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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군림자-68화 (68/241)

68화

또한 그로 인해서 나일론 섬유를 뽑듯이 지속적인 섬유의 생산을 하지 못한다는 점도 있어 생산비용을 증가시키는 요소로 작용했다.

“흐음.. 고온 고압의 상태를 유지하면서 밖으로만 섬유를 뽑아낼 수는 없을까?”

강현의 저 물음이 CNT섬유의 대량 생산을 위한 가장 단순한 해결책이었다.

많은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챔버에 CNT를 성장시키는 기판이 들어갔다 나왔다하는 방법은 별로 신통치 못한 방법이다.

때문에 이번 최주정 교수팀에서 개발한 산화철 박막을 이용한 방법이 무척이나 강현의 관심을 끌었다.

왜 탄소들이 박막의 표면이 아니라 박막과 실리콘 기판의 사이에서 CNT를 만들었을까?

그 말은 탄소 원자들이 산화철 박막을 침투, 확산했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렇다면 박막으로 기압차를 견뎌낼 수 있는 방법만 찾아낼 수 있다면 챔버밖으로 CNT가 만들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러나 그건 그렇게 말만큼 쉬운 문제가 아니었다.

“흐음.. 기압차만 줄이면 어떻게든 될 것 같은데..”

반응을 위한 온도는 섭씨 700도 가량. 그에 맞추어 챔버내의 기압차만 어떻게 해준다면 촉매 박판에 그다지 큰 무리 없이 반응을 진행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보았다.

[그러면 시뮬레이션을 진행하겠습니다.]

강현은 기압차와 촉매 박막의 물성치를 입력해 어떤 구조가 가장 적당한지 시뮬레이션을 했다.

“.....”

하지만 그렇게 신통한 결과는 얻지 못했다.

박막을 지탱할 형태의 튼튼한 그물망을 이용해도 반응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찧어져 버리기 일수였다.

“흐음. 실패군.”

[용액에서 CNT를 합성하는 방법이 없다면 대량 생산은 그저 설비에 투자하는 수 밖에 없다고 판단됩니다.]

“규모의 경제라..”

강현이 생각하는 원가 절감의 방법은 섬유의 형성에서 실로 만드는 것까지 원스톱으로 가는 것이었다.

그러나 현재의 기술적으로 그것을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은 채산성을 맞추는 것.

“할 수 없네. 지금 있는 기술에서 최대한 효율성이 높도록 설계를 해보는 수 밖에.”

CNT 뭉치가 생길 기판의 크기는 어느 정도가 적당한지, 그리고 그에 필요한 챔버의 크기는 어느 정도인지, 성장은 어느 정도 시키는 것이 적당한지, 그리고 그에 따른 부차적인 부작용이나 문제점은 없는지 연구를 진행했다.

“최주정 박사님께 데이터를 보내드려.”

[네, 박사님.]

강현이 생각해 낸 결론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의 챔버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현재 사용되는 챔버들을 진공으로 만드는 장치들은 하나 같이 보조 펌프들이 붙어있는 것이다. 일단 고성능 펌프로 대충 공기를 뺀다음 더 낮은 진공을 만들기 위해서 보조 펌프들을 사용한다.

이 보조펌프의 종류가 몇 가지 있지만 반도체를 만드는 것이 아니니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CNT제조에 필요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 불순한 기체 입자들을 제거해야 한다는 것. 때문에 공기를 교체하는 것에 시간이 걸린다.

강현은 아주 단순하게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챔버의 형태를 완전히 바꾸는 것으로 말이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기존의 원통형 챔버가 아닌 피스톤 형태의 챔버를 만드는 것이다. 펌프로 공기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모터나 유압피스톤의 힘으로 잡아당겨 진공의 상태를 만드는 것이다. 기체을 퍼내는 것이 아니라 공간을 만들어 내는 식으로 진공을 만든다고나 할까?

그런데 이 잡아당기는 피스톤의 밀폐를 위해서는 높은 기술력이 필요하다.

일단 실린더 내부의 벽을 거울같이 반질반질하게 만들어야 하고 유격이 몇 마이크로미터 이하의 수준이 되도록 정확히 치수를 맞춘 피스톤이 필요했다. 금속 정밀가공 기술의 높은 수준을 요하는 것이다.

“나쁘지 않은데..”

최주정 교수는 강현이 보내온 프로토 타입의 설계도와 데이터를 검토했다.

