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화
그래서 강현은 자신이 가진 지식을 언제나 특허 등록을 하고 있었다. 그것은 개인의 지적 재산권을 보호하는 제도이자 지식을 씨앗으로 보존하여 인류의 문명을 존속시키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이기적인 인간에게 만일 특허 제도가 없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수많은 기술들이 빛을 보지 못하고 사장되었을 것이다. 내게 별 이득이 되지 않으면 남에게도 이득이 되지 말라는 심보의 인간은 적지 않다. 설사 누군가에게 전해진다고 해도 그것은 자신의 제자, 혹은 자식에게만 전해지는 비전이 될 것이며 이미 상술했던 것과 같이 비전이 되는 순간 지식은 멸망의 위험을 안게 된다. 하지만 특허로 등록이 되는 이상 기술의 존재와 핵심을 공유되며 보존된다.
“너는 세상을 너무 몰라. 네가 전세계적으로 유명하지 않고 또 인류의 보물이 아니었다면 무수히 암살 위협을 받았을걸?”
잭은 경고했다. 강현에 대한 칭송 못지 않게 그를 싫어하고 증오하는 이도 적지않았다. 그가 만든 기술은 거대한 파급력을 가져왔고 그 거대한 파급력에 걸맞는 변화도 가져왔다. 그리고 그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수많은 이들은 도태되었으며 고통 역시 받았고 그 중에는 모든 일의 원흉으로 강현을 지적하는 이도 있었다.
“천만에. 난 세상을 너무나 잘 알아. 특히 인간에 대한 걸 나만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사람도 없을걸?”
강현은 잭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실험실에 처박혀, 인간 세상과 떨어지니 더욱 인간을 객관적이고 즉물적으로 관찰할 수 있었다. 그의 결론은 인간은 인간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 앞에 ‘존엄한’ ‘사악한’ ‘필요없는’ ‘신성한’ 따위의 수식어는 필요없었다. 어떤 수식어도 왜곡적인 단어가 될 뿐이다.
인간은 기분이 나쁘면 안 좋은 행동을 한다. 또한 기분이 좋으면 좋은 행동을 한다. 뺨 맞고 가만히 있을 수 있는 사람은 없으며 복권에 당첨된 사람은 적잖이 적선을 하기도 한다.
단지 그런 현상이 복잡하기 짝이 없게 느껴지는 것은 당사자의 기분이 좋고 나쁜 것의 기준이 제각각이라는 이유밖에 없다. 그리고 본인도 그 기준의 선이 어디까지인지 확실하게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인간이란 동물은 자기 자신을 잘 모른다.
그렇기에 인간 사이의 이해관계는 언제나 주도권 다툼으로 나타난다. 강현은 이를 인지하고 있으며 자신에게 필요한 범위 안에서 주도권을 획득하고 있었다. 이번 양자 통신 기술의 국제 컨소시엄 역시 그러기 위한 것이다.
“하아.. 정말로 통신 기술도 컨소시엄 형태로 갈거야?”
“응.”
강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이 자신에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의 입장은 이미 갑이다. 그러니까 그는 굳이 양자 통신 기술을 어느 일부의 업체에만 넘기고 통신 시장의 강자를 만들어 위험한 요소를 만들 필요가 없다.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약자들을 경쟁시키는 것은 제왕학의 방편 중 하나다. 강현이 왕은 아니지만 권력자라는 입장은 동일했다. 유대 자본도 함부로 하지 못하는 그가 권력자가 아니면 도대체 무엇일까? 그는 자신이 편하게 연구할 수 있는 이유도 자신에게 강력한 권력이 있기 때문이라는 점을 인지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컨소시엄의 결과로 탄생하는 분산된 통신 시스템은 자체적으로 서로를 감시하게 될 것이다. 그것은 통일된 정보 권력이 탄생하는 것을 막는 것과 동시에 왜곡이 일어난 정보를 검증할 수 있는 수단을 줄 것이며 강현의 첩보 감시망에 더해 정보적인 안전망을 보강해 줄 것이다.
물론 독점적 국제 통신 업체를 만들면 그 것 하나만 철저하게 감시하고 왜곡이 일어날 요소가 없게 강현이 잘 관리하면 되겠지만 그것은 매우 번거로운 일이다. 정보는 곧 권력이며 정보를 다루는 업체는 결국 사람으로 조직되고 사람과 사람이 함께 있는 이상 반드시 이해관계가 얽히며 이해관계가 얽히는 순간 정보는 왜곡된다.
