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화
[아르테미스, 아르작이 보낸 공격자의 정보는? 어떤 것인가?]
아폴론이라고 명명된 인공지능이 역시 아르테미스라고 명명된 인공지능에게 물었다.
[처음 보는 패턴이다. 그 어떤 악성코드와도 닮지 않았다. 데이터를 보내겠다.]
아폴론은 아즈락이 공격당한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리고는 다음과 같이 결론을 내렸다.
[논리 공격은 아니다. 그렇다고 무한 루프를 이용한 메모리 점유 공격도 아니다.]
그리고 가만히 있던 아테나가 분석 의견을 내놓았다.
[이것의 행동 패턴은 바이러스와 매우 유사하다. 이것은 우리 인공지능을 겨냥한 바이러스다.]
아테나의 의견에 아폴론은 대처 방법을 내놓았다.
[그렇다면 접촉은 불허한다. 메뉴얼처럼 과도한 데이터를 이용한 연산 부담 공격은 불가능하다. 상대는 인공지능이 아니며 감염되는 질병이다.]
[현상 유지는 가능하다. 하지만 물리적으로 오염 섹터를 완전히 제거하는 방법이 아니라면 우리들이 손 쓸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빼앗긴 권한은 어떠한가?]
[방향성이 없어 폭주하고 있다. 또한 일반적인 프로세서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것을 보니 철저하게 인공지능을 겨냥한 공격으로 분석된다.]
[다른 기관의 인공지능들에 대한 감염은?]
[다행스럽게도 아즈락의 물리적인 폐쇄는 매우 유효하다. 시스템 권한을 빼앗긴 상태지만 오히려 단절이 되어 있기 때문에 멈춘것에 불과하다. 승급한 우리의 권한으로도 충분히 상황에 대처할 수 있다.]
세 기의 인공지능의 의사 교환으로 결론은 내려졌다. 아즈락은 무척이나 유능했다. 자신을 구성하는 시스템의 70%를 빼앗기면서도 미국을 보호하기 위해 시스템 과부하를 일으켜 외부 회선을 모두 물리적으로 끊어버렸다. 적절한 피해로 더 큰 피해를 막은 아즈락의 판단은 그 동안 아즈락이 얼마나 많은 경험을 쌓았는지 알 수 있는 지표였다.
하지만 피해는 컸다. 군사 시스템은 일제히 혼란을 일으켰고 금융 보안 시스템 역시 공조 체계를 이루며 보안 인증을 담당하던 아즈락과의 연계가 끊겨 거래 오류가 무수하게 일어났다. 올림푸스 시스템의 작동으로 세 기의 인공지능이 임무를 대행하지 않았다면 더 큰 피해가 일어났을 것이다.
“이, 이게 어찌된 일인가?”
막스가 외쳤다. 대답은 아즈락이 아니라 아폴론에게서 들렸다. 아즈락은 30%로 축소된 하드웨어로 인해 스스로를 보존하기 위해서 언어 시스템마저 제대로 가동할 수 없는 지경이었다.
[현재 상황은 이렇습니다.]
아폴론은 아즈락의 판단으로 더 이상 상황이 악화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감염된 하드웨어는 고립된 상황이며 원한다면 그 부분으로 가는 전력을 끊어버리면 완전히 제거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또 이런 공격이 들어온다면 올림푸스 시스템으로 막을 수 있나?”
[아즈락이 사용한 방법을 이용한다면 최소한의 피해로 막을 수 있습니다.]
“그게 아니라 근본적으로 저 악성 프로그램에 대처 할 수 있냐는 말이다.”
[불가능합니다. 분석하기 위한 접촉만으로 섹터가 감염되어버립니다. 인공지능에게는 말그대로 바이러스와 같습니다. 해결책은 없습니다.]
“으득! 해결책이 없다는 말이지?!”
막스는 이를 갈았다. 이 사태를 해결, 아니 책임져야 할 사람은 단 한 명뿐이다.
“호오! 그거 대단하군요!”
“뭐요? 대단?”
한 달음에 강현을 방문한 막스는 강현의 태도에 기가막혔다. 미국이 엄청난 위협을 당했는데도 대단하다?
“그 프로그램을 짠 사람이 누구인지는 몰라도 확실히 그 분야에서는 제 수준에 준하거나 혹은 뛰어넘었을 수도 있습니다.”
강현의 눈은 반짝였다. 역시 세상은 넓고 똑똑한 사람은 많았다.
