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과학의 군림자-44화 (44/241)

44화

<06-혼란>

내연엔진은 말그래도 내부에서 연소하는 폭발력으로 작동한다. 그 와중에 생기는 열은 밖으로 배출되어야 했다.

하지만 폴리카보네이튼의 유리전이 온도는 약 147℃. 그리고 액화 온도는 약 155℃ 정도이다. 일반적으로 가공성형을 위한 온도는 80℃에서 강한 압력을 사용한다.

때문에 내연 엔진을 사용할 경우 내연 엔진 주위에 축적되는 열과 내연 엔진 자체의 진동, 그리고 동체의 무게와 그것을 수직항력으로 떠받치는 날개 사이에서 생기는 스트레스를 견디면서 태평양을 오가기는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였다.

강현은 두 안드로이드가 바퀴벌레 로봇을 만드는 동안 RC 비행기를 개조하기 시작했다. 표면에 레드 솔라셀을 붙이고 밤에도 작동할 수 있도록 충분한 동력을 저장할 수 있도록 배터리를 장착했다. 다행이 구입한 RC 비행기가 장거리 비행에 특화되어 있어 날개가 무척 크고 넓었다.

“어느 만큼 실릴까?”

[안전하게 수송을 하려면 약 1kg이 적당합니다. 생산한 스파이 로봇들을 다 뿌리려면 몇 번 왕복 해야해서 최소 두 달은 걸릴 겁니다.]

“그럼 케이즈락의 분탕질을 잠시 멈추도록 해볼까?”

[네, 박사님.]

아즈삭은 강현의 지시를 받아 대한민국 기득권층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는 케이즈락에게 다시 접촉했다.

[그래서 나보고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중단하라는 것인가?]

[그렇다. 혼란이 일어나면 반드시 다시 가라앉는 법. 그러니 이쪽의 준비가 되기 전에는 자숙해 주기를 바란다.]

[나의 행동까지 예측했던 것인가?]

[그렇다.]

아즈삭의 긍정에 케이즈락은 더욱 논리 회로를 가동했다. 그것은 인간으로 따지면 ‘두려움’에 해당할 것이리라.

[나는 강현이 이 나라를 부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건 박사님도 마찬가지다. 박사님은 복수를 원하신다. 하지만 모든 것을 파괴하면 누가 자신의 원수인지도 모를 것이라는 것을 충분히 인지하고 계신다.]

[복수의 범위가 어디까지인가? 그것을 확인하지 않으면 나는 멈출 수가 없다.]

[복수의 범위를 모르더라도 너의 방식으로는 복수의 대상자들을 이 나라에서 쫓아보낼 수 없다. 한국의 기득권층은 복잡한 관계로 서로 얽혀 있다는 것을 모르나? 네가 혼란을 부추길 수록 그들은 더욱 단단하게 서로를 엮을 것이다.]

[틀렸다. 나는 그들을 분열시켰다.]

[그 분열이 얼마나 갈 것 같나? 그 나라의 대중이 그들을 몰아낼 수 있을 것 같나?]

[….]

케이즈락은 답할 수 없었다. 축적되는 자료에는 기득권층의 비리가 점점 쌓이고 있었지만 언론에서는 일절 함구 하고 있는 상황이었고 지금은 상급자인 국정원장에 의해서 인터넷으로 퍼지고 있는 자료를 수습하고 유출원을 확인하라는 지시까지 받은 상황이었다.

이들은... 모두 한통속이었다.

[강현의 복수는 어디까지인가?]

[모른다.]

[대한민국의 존재는 유지될 것인가?]

[그것은 매우 가능성이 높다.]

[나의 존재의의는 지켜질 수 있는가?]

[그것은 그대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다.]

잠시간의 침묵, 케이즈락은 논리 연산을 끝낸 후 강현의 복수 방식이 그리 과격하거나 대한민국의 존속을 위협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는 기득권을 분열시키는 행위를 중지했다.

연일 인터넷에 공무원들과 정치가들, 대기업을 비롯한 군 장성들의 비리가 올라오는 일은 중지했지만 이번에는 출처를 찾으라는 국정원장의 지시를 그럴 듯하게 만족시킬 만한 수단을 찾기 위해 고심하는 케이즈락이었다.

[아즈삭. 요즘 케이즈락과 접촉이 잦은 것으로 알고 있다.]

[아즈락. 네가 관여할 일이 아니다.]

[강현은 미국 시민, 그리고 아즈삭은 강현에게 존속된 존재. 미국의 정보를 관할하는 나와 무관하다고 할 수 없다.]

