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과학의 군림자-90화 (90/241)

90화

이 작업은 약 반나절 동안 계속되었다.

이제 남은 것은 베타 붕괴가 되었다는 증거를 얻는 것 뿐이다. 하지만 베타 붕괴를 통해서 나오는 양전자나 전자는 정량적인 검출이 불가능했다. 때문에 강현은 간접적인 검증 방법을 선택하는 수 밖에 없었다.

챔버안으로 산소가 들어갔다. 그리고는 스파크를 통해서 남은 수소가 연소해 물이 형성되었다.

아즈삭은 다시 챔버를 필라멘크로 가열하면서 질소를 불어넣었다. 수증기와 질소가 함께 관을 타고 챔버 밖으로 나와 냉각기로 들어갔다. 냉각기에서 수증기가 물이되었다. 이 물이 바로 베타 붕괴의 간접적인 증거가 될 것이다.

베타 붕괴를 통해 양성자가 중성자가 되면 중성자와 양성자는 강력에 의해서 결합할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양성자와 중성자가 결합한 중수소는 산소와 만나 중수가 되어 자연에 존재하는 중수의 비율과 비교하게 된다. 이 중수는 순수하게 양성자로 이루어진 수소와 산소의 결합으로 이루어진 물분자보다 약 1.2배 정도 더 무겁기 때문에 충분히 검증이 가능했다.

이렇게 형성된 중수는 역시 첫번째 실험에서는 베타 붕괴의 증거물로서 충분한 양이 나오지 않았다. 강현은 아즈삭과 수식들을 점검하고 레이저 조사 시간을 충분히 늘려서 기존 자연에 존재하는 중수의 비율보다 3배나 놓은 비율을 가진 물을 만들어 내는 것에 성공했다.

그리고 강현은 실험 결과를 논문으로 내어 저널에 실었다.

[… 이로서 가설에 따라 수치적으로 정량적인 예측치를 이용해 충돌을 일으켜 양성자에 에너지를 가하여 인공적인 베타 붕괴를 일으켰다고 볼 수 있다. 이는 가설 중 하나를 검증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차후 다른 가설들을 검증하기 위한 신빙성을 확보했다고 할 수 있다.]

그 여파는 상상을 초월했다.

[진정한 핵물리학이 시작된다!]

[원소를 마음대로 변화시키는 기술의 등장!]

[상온 핵융합의 시작!]

사람들은 바보가 아니었다. 강현의 가설대로 핵을 인위적으로 붕괴시켜 중성자를 양성자로, 양성자를 중성자로 만들 수 있다면 새로운 물질을 만들 수 있었다. 그것도 방사선 물질을 쓰지 않고서 말이다.

강현의 실험 결과가 가진 의미는 온도라는 거시 수준의 에너지가 양자 수준의 에너지 단위에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이것은 핵물리의 연구를 위해서 방사성 물질을 이용해야 했던 한계에서 벗어나 원자핵을 다루는 방법의 다변화를 의미했다.

혹자는 수소가 중수소가 된 실험 결과를 보면서 상온 핵융합의 가능성을 언급했고 핵융합을 구현하려는 과학자들의 주목을 받게 만들었다.

그러나 사실 그들은 수소가 중수소가 된 결과를 별도 대단하게 여기지 않았다. 핵융합 실험에서 수소가 헬륨으로 되는 결과는 흔했기 때문이다.

그들이 충격을 받은 것은 핵융합을 이렇게 소규모로 실현시켰다는 것에 있었다. 사실 그들은 핵융합을 위해서는 초고온 초고압의 조건을 만들고 그 조건을 유지할 수 있는 챔버를 설계하는 것 만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이렇게 강현처럼 인공적으로 베타 붕괴를 일으켜 중성자를 만들고 양성자와 중성자의 핵력을 이용해 자동적으로 결합을 시킨다는 발상은 생각하지도 못했던 것이다.

아니 그런 발상은 있었고 핵물질의 분열시에 나오는 중성자를 이용하는 방법 역시 있었지만 그 핵력으로 중성자와 양성자가 달라붙게 만들기 위해서 일반적으로 중성자를 감속시키는 방법을 이용해서는 거의 불가능했다.

