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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군림자-74화 (74/241)

74화

게다가 그런 환경적 제약은 아직 환경 보호를 위한 필요성을 절박하게 느끼지 않는 시대에 나온 것이라 강현의 공감을 이끌어 내기 어려웠다.

“하지만 환경 문제가 눈앞에 닥쳐오면 이미 늦었지.”

환경 문제는 단순히 집 앞 마당에 누군가 오물을 투척하는 수준이 아니다. 그것은 거대하고 점진적인 변화였으며 인류의 생존을 위협할 수준에 도달했을 때는 이미 대처하기는 늦었다. 인류는 오염된 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해서 지구를 떠나던가 아니면 지하로 도망쳐야 할 것이다.

강현은 어린 과학도 지망생의 팬레터를 읽고는 에코 기술에 관심이 갔지만 마땅한 영감이 떠오르지는 않았다.

그가 생각하는 환경 문제는 결국에는 인간이 문제였다. 자본주의 사회 구조의 대량 생산, 대량 소비의 경제 구조가 존재하는 한 인간은 끊임없이 자원을 갉아먹고 환경을 파괴할 것이다.

강현이 생각하는 가장 확실한 환경보호 방법은 인류 멸종이었다.

“하지만 그건 의미가 없지.”

인류가 멸종하고 나서는 기술이고 뭐고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그런 발상은 어차피 투표해 봤자 바뀌지 않으니 집에서 발이나 닦고 쉬라는 논리였다. 어차피 죽을 테니 살 필요가 없다는 논리였다. 목적성을 고려해 보았을 때 말이 안되는 논리였다.

설사 인류를 멸종시킨다고 치자. 그러나 논리적 사고로 문명을 구축하지 못하는 동물에게 과학이 무슨 소용이 있다는 말인가? 과학은 오직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욕망할 줄 아는 인간만에게 의미있는 것이었다.

아무튼 쓸데없는 생각을 머리에서 강현은 에코 기술에 대해서 조사해 보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닥 신통한 기술을 발견하기는 어려웠다.

어떤 기술도 그 기술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자원과 자본이 든다. 예를 들어 이산화탄소 배출에 관련된 환경 기술 중에 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는 것을 연구하는 기술이 있다.

그러나 친환경적으로 수소를 생산하는 방법이 개발되지 않는 이상 수소를 이용한 에너지 시스템은 오히려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고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며 더 많이 지구의 온난화를 가속한다.

뿐만 아니라, 수소를 확실하게 가둘 수 있는 용기가 존재하지 않았다. 수소는 원자 중 가장 작은 물질로 금속내부로 확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즉, 연료가 새어 언제나 폭발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수소 원자는 금속 내부로 확산하다가 금속이 가진 작은 결함에 집결되어 수소 가스가 되어버린다. 이렇게 수소 가스가 되어버리면 그 결함에서부터 외부로 압력을 가하게 되어 금속의 강도를 떨어뜨리게 된다.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수소 취성이라는 현상이다.

때문에 수소를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방법으로 금속 결정 구조의 내부에 수소를 금속화합물의 형태로 잡아두는 수소저장합금을 연구 개발 중이지만 그 생산 비용와 안전성을 고려하면 탄화수소 계열의 연료만큼 안정성, 편리성, 생산성에서 그 효용성을 따라가지 못한다.

그렇다면 왜 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는 것을 연구하는 것일까?

순수한 학문적인 목적도 있겠지만 그건 그 만큼 에코 기술의 방향성이 정립되어 있지 않고 중구난방이라는 의미였다. 즉, 어느 방향성이 대중적으로, 그리고 사회적으로 각광받는 어떤 주류가 되어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강현은 현재 연구되고 있는 에코 기술을 전반적으로 훑었지만 딱히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환경이란 결국 인간에 의해서 영향을 받는 것. 때문에 자연 보호를 위한 사회의 전반적인 노력 없이 그저 기술만을 이용한 환경보호는 무리수가 많았다.

그러나 반면에 기술만 확보된다면 이산화탄소 배출이 그리 염려되지 않는 세상을 만들 수 있는 기술도 있었다.

“흐음. 이산화탄소 해수 고정 기술이라..”

지구 온난화의 주범이라고 일컬어지는 이산화 탄소. 사실 온실 효과가 이산화 탄소보다 더욱 뛰어난 메탄같은 다른 온실 가스가 존재한다.

