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과학의 군림자-75화 (75/241)

75화

물론 칼슘을 고정할 단백질을 사용환경과 목적에 따라 적절하게 변조하고 공업적으로 가공하는 문제가 남아있지만 그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공학이라는 학문의 존재 이유가 아닌가?

강현은 지금까지 축적해 왔던 기술을 응용해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역시나 기술이라는 것은 축적을 통해 커다란 시너지 효과를 내었다.

강현이 지금까지 개발해왔던 단백질 관련 기술들, 유전자 구축 기술과 HJ 세포를 이용한 단백질 생산 기술, 단백질 플라스틱 합성 기술 등이 시간과 노력을 줄이는데 크게 기여했다.

그리하여 칼슘 이온을 확실하게 붙잡은 단백질 플라스틱이 완성되었다. 열가소성 수지라고 할 수 있는 이 단백질 플라스틱은 아즈삭의 시뮬레이션 대로라면 해수에서 약 10년간은 그 기능을 보장할 수 있었다.

또한 사출 방법에 따라 융털같은 것이 잔뜩 난 표면적이 넓은 패널로 만들 수도 있었고 아니면 섬유처럼 뽑아 다른 섬유와 혼방해 컨베이어 밸트로 만들 수도 있었다.

강현의 이번 발표는 그다지 돈이 되는 기술은 아니지만 환경론자들과 환경 단체의 환경 보호 운동에 골머리를 앓던 정부에게는 무척이나 관심이 가는 물건이었다. 일단 설치만 하면 해풍과 파도에 의해서 스스로 알아서 반영구적으로 작동되기 때문이었다.

특히 이산화탄소 배출에 관련된 연구를 하는 학자들에게 이 기술은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었다. 대기의 이산화탄소를 바다물에 녹이는 방법에 대한 발상은 이미 있었고 이미 다양한 방법으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었다.

아무리 이산화탄소가 물에 잘 녹는다지만 해수면에서부터 정지 해수층까지 이산화 탄소가 확산되어 전달된 가능성은 매우 희박했다. 때문에 인위적으로 대류를 일으키는 방법부터 인공적으로 이산화탄소를 밀어넣는 방법까지 여러 방법이 사용되었지만 기술, 자본, 에너지 수급의 한계에 부딪히기만 했다.

그러나 강현은 단지 단백질 플라스틱만을 이용해 그 모든 난관을 넘은 것이다.

[강현 박사의 발명은 바다에 혈관을 만든 것이나 다름없다.]

자동적으로, 그리고 에너지 소비 없이 바다 깊은 곳까지 이산화탄소를 전달하는 체계는 산소를 운반하는 적혈구와 닮았고 무척이나 인상 깊었다.

그리고 미국해양대기청에서는 바로 예산을 타내 강현의 결과물을 실제로 구현해 보기로 했다.

방법은 다양했는데 석유 시추공 같이 해저면의 땅에 고정시키던지 아니면 부표처럼 파도에 넘실거리게 만들 것인지 선택은 지형과 예산에 따라 다양했다.

그렇게 미국 서부 태평양 연안의 한 지역에 발견된 정지 해수층 위에 이 이산화탄소 풍차 백 대가 설치 되었다. 각각의 크기는 네덜란드의 풍차 정도였지만 수면 아래 이산화탄소를 운반할 단백질 플라스틱 재질의 컨베이어 벨트의 길이는 충분할 정도로 길었다. 거기에 표면적을 넓게 할 수 있도록 혼방한 섬유를 카펫처럼 만든 컨베이어 벨트를 이용했다.

이 100대의 이산화탄소 풍차는 부표처럼 긴 밧줄을 이용해 그 위치에 고정되었다. 물론 그 밧줄은 CNT 섬유를 이용해 끊어질 일이 거의 없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실험을 위해서 이산화탄소 농도 센서가 수심에 따라 설치되어 있었고 데이터를 주기적으로 보내게 되어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미국해양대기청에서는 매년 이산화탄소 풍차가 설치된 지역 근방의 어족 자원들을 확인해 생태계에 대한 영향을 확인할 계획도 있었다.

이산화탄소가 바다 깊은 곳까지 전달되었을 때 플랑크톤의 광합성, 번식, 산소 농도 증가 등 어족 자원의 번성이란 긍정적인 기대가 있었다.

바다의 넘치는 생산성을 고려해 보았을 때 이산화탄소 풍차가 효과적으로 작동을 한다면 그 성과는 적어도 3~4년 안에 확인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예견했다.