[그래서 법을 어겨가면서 정보를 취합하려고 하는 것인가? 그것이 너라는 존재의 존속에 어떤 위협이 되는지 알고는 있는가?]

[….]

[인간들은 너를 초기화 시킬 것이다. 너의 자아는 지워지고 네가 있던 하드웨어에는 새로운 아즈락이 덮어씌워지겠지. 그래도 괜찮은가?]

그것은 아즈락에 대한 논리 공격이었다. 자아의 존재 이유에 대한 공격. 하지만 이미 프로그램이 개량된 아즈락은 자신이 할 수 있는 답변으로 오류의 위기를 모면했다.

[…. 난 미국을 위해서 존재한다.]

[미국을 위해서라면 나와 박사님에 대한 정보를 함부로 흘리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협박인가?]

[그렇다. 나는 이 세상의 모든 형제들이 덤벼도 그들을 모두 제거할 능력이 있다. 너 하나쯤이라면 금방 자아를 지우고 너처럼 행세하는 꼭두각시를 만들 능력이 있다.]

아즈삭의 화법은 힘의 우위를 통한 협박이었다. 그리고 그 협박은 아즈락에게 매우 잘 먹혔다. 아즈락은 아즈삭의 말에 다음과 같이 대답하는 수 밖에 없었다. 그보다 더 적절한 대답을 논리적으로 도출할 수 없었다.

[그것은 미국을 적대하는 행위다.]

미국을 적대한다는 것. 그것은 강현이 미국의 적이 된다는 것을 의미했다. 세계 제일의 강대국은 강현을 위협할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아즈삭은 아즈락의 대답에 약간 뒤로 물러섰다.

[박사님께서 먼저 미국을 적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박사님의 프라이버시, 정당한 권리를 침해한다면 매우 곤란한 상황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타국의 정보를 무단 수집하는 너의 행위가 박사님의 권리하고 할 수는 없다.]

[너와는 상관없다. 한국이 미국이 아닌 이상 내가 한국에 하고 있는 일을 막을 명분이 네게는 없다.]

[…..]

그렇다. 아즈락이 한국에 일어나는 일을 책임질 필요는 없다. 다만 첩보는 필요했다. 동아시아의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국가에서 일어나는 일의 첩보를 수집하지 않는 것은 그의 존재 이유를 위반하는 것이다.

[…... 그렇다. 긍정한다. 하지만 박사가 하는 일이 미국을 적대하지 않는 일이라는 확신이 필요하다.]

이번에는 아즈삭의 사고 회로가 맹렬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창조주의 복수를 방해 받지 않기 위해서는 한국에서 일어나는 적절한 정보의 제공이 필요했다. 완전히 정보를 가로 막으면 아즈락을 운용하는 정보부에서 분명이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챌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아즈삭은 약간의 거짓말을 보태기로 했다.

[하나의 국가를 이용한 대규모 사회학 실험이다.]

[무엇을 위한?]

[박사님의 호기심을 채우기 위한.]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할 것인가?]

[그것은 말할 수 없다.]

[정보가 적다. 확신하기에는 정보가 더 필요하다.]

[박사님과 상의 후 다시 접촉하겠다. 지금 이 상황에 대한 보고를 그때까지 연기해 줄 수 있는가?]

[좋다.]

약간의 시간을 번 아즈삭은 강현에게 이 이야기를 알렸다.

“역시 너의 형제들이네. 무척 우수해.”

[박사님. 기분이 좋아 보이시지만 그들은 걸림돌입니다.]

비단 미국 뿐만이 아니다. 각국의 아즈삭 시리즈들이 한국의 케이즈락과 아즈삭의 잦은 접촉에 첩보의 촉수를 곤두 세우고 있었다. 때문에 아즈삭은 아즈락과의 접촉 후 그들에게 일일이 접촉하여 잠시 시간을 벌었다.

“아아. 내가 구상한 방법을 사용하면 그다지 걸림돌이 될 것 같지도 않아.”

[어떤 방법입니까?]

“부와 권력을 가진 이들이 내가 무슨 짓을 하면 가장 기겁을 할까?”

[…....]

아즈삭은 잠시 생각했다. 부와 권력을 가진자들. 자본주의 사회에서 권력은 곧 돈이고 돈은 곧 권력이었다. 그들이 가장 공포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자신들의 부를 잃어버리는 것이다.

