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과학의 군림자-51화 (51/241)

51화

강현은 마침 이 박테리아에 대한 블로그를 보고, 또 때마침 통신사를 집어삼킬 계획을 실행하던 도중이었으며 차후 다른 통신사에 대한 우위를 점하기 위한 방법을 생각하다가 박테리아도 사용하는 초상자성물질을 이용한 초소형 고품질 안테나를 구상한 것이다.

전파가 전기장과 자기장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서로가 결국에는 상호 유도를 통해 전기장이든 자기장이든 동일한 신호를 보낼 수 있기 때문에 전기장에 민감하거나 자기장에 민감하거나 둘 중 하나면 신호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질 수 있었다.

그러나 금속의 유전율은 조절하는 것이 무척 어렵다.

유전율은 재료 내부에서 원자 혹은 분자 수분에서 일어나는 분극 현상의 정도에 따라서 결정된다. 하지만 금속은 내부의 전기장이 0이므로 진공의 유전율을 적용한다.

그러나 여기에서도 또 가해지는 전기장이 직류이냐 교류이냐에 따라서 금속의 유전율이 바뀐다. 교류일때 유전율은 복소 유전율을 사용하는데 이 복소 유전율은 외부에서 가해진 교류 전기장과 이에 영향을 받아 생기는 재료 내부의 교류 전기장 사이에서 생기는 시간차(위상차)에 대한 삼각 함수(실수부 + 허수부)로 표현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복소 유전율의 허수부는 재료에 의한 에너지 손실을 의미하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위상차가 0이 되는 것이 가장 좋다.

하지만 그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안테나를 공기로 만드는 것이며 이는 전기회로의 구성을 고려해 보면 말도 안되는 말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위상차가 생기는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다.

때문에 좋은 무선통신기술은 적절한 위상차를 만드는 전자파 대역대의 선택(일찍히 공공재인 전자파 대역대 사용에 대한 경매시에 통신3사에서 좀더 좋은 대역대를 사기 위한 경쟁이 벌어진 적이 있다.), 안테나의 재료(유전율이 좋을 수록 신호 손실이 줄어든다.), 효과적으로 신호를 분류할 수 있는 회로 및 첨단 디지털 기술과 분석할 수 있는 현대 수학으로 빚어낸 분석프로그램(시분할다중접속, 주파수분할다중접속, 코드분할다중접속) 등 온갖 첨단공학기술의 총화라고 말할 수가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하나의 기술이 개선되면 그에 의한 효과도 무척 파장이 넓다. 만일 강현이 만든 초소형 고성능의 안테나가 완성되어 신호의 손실이 줄어든다면 기존의 안테나 재질로 인해서 사용에 한계가 있었던 주파주 대역의 사용성이 증가하고 이로 인해서 주파수 사용에 좀 더 많은 가능성이 생기기 때문에 통신기술에도 영향이 가며 전송속도 역시 빨라지게 될 것이다.

즉, 강현의 회사가 되어버린 KFT가 명실 상부하게 1위의 자리를 공고히 할 수 있다는 것.

[박사님. 계산 결과 나노 자석 입자의 직선 배열로 인한 공진 효과가 미미합니다.]

“디자인을 바꾸자.”

강현이 구상하는 안테나의 기본원리는 초상자성을 이용해 자화율이 높은 안테나를 만들어 전자기장으로 보내지는 신호의 흡수를 효과적으로 전기 회로에 전달하는 것이다.

전기 회로에 신호를 전달하려면 안테나에서 전자파와의 공진을 통해 전기장을 형성해야한다. 하지만 나노 자석의 재질 자체가 산화철이나 마그네슘을 이용한 것이기 때문에 유전율을 생각하면 힘들게 나노 입자를 사용하는 의미가 없다.

때문에 강현은 나노 입자를 안테나 위에 일직선으로 배열한 형태를 만들고 시뮬레이션을 돌렸다. 하지만 아즈삭은 그 결과가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란다.

그래서 이번에는 디자인을 새롭게 해서 전선의 주위에 나노 자석을 고리 형태로 배열한 디자인을 시뮬레이션 했다. 전기장과 자기장은 서로 수직하게 유도하기 때문에 플레밍의 법칙에 따라 도선에 유도되는 전기장이 극대화 되게 만든 것이다.(동일한 원리로 코일로 만든 전자석이 있다.) 그러나 그런 결과 역시 그리 좋은 것은 아니었다.

“잘 안 되네.”

[각 고리간의 간섭이 문제인 것 같습니다.]

“복잡하네.”

직류가 흐르는 도선 주위에는 플래밍의 법칙에 따라 원통처럼 감싸는 방향으로 자기장이 생긴다. 그러나 그냥 생기는 것이 아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최종적으로 생기는 자기장의 반대방향으로 먼저 자기장이 생긴 후에 점차 플래밍의 법칙에 따른 자기장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런 가해진 자기장에 대한 반대되는 성질(반자성)은 실제 매우 일반적인 성질이다.

