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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군림자-36화 (36/241)

36화

강현을 만나러 온 사람은 두 사람. 한 사람은 바로 그 신시아였고 다른 한 사람은 팀이라는 사람이었다. 팀은 슈퍼 솔저 수트의 인체공학적 설계를 담당하고 있었다.

“네. 만나서 반가워요.”

강현은 그들의 방문에 희미하게 미소 지으며 그들이 내민 손을 잡았다.

팀은 강현이 보기보다 무척 젊어보여서 놀라워 했다. 하긴 동양계 사람들은 서양에서는 대체로 동안으로 인식된다.

셋은 응접실에 앉아서 프로젝트와 관련되어 몇가지 이야기를 하다가 강현이 연구실을 구경시켜 준다고 해서 좋다고 따라 들어갔다.

그리고는 강현을 위해서 무려 2개의 연구실이 배정되어 있다는 것에 입을 벌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나 세기의 천재는 대우도 다르구나.

“.... 저, 저게 뭔가요.”

“이족 보행 로봇이요.”

신시아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강현이 이족 보행 로봇이라고 말한 안드로이드를 가리켰고 팀은 입만 벌리고는 안드로이드가 커피를 타오는 모습을 구경했다. SF가 여기에 있었다.

강현의 안드로이드는 커피를 너무 자연스럽게 컵에 타서는 두 사람 앞에 내밀었다.

“저, 저런 건 발표 안했잖아요.”

강현의 논문 발표는 언제나 공돌이, 학자들에게는 관심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강현은 어떤 논문에서도 저 안드로이드에 대한 발표는 하지 않았다.

“아. 곧 할 거에요. 아직 달리기를 못해서 발표하기가 좀 그렇더군요.”

일본에서 개발한 아시모 따위는 별것 아닐 정도로 인간같이 걷는 로봇을 만들어 놓고서는 발표하기가 좀 그렇다고?

“다, 달리기요?”

한때 학창 시절에 로봇 동아리에 있던 팀은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고 있었다.

신시아와 팀은 멍한 정신으로 이것 저것 대화를 나누다가 돌아갔다.

[프로메테우스, 신데렐라 2와 접촉.]

아무튼 둘의 만남은 미 정보부에 들어갔다.

그들은 첫 만남에 둘 사이의 썸씽을 기대하지는 않았다. 다만 둘의 만남이 그렇게 나쁘지는 않다는 것은 확신했다.

비록 셋이서 만났기 때문에 둘이서 사적인 만남을 가진 것보다는 판단하는 것이 어려웠지만 차츰 프로젝트의 진행을 통해서 둘이 자연스럽게 만날 기회를 가지도록 할 참이다. 정보부가 그 정도로 충분하다고 생각할 정도로 신시아는 매력적인 여자였다.

그러나 그들의 미인계에 관한 정보는 아즈삭을 통해서 강현에게 넘어갔고 강현은 신시아를 동정했다.

이용당하는지 모르고 이용당하는 입장이란 얼마나 지독하게 가엾은가? 만약 자신이 그녀의 입장이었다면 분명히 분노했을 것이다.

한편, 프로젝트 팀으로 돌아간 신시아와 팀은 강현이 만든 이족 보행 로봇에 대해서 썰을 풀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은 동료들은 빨리 강현의 논문이 발표되기를 기대했고 그들의 기대대로 얼마되지 않아 발표되었다.

발표된 논문의 타이틀은 ‘시뮬레이션을 이용한 이족 보행 연구.’였다.

논문의 골자는 인간과 동일한 구조를 가진 로봇이 기고 걷고 뛸 수 있도록 초고성능의 시뮬레이션을 이용한 방법에 관한 것이었다.

그러나 논문에 기재되는 수치 데이터로는 강현의 업적이 별로 실감나지 않았다.

하지만 논문 중에는 논문에 필요한 부록 데이터를 따로 준비하는 경우가 있었고 강현의 경우에도 역시 따로 동영상 데이터를 준비했다. 그것은 강현의 안드로이드가 걸음마부터 달리기까지 익히는 전 과정이 담겨 있었다.

학자들은 경악하고 감탄하면서 한 편으로는 허탈해 했다. 이렇게나 쉽게 이족보행 기술이 탄생하다니...

강현의 이번 발표는 이전과 다른 방향으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신세기! 로봇의 시대가 온다!]

[노령화? 간호 인력이 부족할 걱정은 없다!]