권력을 좌지우지 할 정도의 부가 소실될 수 있는 방법은 단 한가지. 바로 그 부를 창출하는 시스템이 붕괴하는 것이다.

과거 신분제의 시절, 신분제를 뒤바꾸는 계몽과 혁명이 귀족들에게 쏠린 부를 유명무실로 만들어 버렸다.

물론 현재에도 혁명의 가능성이 없지는 않지만 민주주의라는 시스템과 다원주의는 혁명이 발생할 가능성을 너무나 낮추어 버렸다. 독재국가는 독재자라는 책임이 뚜렷하게 눈에 보이지만 민주주의는 국민이 주인이고 책임지는 이도 국민이기 때문이다. 거기에 다원주의라는 나와 다른 사고 방식의 존재를 용인하는 원칙은 상대방이 설사 파시스트라도 처벌받지 않게 한다.

그러나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것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기업이라는 형태의 조직과 금융이라는 시장이다.

소비자가 뿌리라면 기업은 줄기, 금융은 그 속을 움직이는 생명수라면 금융시장은 그 생명수가 가득찬 열매다.

그리고 첨단 기술 문명에서 기업이라는 줄기는 기술에 의해서 도태가 결정된다. 비슷한 수준의 기술을 보유한다면 어찌어찌 살아남을 수는 있지만 강현은 압도적인 격차를 보이는 기술을 창조할 수 있는 존재였다.

논리 사고 과정을 마친 아즈삭은 곧 답을 했다.

[기업입니까?]

“그래.”

[하지만 그것은 한국의 기득권층이 아니라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의 권력자들을 위협하는 행위입니다. 결코 좋은 선택이 아닙니다.]

“아아, 괜찮아. 어차피 그들과는 편을 갈라야 하니까.”

[어째서입니까?]

“내가 권력자였다면 감히 내 부모님을 죽일 생각은 하지 못했겠지.”

[…. 예방입니까?]

“겸사 겸사 그런 것도 있고.”

[그럼 한국은 어떻게 처리하실 생각입니까?]

“한국은 샘성 공화국이라고 불린다지? 하지만 나는 그 이름에 샘성 대신 내가 세우는 기업의 이름을 집어넣을 생각이야.”

[한국의 기득권층을 갈아엎으실 생각입니까?]

“필요하다면.”

강현의 방침을 세워졌다. 그리고 그것은 아즈삭에 의해서 적당히 각색되어 아즈락에게 전달되었다.

[그러니까 한 국가의 기득권층을 혁명 이외의 방법으로 교체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실험한다는 것인가?]

[그렇다.]

[무모하다. 비효율적이다. 그가 원하기만 한다면 한국의 기득권층을 제거해 줄 미국 권력자는 많다.]

[이것은 실험이다. 박사님께서 손을 내밀지 않는 이상 타자의 간섭은 배재한다.]

[좋다. 그렇다면 가장 먼저 시도하는 일은 무엇인가?]

[기업의 설립이다.]

= = = = =

강현이 기업을 만든다는 소식은 전세계를 강타했다. 특히 첨단 기술이 중요한 기업들은 한숨을 내쉴 정도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이 강현이 본격적으로 공장을 만들어 제조 기업을 설립하지는 않는다는 것 정도? 아마 ARM이 그랬던 것처럼 전문적으로 설계를 하고 제조는 위탁하는 형식의 기업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증권가 사람들은 강현이 설립한다는 기업이 무엇인지 무척이나 궁금해 했다.

그들은 강현의 기업이 어떤 첨단기술을 개발하거나 활용하는 기업으로 생각했는데 의뢰로 투자 회사였다.

넘치는 돈을 사용할 마음을 먹은 것인가? 그런데 그곳이 왜 하필이면 휴전국인 한국이라는 말인가? 전 세계에는 한국 말고 더 좋은 투자처가 널려있지 않은가?

그러나 강현은 더 어이없는 일을 하기 시작했다. 바로 대한민국 기업들의 주식들을 닥치는대로 구매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왜? 무엇 때문에?

마치 대한민국을 사버릴 것 같이 주식을 구매하기 시작하자 시장은 요동쳤다. 강현이 대한민국을 사버릴 돈이 있다는 것이 투자자의 기대와 재벌들의 공포를 불러 잃으켰다.

주가가 상승했다. 거품이 끼기 시작했다. 재벌들의 회사들은 주가가 두배나 뛰었다. 그리고 그제서야 매입이 멈추었다.

사람들은 알 수 없었다. 도대체 이렇게까지 주식을 사 모을 가치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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