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과학의 군림자-73화 (73/241)

73화

자동차 업계 사람들에게 강현의 호의는 매우 넓게 회자되었다. 그건 강현이 소년 시절 개발한 무궁화 엔진의 라이센스를 무료로 배포했을 때보다 더 여파가 컸다.

더욱이 신물질 IAPP의 합성에 대한 라이센스 역시 공짜로 해서 차량에 완충 시스템을 적용하는 비용이 대폭 줄었다.

가격이 낮아지고, 이미 있는 공업 시설을 이용해 IAPP와 CNT천을 생산할 수 있는 만큼, 기술을 이용하는 것에는 문제가 없었기에 전 세계 자동차 기업들은 서둘러 이 완충 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해서 원료 수급에 나섰다.

이로 인한 경제적인 효과는 매우 무궁구진했다.

일단 거미줄 단백질을 사용하는 양이 섬유로 뽑는 것보다는 많이 들었기 때문에 생산 시설에 설비 투자가 늘었고 이는 CNT천 제조 부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투자가 느니 돈이 돌고 돈이 도니 사람들의 주머니가 풍족해졌다.

이러한 시설이 있는 국가는 다 선진국이라 부의 집중이 일어날 것 같았지만 재봉 기술이 반드시 필요했기 때문에 임금이 싼 국가 역시 대량의 일거리를 받아 달러를 벌어 들였다.

일부에서는 거미줄 단백질과 CNT 천의 생산량을 늘려 강현의 부를 늘리려는 의도라면서 비판하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IAPP 제조 라이센스를 공짜로 했다는 것 만으로 커버가 가능했다. 강현이 정말로 돈을 벌려고 했다면 결코 IAPP를 공짜로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한편 각 국가에서는 이 IAPP의 군사적 효용성을 금방 깨달았다. 플라스틱처럼 가볍고 내 충격성이 뛰어난 물질은 방탄복으로서 제격이었고 기존의 인공 거미줄 방탄복을 도태시키기에는 충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에는 충격이 적었는데 거미줄 단백질 원료는 IAPP에 사용되기 시작했고 거미줄 섬유는 고탄성에 늘어나는 능력이 CNT 섬유를 뛰어넘기 때문에 CNT 섬유가 대체할 수 없는 분야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렇게 차량 안전을 대폭 증가시기는 기술이 등장하자 유럽의 국가부터 시작해 여러 국가에서는 차량 안전 기준을 대폭 증가시켜 버리거나 증가시킬 법안을 상정시켰다. 강현의 IAPP 완충 기술을 반드시 집어넣도록 법률을 개정한 것이다.

물론 겉으로는 점탄성 물질 주머니를 이용한 완충 시스템 도입에 대한 법률이었지만 현재 강현이 만든 것에 준하는 완충 시스템이 없었기 때문에 강현을 위한 법률이나 마찬가지였다.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었고 거기에 이런 독점 구조에 대해 우려하는 사람들이 반대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지만 몇 가지 요소들이 결합해 그런 법안의 도입이 추진 되었다.

일단 강현이 이 돈 되는 기술을 무료로 개방했다. 거기에 심지어 핵심 물질인 IAPP의 라이센스도 무료화 했으며 CNT 상용하 기술의 라이센스 비용도 자신의 몫을 받지 않음으로써 낮추어 버렸다. 그런 강현의 태도를 고려하면 독점의 폐해를 우려할 필요는 없었다.

그 뿐만이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바보 같아 보이는 이 일련의 행위들은 언론의 관심을 샀고 그의 연인이 과거에 교통 사고로 숨졌다는 사실을 상기한 언론에서는 강현의 결정과 이 사건을 연관 지었다.

[천재! 연인을 빼앗은 교통 사고에 복수하다!]

자극적인 문구였고 또한 강현이 말을 하지도 않았지만 틀리지 않는 내용이었다.

언론은 특종을 잡았다는 듯 연일 강현이 기술을 공개한 배경을 분석하기 시작했는데 천재의 가슴 아프고 애달픈 사랑 이야기는 대중들의 관심을 확실히 끌 수 있는 블루칩이었던 것이다.

언론을 통해 그런 분석이 나오자 사람들은 숭고한 대의 이전, 인간 개인의 가슴 아픈 과거에 공감했다. 세상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서라는 명분보다 사랑한 애인을 지키지 못한 한 남자의 집념이라는 이유가 오히려 더 설득력 있었다.