실린더 내부의 크기는 손바닥만 했고 CNT가 성장할 기판 역시 그만한 크기였다. 강현의 말로는 CNT의 균일한 성장을 위한 최대 크기라나? 이보다 더 커지면 CNT의 성장의 불균형으로 인해 촉매로 사용할 박막이 찢어져버린다고 한다.

이 장치로 성장시키는 두께는 약 3센티. 하지만 그만한 양으로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길이의 섬유를 뽑을 수 있다고 하니 그 얇은 정도를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런 섬유를 방적기에 넣어 실을 뽑으면 CNT실이 되고 천이 되어 강현이 원하는 충격완화 장치의 튜브가 될 것이다.

강현은 시제품이 나올때까지 시간이 걸릴 것을 알고 있었다. 대략 한 달쯤?

그동안 CNT로 만드는 천에 넣을 점탄성 물질을 만들어야 했다. 이미 틈틈이 설계를 하면서 생각해 둔 것이 있었다.

점탄성 물질이 자동차 사고시에 완충 효과를 낼려면 강한 탄성력 이외에 또 한가지 가져야 하는 성질이 있다.

그건 바로 빠른 사슬 얽힘이다.

점탄성 물질이 순간적으로 과도하게 변형하면 마치 유리나 도자기가 깨지듯이 깨져버린다. 깨져버린 구조는 아무리 질긴 튜브 안에 있다고 해도 완충을 하기 어렵다.

하지만 깨져버린 순간에는 가해진 힘이 다시 풀리는 것과 마찬가지이므로 유동성이 나타나는데 이때 고분자 사슬이 다시 서로 빠르게 얽어버린다면 다시 완충작용을 할 수가 있었다.

[분자간 사슬의 상호작용을 빠르게 하려면 극성이 필요합니다.]

“단백질의 수소 결합을 응용해 보자.”

용해, 용매에 용질이 녹는 과정이다. 그 원리는 원자간의 상호작용이며 고분자의 사슬 얽힘의 원리 역시 그러하다.

그러나 용해의 원리는 단순하지 않다. 단순히 표현하자면 유유상종으로 서로 비슷한 수준의 인력을 가진 녀석들끼리만 상호작용을 한다.

소금과 물, 기름과 물의 예는 아주 단순한 것으로 극성은 극성끼리 무극성을 무극성끼리 뭉친다.

하지만 탄화수소 사슬인 플라스틱의 경우 이 무극성의 상호작용이 물질마다 틀려서 아무리 유기용매라고 해도 녹지 않는 용매가 존재하며 각각의 고분자를 녹이는 유기용매의 종류 역시 매우 다양하다.

단백질은 팹티드 결합을 가지고 있고 결합내에 수소와 산소 원자를 가지고 있어 매우 강한 상호작용을 할 수 있다. 강현이 팹티드 결합에서 기대하는 것은 그 강한 상호 작용이다.

얽힘의 강도가 매우 강하기 때문에 점성이 매우 높다는 점이 강현의 마음에 들었다.

[그럼 인공 거미줄을 이용하시면 어떻습니까? 거미줄 단백질을 생산할 수 있는 체계는 이미 마련이 되어 있으니 생산에도 그다지 차질이 없을 겁니다.]

“......”

강현은 잠시 말이 없었다. 거미줄 단백질은 HJ세포에서 만들어지고 HJ세포는 제시와 강현이 같이 연구한 결과물이었다.

[죄송합니다, 박사님.]

“아니 괜찮아.”

감정이 없는 인공지능에게 타인을 감정을 이해하는 것은 넌센스다. 그나마 강현이 대답을 하지 않은 이유는 재빨리 찾아서 그에 맞는 말을 하는 것은 아즈삭의 뛰어난 성능을 입증하는 것이었다.

“HJ세포라..”

한 동안 잊고 살았는데..

강현은 입맛이 썻다.

왜 상실은 행복한 추억에서 행복마저 앗아가 버리는 걸까?

“어쩔 수 없지.”

하지만 마냥 잊은 척 하고 살 수는 없었다.

그녀를 잊지 않기로 결심했으면서 그녀와의 추억을 떠올릴 때마다 괴로워하는 것은 바보같은 짓이다.

강현은 기억속에 억지로 밀어넣었던 HJ세포를 이번 기회에 괴로운 기억을 견뎌낼 수 있는 발판으로 삼을 생각이었다.

부디 그녀와의 추억이 악몽이 되지 않기를..

강현은 아즈삭의 제어 아래 HJ 세포를 다시 배양하기 시작했다. 강현 자신이 개발한 거미줄 단백질을 만드는 버전의 세포였다.

