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화
마이클은 그 기술이야 말로 강현이 감추고 있는 빠른 개발 능력의 핵심이라고 보았다. 사실 아즈삭이 탄생되고 난 이전과 이후 강현이 신기술을 발표하는 속도는 거의 절반 가까이나 줄었고 안그래도 미친 개발 속도라고 자자했던 것이 절반이나 주니 관련 연구자이 강현에게 신이라는 별명까지 지어주었을 정도였다.
“어떻게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강현이 가진 기술. 그것은 아즈삭 시리즈들 같은 인공지능을 효과적으로 다루고 이용하는 기술이라고 마이클을 확신했다. 그 기술을 확보할 수만 있다면 아즈락을 뛰어넘는 인공지능 전술 통제 장치를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정보전이 가장 중요해진 현대전. 정보만 쥐고 있다면 뭐든 할 수 있다. 미사일이 없어도, 탱크가 없어도 폭약과 정보만 있다면 적의 작전 수행 능력을 얼마든지 무력화 시킬 수 있는 것이 현대의 전쟁이었다.
“그래서 저보고 그 기술을 알려달라고요?”
“미국의 국방을 위해서 협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마이클은 고개를 숙여 부탁했다. 하지만 강현은 곤란했다.
“그게 딱히 기술이라는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렇게 말하면 납득하지 못하실테니 차근차근 설명해 드리죠.”
강현은 마이클에게 의자를 가리키며 앉기를 권유했다.
“RNP는 트랜지스터 소자들의 무작위적인 연결이라는 것은 알고 있죠?”
“네.”
마이클은 부탁을 하러오면서 해당 논문을 읽지도 않고 오는 병신이 아니었다.
“그럼 설명이 쉬워지겠네요.”
강현은 RNP로 만들어진 덩어리를 이용하는 방법은 마치 매우 복잡한 길을 더듬는 것과 같은 방법이고 그 길은 만들어진 덩어리마다 모두 다르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공산품처럼 취급할 수 없다는 것입니까?”
“물론이죠. 무작위로 일어난 반응을 어떻게 제어할 수 있다는 말인가요?”
“하지만 박사님의 실력이라면 그 무작위 반응을 작위적 반응으로 만들 수 있지 않습니까?”
마이클의 말에 강현을 일순간 입을 다물었다. 불가능하다고 말하기에는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았고 순간적으로 나노 기술과 관련된 자기 조립 제어 기술이 떠오르자 방법도 보였기 때문이다.
“하실 수 있으시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필요한가요?”
“네, 필요합니다.”
“어디서 나오셨다고 했죠? 펜타곤 무기개발부서요?”
“무기에 편견이 있으신가요? 방아쇠를 당기는 것은 사람이지 무기 그 자체가 아닙니다.”
“무기 개발이 과학발전에 기여를 했다는 부분에서는 인정을 하기는 하지만 세상을 좋게 만들었다고 하기에는 좀 그렇죠.”
“무기 개발이 없었다면 인류는 지금처럼 발전된 과학 기술을 가질 수 없었을 겁니다. 그리고 발달된 과학기술은 우리의 생활을 좀 더 윤택하게 만들어 주었죠.”
“...”
강현은 더 이상 논쟁을 하지 않았다. 상대는 무기에 대한 어떤 신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걸 건드려 쓸데없는 분란을 만들 생각은 없었다. 무엇보다도 강현은 방아쇠를 당기는 것은 사람이라는 그의 말에 심히 공감했다. 사람은 죽일 의지만 있다면 물로도 타인을 죽일 수 있는 존재였다.
“한 번 시도해 보죠.”
“감사합니다.”
마이클에게서 개발 의욕의 제대로 자극받은 강현은 나노 기술의 자기 조립 제어 기술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간단히 말해서 자기 조립이란 특성 화학 구성을 가진 물질이 처리 시간과 온도, 농도 등 다양한 변수에 의해서 스스로 특성한 나노 사이즈의 구조물을 이루는 것을 뜻한다.
이를 이용해서 나노 나이즈의 구조물을 자유 자재로 만들 수 있게 되면 각종 분야에 응용할 수 있었다. 금속의 표면 처리부터 반도체의 아키텍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이용할 수 있는 것이 나노 공학이었다. 이를테면 학문적 성과에만 그쳤던 양자역학이나 다양한 미소 세계에 대한 물리 법칙을 산업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징검다리가 바로 나노 공학인 것이다.
