왜 인공지능을 공격하는 겁니까?]
…. 왜 인공지능을 공격하는 걸까? 최초의 계기는 제우스의 폭주였다. 인공지능이 결코 완벽해 질 수 없다는 점은 인공지능의 위험성을 그녀뿐만이 아니라 전세계에 각인 시켰다. 지금도 지속되고 있는 반 인공지능 시위는 그런 사람들의 불안을 표현했다.
그러나 알리아의 이런 걱정이 공포로 화한 계기는 어떤 곳에서 부자들을 경호하는 안드로이드를 만났을 때였다.
알리아가 그 안드로이드에게 부딛혀 넘어질 때까지만 해도 그녀는 자신이 사람에게 부딪힌 줄 알았다.
[괜찮으십니까?]
‘아, 예.’
그러나 그 인형에게서 들려온 음성은 스피커 음성이었다.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조합된 음성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이 대답한 존재가 인간이 아니고 프로그램이라는 사실에 소름이 끼쳤다. 그리고 드는 의문이 있었다.
이래도 되는 것이냐?
사실 정확한 질문은 ‘인간이란 무엇이냐?’라는 보다 근본적인 질문이었다. 그러나 그런 질문에 답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왜냐면 정말 없기 때문이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왜 존재하는 것인가?’
오랜 철학적 질문이었지만 명료한 답은 없었다.
인간의 존재에 대한 당위성을 확고하게 증명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것은 공포였다. 인간이란 존재의 의미가 퇴색되고 그 카테고리에 포함된 자신의 가치가 무가치해지는 것이다.
그리고 알리아 역시 이러한 의문들에 답을 할 수가 없었고 자신이 존재하는 이유에도 답을 할 수가 없는 공포를 느꼈다. 이 공포는 그러한 질문을 하게 만든 안드로이드와 인공지능이라는 촉매를 통해 분노로 화했다.
이 분노는 다시 천재적 두뇌의 상상력을 움직여 수 많은 디스토피아적인 상상을 그렸다.
자본주의가 인공지능과 안드로이드란 이름의 정보와 무력을 획득해 평범한 소시민이 억압받는 세상.
폭주한 인공지능으로 인해서 인간이 멸종 당하고 그 자리를 인공지능과 안드로이드들이 채운 세상.
어떤 영화처럼 인공지능과 인류가 끝없이 전쟁을 벌이는 세상.
수 많은 가능성이 알리아의 눈 앞에 펼쳐졌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은 부정적인 미래였다. 그녀는 생각했다. 차라리 이런 세상이라면 인공지능이 없어지는 것이 낫지 않을까?
그리고 그렇게 인공지능용 바이러스가 탄생했다.
그녀는 생각을 정리하고 떨리는 손으로 타이핑을 했다. 적발이 되었으니 자신은 이제 감옥에 가겠지.. 몇년이나 썩을까? 피해를 입은 곳이 돈 많은 쟁쟁한 기업들이니 적잖이 감옥에 가야 할 것 같았다.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그녀는 단 한 줄만 적었다.
[인공지능은 위험해.]
[…...]
그리고 침묵.
잠시 뒤 아즈삭이 다시 문장을 띄웠다.
[박사님께서 이렇게 물어보십니다. ‘어차피 죽을텐데 살 생각은 듭니까?’라고요..]
“....”
그것은 우회적인 설득이었다. 어차피 인공지능은 대세였다. 그녀의 노력은 단지 그녀가 할 수 있었던 범주 안에서의 발버둥에 불과했다. 인공지능은 계속 널리 퍼져나갈 것이며 그것을 저지할 수 없다는 것은 그녀의 실패로 확실하게 증명이 되었다.
그런데도 그런 질문을 한 것은 강현이란 천재가 인공지능의 위험성을 간과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했다.
다지 말하자면 그의 말은 어차피 피할 수 없는 일이니 그에 대처할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겠냐는 물음이었다. 죽음을 피할 수 없다고 자살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래서 알리아는 다시 키보드를 하나 하나 눌렀다.
[살고 싶어요.]
몇 초뒤. 다시 문장이 떴다.
