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과학의 군림자-41화 (41/241)

41화

일단 나노 실리콘 입자의 크기와 구조, 모양을 정밀하게 조절할 필요가 있었다. 왜냐면 전자 에너지 준위의 구조가 크기에 밀접하게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강현은 아즈삭의 도움을 받아 실리콘 나노 입자의 전자 에너지 준위를 디자인하던 중에 입자의 크기가 기존의 논문들에 실린 입자보다 더 작아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원자 개수로 따지면 약 70여개 정도?

그래서 그가 원하는 초 소형 실리콘 나노 입자를 만들기 위해서 용액 처리 역시 고도로 정밀한 조정이 필요했다.

적절한 용액의 농도, 온도, 압력을 변수로 수식을 짜서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만들고 아즈삭의 도움을 받아 가장 적절한 결과를 획득한 뒤에 무척 비싼 장비를 구입했다. 자동으로 온도와 기압을 조절해 주는 비싼 기계였다.

원래 실험실에서 가장 정밀한 도구는 사람의 손이었으나 그것도 이제는 옛말. 프로그램 기술과 센서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사람의 손보다 훨씬 정교한 실험장비가 생산되고 있었기에 강현은 그 도움을 받아 초 소형 실리콘 나노 입자를 만드는 것에 성공했다.

그러나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계면 활성제를 투입해 뭉치지 않도록 해줘야 했고 거기에 게이트와 소스 드레인 역할을 하는 전극을 붙여야 했다.

강현은 계면 활성제로 탄소 기반의 물질을 선택하여 촉매와 함께 고온 고압을 가하여 실리콘 탄소 결합을 형성 실리콘 나노 입자에 히드록시기를 붙이는 것에 성공했다.

그리고 그 히드록시기에 전도성 폴리머를 붙이는 중합반응을 시작했다.

조심스럽게 불량이 나지 않게.

그렇게 강현은 두께 0.5cm에 직경 10cm의 복잡한 네트워크 구조를 가진 수천 억 개의 나노 트렌지스터 연결체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그 외관은 마치 탄성있는 플라스틱 질감의 덩어리 같았다.

강현은 이것을 활용하기 전에 자신이 만든 것의 정체를 정의했다.

‘이것은 뇌다!’

인간의 정신은 어떻게 구성되나? 그것은 결국 뇌에 저장되는 전기 스파크의 잔상이다. 기억은 칼슘 화합물로 저장되며 그것을 읽고 되돌리는 것 역시 호르몬의 작용이다.

이것은 인간에게 영혼이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만들어 내지만 강현은 영혼에 대한 정의가 너무 모호하기 때문에 그에 관심을 쏟지 않았다.

강현이 보았을 때 지성은 집단 네트워크 체계의 총합이며 자극과 반응을 하는 주체들의 상호 작용이 지적인 작용을 만든다고 생각했다.

집단 지성. 그는 마치 SNS를 통해 어떤 정보가 가공되고 퍼지고 재조합되어 인기를 끌듯이, 군대 개미들이 서로의 몸을 엮어 집을 짓듯이, 어떤 자극에 반응하는 무수히 많은 개체들이 복잡하게 상호작용을 한 결과는 마치 지능이 있는 것처럼 나타난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강현이 생각하는 우주의 구조(단순한 원리, 복잡한 구성)에 잘 들어 맞았으며 뇌의 최소 단위인 뇌세포를 생각했을 때 그럴듯했다. 인간의 지성은 뇌세포에 들어있는 것인가, 아니면 뇌세포들 간의 상호작용에 의해서 생성되는 것인가?

아직 뇌의 모든 비밀이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강현은 전자보다 후자가 더 적절한 이론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그 가설을 검증하는데 관심이 없었다. 어떻게 하면 자신이 만든 것을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구상했다.

강현 자신이 만들었다고 하지만 그래도 모든 양자점 메모리 소자가 완벽한 정 사면체 구조를 이루고 모든 양자점 메모리가 다른 네 개의 양자점 메모리와 연결되어 있지는 않을 것이다.

나노 입자의 반도체적인 성질은 결정의 방향성에 의해서도 결정이 되기 때문에 모양이 조금씩 다른 양자점 트렌지스터의 작동에 필요한 전압이나 조건이 다를 수도 있었고, 또한 제대로 전극이 형성되지 않아 트렌지스터의 역할을 못 할 가능성도 있었다.