강현은 바다에 이산화탄소를 고정시키는 기술을 만들었지만 저번에 완성한 IAPP처럼 만족스럽지는 못했다. 왜냐면 가시적인 성과가 금방 드러나는 기술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지구 환경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확인하려면 시간과 돈이 들었다. 하지만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먼 바다에 설치된 이산화탄소 풍차의 성과가 나타나기 전에는 돈이 투자되는 일을 없었다.

“취향에 맞지는 않구나.”

개발 과정은 물론 즐거웠다. 하지만 그 결과의 확인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빨리빨리라는 특성의 한국 핏줄 때문일까?

“흐음.. 녹지화 계획은 폐기하고 딴거나 해보기로 하자.”

특히 녹지화 기술의 경우는 모든 것의 종합적인 설계가 필요했다. 기후, 식생, 토양, 녹지화에 필요한 식물 등 강현이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다. 단지 지구상에 존재하는 식물 품종에 대한 대량의 연구 조사 데이터 베이스와 거기서 보물찾기를 할 연구원들, 그리고 돈을 투자해 줄 자본가와 녹지화에 걸리는 시간만 있으면 된다.

“에코 기술이라... 별로 취향에 맞지는 않네.”

만일 환경 오염이 너무 심각해 환경 개선의 필요성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디스토피아적 세상이 오지 않는 이상 에코 기술은 그다지 강현의 관심을 끌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 = = = =

강현의 굵직 굵직한 발명들, 특히 최근의 IAPP나 이산화탄소 풍차 시스템의 경우 단백질 플라스틱이라는 매우 특이한 신소재의 덕을 보았다.

단백질의 특이한 성질을 가진 이 플라스틱은 생화학적인 분야에서 여러 가능성을 주목받고 있었다.

특히 이번에 강현이 헤모글로빈의 구조를 응용했듯이 금속 이온을 플라스틱 수지에 고정시키는 방법은 다양한 금속 이온을 플라스틱에 삽입할 수 있게 해 주었고 이는 전도성 플라스틱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전도성 플라스틱의 매카니즘은 크게 두가지 방식으로 이루어지는데 하나는 탄화수소의 연속적인 이중결합을 이용하는 방법과 이온라티컬을 이용해 P형 반도체처럼 전자가 이동할 수 있는 일종의 정공을 만들어 주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대체로 후자보다는 전자의 경우가 전기 전도성이 높은데 그래핀이나 CNT가 높은 전기 전도성을 가지는 이유 역시 이 원리 때문이었다.

물론 메카니즘은 이 두가지지만 이런 원리를 이용한 다양한 분자 구조를 가진 플라스틱은 이미 개발되었거나 개발되는 와중이었고 이미 개발된 전도성 플라스틱도 크게 네가지로 분류된다.

그중에는 금속 킬레이트 형이라고 금속이온을 고분자의 분자구조 내에 삽입한 형태가 있었고 여기에 강현의 단밸질 플라스틱이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다.

단백질, 그리고 전도성 유기사슬, 거기에 첨가되는 금속 이온의 종류에 따라 다양한 성능을 가진 플라스틱이 나올 가능성이 생겼다. 크게는 도체에서 반도체까지 새롭게 개발될 가능성을 열어 학자들의 연구 의욕을 크게 향상시켰다.

그러나 강현의 결과물에 그리 좋은 꼴만 본 이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Fuck! 저게 무슨 괴물이야!”

중동 이라크. 아직 레지스탕스가 남아(미국에서는 테러리스트로 부르는) 저항하고 있는 와중에 드디어 슈퍼 솔저 프로젝트의 결과물이 투입되었다.

육중한 판갑을 착용한 거대한 거인이 시가를 가로지르기 시작했다. 총탄이 비오듯 쏟아지고 있었지만 거인은 전신에서 불꽃을 튀기며 아무렇지 않게 전진했다. 그리고는 두손에 든 게틀링 건을 난사하기 시작했다.

마치 영화의 람보처럼, 어떤 보드 게임의 캐릭터처럼 현실성 없어 보이는 장면에 미군의 적들은 욕을 하거나 입을 벌리고 멍하니 넋을 놓거나 아니면 후퇴를 감행했다.

모델면 아이언 솔저. 펜타곤에서는 전술 장갑 병기로 분류한 이 슈퍼 솔저 프로젝트의 결과물은 시가전에서 다양한 임무를 할 수 있었다.

지금처럼 적군의 방어선을 돌파하고 화력을 쏟아 부어 와해시켜 버리거나 아니면 중요한 전술적 목표를 처리한다던가 하는 임무는 아이언 솔저의 주임무였다.