그렇게 동정적이면서도 숭고하다는 여론에 탑승하기 위해 정치가들은 강현의 기술을 자동차 안전 기준에 적용하는 정치적인 결정을 내렸다. 시민의 안전과 표가 직결되는 사항이니 만큼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또한 군사적인 이유도 있었다. 강현이 IAPP의 군사적 사용에 대해서는 비용을 물지도 모모른다는 압박감이 있었다. 미국이 강현의 CNC 장갑만으로 모빌 아머의 성능이 엄청나게 비약했는데 일반 군사들 마저 총탄을 맞고 끄떡없는 장갑을 입는다면 어떻게 될까? 팍스 아메리카를 부정할 수는 없었지만 폭주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견제적 군사력, 또한 적어도 만일의 사태에 국가를 보호할 만일의 사태에 대비 IAPP로 이용한 방탄복은 반드시 필요했고 때문에 IAPP를 자국에서 무리없이 생산해 방탄복에까지 적용할 수 있도록 알아서 엎드린 것이다.

사실 잭 역시 두번째 안건으로 제시하려고 했던 것이 IAPP의 군사적 사용에 대해서는 비용을 물리는 것이었다. 그것도 아주 비싸게.

비난이 없지는 않겠지만 대신에 자동차 안전에 사용되는 것이 공짜라는 명분으로 IAPP의 군사적 사용에 대해 로열티를 물게 하여 얼마든지 미국의 국익에 부합되게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잭이 강현의 역린을 건드는 실수를 한 것으로 말도 꺼내지 못했다. 만일 그가 포기하지 않다고 이런 제안을 했다면 강현은 아마 사람이 안 죽으면 다행이지 않냐고 대꾸해 버렸을 것이다.

물론 역린을 건들기 않기전에 제안을 했다면 수긍했을 것이 분명했다. 사실 강현은 IAPP의 군사적 사용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원하는 목적인 자동차 완충 기술과 그 적용을 위한 비용 절감, 사회의 수용 정도로도 충분했다. 강현은 의외로 욕심이 없는 남자였다.

아무튼 각국의 자동차 안전에 관한 규제가 강화되자 비상이 걸린 기업이 있으니 세계적으로 자동차를 팔아먹으며 순익율 1위를 기록한 미래 자동차였다.

다행이 국회에 로비를 통해 자동차 안전 규제에 대한 법률은 완화 시켰지만 제현 그룹와 우디의 합자 회사인 아우디 JH에서 커다란 똥을 싸질러 놨던 것이다.

[세계적인 안전 기술로 만든 JH 시리즈, 제 2탄!]

덕분에 쉬쉬했던 강현의 점탄성 완충 장치가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졌다.(자동차 매니아들은 이미 알고 있었고 왜 한국에는 그런 안전 기준 법안을 만들지 않냐고 인터넷 공간에서 썰을 풀었다.) 그리고는 자국의 자동차 안전 기준에 대한 관심 역시 생겼다.

‘왜 국가적인 자동차 생산 기업인 미래 그룹에서는 내수용 차에는 강현의 IAPP완충 장치를 달지 않고 수출용에만 다는가?’

아우디 JH에서 줄기차게 IAPP 완충 시스템에 대해서 홍보를 했기 때문에 사람들의 관심은 식지 않았고 몇몇 자동차 매니아들이 미래 자동차에 왜 IAPP 시스템을 달지 않냐고 질문하자 미래 자동차에서는 이렇게 답했다.

[국내 안전 기준에 따라 미래 자동차는 IAPP 시스템을 달지 않아도 충분한 안정성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그럼 유럽의 국가들은 빙시 호구라서 그런 시스템을 달라고 안전기준을 마련한 건가?

미래 자동차의 답변을 어떻게 낚아 챘는지 이번에는 아우디 JH에서 다름과 같이 홍보하기 시작했다.

[대한민국의 자동차 안전 기준을 후~울쩍 뛰어넘는 뛰어난 안전 성능의 JH 시리즈!]

미래 자동차와 국회를 동시에 까는 패기를 보이는 아우디 JH였다.

이런 행동에 높으신 분들은 심기가 불편했다. 그들이 심기가 불편하면 서민들은 죽어야 하고 기업은 각종 세무조사다 뭐다 괴롭힘을 당하기 마련이지만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아우디 JH가 국제적으로 유명한 기업이 만든 회사라서가 아니다. 개도 자기네 집 앞마당에서는 절반은 먹고 들어간다고 고작 일개 외국 기업에 쫄 국회의원분들이 아니었다.

