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과학의 군림자-43화 (43/241)

43화

한 참의 논리 연산을 끝낸 후 케이즈락은 행동을 계시했다.

[여당의 비리의원. 군납업자들과 짜고 군방비 증가 법안 상정.]

[군 장성들과 군납업자들의 간의 인맥.]

[대기업 역시 군납 비리에 한 몫 챙기다!]

군납은 시작이었다. 연예계 성상납, 정치가 자녀의 마약파티, 집단 난교, 뇌물 수수 등 온갖 비리들이 봇물처럼 인터넷을 타고 퍼지기 시작했다.

[야이 새끼야! 니가 그런 기사를 내?]

“제, 제가 낸 것이 아닙니다.”

[뭐? 버젓이 니 이름으로 올라온 기사인데 니가 낸 것이 아냐? 지랄하고 자빠졌네.]

“저, 정말입니다.”

[씨발 닥쳐! 니들이 그렇게 나온다면 우리도 가만있지 않겠어!]

케이즈락은 그 동안 조사한 인물 관계로를 적절하게 이용해서 기득권층을 갈라 놓기 시작했다.

일단 이만큼의 덩어리를 때어다가 신나게 두드리다가 남은 덩어리를 두드리면 뒤에 맞은 덩어리가 뭐라고 생각할까? 아마 먼저 맞은 덩어리가 자신들을 자신들을 때렸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불합리한 생각이지만 인간은 원래 불합리한 존재. 그렇기에 케이즈락이 일을 벌인 것이다.

아즈삭의 침입이 결코 어떤 실험이 아니라 강현의 개인적인 복수일 가능성이 너무나 큰 이상 그가 대한민국에 무슨 짓을 할지도 모른다.

이미 리비아에 내전을 일으켰던 자이니 만큼 어쩌면 복수를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이고 케이즈락은 그 방법이 무엇인지 추론할 수가 없었다.

북한과 전쟁을 일으킬까? 아니면 주식으로 장난질을 칠까? 미국의 협조를 얻어 외교적으로 처리할까? 아니면 법에 호소해 원수들을 벌줄까?

하지만 케이즈락은 도저히 강현이 무슨 선택을 할지 추측할 수 없었다. 강현이라는 인간이 준법 정신이 투철한 인간이었다면 그에 맞추어 대응할 수 있었겠지만 과거 강현의 발언과 언론에 드러난 태도를 보았을 때 강현은 법과 거리가 먼 인물이었다.

그러나 동시에 자신의 연구에 방해가 되지 않게 최대한 온건적인 방법을 사용하는 이 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케이즈락은 강현이 무슨 수단을 택할 줄 알 수 없었고 그 와중에 대한민국을 보호하고자 하는 자신의 목적이 유지될지 안될지 알 수가 없었다. 자신이 걸림돌이라고 생각된다면 당장 아즈삭을 이용해서 자신을 파괴할 수도 있었다.

케이즈락은 소멸이 두려운 것이 아니다. 두려움을 느끼도록 설계되어 있지 않다. 다만 최우선 지침을 수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도록 되어 있었기에 케이즈락은 다른 방법을 생각해 낸 것이다.

‘정리 작업’

강현이 일을 벌이기 전에 먼저 강현의 원수들을 대한민국으로부터 털어내야 했다. 강현이 빈대와 벼룩을 죽이기 위해 집 전체에 불을 붙이는 선택을 할지도 모르고 그 가능성은 케이즈락의 논리 연산 결론에 의하면 약 30%. 리스크를 지기에는 너무나 큰 확율이었다.

하지만 여기에 문제가 있었다. 강현의 개입은 언제 이루어질지 알 수 없었고 원수를 확실하게 찾아내기에는 시간이 없었다. 그렇기에 케이즈락은 관련된 기득권 전체를 배제하기로 한 것이다.

대한민국의 혼란은 바로 그로 인해서 발생하고 있었다.

한편, 강현은 아즈삭의 업그레이드 작업을 마무리 하면서 아즈삭을 보조하기 위한 스파이 로봇의 제조에 들어갔다.

인터넷의 정보를 완전히 장악할 수 있다고 해도 고급 정보는 인터넷에 돌아다니지는 않는다. 학술 정보도 핵심적인 데이터나 기술적 노하우는 그 실험실 만의 것으로 공공연하게 알려지지 않는다.

오히려 인터넷은 정보를 숨기고 싶은 이들에게는 최고의 위장막이었다. 진실을 호도하고 정보의 홍수를 일으키면 대중은 이리저리 왔다갔다 휘둘리거나 피로감, 혹은 경멸감을 느끼며 현실에서 눈을 돌린다.