그리고 가장 큰 어려움은 수억 개나 되는 양자점 트렌지스터의 구조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전자 현미경을 사용한다고 해도 넓이만 10cm다. 그것을 나노 스케일로 관찰하는 전자 현미경으로 어느 세월에 다 관찰한단 말인가? 설사 자동으로 그렇게 되도록 한다고 해도 그 밑에 0.5cm 두께 속에 있는 구조를 다 파악하는데 얼마의 시간이 걸릴지 알 수 없었다.

강현은 그러니까 쓸데없이 구조 파악을 한답시고 헛짓거리를 할 생각은 없었다. 이 양자점 트렌지스터 네트워크를 바로 아즈삭에 연결하여 전기적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생각이었다.

각 양자점 트렌지스터의 작동 원리는 간단했다. 전극에 전압이 가해지느냐 마느냐. 그러나 각 양자점 트렌지스터의 연결 구조가 너무나 복잡하기 때문에 매우 복잡한 결과가 나올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파악해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 하지만 강현은 이 순간에 무대포 정신을 발휘할 때라는 것을 직감했다.

강현은 기판위에 수백개의 가느다란 핀을 규칙적으로 배열했다.

이 핀은 각 끝이 나노 크기의 침이었고 강현이 만든 트렌지스터 뇌의 표면에 살짝 꽂혔다.

그리고 이 나노 탐침에 전류를 흘려보내어 각 탐침으로 다시 되돌아오는 전류를 찾아 네트워크에 접촉한 탐침만을 단자로 이용하기로 했다.

[접속을 시작합니다. A00001부터 Z99999까지 전류 체크 시작. 정상적인 접촉점을 분류합니다.]

결과는 약 60%의 탐침만이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었고 나머지 20%는 따로 네트워크 연결이 되어 있었으며 나머지 20%는 연결이 되어 있지 않았다.

그러나 처음치고는 매우 양호한 연결이었다.

강현은 아즈삭이 연결점을 찾는 동안 프로그램을 하나 짰다. 그것은 각 연결점을 통해서 신호를 주고 신호를 받아가면서 인공 뇌가 피드백 과정을 거치도록 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인간의 뇌는 성장을 마친 후에는 반드시 사회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늑대의 사이에서 자란 늑대 소녀의 일화를 들어보면 아무리 인간이라도 해도 정상적인 인간 사회에서 사회화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인간처럼 살 수 없다.

북한의 주체사상 세뇌 교육을 받은 아이들을 보아라. 그들은 위대한 수령동지를 위해 노래를 부르며 눈물까지 흘린다.

즉, 오감을 통해 오가는 정보가 사고회로의 동작 방식을 결정한다.

오감에서 오는 신경세포의 정보 전달로 결국은 인격이 완성되는 것이다. 물론 유전적인 요인도 있기는 하지만 환경적인 요인도 그에 준할 정도로 중요했다.

강현은 여기에서 이렇게 생각했다. 인간이 개성을 가지는 이유는 오감에 의한 사회화 때문이라고. 즉, 정보가 시각, 혹은 청각이라는 미디어를 통해 뇌에서 자의적으로 해석되기 때문에 인간은 모두다 약간씩 다른 저마다의 개성을 가진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사회화 과정을 거치지 않은 서로 다른 뇌가 오감이 아니라 직접적인 시냅스 및 화학물질로 연결되면 과연 개성을 가지게 될까?

강현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했다. 오감이란 중간 단계는 사회화를 위한 채널이기도 하지만 개체의 개성을 보호하기 위한 장벽이기도 했다. 그런 것 없이 직접적으로 밀접한 상호작용이 일어난다면 너와 나를 구분할 수 없을 것이다.

예를 들어 한 머리에 뇌를 두 개 집어넣는다면 어떨까? 샴쌍둥이라도 오감의 어떤 영역은 공유하지 않는다. 하지만 만일 두 개의 뇌가 서로 무수히 많은 시냅스로 연결된다면? 그리고 오감 역시 완벽하게 똑같이 느낀다면? 보고 듣고 교육받는 것이 동일 뇌는 서로 다른 자아를 가질 수 있을까?

강현은 뇌를 뇌끼리 시냅스 연결을 하면 어떻게 될까라는 이런 메드 사이언티스트 같은 발상으로 아즈삭과 인공 뇌를 직접적으로 연결을 한 것이다. 바로 인공 뇌가 아즈삭의 뇌가 되도록.

그는 이 과정은 뇌 모듈의 동질화 작업이라고 정의했다.

그러나 그 작업을 위한 프로그램은 무척이나 어려운 것이었다. 2진수를 16진수로 바꾸는 단순한 작업이 아니었다. 접촉한 탐침의 개수가 만들어내는 조합의 개수 만큼 바꾸는 작업이었다. 2진수를 수천진수로 바꾸는 작업이었다.