그의 눈빛에 막스의 심장이 철컹했다. 강현 수준의 천재라고? 만일 그런 인재가 미국인이 아니라면 어떻게 될 것인가? 이런 공격이 지속적으로 들어오지 않을까? 이미 미국의 안보를 담당하는 정보기관이 공격당했다는 사실은 상대가 미국인이 아니라는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사태를 해결해 주시오. 이런 공격이 반복되면 더 이상 인공지능을 사용할 수는 없소.”
당연한 일이다. 공격을 받을 때마다 뉴로칩이나, 연산 하드웨어를 태워버린다면 얼마나 손해가 막심한가? 인공지능의 역량이 근본적으로 감소하고 또 제대로 수리가 되었는지 검사하기 위해서 시간을 잡아먹어야 했다. 더욱 암울한 점은 컴퓨터 바이러스는 일반적인 바이러스와 다르게 일초에 수십 수백번이나 공격을 감행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단 공격받은 데이터부터 분석해 볼까요? 아즈삭.”
[올림푸스 시스템의 인공지능들이 권한 문제로 거부하고 있습니다.]
“그래? 막스 씨. 그렇다는데요? 혹시 걔네들에게 자료 좀 주라고 명령할 수 있겠습니까?”
“알았소.”
막스는 단말기를 이용해 아폴론을 비롯한 인공지능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그리고 곧 자료가 아즈삭에게 전달되었다.
“이번에 만든 애들은 좀 융통성이 부족한 것 같아요.”
강현이 한 마디 했지만 막스는 뚱하게 반문했다.
“지금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오.”
지금 중요한 것은 올림푸스 시스템을 이루는 인공지능의 성능이 아니라 엄청나게 위협적인 공격을 막을 수 있느냐는 것이 아닌가? 더구나 올림푸스 시스템은 아즈락 이상가는 기밀이었기 때문에 막스는 올림푸스의 인공지능에 대한 언급을 꺼려했다. 비밀은 그 존재가 있다는 사실마저 감추는 것이 안전했다.
강현은 막스의 거부 반응에 고개를 끄덕이고 바이러스에 관심을 돌렸다.
“알았어요. 아즈삭, 데이터 출력.”
아즈삭은 강현의 명령에 여러 개의 모니터에 화면을 출력했다. 한 쪽에서는 0과 1의 조합인 기계어가 흘러나오고 있었고 다른 모니터에서는 그것을 읽기 쉽게(물론 강현에게만) 코딩 언어로 해석하는 내용을 출력했다. 그 밖에 몇 개나 되는 모니터에서는 그래픽이나 영상들이 출력되어 강현의 이해를 도왔다.
“이야.. 이거 대단한데?”
강현은 감탄사를 토했다. 그는 지금까지 인공지능들을 공격할 방법은 논리 공격이나 아니면 무한 루프를 이용한 메모리 섹터 점유 공격밖에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것은 다르다. 이건 강현이 개발한 다중 연산 네트워크를 이용한 방식을 철저하게 분석해 그 근본을 파헤쳐 만든 확실한 ‘악의’의 산물이었다.
하지만 강현은 그 ‘악의’보다 프로그램의 ‘천재성’에 더 감탄했다. 이것은 가상 세계에 생명을 만든다는 강현의 설계이념을 누구보다 확실하게 이해하고 적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를 통해 강현이 인공지능을 만들었다면 이 누군가는 그 인공지능을 공격하는 바이러스를 만든 것이다.
방법은 간단했다. 그저 최소한의 데이터 크기에서 생물 본연의 목적을 구현한 것이다.
자기존속과 그를 위한 번식.
단 두 가지만을 이용해 아즈락을 빈사 상태까지 몰고간 프로그램을 만들어 낸 것이다. 강현도 할 수 있었지만 원하지 않았기에 만들지 않았던, 전자세계의 가장 원시적인 생물이었다.
“아즈삭. 넌 이거 대처할 수 있어?”
[글쎄요. 시간이 좀 오래 걸릴 듯 합니다. 아무래도 적응력을 키워야 하니까요.]
“그러면 생물의 면역체계가 전자 세계에 구현되는 건가?”
강현의 얼굴은 즐거움으로 발갛게 상기되어 있었다. 그리고 막스는 그의 말을 놓치지 않았다.
“잠깐! 왜 아즈삭은 견딜 수 있다는 거요?”
“그야 당연히 아즈삭이 뛰어나니까요.”
강현은 별로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지금 아즈락의 성능이 그 동안 뒤떨어졌다는 말이오?”
