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화
배터리 기술과 엔진 기술을 무료로 제공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운전자의 안전을 위한 기술을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한다. 그런 강현의 행위에 강현의 이미지는 얼마나 좋아질까? 이미 대한민국의 쿠데타를 일거에 제압해 미국 시민들에게 토니 스타크라고 불리는 강현이다.
그러니 강현의 연구에 아우디가 한 팔 거든다면 아우디에 대한 이미지 역시 부쩍 상승할 것이다.
그 짧은 순간에 이런 판단을 한 아스칼 회장은 역시나 뛰어난 경영자였다.
강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립서비스를 잊지 않았다.
“나중에 발표할 때 아우디의 이름을 넣도록 할게요.”
“하하하하! 그거 고맙군!”
아스칼 회장은 무척이나 기꺼워했다. 강현이 정확하게 자신의 의중을 이해하고 같이 가겠다고 말해 주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한국에 아우디 JH를 설립한 것은 잘한 짓 같았다.
= = = = =
그 날부터 강현은 자동차의 완충 기제에 대한 연구에 들어갔다.
완충의 원리는 무엇인가? 그건 매우 간단하다. 충격력을 줄이는 것이다. 다르게 표현하면 충격을 받는 시간을 길게 늘리는 것이고, 또 다르게 표현하자면 시간당 운동량 변화량을 줄이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단순한 원리를 실행시키는 건, 특히 자동차같이 고속으로 움직이는 물체에 적용하는 것은 실상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다.
충격력과 충격력을 받는 시간의 곱은 그 충격력을 받는 물체의 운동량에 변화를 준다. 자동차의 경루 충돌하기전부터 시작해 충돌하는 과정, 충돌 후 속도가 0이 되는 과정동안 운동량을 상실하게 되는데 이때 충돌 과정이 어떻게 되냐에 따라서 운전자가 받는 부상의 정도가 달라진다.
차량의 내부에 있는 운전자가 만일 안전밸트를 매고 있다고 하자. 그럼 충돌과정 중 차량의 속도 변화는 안전밸트를 통해 운전자에게 전달된다. 즉, 운전자 역시 충돌 과정에서 운동량의 변화를 경험하고 안전 밸트를 통해 운동량을 변화시키기 위한 충격력을 받는다.
만일 충돌 과정이 너무나 짧다면 당현이 충격력은 그에 반비례하여 증가한다. 그렇게 되면 운전자의 가슴뼈는 체중과 안전밸트에 눌려 부러져버리고 말 것이다. 물론 머리의 무게가 앞으로 쏠려 부딪히는 부상은 제외하고 말이다.
때문에 운전자가 받는 충격력을 줄이기 위해서 충돌의 시간을 길게 만들어 주어야 한다. 즉, 자동차의 완충 메커니즘은 범퍼부터 보닛에 이르는 부분이 점차적으로 찌끄러들면서 충격을 받는 시간을 늘리는 것이다.
때문에 현 시대의 자동차 프레임 구조와 재질은 그냥 나온 것이 아니다. 오랜 시행착오와 안전을 위한 각국 정부의 규제에 의해서 개발되고 연구된 기술의 집약체였다.
프레임은 범퍼와 보닛에서 받은 충격을 운전석 안이 아니라 차량 전체에 분산시켜 충격을 받는 시간을 늘리고 그 재질 역시 강도와 연성이 적절한 재료를 사용해 갑작스런 충격에 깨지지 않는 철을 사용한다. 차 문의 임팩트바는 물론이고 서브 프레임까지..
물론 이런 완충 기제만 따지면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차를 만드는 방법은 있다. 차량 내부를 푹신 푹신한 완충제로 꽉 채우고 차량 프레임을 가장 단단하고 질긴 철로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차는 없다. 왜냐고? 돈이 안된다. 단단하고 질긴 철은 만들기 어렵고 원료도 비싸다. 그러니 반드시 필요한 부분에 사용해야 한다. 원가 절감은 모든 제조 기업이 생리이기 때문이다.
물론 원가 절감에 너무나 신경 쓴 나머지 너무나 잘 찌그러져서 운전석까지 압착해버리는(손가락으로도 찌그러지는 경우도 있다.) 쿠킹호일차에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즉, 강현이 만난 제1 난관은 바로 비용인 것이다. 어떻게 하면 생산 비용을 크게 상승시키지 않고 완충 작용을 크게 할 수 있을까?