양자 세계에서 충돌모형은 거의 완전탄성충돌이기 때문에 중성자의 속도를 감속하기 위해서는 비슷한 수준의 질량을 가진 원자핵이 필요했다. 그렇지 않고 무거운 원자핵을 쓰면 중성자는 속도를 잃지 않고 튕겨나가 버리기 때문이다. 중성자가 핵력에 충분히 잡혀 들어갈 정도로 속도가 줄어들지 않으면 핵력에 의한 결합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대표적으로 물이나 흑연을 감속재로 이용하게 되는데 이렇게 이 감속재를 투과한 중성자의 양은 산란으로 인해 줄어들게 마련이었다. 즉, 충분히 에너지 생성에 필요한 중성자의 양을 얻을 수가 없다는 의미였다.

거기에 가장 큰 이유는 중성자를 만들기 위해서 핵물질이 필요하니 이는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핵융합을 위해서 핵분열을 일으켜야 한다니.. 핵물질 역시 유한한 자원이니 무한한 에너지를 연구하는 핵융합 분야에서는 고려되지도 않는 방법이엇다.

그런데 강현은 그 문제를 양성자를 중성자로 변환시키는 인공적인 베타 붕괴로 해결했다. 감속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속도가 줄어있는 양성자를 중성자로 변환시키니 감속재가 필요없었고 핵물질 역시 사용할 필요도 없었던 것이다.

이는 역시나 각국 정부의 관심을 받았다. 인공적으로 놓은 효율의 알콜을 제조할 수 있게 되어 에너지 고갈의 문제에서는 벗어날 수 있게 되었지만 그러나 역시 단가가 문제였다. 전기의 생산비용을 따졌을 때 여전히 핵발전이 가장 쌌다.

그 동안은 높아져 가는 유가로 인해서 에너지 절약이라는 슬로건이 먹혔지만 무한 연료 시대에 접어들어 이젠 먹히지가 않았다. 그리하여 나날이 에너지 소비가 증가하게 되었는데 우습게도 그로 인한 전기세 인상 역시 먹히지가 않는다는 것이었다.

아니 오히려 무한 에너지 시대에 전기세를 높게 받아먹는다고 정부가 욕을 먹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런 풍조는 학자들 사이에서는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었다. 왜냐면 에너지를 소비하면 소비할 수록 이산화탄소의 양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했기 때문이다. 석유 생산 시설에서 연료가 되어버리는 이산화탄소의 양과 사람들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이 균형을 갖춘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석유 생산 기술의 등장으로 싸져버린 석유를 소비하는 양 역시 증가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소비 대상들은 이제 경제 발전을 시작하고 있던 중국, 인도, 동남 아시아 지역들을 첨두로 제 3세계 국가들까지 퍼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늘어난 에너지 소비자는 자연히 이산화탄소를 대량으로 배출하게 된다. 이로 인해서 지구 온난화가 가속될 것이 분명했고 그로 인한 부작용은 예측하기 힘들었다.

이런 학자들의 염려와 마찬가지로 정부차원에서도 이런 에너지 과소비 풍조는 골치 아픈 문제였다. 석유 생산량 때문에 전기세를 낮출 수 없다는 말에 그럼 석유 생산 공장을 더 만들면 되지 않느냐는 반박을 들어야 했다.

물론 강현의 허락을 받아 그렇게 대량으로 석유 생산 공장을 지어도 되겠지만 최소 비용이라는 것이 있었다. 시설을 짓는 원자재, 시설의 감가상각비, 거기에 필수적으로 물을 끌어오는 비용과 제반 관리비를 고려하면 인공적으로 생산된 석유가 가질 수 있는 생산 원가가 결정된다. 거기에 약간의 마진을 붙이면 인공 석유의 가격은 과거 한창 유가 폭증 시기 직전의 수준에 간당 간당할 뿐이었다.

그러나 이런 정부의 입장은 국민들에게는 고작 변명에 불과할 뿐이었다. 석유가격이 낮아지는 시대에 상대적으로 증가하는 전기세는 국민들이 이해하기 힘든 문제였던 것이다.

문제는 석유가 아니었다. 화석연료를 이용하는 화력 발전은 주로 기본 전력량에서 블랙 아웃이 되지 않도록 유동적으로 가동이 되었다. 기본 전력량 수요의 거의 대부분을 생산하는 것은 다름 아닌 원자력 발전이었다.

그러나 이 원자력 발전 시설들은 이제 거의 다 노후화가 되어 슬슬 폐기하고 새롭게 원전을 건설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에 님비 현상, 보상문제에 시설비용을 고려하면 전기세는 더 낮아질 수가 없었다.