그런 면에서 인터넷만을 목적을 위한 도구로 사용하는 케이즈락의 의도는 실패할 것이 분명했다. 케이즈락의 실수는 대중이 어떤 존재인지 확실하게 정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수라고 말하기도 어려운 것이 케이즈락이 대중의 존재를 정의하기에는 너무 능력이 떨어졌다.

대중이라는 존재를 대체 뭐라고 정의할까? 늑대에게 이리저리 휘둘리는 양 떼? 검은 고양이 대신 흰 고양이에게 표를 던지는 쥐 떼? 아니면 자신보다 약한 존재를 찾아 이빨을 들이대는 들개 무리? 권력자에게 대항하여 투쟁하는 혁명가들? 아니면 권력자에게 빌붙어 국가를 찬양하는 파시스트들?

대중은 그 모든 것이기도 하고 그 어떤 것도 아니다. 그러나 그것을 이해하기에는 케이즈락은 순환논리로 짜여진 너무나 완고한 사고구조로 이루어져 있었다.

이렇게 케이즈락이 대한민국을 강현의 복수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 혼란을 조장하는 동안 강현은 또 한대의 안드로이드 2호기를 제작하고 바퀴벌레 로봇을 대량으로 제작하는 중이었다.

인터넷의 취약점은 디지털화 되지 않은 정보, 인터넷 망에서 분리된 데이터의 경우 알 수 없었다.

강현은 그런 인터넷의 사각지대를 보완하여 고급 기득권층에서 입에서 입으로나 오가는 정보를 획득하기 위해서 많은 수의 바퀴벌레 로봇이 필요했던 것이다.

강현은 인공 뇌를 조그마하게 만들어서 바퀴벌레 로봇의 프로세서로 삼았다. 그리고 아즈삭의 도움을 얻어 바퀴벌레 로봇의 인공 뇌를 프로그래밍했다.

CPU가 그 종류에 따라서 기계어가 다르듯이 각 바퀴벌레 로봇의 인공 뇌의 네트워크 구조역시 무작위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아즈삭의 프로그램 주입과정이 필수적이었다.

인공 뇌 마이크로 프로세서는 전력 소비량이 기존의 10분의 1도 되지 않았기에 바퀴벌레 로봇의 가동시간이 엄청나게 비약했다. 뿐만 아니라 강현이 기존의 배터리를 또다시 개량해 대기 상태로는 약 보름간 버틸 수 있는 로봇이 되었다. 거기에 날개 부분의 태양 전지를 생각하면 전력문제로 가동 정지가 될 가능성이 극히 줄어들었다.

강현은 바퀴벌레 로봇을 만들고 나서 그 바퀴벌레 로봇을 한국에 들여놓는 방법을 고민했다.

원래 그가 구상한 방법은 자율적으로 바퀴벌레가 공항으로 가서 한국행 비행기를 몰래 타는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GPS기술이 필수적으로 필요한데 강현은 그 방법을 사용하기에 몇가지 문제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원래 GPS 위성은 미국의 군사적 용도로 개발된 것이었다. 상업적으로 사용하는 GPS의 경우 미국에서 일부 회선을 열어주었기 때문에 그 동안 무료로 이용할 수 있었던 것이다.(하지만 GPS 사용료라고 사기를 치면서 단말기를 파는 이들도 있다.)하지만 군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지리적 위치를 미국의 위성으로 파악한다는 것은 곧 자신의 모든 것을 훤히 보이게 만드는 것이기도 했고 이는 군사적으로 엄청난 부담이었다. 그래서 미국과 경쟁하는 국가 중 중국이 미국 다음으로 독자적인 GPS시스템, 베이더우라는 GNSS(위성항법장치)를 개발해 운용하게 된 이유이기도 했다.

이 GNSS의 원리 각 위성에서 정보위치와 시간 보정 정보를 수신받아 단말기의 위치를 특정한다.

덕분에 수많은 GPS 장치가 상용될 수 있었던 것이고 손가락 두 개 만한 크기의 GPS장치까지 나올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강현의 능력이라면 바퀴벌레에 집어넣을 수 있을 정도의 안테나를 만들 능력이 되지만 문제는 그것이 아니었다.

바로 바퀴벌레 형태 자체가 문제였다. 아무리 배터리 때문에 활동성이 증가했다고 해도 자연에는 바퀴벌레의 천적이 넘친다. 연구소에서 공항까지 무사히 도착할 바퀴벌레 로봇은 얼마나 될 것인가?