즉, 인간이 존재하는 한 정보는 왜곡을 피할 수가 없기 때문에 철저한 검증 절차가 필요하며 강현은 이를 업체간 경쟁을 통해 어느 정도 실현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그것이 강현이 귀찮게 정보의 왜곡을 검증할 다른 정보를 수집할 필요를 줄이며 또한 과학자로서, 지식인으로서 매우 불쾌한 정보 왜곡이라는 현상을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적절한 방법이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바야흐로 세상은 좀 더 좁아지게 되었다. 그것은 물리적인 의미가 아니라 정보적인 의미였다.
“그러고 보니 아프리카의 일은 어떻게 됬어?”
[절반의 성공입니다.]
알렌 세이버리의 순환 방목은 강수량이 적당한 지역에서는 성공을 거두었다. 하지만 강수량이 필요량만큼 내리지 않는 지역에서는 실패했다. 화학 반응에 비유하자면 몇몇 일부는 가역적으로 원상태로 돌아갔고 몇몇 지역은 비가역적으로 사막화가 되어버렸다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것은 별로 좋지 않은 사실을 시사했다. 지구 온난화의 원인이 뭐가 되었든 그로 인해 파생되는 여러 부정적인 작용들이 복합적으로 일어나고 있었다. 비가 내리던 지역이 비가 오지 않는 지역이 되어버린 것은 가장 가혹한 일이었다.
“경계지역은 어떻게 될까?”
강현이 물어본 곳은 순환 방목으로 녹지가 된 땅과 비가 오지 않아 사막화가 된 땅의 경계면이다. 만일 순환 방목으로 인해서 이 경계면이 황무지로 이동한다면 희망이 생긴다. 지구 온난화가 일어나도 녹지는 보존할 수 있다는 희망이 말이다.
[변수가 많아서 알 수 없습니다. 장기적으로 관찰해야 합니다.]
아즈삭은 아직은 알 수 없다고 했다. 사실 지구 온난화의 원인이 뭔지는 아직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화석연료의 무분별한 사용으로 인한 온실가스의 증가가 원인이라는 사람도 있고 그게 아니라 원래 지구가 따뜻해지고 있는 주기에 들어섰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지구 온난화 자체가 문제는 아니라는 점이다. 그로 인해서 생기는 사막화나 생태계의 변화로 인해 여러 재해와 함께 풍요로움이 훼손되고 있다는 점이었다.(이익을 보는 나라도 있다. 북극해의 빙하기 녹으며 북극해 해로가 개발되면 아메리카 대륙과 유라시아 대륙간의 물류 이동이 엄청나가 쉬워진다.)그런 의미에서 원인도 제대로 규명하지 못한 지구 온난화(비록 학계의 주류일지라도)를 해결하기 위해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 따위의 수단은 그다지 의미가 없었다. 다만 풍요로움을 위해서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기에 강현은 알렌 세이버리에게 투자를 하고 해양 이산화탄소 고정장치를 만든 것이다.
물론 그러한 일들이 정말로 지구 온난화의 해결에 기여를 한다면 이산화탄소의 농도, 혹은 지표면의 녹지 비율, 국지성 환경이 지구의 기후에 얼마나 기여를 할 수 있는지 알 수 있고 실패한다고 해도 인간이 지구의 기후 변화에 기여할 수 있는 정도를 가늠할 수 있는 자료를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강현은 그 정도로도 충분히 돈을 쓸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자신에게 지식만큼 재미있는 것도 없기 때문이다.
“식량 생산은?”
[아프리카의 많은 나라들이 앞다투어 실시하고 있습니다.]
“성공한 나라의 풍요와 안정을 이웃 나라가 가만히 두고 볼리가 없지.”
순환 방목이 성공한 나라는 초기에는 군벌이라고 할 수 있는 집단들의 약탈을 받았다. 하지만 풍요로운 식량을 기반으로 한 경제력 차이는 곧 그들이 함부로 풍요로운 대지를 침범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이웃의 풍요로움이 탐이 난다면 선택지는 결국 하나. 그들의 이웃이 했던 방법을 따라하는 것 뿐이다.