이는 어떤 회로 내의 자속, 즉 공간에 지나가는 자속밀도를 유지하려는 성질 때문인데 흔한 과학적 실험으로 이를 쉽게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구리 파이프 속으로 자석을 떨어뜨리면 훨씬 늦게 떨어진다. 왜냐면 자속의 변화를 거부하는 성질 때문에 자석을 밀어내는 즉, 자석이 가하는 자기장의 반대 방향으로 자기장이 생기도록 구리 관속에 유도전류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건 강현이 나노 자석을 반지를 여러 형태로 끼운 것 같이 설계한 안테나에 별로 좋지 않은 일이 었다.

어떤 고리가 먼저 자기장에 의해서 자성을 만들게 되면 다른 고리가 전선에 반대로 유도된 자기장에 의해서 먼저 자기장을 만든 고리에 반대로 자기장을 형성하게 된다. 즉, 다시 도선 내부에 반대 방향으로 전기장을 만들어 부정적인 간섭을 일으키는 것이다.

[뿐 만 아니라 나노 자석이 고리형태로 되어 있기 때문에 자화율도 떨어집니다.]

강자성 나노 물질의 고리형태, 즉, 그것은 막대 자석을 원형으로 배치한 것과 같다. 때문에 자체적으로 배열을 이루어 외부의 자기장이 가해졌을 때 그 방향으로 자화되는 일에 저항이 생긴다.

“그럴바에는 차라리 도선 주위에 나노 자석을 그냥 바르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네.”

[계획했던 대로는 아니지만 생산성 측면을 보면 그것이 더 나을지도 모릅니다.]

가느다란 도선 주위에 나도 입자를 배열하는 것 역시 무척이나 어려운 기술이다. 거기에 들이는 노력과 비용에 늘어나는 성능을 가늠해 보면 그리 수지 맞는 방법은 확실하게 아니었다.

차라리 기존의 안테나 주위에 나노 자석을 덧입혀버리겠다는 단순무식해보이는 방법이 오히려 기술적 단순함과 기능성을 모두 확보할 가능성이 높았다.

“그럼 지금까지 뻘짓을 한건가?”

[그렇습니다.]

“.... 역시 단순한 게 진리야.”

강현은 그러면서 아즈삭을 만든 게 인생에서 가장 잘 한 짓이라는 것을 새삼 실감했다. 아즈삭의 시뮬레이션이 없었다면 얼마나 삽질을 했을까?

그러면서 다시 최종 완성을 위해서 설계를 진행했지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초상자성의 본질은 결국 엄청나게 작은 자석들이 가해지는 외부 자기장에 의해서 스핀하는 것이다. 때문에 가장 큰 기술적인 문제는 이 작은 자석들이 저마다 쉽게 회전할 수 있도록 서로 엉키지 않게 여유 공간을 주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단순한 방법은 단 하나뿐이다. 이 작은 자석들의 모임을 액체화 시켜서 금속의 표면에 바르는 것. 그리고 이미 이런 식의 재료는 나와 있다. 페로플루이드(Ferrofluid)라고 유기성 액체와 나노 입자 크기의 강사성 물질을 섞은 것이 그것으로 유튜브에 이를 이용한 여러 동영상들이 인기리에 클릭되고 있다.

하지만 강현의 안테나에 그것을 그냥 바르는 것은 전혀 좋지 않다. 적어도 50나노미터 이하의 매우 작은 강자성 물질을 사용해야 하며 안정적으로 안테나 도선 위에 붙어있어야 했다.

그뿐만 아니라 안테나의 안정성을 해하는 요인들(강자성 입자 사이의 자기적 힘으로 인한 엉킴, 액체 자체의 표면장력)을 해결하기 위해서 용매의 흡착성, 점성, 나노 자석 표면과의 젖음 정도 등 많은 것을 고려해야 했다.

하지만 이 방법에는 문제가 있었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나 강자성 나노 입자 사이의 엉킴을 해결하는 것인데 하나의 방법은 온도를 올려 브라운 운동을 일으키는 것, 다른 하나는 점성을 높여 나노 입자를 움직이지 않게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첫번째 방법은 사용 조건의 온도를 고려할 때 적절한 방법이 아니었고 두번째 방법은 나노 자석의 스핀 속도를 줄여 안테나의 성능을 저하시킨다.

그렇기 때문에 강현은 액체가 아닌 다른 방법에 눈을 돌렸다. 그리고는 두가지 방법을 찾아냈다.

하나는 고분자/접착제에 섞어서 바르는 것. 또 하나의 방법은 재료공학에서 사용하는 졸겔(Sol-gel)기법을 사용하는 방법이었다.

전자의 방법은 적절한 고분자만 찾아낸다면 생산 비용을 획기적으로 떨어뜨릴 수 있다. 하지만 고분자 사이에 끼인 나노 자석이 외부 자기장에 대한 스핀을 자유롭게 할 수 있을지가 문제였다.

후자의 방법은 전자의 방법보다 조금 비용이 더 들지 모르지만 다공성 고체 막을 형성하여 나노 자석의 엉킴을 방지하고 조건에 따라 스핀을 할 수 있는 충분한 여유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었다.