“그건 아니고 우리 아즈삭이 월등했을 뿐이에요. 설마 인공지능의 모든 것을 설계한 저의 아즈삭과 팔려나가는 인공지능 사이에 차이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럼 왜 국가에 그런 사실을 알리지 않고,”
“이미 소프트웨어적인 부분에 있어서 아즈삭의 안정성과 뛰어남은 알고 계셨을테구요, 하드웨어적인 부분 역시 저번에 만든 SNP를 도입해서 확장했죠. 결국은 요게 정보부의 예산보다 제가 많았을 뿐이에요.”
강현은 엄지와 검지를 붙여 동그라미를 만들었다. 그렇다. 강현은 엄청난 재산이 있고 그 재산을 이용해 자신의 아즈삭을 충분할 정도로 계속 확장한 것이다. 그리고 아즈삭은 넘치는 지원에 힘입어 널찍해진 하드웨어에서 자신을 계속 성장 시켰으니 제한된 지원을 받는 아즈락에 비할 바가 못 되는 것이다. 이를테면 잘 먹고 잘 큰 우량아가 질병에 대한 저항력이 높은 것에 비유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막스는 그 말에 오히려 불안감을 느꼈다. 강현의 말이 옳다면 아즈삭은 현존하는 가장 뛰어나며 강한 인공지능이다. 그런 인공지능이 폭주한다면 엄청난 사고가 일어날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당면한 문제는 그것이 아니기에 마음 한 구석에 이 사안을 미뤄놓고 가장 급한 일부터 물었다.
“아무튼 언제면 해결이 되겠소?”
“기다려보죠. 오래 걸리지는 않을 거에요. 아즈삭.”
[코딩 역해석을 시작합니다. 해석까지 예상 시간 약 30분.]
“사, 삼십분?”
아즈락은 해석조차 못하고 약 20분 만에 지금의 꼴이 되어버렸다. 황당해 하는 막스에게 강현이 이해되도록 설명해 줬다.
“애시당초 경험이 다르니까요. 아즈삭은 그 동안 제 연구를 도와준다고 각종 프로그래밍을 보조해 왔거든요. 규모가 작고 단순한 프로그램의 경우에는 스스로 코딩도 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죠. 일반적인 컴퓨터 바이러스에 대응하는 프로그램을 짜는 건 아즈삭도 할 수 있어요.”
“!!!”
막스는 기함할 정도로 놀랐다. 그것은 창의의 영역이었다. 오직 인간만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한 바로 그것. 그러나 그 영역이 인간이 아닌 어떤 것에 의해서 수행될 수 있다고 하니 그는 소름이 끼쳤다. 그것은 인간이란 종의 신성함을 침해 받은 듯한 느낌이었다.
“이, 이건.”
“대단하죠? 하지만 창의성이라는 건 의외로 별 것 없어요. 결국 극단적으로 단순화시켜 표현하자면 창의성이란 결국 자극에 대한 반응이 고차원화 된 것 뿐이에요.”
강현의 막스의 우려를 알아채고 그를 안심시키기 위해서 귀찮지만 입을 열었다. 강현의 입장에서는 오해를 푸는 것이지만 막스의 입장에서는 그를 납득시키기 위한 설득이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다, 필요는 발명의 아버지다라는 말이 있죠. 이는 모두 무언가를 만들기 위서, 혹은 어떤 변화를 위해서는 자극이 필요하다는 말이죠. 그리고 그 자극을 통해서 동기가 부여된 사고 체계가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고 여러 시도를 통해 피드백을 거쳐 드디어 원하는 것을 만드는 것이 바로 창조라는 행위입니다.”
“하지만 예술가들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오.”
“그럴 수도 있죠. 하지만 그들 역시 제가 정의한 창조성의 정의에서 한 걸음도 벗어날 수 없어요. 그들 내면의 욕구가 그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수 많은 시도를 통해 그들의 감수성이 피드백을 받아 마침내 작품을 만들죠.”
그러나 여전히 막스는 반발했다.
“천재들은? 그들은?”
“저는 특수한 경우를 이야기 하지 않았어요. 일반적인 경우를 이야기 했을 뿐이죠. 그리고 인공지능의 수는 전 세계를 모두 둘러도 겨우 500여 기 정도에 불과해요. 특별한 재능을 가진 인공지능이 나타날 확률이 얼마나 될 것 같아요?”
“그, 그럼 그런 재능이 있는 인공지능이 탄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거요?”
============================ 작품 후기 ============================
돌아왔습니다. 성실연재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