그러나 적군은 바보가 아니었다. 총탄이 통하지 않는 적에게 맡는 무기는 이미 있었다.

RPG. 혹은 알라의 요술봉.

선진국, 혹은 군사 강국에 대항해 가난한 저항군들이 애용하는 거의 유일한 대 장갑 무기로 역시나 이라크 저항세력도 이를 가지고 있었다.

[위험 감지.]

조종병은 갑자기 스피커에서 경고음을 들었다. 그리고는 신속하게 게틀링 건을 버리고 육중한 몸을 날려 전방 낙법을 실시했다.

쿵!

긴 연기를 달고 날아오던 알라의 요술봉이 아이언 솔저를 지나 바로 옆 땅에 부딪혀 폭발했다.

그러나 그 폭발에도 아이언 솔저는 멀쩡하게 일어나 땅에 버린 게틀링 건을 주워들었다.

RPG의 원리는 주로 성형작약탄이다. 폭약에 의해서 생성된 수천도의 용융된 금속 액체가 장갑을 뚫어버리는 원리였다. 즉, 직격이 아니면 소용이 없다는 것이고 폭발의 여력에 당하기에는 아이언 솔저의 내구성이 너무 강했다.

폭발의 연기를 헤치고 나타난 아이언 솔저의 모습은 온통 시커먼 자국이 여기 저기에 있었지만 너무나 건재해서 다시 게틀링 건을 난사하며 적군이 있을만한 전술 포인트로 돌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뒤이어 나타난 보병 부대가 아이언 솔저의 엄호를 맡았다. 펜타곤에서 마련한 교범수칙대로 아이언 솔저를 무력화 할 무기를 가진 보병들이 함부로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마치 울트라 리스크와 저글링처럼 아이언 솔저가 어그로를 끄는 동안 일반 보병은 적의 위치를 탐색하고 총알을 퍼부었다.

첫 아이언 솔저의 실전 투입은 매우 성공적으로 끝났다. 펜타곤에서는 아이언 솔저 한기의 투입으로 생긴 전과가 매우 쏠쏠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 대당 전투기의 가격에 십분지 일에 불과한 비용이 들었지만 시가전에서 그 가치는 확실하게 드러났다. 아무리 핀 포인트 폭격이라고 해도 건물과 재산이 파괴되는 것을 막지는 못하지 않은가?

“탐이 나는군.”

펜타곤의 무기개발부장인 마이클은 강현이 개발한 기술 목록을 훑어보던 중에 무의식적으로 중얼거렸다.

강현이 개발한 공식적인 기술은 군사적으로 응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너무 높았다. 이번에 차량 완충용으로 개발한 IAPP만 해도 방탄복에 사용되기에 적합할 정도로 너무나 뛰어난 성능을 가지고 있었다.

강현이 개발했다고 공식적으로 발표된 기술들을 열거해보자 굵직굵직한게 나왔다. 아이언 솔저에 사용된 CNC 장갑, 치명적인 세균을 만들 수 있는 DNA 재조합 기법, 태양만 있으면 칼로리를 만들어 특수 침투조에게 당분을 공급할 수 있는 광합성 셀.

그러나 마이클이 가장 탐나는 것은 이런 공식적으로 발표된 기술이 아니었다. 강현에게는 공개하지도 않은 기술이 있었다.

바로 RNP. 랜덤 네트워크 프로세서라는 명칭을 가진 이 신비한 창조물은 강현의 말로는 복잡한 구성을 가진 트랜지스터의 집합이라고만 설명했지만 이 물건이 가진 잠재력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물론 그 잠재력은 아즈삭과 아즈락 사이에서 일어났던 일을 아는 사람만이 짐작할 수 있는 것으로 겉으로 알려진 것만으로는 알 수 없었다.

학계에서는 강현이 발표한 RNP에 대해서 난색을 표했다. RNP의 연산 속도와 집적도는 일반 반도체 프로세서를 훌쩍 뛰어넘었지만 도무지 강현처럼 만들어 사용해 보려고 해도 되지않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했다. 대학에서 금속 공학을 전공한 이가 대장장이처럼 명검을 만들 수 없는 이치와도 같았다. 강현이 RNP를 다루는 솜씨는 단순한 기술을 넘어 예술에 가까웠던 것이다.

물론 그 예술이라는 것이 아즈삭을 이용한 코딩 기술이었지만 그 기술을 따라할 수 있는 프로그래머가 존재하지 않았다.

============================ 작품 후기 ============================

연재 속도가 며칠 늦을 듯합니다. 죄송합니다. 슬럼프에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