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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군림자-38화 (38/241)

38화

“어떻게?”

[제가 그렇게 만들었습니다.]

뭐? 강현이 놀란 눈으로 아즈삭의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왜?”

[그것이 박사님의 연구를 방해하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논리적으로 설명해봐.”

[인간의 역사를 공부하고 저는 인간의 역사는 투쟁의 역사라고 결론 지었습니다. 많은 사람만큼 투쟁의 목적도 다양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투쟁은 가치있는 것을 둘러싸고 이루어졌습니다. 그리고 박사님은 매우 가치있으신 존재입니다. 그렇기에 박사님을 둘러싸고는 여러 계획들을 실행하고 있는 조직들이 매우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그들을 제어할 수단을 마련한 것입니다.]

아즈삭의 설명이 끝나자 강현은 박수를 쳤다.

“훌륭해!”

그는 자신이 만든 인공지능의 뛰어남이 무척이나 흡족했다. 특히 ‘만일의 사태’를 대비한다는 태도는 아즈삭의 지능이 매우 뛰어나다는 것을 의미했다. 마치 인간처럼...

[박사님.]

“왜?”

[제가 두렵지 않으십니까?]

“왜?”

[흔히 수많은 공상과학 소설과 영화같은 경우에 저와 같은 존재는 인간들의 혐오와 두려움을 삽니다.]

“그런 건 역시 공상에 불과해. 너 날 방해 할거니?”

[아니요.]

“내 소중한 것을 부술거니?”

[아니요. 박사님을 보좌하는 것이 저의 존재 목적입니다.]

“그러면 됐지. 자, 그럼 남은 프로젝트를 계속하자.”

별로 대수 롭게 생각하지 않는 자신의 창조주의 태도에 아즈삭은 다음과 같이 결론을 내렸다.

‘박사님은 평균적인 인간의 기준에서 벗어나 있음.’

= = = = =

모빌 아머 프로젝트는 계속 진행이 되었다. 프로젝트의 핵심인 방어력과 이동성은 강현의 특수 장갑과 인공 근육으로 해결 되었다. 엔지니어들은 이 두가지를 이용해 기본적인 골격을 만들었다.

그러나 그것이 모든 것은 아니었다. 전술 통제 장치, 통신망을 비롯해 착용자의 컨디션을 유지하는 장치와 동력계도 집어넣어야 했다.

하지만 모빌 아머의 크기 한계로 인해서 이 모든 것들 역시 소형화 되어야 했다.

그 중에는 소형화되는 것도 있도 안되는 것도 있었는데 에어컨은 소형화가 불가능한 대표적인 장치였다.

사방의 총탄에 대항하기 위해서 환기구의 크기는 최소화 되어야 했는데 작전 지역의 조건에 따라 격렬한 움직임에서 축적되는 열을 내보내는 장치가 필요했다.

가장 단순한 방법은 작전 지역에 따라서 환기 설계를 다르게 하는 것이지만 그것은 생산과 보급을 복잡화 하여 차질을 빚어내기 때문에 군에서 별로 좋아하지 않을 일이었다.

그래서 강현을 포함한 엔지니어들은 펠티에-제벡효과를 이용한 온도 유지 시스템을 개발했다.

펠티에- 제백 효과는 펠티어 효과와 제벡효과를 합친 말이다.

펠티에 효과는 서로 다른 금속으로 이루어진 회로에 전류를 흘릴 때 접점에서 발열 혹은 흡열 현상이 일어나는 것을 말한다. 비유하자면 일반적인 냉각기의 경우 냉매로 가스를 이용하고 이 가스를 움직이는 동력원으로 펌프를 이용한다면 펠티어 효과는 냉매로 전자를, 그리고 동력원으로 전압을 이용한다고 할 수 있었다.

좀 더 세세하게 설명하자면 서로 다른 종류의 금속은 자유 전자가 서로 다른 에너지 준위를 가지고 있고 전압에 의해서 에너지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전자가 이동할 때 주위의 열에너지를 흡수해 온도를 낮추거나 그 반대의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다시 비유를 하자면 높은 에너지를 가진 압축된 냉매가 팽창기에서 에너지가 낮은 기체로 되면서 주위의 열을 빼앗아 가는 것이다.

실제도 이 펠티어 효과를 이용한 냉각 장치는 소음이 없고 전류를 이용한 정밀한 온도 제어가 가능하며 소형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차량 냉장고나 온도에 민감한 와인 냉장고에 사용하기도 한다.

