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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군림자-63화 (63/241)

63화

경호원들은 수동으로 방공호의 두꺼운 철문을 열고자 했지만 그 시간에 K 시리즈들이 도착하고 말았다.

경호원들은 K 시리즈가 후려치자 이리 날라가고 저리 날라갔다.

그리고 보호해줄 인원이 없는 이정희 대통령 역시 K 시리즈가 팔을 휘두르자 쓰러지고 말았다. 머리에 가해진 충격으로 인한 뇌진탕에 의식을 잃은 것이다.

= = = = =

이것을 뭐라고 부를 수 있을까? 쿠데타의 쿠데타?

한번 무력적으로 제압당한 정권이 다시 무력으로 진압되는 것은 그리 희귀한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한국에서 일어난 일은 너무나 흥미로웠다.

군대의 투입에 의한 의회의 사실상 해산이 일어난지 4일만에, 잡혀갔던 의원들은 구출 되었고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안을 통과 시켰다. 군에 잡혀갔다지만 국회의원은 명확한 범죄 혐의 없이 구속할 수 없었다. 그들에게는 면책특권이 있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증거없이 그들은 국가반란죄로 몰아 가둔 수방사의 행위는 오히려 불법 납치 및 감금으로 볼 수 있었다.

때문에, 너무나 당연하게도, 탈출한 국회의원들은 이정희 대통령에게 전혀 좋은 감정을 가지지 못했다. 아니 증오할 정도였다. 당연히 과반수를 훌쩍 넘은 국회의원들은 탄핵 소추안을 제출했고 이정희 대통령 편에 섰던 의원들은 탄핵을 막기 위해서 국회를 물리적으로 봉쇄하는 것을 선택했다.

그들은 문을 단단히 걸어잠그고 의자와 책상으로 보강하며 농성을 했으나 K 시리즈 몇 기가 몸통 박치기를 몇 번 하자 국회로 들어가는 문이 산산조각 나버렸다.

“쿠데타다! 쿠데타야!”

“미친 놈. 지랄 병신 같은 소리하고 있네.”

농성하던 국회의원이 소리를 지르자 영창에서 나온 국회의원 중 한 명이 이를 갈며 비웃었다. 아마 탈출한 국회의원들 모두가 같은 심정이리라..

영창에 갖혔을 때는 정말 죽는 줄 알았다. 독재 정권에서 정권에 반대하는 이들을 어떻게 처리해 왔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탁치니 억하고 죽었다라..

자신들도 ‘탁’하고 맞을 수가 있었다. 그러면 ‘억’하고 죽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었다.

그것은 생명의 위협이었고 그 동안 이정희의 편에 섰던 이들까지 돌아서게 만들었다. 그래서 너무도 당연하게 탄핵안은 통과되었다.

그리하여 이정희 대통령은 더 이상 대통령이 아니게 되었고 차상위자인 국무총리에 의해서 계엄령 해제가 공식적으로 발표되었다.

대한민국의 쿠데타는 그렇게 종결되었던 것이다.

= = = = =

“박사. 원하시는 게 있소?”

[물론입니다.]

이천식 국무총리는 이제 곧 치뤄질 대선까지 국정을 맡게 되었다. 그는 물론이고 다른 정치인들은 알고 있었다. 이번 사태를 해결하는데 지대한 공로를 세운 이가 누구인지.

처음 통신 단말기의 디스플레이를 통해 강현과 대화를 하고는 거한들이 안드로이드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에는 감탄이 나올 정도였다.

K시리즈라고 했던가? 사실상 그들이 없었다면 이 나라는 다시 독재의 구렁텅이에 빠지게 될 뻔했다.

그만한 공을 세운 이에게 상을 주지 않을 수 없는 노릇. 하지만 강현은 상 대신 다른 것을 원했다.

“.... 그, 그런 일이 있었다니..”

[제가 무슨 거창한 정의감 가지고 한국을 도운 것은 아닙니다. 그러니 상을 받을 이유가 없죠. 따지고 보면 한국은 제가 복수하는 과정에서 애꿎은 피해를 당했을 뿐이니까요.]

“.... 하아.. 진작에 고발을 하지 않고..”

[쿠데타 전이었다면 다 한통속 아닙니까? 서로를 보호하기 위해 단단히 뭉쳤겠죠.]