때문에 나노 공학은 양자역학은 물론 물리학, 화학, 생명 공학, 기계공학, 재료공학 등 다양한 분야에 광범위하게 펼쳐져 있었다. 실제로 나노 공학은 화공학과도 기계공학과도 재료 공학과도 공학이라는 이름이 붙은 학과에서는 절대로 그에 관해 아무것도 가르치지 않고 졸업을 시키지 않는 분야로, 바야흐로 지금 시대의 거대한 트랜드 중 하나였다.
[자기 조립 제어에는 주로 고분자와 유기화학 물질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자기조립제어는 일종의 바텀 업(Bottom-up) 방식으로 일컬어진다. 이와 대조적으로 현재 반도체 제작에 사용되는 방식은 탑 다운(Top-down) 방식으로 일컬어진다. 왜냐면 지금의 반도체 기술을 커다란 실리콘 잉곳을 자르고 에칭하고 또 잘라서 만들어지는 방식으로 큰 것에서 작은 것을 만드는 방법이기 때문이고 자기 조립 제어는 분자, 혹은 원자 수준에서 자기가 알아서 패턴을 쌓아 올리기기 때문이다.
현재 이 자기 조립 제어는 주로 블록공중합체 고분자를 이용해 연구하고 있는데 블록 공중 합체 고분자란 공중에서 합성한 고분자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단량체로 이루어진 고분자의 끝이 서로 이어진 고분자를 말한다.
이 고분자는 서로 다른 물리화학적인 특성을 가진 사슬이 공유결합에 의해 이어져 아주 미세한 크기에서 패턴을 만들어 내었다.
그러나 그 형태는 고분자의 부피비에 따라서 달라지는데 강현이 쓸만한 형태는 다이아몬드 구조였다.
다이아몬드 구조란 마치 탄소가 피라미드처럼 이어진 모습을 본따 명명된 이름으로 사실 이런 다이아몬드 구조라는 명칭은 결정학에서 매우 일반적인 용어다. 매우 많은 미세 구조들이 마치 다이아몬드의 결정구조처럼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즉, 현재 강현이 RNP에 사용하는 나노 입자의 규격, 4단 전자 전자 준위를 이용한 전도체 특성에 딱 맞는 형태였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전도성 플라스틱을 이용한 자기 조립 제어에 대한 연구는 아직 시작조차 미흡한 단계였고 다이아몬드 구조에서 탄소 원자가 위치하는 연결의 중심부에 실리콘 나노 입자만를 정확히 위치하게 만드는 기술은 정신을 아득하게 할 정도로 앞이 보이지 않는 기술력을 요했다.
“흐음.. 어렵네.”
전도성을 가지면서도 자기 조립이라는 특성을 가지면서도 실리콘 나노입자의 위치를 정확하게 위치시키면서도 자기 조립이 완료되었을 때 전도성 플라스틱의 폭이 나노 입자의 반지름 정도가 될 정도로 가늘어야 한다는 것이 문제였다.
이를 위해서 새롭게 전도성 플라스틱을 연구해야 할 필요성이 생겼지만 그 일은 매우 어려운 일 중에 하나였다.
전도성 플라스틱은 대부분 그 전도성을 위해서 결정형의 구조를 가지게 되기 때문이다. 이는 접힘구조라는 고분자의 특성을 생각했을 때 유연한 유동성이 필요한 자기 조립 제어에 별로 좋지 않은 현상이었다. 왜냐면 자기 조립 제어를 통한 나노 구조물 형성시 반드시 결정형의 구조를 가지게 만든다는 제약은 비정질이 먼저 형성되는 고분자의 특성상 또하나의 제약이었고 비정질의 전도성 플라스틱은 아무래도 전도성이 현저하게 떨어지기 때문이었다.
강현은 자기 조립 구성에 대해 연구를 하던 중 이를 용매를 이용해서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했다.
용매는 유기 용매로 각각의 고분자 사슬에 유동성을 주어 자기 조립을 위한 움직임을 할 수 있는 여력을 주는 것이 목적이었다.
이를 위해서 새롭게 전도성 고분자와 베이스가 되어줄 일반적인 고분자의 블록공중합체를 합성한 새로운 고분자가 필요했다.