“.....”

[박사님. 단순히 사슬 형태보다는 가지가 달린 형태가 더 얽힘이 강합니다.]

“알아.”

단백질은 사슬형태로 이루어져 있다. 나선형의 DNA에서 생성되니 그럴만도 했다. 하지만 팹티드 결함으로 일직선인 단백질을 지질이나 어떤 종류의 플라스틱처럼 가지가 달리게 만드는 것은 생각보다 까다로웠다.

뿐만 아니라 자체적으로 접힘 형상이 일어나기 때문에 각각 뭉치지 않도록 적당히 풀어줘야했다. 바햐흐로 각종 화학적인 지식을 동원하고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하는 시간이 시작된 것이다.

한편, 강현이 최주정 교수와 CNT 섬유의 상용화를 위해 공동 연구를 시작했다는 뉴스는 한국은 물론 전 세계를 강타했다. 아우디의 홍보 효과와 동일했다.

한국은 무척이나 들떴다. 그러면서 CNT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각종 관련 벤처 회사의 주가가 뛰는 등 비상한 관심을 가졌다. 강현이 실행하기만 하면 성사될 것이라는 기대 심리가 반영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강현 때문에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는 곳도 있었다. 애시당초 강현의 연구 속도를 기존의 연구소들에서 전혀 따라잡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아즈삭D시리즈를 구입한 곳에서도 강현의 연구를 따라잡을 수 없었는데 그 이유는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코딩하는 수준이나 강현의 직감같은 특이 요소들을 도저히 동시에 지닐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구 투자자들을 CNT섬유의 상용화 연구를 하는 연구실에 지원을 끊는 것을 진지하게 생각했다.

그러나 완전히 그럴 수도 없는 것이 강철보다 수백배 이상 질긴 CNT섬유의 수요가 엄청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고 이 잠재적 시장가치를 도저히 포기할 수가 없었다. 만일 모두가 완전히 손을 놓아버린다면 CNT 섬유 시장이 완전히 강현의 손아귀에 들어갈 것이 분명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된다면 강현이 석유 시장에서 보여주었던 행동처럼 새롭게 시장 점유율을 상승시키는 어떤 가능성, 꿈, 미래에 상당한 제약이 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 형태는 분명히 섬유 업계의 전통적 강자들이 만족할 만한 시장 고착화로 귀결될 것이 분명했다. 강현의 성향은 무척이나 보수적(원활한 연구 생활을 위해 기존 기득권 세력의 입장을 고려하기 때문에 그런 오해를 받았다.)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게 부정적인 면만 있지는 않았다. 만일 강현의 기술로 상용화가 빨리 이루어지고 그에 관련된 산업 역시 발달할 것은 자명한 노릇이다. 국가의 입장에서는 새로운 경제 동력이 생기는 것이니 반기는 것이 당연했다.

“이익!”

“젠장.”

그러나 역시 CNT 상용화를 연구하는 연구소들을 안색이 나빠질 수 밖에 없었다. 행여나 자신들의 기술보다 훨씬 좋은 기술을 강현이 개발에 그때까지 연구 해왔던 것이 무용지물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런 연구소들의 선택은 두가지 밖에 없었는데 하나는 계속 연구를 강행하거나 다른 하나는 일단 CNT상용화 기술의 개발을 강현이 기술을 발표할 때까지 잠정 보류하고 대신 관련된 다른 기술을 연구하는 것이었다.

전자는 무모해 보이지만 최주정 연구팀의 섬유 방식이 아닌 다른 원천 기술을 이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강현과 최주정 공동 연구와 특허가 겹칠 가능성이 적기 때문이기도 했고 연구를 진행하는 연구원들의 사기를 위해서 이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강현의 기술에 대한 대안이 전략적으로 필요한 기업들의 요구 때문이기도 했다.

후자는 강연의 기술이 어떤 건지 보고 그 기술의 주변 기술을 재빨리 연구해 지분을 받아낼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이런 전략은 특허라는 개념이 보편화 된 현대에 매우 일반적인 것으로 원천 기술을 상용화하기 위한 여러 기술들을 미리 선점하여 원천 기술 소유자를 억지로 협상 테이블에 끌고 나올 수 있었다. 때문에 원천 기술을 확보하지 못한 기업에서는 이런 식으로 경쟁 기업의 기술을 절름발이로 만들거나 아니면 협상을 통해 로열티를 갈라먹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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