하지만 이산화탄소의 경우 그 양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온실 효과의 제1기여 요소였다. 때문에 교토 의정서를 시작해 각국에서 이산화 탄소 배출을 규제하기 위한 여러 법률을 만들기도 했던 것이다.

그리고 또한 효과적인 이산화탄소 저감을 위해 기술 개발을 장려하기도 했는데 그 일환으로 나온 것이 이산화탄소를 해수에 고정하는 것이다.

고정이란 다른 것이 아니라 이산화탄소를 해수에 녹이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여러 부수적인 효과를 누릴 수도 있는데 바로 어족 자원의 양성이었다.

이산화탄소가 풍부해지면 이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광합성을 하는 식물성 플랑크톤의 개체수가 많아지고 다시 이 식물성 플랑크톤을 먹는 동물성 플랑크론의 수가 많아진다. 먹이사슬과 생태계 피라미드의 하부층이 많아지면서 전체적인 생태계의 규모가 커지는 것이다.

그러나 그러는 것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일단 해수라는 것이 정지해 있는 것이 아니다. 난류와 한류, 민물과 썰물 등 대규모의 해수 흐름이 존재하며 지형과 수심에 따라 복잡한 움직임을 보인다. 이런 바닷물의 구조에서 안정적으로 이산화탄소를 저장할 수 있을 정도로 온전히 정지해 있는 해수층을 찾기는 매우 어렵다.

그뿐만 아니다. 설사 그런 해수층을 찾는다고 해도 그런 해수층은 적어도 수심 백미터 이하 수준에 존재하기 때문에 이산화탄소를 거기에 집어넣는 것 역시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이산화탄소를 집어넣기 위해 소비되는 에너지량이 이산화탄소를 집어넣는 양보다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면 웃기는 일이 아니겠는가?

“흐음.. 집어넣을 수 없을까?”

가장 단순하게 이산화탄소를 집어넣는 방법은 이산화탄소가 고정될 수 있는 압력과 온도를 가진 해수층을 찾아 파이프를 그 깊이까지 박아 넣고 계속 펌프질을 하는 것이다.

[펌프의 규모가 매우 커지지 않는 이상 오히려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집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펌프가 작동하는 동안 그 본연의 일을 하는데 드는 에너지 이외에 손실되는 에너지가 존재한다.

되도록 많이 이산화탄소를 집어넣기 위해서는 펌프가 작은 것 보다는 큰 것이 좋은데 그로 발생하는 내구성 문제라든지, 이산화탄소가 바닷물에 녹는 속도와 펌프질하는 이산화탄소의 양 차이라든지 여러가지 문제가 수반되었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역시나 집어넣는 이산화탄소 양과 집어넣는데 드는 이산화탄소 양의 수지 관계였다.

“새로운 방법이 필요해.”

강현은 중얼거렸다. 단순히 펌프를 이용해 이산화탄소를 집어넣는 것은 도저히 계산이 나오지 않았다. 또한 그 방법은 강현의 과학적인 심미안을 심하게 거슬렸다.

스마트하고 단순한 방법. 그것이 강현이 추구하는 기술 개발의 스타일이었다.

“흐음... 자발적으로 화학적으로 흡착이 조절되는 방법은 어떨까?”

이산화탄소는 물에 생각보다 잘 녹는다. 비의 경우를 들어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데 대기에 쏟아지는 빗물의 산성도(질소 산화물같은 다른 산성 요소를 제외할 때)는 약 5.7pH 정도다. 중성의 물이 7pH이니 빗물은 자연적인 산성비가 아닌가라고 말할 수가 있겠지만 사실 오렌지 주스의 산성도가 약 3pH 정도이니 그리 걱정할 이유는 없다. 사람들이 섭취하는 비타만 C도, 식초의 아세트산도 빗물보다 훨씬 산성이고 인간은 그 정도 산성에 충분히 견딜 수 있도록 진화되어왔다. 또한 이미 그런 수준의 비가 생물체가 존재하는 지구 상에 수억만년이나 내려왔다.

아무튼 이산화탄소는 탄산의 형태로 물에 잘 녹는다. 뿐만 아니라 탄산 음료 같이 일정 압력 이상에서 과포화된 상태로 존재할 수도 있다.

즉, 정지 해수층까지 이산화탄소를 가져가기만 한다면 정지 해수층이 자발적으로 이산화 탄소를 흡수 축적할 수 있었다.