강현은 문득 K 시리즈와 미국 모빌 아머에 사용하는 CNC(CNT Network frame Composite)장갑을 떠올렸다. 대물저격총, 바렛의 탄환을 서너방은 견디는 재질이라면 기존의 프레임에서 충격을 흡수하는 부분을 대체하기만 해도 완충 능력은 크게 증가할 것이다.
하지만 그건 채산성이 전혀 맞지 않다. CNC는 소결법으로 만드는 복합재이기 때문에 차량에 쓰일 정도로 크게 만들려면 비용이 엄청나게 증가한다.
때문에 강현은 좀 더 싸게 완충에 사용할 재질을 생각해야 했다.
강현은 아즈삭과 완충에 사용되는 여러 재질을 브레인 스토밍으로 떠올려 보았다. 그 중 완충의 대표적인 단어는 바로 점탄성이었다.
점탄성. 간단히 말하면 탄성이 있는 액체를 뜻한다. 그러나 일반인에게는 별로 익숙하지 않은 개념이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도 한 번쯤 물에 푼 전분 위를 뛰어다니거나 아니면 스피커 위에서 기괴한 모양으로 움직이는 것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럴 수 있는 이유는 이 점탄성 물질이 특정 속도 이상의 변화에 대해서는 마치 탄성이 있는 고체처럼 거동하고 특정 속도 이하의 변화에 대해서는 유체처럼 거동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탄성 물질은 충격을 완화하고 흡수하는데 매우 효율적인 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여러 완충 장치에 사용할 수 있도록 연구 중이고 실제로 방탄복에 D3O라는 점탄성 물질이 케블라 섬유와 겹겹이 사용되 총탄의 충격을 신체 전체로 분산해 총알이 꽤뚫는 것을 막는데 사용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점탄성 물질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이미 생물체의 관절에 이 점탄성 물질이 아주 오래전부터 존재해 왔고 관절의 마모와 충격을 줄이도록 진화해 왔다.
그렇다면 이 점탄성 물질의 정체는 무엇인가? 간단하다. 고분자 물질, 그 중에서도 열가소성 수지에서 점탄성은 매우 일반적인 성질이다.
모든 열가소성 플라스틱은 온도에 따라서 각각 유리, 고무, 액체로 거동하는데 점탄성은 고무처럼 행동하는 온도와 액체처럼 행동하는 온도 사이의 일정 온도 영역에서 보이는 거동이다.
이 점탄성은 바로 고분자의 사슬간 엃힘이 주요원인으로 전분을 물에 풀어 점탄성 액체를 만드는 원리가 전분의 사슬을 물에 풀어주기 위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고분자의 사슬 모양과 각 사슬의 길이 엃힘의 정도와 분자간의 상호작용 등 여러 변수가 점탄성의 특성을 결정짓는 것이다.
“흐음..”
강현은 자동차에 이 점탄성의 물체를 사용한다면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그리고 그 사용 방법에 필요한 물성은 어느 정도인지 아즈삭의 도움을 받아 시뮬레이션을 했지만 결과가 그리 신통하지는 않았다.
아무리 충격 흡수에 좋은 점탄성의 재질이라고 해도 그 탄성한계의 힘이 강철이 지탱할 수 있는 힘에 미칠 수는 없었다. 따라서 개량이 필요했다.
강도를 증가시키기 위해서 공유결합의 밀도를 증가시키고 점성을 높여 흡수할 수 있는 충격량을 늘리기 위해 사슬 얽힘을 증가시켜야했다.
후자는 고분자의 분자량을 늘리고 분자 구조와 고분자의 종류를 바꿔 사슬간의 분자간 힘을 조절하면 어떻게든 할 수 있지만 공유결합의 밀도를 증가시키는 것이 문제였다.
플라스틱의 밀도가 낮은 이유는 대부분 물질 그자체의 특성도 있지만 그 결정구조의 탓도 있었다.
일반 금속의 경우, 녹는 점을 경계로 고체와 액체로 확실하게 구별이 되지만 유리나 플라스틱 같은 경우는 유리전이 온도를 가지기 때문에 고체와 액체의 거동이 확실하게 구분되지 않는 영역이 있다.
이는 비정질의 결정구조와 관련이 있고 비정질의 물질 구조는 대부분 원자나 분자가 꽉 들어차 있지 않고 빈 공간이 중간중간에 있기 때문에 어느 온도 영역에 이르면 원자들이 약간이나마 움직일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물론 플라스틱의 밀도를 증가시킬 수 있는 가공방법이 있다. 폴리 에틸렌도 저밀도 폴리 에틸렌과 고밀도 폴리에틸렌 두가지로 생산이 가능하니 그러지 못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플라스틱의 밀도를 증가시키는 것은 한계가 있었고 밀도가 증가한 플라스틱이 점탄성의 성질을 가지게 만들기 위해서는 유체적 특성이 필요했다. 즉, 분자 사슬이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어느정도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강현은 고분자의 밀도를 어느 정도 타협을 봐야했다. 그러나 그렇게 하니 고분자 하나만으로는 도저히 충분히 충격을 완화할 수 있을 정도의 성능이 나오지 않는 것이다.