이천식 국무총리는 일의 전말을 듣고 나서야 강현의 요구를 이해할 수 있었다. 강현이 주는 명단의 인물의 반역죄를 대대적으로 알리고 완전히 사회에서 매장해 줄 것. 그것이 부모를 죽인 이들에 대한 복수라면서..

이천식 국무총리는 그의 조건과 그 배경을 곰곰히 생각해 보니 부아가 치미지 않을 수가 없었다.

“만일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다면 어떻게 하겠소?”

[제 복수가 완료되는 것이 아니니 계속 해야죠.]

“......”

이천식 국무총리는 태연하게 대답하는 강현을 보면서 침을 삼켰다. 고맙다는 인사를 하려고 했는데 사실 제현 그룹의 압박부터 쿠데타가 일어난 모든 일이 복수의 과정이었다는 말에 아연하기도 화나기도 했다.

“좋소. 확실하게 그들을 매장해 드리지.”

그것은 민주사회에 있어서는 안 되는 연좌제였고 사회적인 살인이었다. 그러나 이천식 국무총리는 그래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이 모든 일의 원인을 제공한 강현의 원수들은 몰락할 것이고 그 가족들 역시 영원히 기득권층에 끼지 못하게 될 것이다. 쿠데타를 일으킨 이들에 대한 숙청 과정은 천만 다행으로 살아남은 기득권층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일이었다. 특히 샘성의 이견호 회장이 이를 갈고 있으니 숙청 작업에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강현은 고개를 숙였다. 복수가 거의 끝나간다. 이제 필요한 것은 시간 뿐이었다.

“그럼 제현 그룹은 어떻게 할 것이오?”

[어떻게 하다니요?]

“복수가 끝났으니 이제 그만 철수해야 하는 것이 아니오?”

[그동안 애써준 이들에게 포상으로 줄 생각입니다만..]

“.... 그게 무슨 소리요?”

[현재 경영진들에게 제현 그룹과 제현 투자회사의 지분을 나눠줄 생각입니다.]

강현의 대답에 이천식 국무총리의 표정이 굳어졌다. 하긴, 자신이 생각해도 무리한 요구였다. 그러나 필요한 요구이기도 했다.

쿠데타로 인한 여파는 국민들을 각성시켰다. 스스로를 계몽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기존의 기득권의 사업체보다 제현 그룹을 선택할 것이고 기득권의 입김은 점점 약해질 것이 분명했다.

[지금까지처럼 무제한의 자금 투자는 없을 테니 한 시름 놓으셔도 될 겁니다.]

하아, 그렇다면 다행이다. 슬금슬금 압박해 다시 제현 그룹을 줄여 놓으면,

[그러나 제현 그룹에 대한 조직적인 악의가 드러난다면 다시 제현 그룹 초기 같은 짓을 해도 되겠죠. 아참, 샘성의 경영권도 있군요.]

“... 그런 일은 없을 것이오.”

이천식 국무총리가 할 수 있는 말은 겨우 그 정도였다. 쿠데타로 인한 투자자금의 이탈에도 대한민국 경제가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제현 그룹이 든든하게 중심을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서로가 만족할 거래를 하려고 했는데 왠지 제가 일방적으로 협박하는 모양새가 되어 버렸군요. 죄송합니다.]

이천식 국무총리는 마지막 남은 자존심을 긁어모았다.

“그렇지 않소.”

[그렇습니까? 그렇다니 제 마음도 한 결 가볍습니다. 그럼 부탁한 일은 잘 처리해 주실 것을 믿습니다.]

“걱정하지 마시오.”

[그럼 이만.]

강현이 인사를 하고 통신을 끊으려고 하는데 이천식 총리가 입을 열었다.

“이 나라는,”

[?]

“귀하가 이 나라에 한 일들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오.”

그 말의 의미는 무엇일까? 앞으로는 이런 일을 하지 말라는 경고인가? 강현은 피식 웃었다.

[그럼 잊으려고 했습니까? 제 부모님을 죽인 일을?]

“....”

이천식 국무총리의 표정이 딱딱해 졌다.

[잊지 마세요. 잊으면 안 됩니다.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면 동일한 실수를 반복하게 되죠.]

“...”

[마지막으로 충고하나 드리겠습니다. 대한민국의 변화는 이미 시작 되었습니다. 제현 그룹있죠? 과연 기존의 기업과 제현 그룹 중 누가 살아남을까요? 그럼 이만.]

그 말을 끝으로 강현의 얼굴이 디스플레이에서 사라졌다.

“... 틀린 말은 아니군.”