그러나 강수량 자체가 모자라 실패하는 나라는 분명히 존재했다. 그래서 아즈삭은 절반의 실패라고 한 것이다. 순환 방목이 망가진 생태계로 인해 황폐해져가는 초목을 살려냈다는 것은 확인했지만 장기적으로 그것이 지구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아직 미지수라는 것이다.
“카길은 어쩌고 있어?”
[탄자니아에 진출해서 순환 방목을 이용한 육류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카길의 이름을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카길에서 출자한 자본으로 설립된 회사입니다.]
“헨델 그 양반이 본격적으로 시작했나 보군.”
탄자니아는 한때 집단 농장제도를 도입하여 엄청난 실패를 겪은 후 시장 경제 체제를 도입한 국가로 22만명의 사상자를 낸 수마트라 대지진의 직접적인 피해 당사자이기도 했다.
헨델이 이 나라를 아프리카 진출의 교두보로 삼은 이유는 종교적, 인종적, 정치경제적 이유가 있었는데 종교적인 이유는 이 나라는 영국의 식민지였기 때문에 대부분 기독교를 믿었기 때문이고, 인종적인 이유로는 무려 120개나 되는 부족으로 구성된 다민족 국가였기 때문에 민족주의적인 거부 반응이 그나마 적었으며 마지막으로는 빈부격차가 크다는 점이었다.
다민족으로 구성되어 있고 빈부격차가 큰 개발 도상국이니 찔러볼 구석이 많고 거기에 넓은 농지가 있으니 성공한다면 과실이 꽤나 크게 열릴 것이 분명했다.
“그럼 이제 좀 쉬어볼까?”
강현은 대충 자신이 신경 써야 할 일들이 마무리 된 것 같아 며칠 쉴 생각이었다. 그만큼 양자 통신 기술의 개발은 개인적으로 힘들 일이었다. 혼자서 너무 많은 분야를 섭렵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휴식은 오래가지 못했다.
[섹터 오염. 구역을 분리 합니다. 재부팅 시도. 재부팅 실패.]
“어떻게 된거야!”
막스가 소리쳤다. 아즈락의 출력 모니터들은 하나 같이 붉은 색을 띄고 있었다. 공격을 당하고 있다는 의미였다.
“이럴수가!”
처음 공격이 감지 되었을 때에는 그리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다. 코딩 시뮬레이션 프로그램과 인공지능의 결합이라면 어떤 악성코드나 공격에도 대응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사태는 악화일로를 걸었다. 아즈락은 시스템의 통제 권한을 점차 상실해 갔다. 격리된 섹터의 재부팅은 실패를 거듭했다.
시스템의 70%를 이 악성코드인지 해커의 공격인지 구분하지 못할 프로그램에 빼앗긴 후 아즈락은 오염된 뉴로칩의 경계에 과도한 전압을 걸어 칩을 파괴해 물리적으로 접촉을 끊는 것으로 간신히 감염을 막았다.
다행이 전력 시스템의 권한을 최후까지 뺏기지 않은 것이 주효했다.
그러나 그뿐. 오염된 시스템은 제멋대로 작동해 미국의 국가 안전망을 해체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막스는 이 일을 급히 백악관에 알렸다. 남은 방법은 하나 뿐이었다.
“올림푸스 시스템을 작동하게.”
“네, 각하.”
과거 제우스 사태 때 강현이 제시했던 통제 방법이었다. 다수의 인공지능을 이용해 폭주한 인공지능을 제압하고 소거하는 것.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미국의 첩보를 보호한다’는 지상 명제를 가진 아즈락의 폭주 가능성을 고려해야 했기 때문에 기껏 만들어둔 인공지능들의 권한을 아즈락의 하위에 높을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아즈락은 이 정체모를 적에 패배했고 시스템을 탈취 당했다. 미국의 모든 전자화된 기밀이 빠져나갈 위험에 쳐했다. 그 뿐인가? 각종 군사 시스템 역시 탈취당할 가능성이 있었다. K 시리즈인 무인 병기가 개발된 상황에서 이는 엄청난 인명 피해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었다. 미사일도 있었지만 이는 사람에 의해서 활성화 되어야 하는 것들이 대부분이라 크게 문제는 없었다.
미 대통령의 승인이 떨어지고 올림푸스 시스템이 작동되었다. 그것은 아즈락의 하위에 있던 인공지능들이 가진 권한들이 일제히 승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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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지방에 내려갑니다. 예비군 때문에 아마 다음 주 수요일까지 연재를 못할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