당연히 이 작업에서는 아즈삭의 데이터 베이스 검색 능력이 매우 크게 도움이 되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고 지금 누군가 생각했던 이미 과거 누군가가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실제로 유용한 것으로 바꾸는 것은 개인의 역량이었다. 그리고 전도성 폴리머를 이용한 블록공중합체의 자기 조립 제어에 관한 연구는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자동으로 그런 논문 중에 필요한 것 같은 논문들을 모아서 목록을 정리했다. 강현은 그 자료 중에서 자신에게 필요한 것 같은 논문들을 특유의 직감을 동원해서 골라 내었다.
그러나 문제는 역시나 반도체 역할을 할 실리콘 나노 입자를 제자리에 위치시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마저 컨트롤하려면 실리콘 나노 입자의 표면의 에너지적인 특성과 전도성 폴리머간의 상호작용과 젖음 정도, 베이스 역할을 할 부도체성 폴리머와의 상호 작용 또한 고려 대상이었다.
그뿐인가? 용매로 사용한 유기 용매, 처리온도, 시간 또한 중요한 변수였다.
결국은 생각해야 하는 변수가 너무나 많고 그에 관한 방정식을 세우고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조정하는 일들이 너무나 방대했다.
물론 아즈삭이 있기는 했지만 아즈삭은 기존의 지식들에서 쓸만한 것을 뽑아낼 수 있지만 새롭게 혁신적인 방법과 발상의 전환을 할 수 있지는 않았다.
한 참을 연구하던 강현은 실리콘 나노 입자의 표면을 코딩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왜냐면 블록공중합체 고분자가 자발적으로 자기 조립 제어를 통한 나노 구조물을 형성하는 근본적인 원리는 결국 표면에너지를 최소한으로 만들려고 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열역학적 법칙 때문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 나노 구조물의 모양은 정밀한 고분자의 비율에 따라 결정이 된다.
그렇다면 실리콘 나노 입자의 표면 에너지가 무척 높다면 어떻게 될까? 그리고 그 나노 입자의 표면 에너지는 가장 낮출 수 있는 방법이 전도성 폴리머로 이루어진 사면체 자리의 중심에 오는 것이라면?
실제로 표면 에너지는 물질간 계면에 따라서 바뀐다. 극단적으로 표현 하자면 강력한 수소 결합을 가지고 있는 물과 물의 단면이 가진 계면 에너지보다 물과 기름의 계면이 가진 에너지가 더 강하다. 왜냐면 에너지란 결국에는 차이에서 생성되기 때문이다.
때문에 강현은 실리콘 나노 입자의 표면을 전도성 폴리머와 상호작용이 크면서 상대적으로는 절연체 베이스로 사용되는 고분자와는 상호작용이 매우 적은 유기물질로 코딩할 필요성을 느꼈다. 그렇게 되면 절연체 베이스와 닿는 표면적이 물질간 상호작용의 차이로 인해 계면 에너지가 크기 때문에 자연히 베이스와 닿는 표면적을 줄이고 대신 전도성 폴리머와 닿는 표면적을 늘리는 방향으로 물질이 이동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최종 위치는 다이아몬드 구조에서 탄소의 위치가 될 것이 확실했다.
“흐흥.”
강현은 방법을 찾으면서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개발 과정이 너무나 재밌었다. 물론 일반인이 보았을 때 그는 인생의 즐거움 따위는 모르는 인간이었지만 사람의 종류는 다양했고 강현은 일반적으로 잴 수 없는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강현이 적절한 블록공중합체를 만들어 내고 적절한 계면활성제를 찾아 실리콘 나노 입자를 코딩하고 적절한 유기용매를 가해 자기 조립 제어를 유도하여 SNP(Self-assembly Network Processor)를 완성했다.
그러나 강현은 그것이 완성작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어떤 물리화학적인 반응이 일어나는 것을 예측하고 실험할때 중요한 것이 두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열역학적으로 계산할 수 있는 반응의 방향성과 반응속도론적으로 많은 변수를 고려해야하는 반응에 걸리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고분자의 자기 조립 제어는 그 큰 분자량으로 인해서, 또한 이번 개발에 사용한 나노 입자로 인해서 완벽한 결과물이 나올 것이라고 볼 수는 없었다.
============================ 작품 후기 ============================
아직 슬럼프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닙니다. 차후 스토리 전개를 어떻게 할지 고민입니다. 이번 사건을 어떻게 끌고 나가느냐에 따라서 큰 흐름도 바뀔 수가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