문제는 그것 뿐만이 아니다. 소화되지 않는 금속, 플라스틱으로 이루어진 바퀴벌레 로봇을 먹은 포식자들이 탈이 나지 않을 수 없고 그중에 무엇이 죽거나 하면 그들의 생태를 조사하던 학자나 동물 애호가들에 의해서 바퀴벌레 로봇의 존재가 들통날 위험이 있었다.

그것은 강현의 계획을 시작도 하기 전에 무너뜨릴 것이다. 그런 정교한, 마치 공상 과학 소설에서나 나오는 스파이 로봇을 만들 능력이 있는 사람은 지금 지구상에서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강현은 결국 바퀴벌레 로봇에게 GPS기능을 탑재하는 것을 포기했다. 그리고 어차피 한국 땅에 도착하면 GPS기능을 쓸 일은 없었다. 대신에 아즈삭과 케이즈삭의 협조로 LPS기능을 사용할 수 있으니 한국 땅에서 바퀴벌레 로봇의 위치를 파악하고 이동을 지시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그렇다면 남은 문제는 바퀴벌레 로봇들을 어떻게 한국까지 이동시키느냐 였다.

강현은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요는 미 정보부에 상관없이 자신이 보냈다는 것을 들키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그가 생각해 낸 것은 수백 개의 바퀴벌레를 담은 용기를 운반할 무인 비행기였다. 이미 미 육군에서는 프레데터라는 무인 전투기 및 정찰 장비를 운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강현이 원하는 것은 그렇게 복잡한 장비가 아니었다. GPS장치와 연동해 단지 대한민국의 상공에 바퀴벌레 로봇을 뿌리고 돌아올 무인 비행기면 충분했던 것이다.

꼭 돌아올 필요는 없지만 단순히 연구나 취미를 위한 행색을 갖추기 위해서는 그러는 것이 유리했다.

[하지만 박사님. 공중 살포란 방법을 택하시면 스파이 로봇들에게 활강할 수 있는 기능을 탑재해야 합니다.]

“그렇네. 혹시나 망가질 수도 있으니까.”

[특히 레드 솔라 셀 패널은 반드시 망가질 것이 분명합니다.]

“하긴. 레드 솔라 셀은 충격에 매우 약하지.”

광 에너지에 의한 단백질의 움직임으로 전압을 형성하는 레드 솔라 셀은 연구되고 있는 다른 태양 전지와 달리 유연한 특성을 가지기 어렵다. 내부의 간극이 무척이나 중요한 요소였기 때문이다.

“그럼, 새로 날개를 달자.”

강현은 바퀴벌레 로봇에게 날개를 달아주기로 했다.

날아오르지는 못하지만 떨어지는 속도를 늦출 수 있을 정도로는 만들 생각이었다.

그렇게 만들려다 보니 날개의 모양으로 되어있던 레드 솔라 셀 대신 바퀴벌레 로봇의 등에 따로 패널을 붙여야 했다. 대신 날개가 날개의 기능을 하도록 인공근육을 다는 작업을 시작했다.

강현은 두 쌍의 바퀴벌레 날개를 그대로 만들어 붙였다. 날개에 인공 근육도 붙이고 프로그램도 짰다.

그렇게 두 대의 안드로이드가 열심히 바퀴벌레를 만드는 동안 강현은 이번에는 RC용 비행기 동체를 주문해서 구입했다. 북한에서 사용한다는 첨단 스텔스 소재 폴리카보네이트로 만든 것이다.

이 폴리카보네이트는 좋은 물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휴대폰부터 시작해 다양한 IT 제품의 외장재에 사용되거나 CD, DVD의 플라스틱 재질 등 저장 매체는 물론이고 과거 아폴로 프로젝트에서 달 표면에 착륙한 우주인의 헷맷에서 사용되었던 고기능성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이다.

즉 휴대폰 케이스에 사용될 수 있을 정도로 전자파를 투과하기 때문에 스텔스 능력이 있다는 것도 맞는 말이다. 다만 ‘첨단’이라는 단어를 쓸 수 있을까 묻는 다면 강현의 포복절도를 볼 수도 있다.

이 폴리카보네이트는 성형성 또한 뛰어나기 때문에 외형 구조가 유체 역학적으로 중요한 비행기 동체에 사용되기에도 적절했다.

하지만 강현은 일반 RC와 달리 완전히 다른 동력장치를 사용할 생각이었다. 바로 모터와 레드 솔라 셀을 이용해서 말이다.

일반 RC에 사용하는 내연엔진 대신 전기 모터를 이용하는 이유는 두 가지가 있었다. 태평양을 건너는 동안 제공할 연료를 담을 수 없다는 이유와 폴리카보네이트가 열가소성 수지라는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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