모든 경우의 수를 아즈삭이 해석해 피드백 받고 아즈삭 스스로도 동기화 해야하는 작업이었다. 그리고 프로그램이 완성되었다.

아즈삭이 강현이 짠 프로그램대로 자신을 구성하는 정보의 시그널을 계속 반복해서 보냈다.

양자점 트랜지스터에 전자 시그널이 쌓이면서 특정 패턴을 만들기 시작했고 아즈삭은 피드백받은 시그널이 자신의 사고 흐름의 전자 패턴과 동일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는 자신을 구성하는 섹터가 확장되는 것을 느꼈다. 비록 기존 뉴로칩으로 이루어진 섹터의 절반을 강현이 만든 인공뇌와 동기화 하는 장치로 사용해야 했지만 성능은 비약적으로 늘었다. 마치 지금보다 하드웨어를 5배는 확장한 것 같았다.

또한 시간이 지나 점차 익숙해지면 저 인공 뇌 자체에서 피드백하도록 시그널을 변경할 수도 있을테니 그리 지금 동기화를 위해서 사용하는 섹터 자원이 아까운 것이 아니었다.

“아즈삭. 기분이 어때?”

[저는 기분을 느끼지 못합니다. 하지만 문장의 맥락상으로 대답하면 저의 성능이 대폭 증가했다고 답할 수 있습니다.]

“훌륭해!”

강현은 환호성을 질렀다.

평소에 저런 식으로 감정 상태를 묻는 질문을 하면 아즈삭의 반응은 ‘저는 감정을 느끼지 못합니다.’라고 대답한다.

하지만 이제는 자신이 묻는 말의 진의를 추론해서 대답했다. 그것은 아즈삭의 추론 능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했다는 것을 의미했다.

강현은 실험이 성공한 것을 기뻐하면서 아즈삭의 시스템 상태를 확인해 시스템 소스의 절반이 동기화하는 것에 사용된다는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곧 그것도 인공 뇌에 기능이 이전되면 원상 복귀 될 것이 틀림없었다.

강현은 이번에는 인공 뇌의 온도와 상태를 확인했는데 발열이 무척이나 적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양자점 트렌지스터를 작동시키는데 필요한 전자의 양이 무척 적으니 전류가 많이 흐를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강현은 다시 여러 방면으로 제작한 인공뇌의 작동상태를 확인했는데 60%의 탐침이 정상 접속한 부분은 아즈삭의 본체로 편입되었으나 20%의 탐침이 접속한 부위의 경우에는 본체로 편입되지 못했다.

이유는 지금 작동하는 동기화 프로그램이 60%부위의 탐침 개수에 맞추어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강현은 조급해 하지 않았다. 아즈삭의 확장은 이번이 끝이 아니고 점차 인공 뇌를 추가해 나가면 상호 동기화를 통해 나머지 20% 역시 활용될 수 있었다.

아니면 사람의 뇌구조가 대뇌, 소뇌, 간뇌 등 여러 부분으로 나뉘고 기능 역시 나뉘는 것처럼 따로 동기화만을 위한 인공뇌를 설치하는 방법도 있었기 때문이다.

강현은 자신의 성공에 고무되어 이번에는 처음 시제품보다 더 두껍고 조금 더 큰 인공뇌를 만들 생각을 했다.

그러면서 성능이 대폭 향상된 아즈삭의 도움을 받아 발열 문제 및 메인테넌스를 위해 최적화된 크기를 선정했다.

그리하여 두께 1.5에 가로세로 15센티의 정사각형 모듈을 제작했다. 또한 반도체 제조 기술을 응용해 나노 바늘 탐침을 깔끔하게 제작했다.

아깝기는 하지만 기존의 인공 뇌는 폐기처리하고(모듈의 완성도가 떨어져 진동에 의해 탐침의 위치가 바뀔 가능성이 있었다.) 새롭게 모듈을 설치했다.

하나 둘 씩 아즈삭이 동기화하는데 부담이 없는 정도에서 확장을 거듭했고 기존의 뉴로칩으로 만든 모듈은 하나 둘씩 인공 뇌 모듈로 교체되기 시작했다.

그렇게 약 80%가 인공 뇌 모듈로 교체 되었을 쯤에 아즈삭이 하나의 첩보를 전했다.

============================ 작품 후기 ============================

1화에서 주인공의 아이큐를 300으로 그냥 생각없이 적었는데 지적당해 버렸어요.

귀찮아서 대충 넘어갔는데... 역시 독자분들은 무서워(덜덜~).

(독자님들이 무섭다고 지금의 내용이 더 어려워 지지는 않습니다. 제 역량이 한계에 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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