하지만 집 앞마당의 절반은 제현 그룹이 떡하니 차지하고 있었고 그 뒤에는 강현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수방사에서 구조되었던 국회의원들은 쏟아지는 총탄을 뚫고서 자신들을 구조하고 끝내 쿠데타를 뒤엎은 K 시리즈의 위용을 잊지 못하고 있었다.

즉, 강현이 너무나 두려웠던 것이다.

국회의원들이 숨죽이자 미래 자동차에서는 답답해졌다. 하지만 결국에는 한 발 물러서서 자신들로 IAPP 시스템을 도입하는 수 밖에 없었다. 덕분에 원가 절감을 위한 노력은 한 발 물러서는 수 밖에 없었다. 강현의 독자적인 IAPP 시스템은 기존의 강판을 싸구려로 바꾸는 식의 원가절감은 불가능했다. CNT 천의 고장력과 IAPP의 탄성이 완벽히 조화된 결과가 IAPP 완충 시스템이었던 것이다.

IAPP 완충 시스템 도입을 위한 서류에 사인을 하는 전해진 회장의 얼굴을 잔뜩 찡그려졋다. 원치 않는 결제였고 대한민국에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자로서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미 기득권층에게 강현이라는 이름은 공포였다. 쿠데타 세력에 대한 철저한 솎아내기를 요구한 강현의 행동은 적절한 명분으로 그들을 보호하려고 하는 이들에게는 공포감을 자아냈다. 실패에 대한 처절한 응징과 대가는 그들이 일찍히 경험해 보지 못했던 것이었고 몰락한 이들에게 자신이 투영되는 순간 강현과는 상종하고 싶지 않았다.

상종하고 싶지 않고 잊고 싶었지만 제현 그룹이 떡하니 버티고 있는 상황이라 끊임없이 그 날의 기억이, 그의 영향력이 상기 되었다. 이미 대한민국으로서는 어찌할 수 없는 이가 강현이었다.

그리고 그 강현이 만든 제현 그룹에 의해서 남한의 변화는 차츰, 점진적으로, 기득권이 원하던 원하지 않던 계속적으로 진행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와중에 완충 시스템의 개발을 끝내고 다음 연구 주제를 위한 탐색 겸 휴식을 취하던 강현은 어느 날 편지를 하나 받았다.

과학자를 지망하는 어느 어린 학생의 팬레터였는데 황무지를 녹색으로 바꾸고 북극의 얼음을 다시 얼리는 등 환경 보호를 위한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꿈이라는 것이다.

그런 소년의 마음이 왠지 신선했던 강현은 답장을 보냈다. 그런 기술을 개발하고 싶다면 지금부터 부지런히 자기 개발을 하고 역량을 키우라는 것이다. 그런 역량이 없다면 하고 싶은 일은 하지 못한다면서 자신이 했던 폰 노이만 학습법(전화 번호부를 외우고 총합 계산하기)을 추천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물론 자신이 여타 다른 이들과 다르다는 것은 알지만 꿈이 있다면 그 꿈을 위해서 노력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비록 그 노력에 대한 조언이 잔인할지라도 역량이 안된다는 현실을 일찍 깨닫게 만들어 준다면 소년의 소중한 시간을 아낄 수 있는 배려 또한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열렬하게 자신의 팬임을 밝히고 자신에 대한 존경심을 드러낸 편지에 대한 강현의 배려인 것이다.

그렇게 과학도를 지망하는 소년의 앞에 커다란 똥덩이를 던진 강현이 편지를 서랍에 넣으며 중얼거렸다.

“에코 기술이라..”

강현은 중얼거렸다. 사실 근대에서부터 비약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한 과학 기술의 상용화를 위해서 주요한 것이 있었다. 바로 채산성이다. 돈이 안되는 기술은 결국에는 사장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지구 온난화와 이산화 탄소 배출 규제를 위한 교토 의정서 등 환경 보존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기술 개발에 새롭게 고려해야 하는 요소가 생겼으니 바로 친환경이다.

인체에 해가 없어야 하며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거나 그런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을 골자로 친환경 플라스틱 같은 재료에서부터 에너지 절감 기술, 이산화 탄소 배출 저감 기술 같은 생산 기술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폭이 넓었다.

그러고 보면 강현은 지금까지 환경에 대한 생각을 전혀 하지 않고 기술을 개발해 왔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물리적, 화학적, 기술적, 예산적 제약을 고려해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도 골치가 아픈 일인데 거기에 환경적이라는 요소가 하나 더 들어가다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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