그가 제현 그룹의 철수를 거부한 이상, 변화는 반드시 일어난다. 그것이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기존의 기득권층에게 영향을 끼칠지 알 수 없었지만 변화는 반드시 일어난다.

이천식 총리는 얼굴을 문질러 불쾌감을 씻어냈다. 할 일이 많앗다.

= = = = =

일이 마무리는 되는 것은 얼마 걸리지 않았다. 감옥에 들아간 홍일헌과 박기헌은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고 그 외의 쿠데타 동조 세력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한 가지 다행이라는 점은 강현의 원수들이 쿠데타 동조 세력에 집중되어 있었기 때문에 추가로 무언가를 할 필요는 없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강현이 자신들을 노리는 것을 알고 쿠데타를 계획했기 때문에 그들로서는 정권을 포기할 수 없었다.

이제 곧 그들의 가족들이 운영하는 사업체는 기존의 기득권을 통해서 갖가지 방식으로 방해받고 경쟁당하고 결과적으로는 축소되거나 몰락할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약속을 어긴 것으로 간주하고 강현이 다시 나서면 된다.

그러나 그건 나중의 일이었고 지금 강현이 시급하게 처리해야 될 문제는 미국과의 관계 정립이었다.

정확히 235기의 K 시리즈가 대한민국의 쿠데타를 제압하는 위력을 보였다. 당연히 미국에서는 기겁할 것이다. 개인에게 이런 강력한 힘이 몰려있다니.

만일 이 K 시리즈가 폭발물을 들고 백악관에 일제히 침입한다면 현재의 대응체계로는 막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 문제는 차지하고서라도 미국 시민이 타국에 무력적인 간섭을 했다는 사실은 외교적으로 매우 부담되는 되는 일이었다. 다행이 쿠데타를 막는데 사용되어 그 정도가 덜한 것이지 정권교체나 독재 보호에 사용되었다면 국제적으로 많은 비난을 샀을 것이다.

미국 정부는 일단 강현에게서 K 시리즈를 때어놓고 싶었다. 하지만 법적으로 무리였다. K 시리즈는 총포류의 무장이 없었다. 기껏해야 스턴건 정도. 거기에 사람이 아니니 조직을 이룬 것도 아니고 강현 개인의 재산에 불과했다.

그래서 일단 미 정부에서는 강현의 의사가 어떤지 확인부터 해보기로 했다. 당연히 교섭 담당은 강현의 친구라고 할 수 있는 잭이었다.

“정부는 네가 그런 강력한 무력을 가지고 있는 것에 매우 부담스럽게 생각하고 있어.”

“왜?”

“권력은 총구에서 나오니까.”

“미국인이 중국 공산당인 마오쩌둥의 말을 인용하니 이상한데?”

“미국의 개척시대도 따지고 보면 총으로 원주민에게서 땅을 빼앗은 역사야.”

강현은 잭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권력의 기반은 무력이다. 사람들이 공권력을 존중하는 이유는 공권력이 합법적으로 폭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 중 국가가 너무 싫거나 하는 일이 마음에 안든다고 함부로 힘을 휘두를 수 없다. 그들의 힘은 국가의 힘에 비해서는 너무나 미약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인이나 사설조직 공권력을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한 무력을 가지게 된다면 권력을 가지게 된다. 그 예로는 멕시코나 남미의 마약 조직을 들 수 있다. 아무리 정부에서 노력을 기우려도 마약 소직을 소탕하는 것은 매우 힘들다. 보복당하기도 일수였다. 공권력이 강했다면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강현을 그런 마약 조직에 비유하는 것은 심각한 모욕이다. 하지만 작더라도 한 국가의 수도 방위 사령부를 유린 할 정도의 무력이라면 미 정부에서 긴장하는 것은 당연했다.

“그래서 그 K 시리즈는 어떻게 할거야?”

“팔건데?”

“누구에게?”

“글쎄.. 누구에게 팔까?”

“미 정부에 팔아라. 최대한 값 많이 쳐줄게.”

“좋아.”

강현이 흔쾌히 OK하자 잭은 한시름 놓았다. 그제서야 잭은 강현과 이런 저런 사적인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런 잭의 태도는 항상 강현에게 신선한 감상을 주었다. 자신이라면 결코 잭처럼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K 시리즈의 약점은 없어?”

“없긴. 있지.”

“뭔데?”

“통신 환경이 좋지 않은 곳에서는 제대로 못써. 당연히 재밍에도 약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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