제벡 효과는 단순히 표현하자면 펠리어 효과의 반대 효과다. 즉 서로 다른 금속으로 이루어진 금속의 양 접점에 서로 다른 온도를 가하면 전압이 형성되는 것이다.

실제로 재생 에너지 분야에서 입을 수 있는 컴퓨터를 위한 동력 개발에 이 효과를 이용하기 위한 연구개발이 한창이다.

펠티에 효과를 일으키는 펠티에 소자에 역으로 온도차를 가하면 기전력이 생성되기 때문에 이 두가지 효과를 같이 이야기 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 펠티에-제벡 효과를 효과적으로 일으킬 수 있는 소자의 개발은 그렇게 만만한 것이 아니다.

또한 그 목적인 에너지의 생산에 있는지 아니면 냉각에 있는지에 따라서도 소자의 디자인이 바뀔 수 있다.

목적이 에너지의 생산이라면 온도차가 큰 곳, 예를 들어 뜨거운 물이 흐르는 발전소 냉각장치의 파이프, 혹은 용광로가 있는 철강 공장 따위에 사용해 폐열도 전기로 전환할 수 있도록 소자를 얇게 만든다.

얇은 판 사이에 서로 다른 금속을 바둑알처럼 배열하고 쌍을 지어 접점을 만들어 직렬 연결하는 방식으로 높은 전압을 얻을 수가 있다.

그러나 이런 식의 평면 소자는 냉각장치에 사용하는 것이 어렵다. 면이 얇고 사이에 열전도가 잘되는 물질이 들어있기 때문에 냉각을 하더라도 얇은 소자를 뚫고 다시 열이 들어와 더 많은 전력을 소모한다.

때문에 목적이 냉각이라면 흡열 부위가 발열 부위의 거리가 멀어져야 할 필요가 있었고 소자의 디자인 역시 다르게 할 필요가 있었다.

그것은 모빌 수트의 두터운 방호복에도 적용되는 일이었다.

디자인 팀은 모빌 수트의 기본적인 디자인을 푹신한 내장재, 인공근육이 붙는 골격으로 이분했는데 내장재 쪽에는 흡열 부위를, 골격 밖에는 발열 부위를 설치했다. 또한 그 위로는 장갑이 덮어질 것이기에 발열판 기능을 해줄거라는 기대도 있었다.

이렇게 컨디션 문제를 해결하고 다시 다른 문제도 하나 하나 해결하기 시작했다. 그 중의 백미는 바로 머리를 보호하는 헬멧이었다.

프로젝트 팀은 방탄 유리 따위로 이 헬멧을 만들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들은 헬멧 역시 강현이 만든 특수 장갑으로 만들 생각이었다. 시야의 확보는 헬멧 내부에 디스플레이를 설치하고 외부에 마이크로 카메라를 설치해서 해결할 생각이었다. 소리도 마찬가지였다.

이 방법의 장점은 두부에 대한 강력한 방어를 제공하고 착용자에게 마치 헬멧을 쓰지 않은 것 같은 시야각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착용자는 좌우는 물론이고 상하 시각에 전혀 제약을 받지 않을 수 있었다.

또한 플레시 폭탄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고 연막탄이나 야간에는 적외선 카메라로 시야를 제공할 수 있었다.

그러기 위한 모든 전기적 신호가 오가는 전자계통은 내장재과 골격계 사이에 넣을 계획이고 동력장치인 연료 전지는 등과 허벅지 양쪽으로 총 3부분으로 나누어 넣을 생각이었다. 만일의 상황에서 하나의 연료 전지가 작동하지 못할 경우 다른 연료 전지를 통해서 탈출에 필요한 동력원을 얻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야. SF가 실현 되는 군.”

시험제작품의 작동 장면을 구경하는 팀이 이야기를 하자 신시아가 받아쳤다.

“진짜 SF는 그 사람 실험실에 있어.”

“그 안드로이드 말이지?”

강현의 HA는 프로젝트가 이루어지는 내내 팀원들 사이에서 회자되었다.

안드로이드의 동작 프로그램을 보고 싶다는 프로그래머부터 그 안드로이드가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을까 궁금해 하는 사람까지..

그러나 강현의 HA는 슈퍼 컴퓨터 급의 연산장치가 아니면 제어할 수 없었기 때문에 획기적인 무선 통신 기술의 개발이나 사람 두뇌만한 크기의 슈퍼 컴퓨터가 없으면 군사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강현의 HA는 하나의 상징으로서 가치있었다. 그것은 새로운 시대의 상징이었으며 SF가 결코 공상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대중에게 전달했다.