물론 그 가져가는 방법이 문제지만 말이다.

일단 어항의 산소 주입기처럼 기체를 밀어넣는 방식은 안 된다. 에너지가 많이 들어 오히려 이산화탄소가 더 많이 발생할 수도 있었다.

강현은 기체가 액체에 녹는 자발적인 반응들을 조사했지만 거의 대부분이 산과 염기의 반응성을 이용하는 방법들이라 지속적으로 이산화탄소를 녹이는 방법에 이용할 수 없었다.

그러다가 문득 사람의 혈액을 떠올렸다. 헤모글로빈이 생각난 것이다.

철 이온을 가지고 있는 헤모글로빈은 산소가 많은 곳에서는 산소를 흡착하고 산소가 없는 곳에서는 산소를 내어 놓는다.

즉, 기체의 형태가 아닌 방법으로 기체를 액체로 이동시킨 것이다.

산소가 된다면 이산화탄소도 가능할 수 있지 않을까?

강현은 연구를 시작했다.

산소가 물에 녹는 것보다 이산화탄소가 물에 녹는 정도가 더 컸다. 물에 녹기 위해서는 극성이나 이온화가 되어야 하는데 이산화탄소는 물 분자와 반응해 탄산이라는 형태로 음전하를 띈 입자가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음전하가 된 탄산은 강력한 극성 물질인 물분자에 둘러쌓여 물 내부에 수용된다. 용해라는 현상이다.

그래서 강현은 이 탄산의 형태로 어떤 재질의 표면에 탄산을 붙여 정지 해수층까지 전달할 계획을 한 것이다. 그 방법이 컨베이어 밸트 형식이라면 어떨까? 그리고 모터나 전기를 사용할 필요가 없도록 바람개비나 조력발전처럼 파도의 상하운동을 회전 운동으로 바꾸는 기계장치를 달아 알아서 계속 돌아가게 한다면?

정지 해수층에 이산화탄소를 녹이기 위해 전혀 이산화탄소가 생성되지 않는 시스템이 완성되는 것이다.

강현은 매우 의욕적으로 연구에 매달렸다. 적절한 방향성이 생겼으니 이제는 방법을 찾으면 된다. 즉, 이제부터 온갖 과학 기술들과 아이디어를 동원한 퍼즐 맞추기가 시작되는 것이다. 그 지적 유희의 짜릿함은 맛보지 못한 이들은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이었다.

강현은 일단 헤모글로빈의 구조를 그대로 이용해볼 생각을 했다. 철 이온을 가진 헤모글로빈은 그 철 이온을 통해 산소의 가역적인 흡착 반응이 가능했다.

하지만 강현은 똑같이 철 이온을 사용할 생각은 하지 않았다. 헤모글로빈의 철이온은 2가 철 이온이고 철 이온은 3가까지 산화가 가능하다. 전자를 2개를 잃는 산화반응은 물론 전자를 3개까지 잃는 반응과 자철석처럼 2.6개를 잃는 반응 역시 가능하기 때문에 물에 녹지 않는 산소와 반응해 혈액속으로 산소를 운반할 수 있었다.

이렇게 1족, 2족 원소와 다르게 산화 정도가 다양한 것은 전이 금속의 특성으로 강현의 계획에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것이었다.

왜냐면 이런 전이 금속 이온에 대한 흡착을 이용한다면 탄산 대신 반응성이 큰 산소가 붙어버릴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었다.

어차피 탄산은 물에 잘 녹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전이 금속까지 필요하지는 않았다. 탄산의 음이온을 잡아줄 정도의 양이온만 있다면 충분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리고 이런 양이온을 고정하는 것 역시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라고 예상되었다. 신체의 뼈, 뼈를 구성하는 탄산칼슘을 운반하고 뼈를 만들어내는 뼈세포, 그리고 그런 활동에 작용하는 단백질을 생각하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때문에 자연스럽게 이산화탄소를 고정할 양이온은 칼슘 이온이 선택되었고 철처럼 다양한 산화가수를 가지지 않고 2가 산화가수만을 가진 칼슘 이온은 2가 철 이온처럼 산소에 대한 반응성이 없어 매우 적절한 선택이었다.

============================ 작품 후기 ============================

스토리 전개가 안되네요.. 또다시 스토리 전개에 들어가려고 하니 내공이 부족한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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