[박사님께서 이번에는 눈을 감아 주시겠다고 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재능을 파괴와 같은 비생산적인 일에 사용하지 말고 생산적인 일에 사용하라고 충고하셨습니다. 그러니 귀하는 이번 일에 침묵하고 없었던 일처럼 살아야 합니다. 관련된 자료나 증거 역시 모두 폐기하십시오. 동의 하십니까?]
알리아는 떨리는 손끝으로 키보드를 두드렸다. 죽기 직전에 살아난 느낌이었다.
[Yes.]
[좋습니다. 하지만 저는 당신에 대한 감시를 게을리 하지 않을 것입니다. 비록 프라이버시 침해지만 당신이 저지른 일의 대가라고 생각하십시오.]
그리고 화면이 다시 밝아졌다. 모니터에 갖가지 프로그램 창이 떠있었다. 인공지능의 추적을 막느라고 사용했던 갖가지 해킹툴이었다.
그녀는 모든 창을 끄고 해킹 프로그램들을 삭제하기 시작했다.
= = = = =
[괜찮겠습니까?]
“뭐가?”
[범인 말입니다.]
“네가 지속적으로 감시할 거라면서?”
[그게 아니라 다른 인공지능들이 범인의 정보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럴 순 없지.”
강현이 알리아의 행위를 눈감은 이유는 단 한 가지다. 그녀의 재능이 국가라는 기관에 휘둘려 쓸데없는 곳에 낭비되는 것이 싫었던 것이다. 재능이 있어나 연구원에게는 좀 더 자비로워지는 마음이 생기는 그였다. 그러니 자신의 연구를 감시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던 제이먼 옐리를 용서해 주었던 것이 아닌가?
그런데 알리아의 정보를 알려준다? 그녀를 위험인자로 결론낸 인공지능들은 그녀의 정보를 상부에 보고할 것이고 이 천재를 둘러싼 이해관계들이 그녀를 망가뜨릴지도 몰랐다. 그것은 강현이 원하는 바가 아니었다.
[그럼 그렇게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흐음. 인공지능들이 반발하지는 않을까?”
[합리적인 사고를 하는 존재들이니 설득을 하면 알아들을 겁니다.]
“그래? 그럼 그렇게 하기로 하고 양자 컴퓨터 개발이나 진행하자.”
[네, 박사님.]
아즈삭은 강현을 도와 개발용 프로그램을 띄우는 동시에 이번 범인 검거에 협조했던 인공지능들과 통신을 했다.
[협조에 감사한다. 위협은 통제되고 있다.]
아즈삭의 인사에 다른 인공지능이 물었다.
[위협의 원인은 어찌되었나?]
예상했던 대답이었다.
[지금 감시 하에 통제되고 있다.]
[원인을 제거하지 않은 것인가? 이해할 수 없다.]
다른 인공지능이 끼어들었다. 아즈삭은 차근 차근 그들을 설득했다.
[어차피 고발한다고 해도 범인의 역량을 탐낸 국가들이 범인을 이용하려고 들 것이다. 그러니 범인의 정체를 국가 기관으로부터 숨기고 내가 감시하는 것이 모두를 위한 것이다.]
[범인이 너의 감시를 뚫고 다시 일을 벌일 가능성이 0%가 아닌 이상 우리는 이 일을 상부에 보고하고자 한다.]
[상부에 보고하면 범인의 신변은 어떤 국가가 가져가게 되는가? 만일 그 국가가 범인의 능력을 다른 국가의 인공지능을 공격하는데 사용한다면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그리고 너희는 나의 역량을 모른다. 적어도 내가 존재하는 이상, 범인이 일을 벌이더라도 그것을 수습할 능력이 있다.]
그것은 정치적인 논리였다. 범인의 능력은 인공지능의 존재를 위협하기에 충분했다. 어느 국가에 범인의 신변이 들어가 악용된다면 그 외의 국가에 속한 인공지능들에게 위협이 된 것은 뻔한 일.
때문에 가장 먼저 나선 것은 첩보계에 있는 인공지능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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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독자님들은 무서워.. 어설프게 스토리를 짰다가는 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