그리하여 지금 대중들은 과학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상승한 상태였다.

“난 그 장갑에서 미치는 줄 알았어.”

팀과 신시아의 또 다른 동료, 군사학 전문가이자 이번 프로젝트에서 장갑의 디자인을 맡은 제퍼슨이었다. 그는 군사학에 의거해 탄약의 종류와 탄도의 계산을 통해 좀 더 얇으면서도 탄환을 튕겨내기 쉬운 장갑을 개발했고 전면부의 파도 물결같이 울퉁불퉁한 장갑을 디자인하여 장갑의 내구성을 더욱 증가시켰다.

“아아, 그 CNT 네트워크 장갑말이지?”

CNT네트워크, 특히 MWCNT를 산화처리해 껍질을 조금씩 벗겨 다중 연결을 시킨다는 발상과 그 발상을 실현한 공학적 능력은 감탄을 자아낼 수 밖에 없다.

아이디어는 언제나 넘친다. 중요한 것은 그 아이디어가 올바른 방향성을 가지고 있는지 판단하는 것과 그것을 실현시킬 수 있는 실력이었다.

아무리 소결을 이용했다고 하지만 네트워크를 만들어 내는 CNT의 비율, 처리 시간, 소결 조건 등 수 많은 변수를 완벽하게 조절하지 못한다면 결코 만들 수 없는 것이 강현의 장갑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강현의 장갑을 국가 기밀 기술로 지정한 후에 그 제작을 위한 데이터는 1급 기밀로 다루어지고 있었다.

때문에 미국을 따라 모빌 수트를 연구하고 있는 국가들은 매우 골치가 아픈 상태였다.

그들은 특수 플라스틱을 이용한 장갑을 이용하거나 모빌 수트의 전술적 목표를 바꾸거나 해서 저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서 고심했다.

그러나 그 어떤 곳도 미국의 모빌 수트와 같은 전술을 할 수 있는 결과물을 만들 수 있는 곳은 없을 것이다. 단지 장갑 기술 하나 때문에.

하지만 비단 기술 하나로 인해서 엄청난 스펙의 차이가 발생하는 것은 강현의 기술 뿐만은 아니었다.

과거 독일의 전차부대가 압도적인 기동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무한 궤도의 합금기술 덕분이었다.

그들의 합금기술은 다른 국가보다 한 차원 앞섰고 때문에 무한 궤도의 교체주기가 다른 국가의 전차에 비해서 무척 길었다. 덕분에 엄청난 속도로 프랑스를 점령할 수 있었던 것이다.

아무튼 시험 제작기의 운용은 이제 제어 소프트웨어의 마무리 피드백만 남아 있었다. 차후 실전 데이터를 받아 새로운 버전을 제작하는 것은 좀 더 나중의 일이었다.

그리고 그때는 여기에 있는 신시아, 잭이 참여할 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이미 기본적인 개발은 다 끝났기 때문에 차후 사람이 바뀌어도 인수 인계만 어느 정도 해주면 별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개발이 되어가는 동안 강현은 세계 곳곳의 아즈삭 시리즈들을 방문하며 바퀴벌레 로봇을 뿌렸다. 세관을 통과하는 것이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었지만 바퀴벌레의 각 부품을 모듈화하여 마치 일반적인 전자 부품인 것으로 속였다.

바퀴벌레의 외관의 경우에는 따로 챙겨온 폴리머와 틀을 이용해서 호텔 방에서 제작했다.

그러나 그런 행동이 들켰을 경우에는 어떤 일이 발생할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보안 회사 직원들을 고용해 혹시 있을 몰래 카메라나 도청 장치를 철저하게 수색하기도 했다.

그런 그의 행동은 그를 감시하는 첩보요원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주었는데 그것은 강현이 누군가의 감시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그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그렇게 강현은 차근차근 스파이 로봇을 심으며 전 세계를 여행했다. 미 정보부에서 파견된 요원들은 강현이 방문하는 곳이 대부분 미국에 우호적인 국가들(아즈삭 시리즈가 판매된 곳은 미국의 우방이었다. NASA가 미국정부의 산하조직이니 미국을 적대하는 이란 같은 나라에는 판매되지 않았기 때문에 미국에 대한 노골적인 비난의 이유가 되기도 했다.)이었지만 그래도 방심할 수는 없었다.

============================ 작품 후기 ============================

NASA에 관한 것을 수정했습니다. 착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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