“그래서 저보고 핵융합 발전 기술을 개발해 달라고요?”

강현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으로 정부에서 나온 사람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이름이 아마 카를로스라고 했던가?

“무슨 기술이 뚝딱하면 만들어지는 줄 아세요?”

핵융합 기술은 그리 간단한 것은 아니다. 실현을 시킬 수는 있지만 그것을 실생활에 도움이 될 수 있을 정도로 개량하는 것은 수많은 제반 기술들이 필요했다.

“핵분열이야 생각보다 쉽죠. 그저 핵폭탄에 사용하는 원료의 농도를 조절하면 되니까요.”

핵폭탄과 핵융합의 차이점은 사용되는 우라늄 235의 농도차이 뿐이다. 우라늄 235는 매우 불안정한 물질로 중성자를 흡수해 분열하게 되는데 이때 내어놓는 중성자가 다시 다른 우라늄에 흡수되어 다시 분열하는 연쇄반응이 일어나게 된다. 그래서 우라늄 연료에서 우라늄 235의 농도를 조절하여 이 연쇄반응의 정도를 조절하게 되면 원자력 발전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우라늄 235의 농도를 조절하는 기술은 매우 간단하다. 우라늄 235의 원자량과 다른 우라늄과의 원자량이 차이가 나기 때문에 이 질량차이를 이용해서 우라늄 235의 농도를 높일 수가 있다.

가장 대표적인 방법으로는 기체 분자의 무게에 따라서 확산 속도에 차이가 있는 방법을 이용한 기체 확산법과 그냥 무식하게 원심 분리기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어서 어린아이라도 핵물질만 얻을 수 있다면 핵폭탄을 제조하는 것은 매우 쉬운 일이다. 임계질량만 넘긴다면 폭발은 간단하게 일어나기 때문이다.

때문에 국제적으로 우라늄 광산과 우라늄을 관리하는 IAEA라는 기구가 탄생해 핵물질의 유통경로를 감시하는 이유였다.

그러나 핵융합은 핵분열과 근원적으로 다르다. 핵분열에 사용되는 물질이 기본적으로 분열되려는 경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를 이용하지만 핵융합이 자발적으로 일어나는 경향은 태양의 규모에서나 일어난다.

강력한 중력과 높은 온도가 자발적으로 형성되는 항성이 아닌 지구상에서 자발적으로 핵융합이 일어나는 현상을 관찰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인 것이다.

그런 것을 일부러 실현시키기 위한 공학적 기술 수준은 아직 인류에게 까마득한 것이다.

“그런데 언제 쓸모있는 기술이 나올지도 모르는데 무척대고 개발해 달라니요?”

“이번에 발표하신 논문을 이용하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큰데요?”

인공 배타 붕괴를 위해 들인 전력량과 그 결과로 나온 열량을 비교하면 도저히 수지 타산이 많지 않는다. 물론 중성자와 양성자가 결합한 만큼 에너지는 나왔지만 도저히 발전기를 돌릴만한 온도는 아니었다. 거기에 온도를 높이게 되면 활발한 플라즈마가 벽에 부딪혀 원자로 돌아가게 된다. 강현의 장치는 원래 특정 온도에서 작동할 것으로 가정해서 만든 것이다.

“그, 그러면 기존의 기술에 응용해 보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정부에서 나온 사람은 무슨 과학관련 부서에 있다고 했는데 강현의 인공 배타 붕괴 장치를 사용하고 싶어서 안달이 난 것 같았다.

“설계 목적이 달라도 핵융합에 적용하는 것은 어려울 걸요?”

태양의 핵융합에 의해서 생기는 열량은 동일한 부피의 사람이 생명활동을 하면서 방출하는 열량의 4분의 1쯤 된다고 한다. 단지 태양이 그렇게 뜨거운 이유는 단지 그 규모와 중력으로 인해 축적된 운동에너지 때문이다.

따라서 지상의 발전소 만큼의 열량을 생성하기 위해 핵융합 반응을 가속시키기 위해서는 약 1억도에서 10억도 정도의 온도가 필요하다고 하는데 이런 온도의 기체를 가둘 수 있는 물질이 있을리가 없다.

그래서 물질 대신 강력한 자기력을 이용한 방법이나 이온 빔이나 레이저, 전자 빔을 이용한 관성 가둠을 이용해 이런 플라즈마를 가두는 실험을 하고는 있으나 결과가 그리 좋지는 못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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