“결국은 복합재로 가야하나?”
재료 자체의 한계(물성이나 가격)로 인해 제품의 성능에 필요한 물성의 타협치에 도저히 이르지 못할 때에는 주로 그 다음 대안으로 복합재가 선택된다.
강현은 점탄성 물질이 속에 든 튜브를 생각해 보았다. 강력한 압력을 견디는 튜브 안에 자신이 만든 점탄성 물질을 집어넣는다면 생각보다 일이 훨씬 간단하게 풀릴 수도 있었다.
물론 그 튜브를 만드는 재질은 강철보다 강력하다는 CNT를 이용하는 것이다.
“그런데 CNT로 실을 만드는 기술이 있나?”
강현의 인공 근육을 만들기 위해 긴 CNT가 있기는 있으나 생산비용이 컸다. 그것을 많은 차량에 적용하려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 될 것이다.
따라서 CNT를 구조용 재료에 사용할 정도로 대량 생산을 하면서 동시에 그것을 실처럼 길게 뽑아내는 기술 역시 필요했다.
아즈삭은 강현의 질문에 인터넷을 뒤져 적합한 기술이 이미 나와있는 것을 발견했다. 한국의 모 대한 연구실에서 개발한 방법이었고 유명 저널에도 논문이 실려있었다.
CNT를 이용한 실을 뽑는 기술을 위해 이 연구실에서는 실리콘 기판위에 산화철 박막을 올렸다. 산화철은 탄소 기체를 CNT로 만들어주는 촉매다.
이 산화철 박막 위에 고온의 탄소 기체를 쏘아주면 산화철 박막과 실리콘 기판 사이에 CNT가 적층으로 계속 형성된다.
그리고 나중에 이 산화철 박막을 제거하고 표면을 살짝 잡아 당기면 마치 목화솜 뭉치를 물레에 돌려 실을 뽑듯, 분자간 힘에 의해서 서로 달라붙은 CNT섬유가 쭈우욱 뽑아져 나온다.
이는 기존의 산화철 나노 입자를 이용한 것보다 훨씬 깔끔하게 섬유를 뽑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대량 생산을 위한 공학적인 필요만 충족되면 얼마든지 바로 상용화할 수 있을 듯합니다. ]
“그 정도야?”
강현은 입을 동그랗게 모았다.
“그럼 일단 연락을 해봐야지.”
아즈삭은 강현의 말에 즉시 국민대 최주정 교수에게 상의를 위한 이메일을 보냈다. 내용은 CNT로 짠 천을 만드는 기술을 공동으로 연구할 생각이 없냐는 것이었다.
“... 뭐지?”
맨 처음 이메일을 받은 최주정 교수는 일단 눈을 비볐다. 이메일을 보내 온 이의 이름이 강현 박사였다. 그리고 내용 역시 스스로를 강현이라고 소개하고 있었다.
“이건!”
최주정 교수는 놀란 입을 벌리지 못하고 있었다. 비빈 눈으로 다시 확인을 하니 그 천재가 자신에게 공동 연구를 제의했던 것이다.
최주정 교수는 급히 조교들을 불러모아 이 기쁜 일을 알렸다. 당연히 학교측에서도 금방 이 일을 알게 되었으며 급히 학교 홍보에 사용했다.
‘세기의 천재와 공동연구를 하는 연구실을 가진 대학교.’
아우디의 마케팅 전략을 그대로 답사하는 국민대 총장이었다.
아무튼 최주정 교수는 공동 연구를 위해서 CNT를 적층으로 형성해 목화의 솜뭉치를 만드는 원천기술을 제공하고 차후 개발되는 대량 생산을 위한 기술의 라이센스 지분을 반반 씩 나누기로 했다.
그러면서 상용화를 위한 문제점을 하나 하나 토론하기 시작했는데...
문제는 역시나 고온의 탄소 기체를 유지하는 것이었다. 이는 반도체 공정에서나 사용하는 챔버가 반드시 필요했다. 그리고 CNT를 성장시키는 기판이 이 챔버를 들어갔다 나왔다 해야 했기 때문에 챔버를 다시 진공화 시키는데 소요되는 시간과 전력 소모 역시 만만치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