“어때? 장단점이 확실하지?”

[비용을 따지자면 고분자를 이용한 방법 역시 적절한 가공법을 선택한다면 졸겔 기법을 사용하는 것에 준할 만큼 성능이 올라갈 수 있습니다.]

“그래, 결국에는 매트릭스가 되는 재료에 대해서 나노 입자가 얼마나 자유로운가가 요건이잖아.”

[그렇습니다.]

강현은 먼저 고분자(폴리머)를 이용해 나노 자석을 붙이는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고분자의 장점은 사슬구조로 인해서 쉽게 끊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적어도 파괴 직전까지 길게 사슬이 엉키게 되는데 폴리 에틸렌 필름으로 이와 같은 성질을 이용해서 반투막을 만들 수 있다. 단지 폴리 에틸렌 필름을 주욱 잡아 당기는 것 만으로 물에서 세균따위를 걸러낼 수 있는 다공성 막을 만드는 것이 가능한 것이다.

강현은 이런 고분자의 특성을 이용해서 나노 자석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방법을 구상했다.

플라스틱에 흡수되는 유기용매를 살짝 넣었다가 갑작스런 진공 환경에 노출시켜 팽창시키는 방법을 가장 먼저 고안했지만 팽창 정도와 팽창 위치를 조절하는 것이 극히 까다로워 오히려 생산비용이 증가했기 때문에 폐기했다.

다음으로는 고분자 덩어리를 길게 늘려 내부에 다공층을 형성하려고 했지만 스트레스를 가하는 과정에서는 오히려 안테나에서 벗겨져버리기 일수라 포기.

그래서 결국에는 졸겔 기법을 이용한 다공성 박막으로 안테나를 만들기로 했다.

먼저 강현은 산화철 나노 입자를 만들고 이를 물과 금속 알코사이드가 녹아있는 용액에 잘 섞었다.

금속 알코사이드는 졸겔 프로세스에서 사용하는 프리커서(선행물질)로 탄화수소 물질에서 히드록시기의 수소이온이 금속이온으로 대체된 것이다. 이 물질은 차후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가수분해 되었다가 축합반응을 하면서 네트워크 연결을 가진 금속 산화물(Gel)을 만든다.

일단 젤 구조가 완성된 다음에는 온도 처리에 따라 형성된 젤 구조가 붕괴하며 공간을 채워 나노 사이즈의 박막이나 나노 파우더를 만들 수 있는데 이를 이용한 반도체 제조 공정도 개발 되었으나 근본적으로 원자가 제자리에 없는 결함이 많아 그리 많이 사용되지는 못하고 있다.

일단 금속 알코사이드와 산화철을 잘 섞어 젤을 만든 강현은 금속 산화물 네트워크의 빈공간에 나노 자석이 자유롭게 스핀 할 수 있을 만큼의 공간만 남기고 불필요한 공간은 막의 강도 증가를 위해 줄여야 했기 때문에 적절한 온도 처리를 가했다.

적외선 가열기를 통해 아즈삭에 의해서 정밀하게 조정되어 완성된 샘플은 곧 비싼 테스트기에 넣어져 수시간의 테스트를 거치게 되었는데..

============================ 작품 후기 ============================

댓글에서 포이즌 필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군요. 쩝. 나중에 한번 써먹으려고 했는데..(그래도 안쓸 확율이 높습니다.)경영자의 경영경 방어를 위해서 사용되는 포이즌 필은 결과적으로는 적대적M&A나 경영권 싸움에서 경영자의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서 사용합니다.

간단히 말하면 인수 시도가 있을 때 인수 시도자를 제외한 주주들에게만 저가로 주식을 판매하여 자신에게 유리한 지분율을 상승시키는 겁니다.

하지만 이 제도는 지나치게 경영자의 경영권을 보호해 주기 때문에 남용의 여지가 많고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치명적인 반작용이 있습니다.

아무튼 이 포이즌 필에 대한 언급은 나중에 미래 자동차를 먹을 때 하려고 했습니다.

사실 실제로 한국에서는 포이즌 필의 도입이 늦어 MB정부 때에서나 도입을 시도해 아직 제도화 되지는 않았죠. 왜냐면 재벌이라는 독특한 기업구조에서 포이튼 필이 오직 재벌만을 위해서 남용될 가능성이 있어 여러 시민단체에서 반대하고 있습니다.

설사 제도화 된다고 해도 그에 맞추어 회사의 정관을 개정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주주의결권의 절반 이상은 찬성을 해야하는데 주요 대기업의 주식 40%는 외국인들이 가지고 있습니다. 즉, 그들이 자신에게 손해될 일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거죠. 포이즌 필이란 결국에는 경영자의 입김을 강하게 만들기 때문에 정치역학적인 관점에서 결코 용납하지는 않을 겁니다. 재벌이 자신들의 눈치를 보고 배당을 많이 해줘야 하거든요.

PS-하아.. 우리 모두 묵념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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