인간처럼 움직이는 로봇. 그것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사람과 같은 공간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도시나 건물의 구조적인 변화 없이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을 어느 정도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단순 노무의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어느 공상 소설에서 인공지능 로봇에게 일자리가 뺏긴 사람들이 폭동을 일으키는 장면은 더 이상 공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웃기게도 그전에 이미 공장에서는 로봇팔이 노동력을 대체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사람과 완전히 다른 모습의 로봇팔보다 사람처럼 생긴 로봇이 대중에게 증오를 받을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은 사람이 사람을 증오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강현의 발표는 학계에서도 꽤나 부정적인 반향을 일으켰는데 그때까지 로봇을 연구하던 프로젝트가 국가 지원을 받는 경우를 빼고는 거의 멈춰 버렸다. 연구 용역을 주던 기업에서는 저렇게 완성도 높은 로봇이 이미 있는데 부실한 결과물만 내어 놓는 연구에 연구비를 투자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덕분에 몇몇 극한 환경, 특수 목적용 로봇을 연구하는 연구실 이외에는 박사들이 놀게 생겼다.

하지만 누구도 그런 박사들이 생겼다고 강현에게 뭐라고 하는 사람은 없었다. 학문, 연구의 세계는 어디보다 엄격하고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지고 경쟁에서 승패는 언제나 있는 일이었다.

한편, NASA의 경우에는 다시 한번 아즈삭D의 판매 요청이 각국 대학에서 쇄도해 예산 증가의 기쁨을 맛보았고 강현의 계좌에는 돈이 착실하게 쌓여나갔다.

“HA의 상태는?”

HA는 강현의 안드로이드에서 약자를 따서 만든 안드로이드 모델명이었다.

[양호합니다. 피로도 0.02% 미만입니다.]

“튼튼하네. 동작 오차는?”

[±0.007mm이내 입니다.]

강현은 이족 보행 로봇을 만들때 완전히 인체 모형을 본따서 만들기를 잘했다고 생각했다. HA 1호기의 양팔은 아즈삭의 통제를 통해 강현이 하기 힘든 정밀하고 섬세한 작업을 대신할 수 있었다.

즉, 강현은 시편을 제작하거나 샘플을 만드는 노동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물론 그 대부분을 로봇에게 시킬 생각은 없었다. 실험시에 반드시 해야하는 지루한 작업(세척, 어닐링, 기계 예열 등 시간이 필요한 작업)의 경우에만 시킬 생각이었다. 새로운 것이 샘플의 형태로 그의 손끝에서 탄생할 때의 두근두근한 감각을 버릴 그가 아니었다.

“첩보망은 아직이지?”

[점차 교류를 증대하고 있으나 전산화 되지 않은 정보의 경우에는 여전히 입수가 불가능합니다.]

“어쩔 수 없이 그걸 시작해야 겠네.”

강현은 결국 하기 싫은 짓을 해야했다

‘으웩!’

강현은 모니터에 올려둔 설계도를 보고는 속으로 헛구역질을 했다. 자신이 설계했지만 참으로 혐오스런 구조였다.

모니터에는 바퀴벌레의 외형을 한 로봇이 있었다.

로봇 바퀴벌레의 크기는 손바닥 반정도로 다리는 강현이 만든 인공 근육, 그리고 내장 기관은 배터리와 전자장치로 가득 구성되어 있었다.

이 로봇 바퀴벌레의 날개는 강현이 만든 적색 태양전지로 야외 이동시에 에너지 충전이 가능하고 더듬이 역시 배터리에 연결되어 건물 내부에서 콘센트나 전기 회로를 통해 충전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이 첩보용 로봇의 시각 센서는 이미 세간에서 개발 중인 겹눈형 센서를 이용할 생각이고 마이크로 마이크 역시 이미 좋은 것이 개발되어 있었다.

더듬이는 설계중 가장 복잡한 부분이었는데 전기신호는 물론 충전 코드의 역할을 해주어야 했기에 개미의 더듬이처럼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것에 더해 전기적 특성도 우수해야했다.

강현은 여기에 금속을 쓰는 것보다는 탄소 나노 튜브를 이용한 가느다란 전선을 만들고 폴리머를 코딩한 후에 HA를 이용해서 만든 실같이 가느다란 인공근육을 붙여서 해결했다. 아마 강현의 손으로는 만들지 못할 부품이 더듬이 부분이었다.

그러나 이 계획의 핵심은 각종 부품을 제어하고 정보를 받아들여 명령을 처리할 마이크로 프로세서를 만드는 것이었다. 그리고 기존의 컴퓨터 부품으로 해결하기 무척 어려운 일이기도 했다.

반도체 소자의 핵심은 집적도와 저전력 소비인데 과연 스파이 바퀴벌레가 적절히 가동할 수 있는 회로를 만들 수 있는지가 문제였다.

[예상 가동 시간 1시간입니다.]

아즈삭은 시뮬레이션을 통해서 기존의 부품으로 만든 바퀴벌레 로봇의 가동 한계를 시뮬레이션 했다. 배터리 용량, 발열 문제 등을 모두 고려한 결과였다.

“한 시간이라.. 애매하네..”

어쨌든 만들 수 있기는 한가보다. 강현은 좀 더 완성도 높은 바퀴벌레를 만들 생각은 하지 않았다. 물리적으로 이미 반도체 소자를 이용한 프로세서는 한계에 달했다. 완전히 새로운 소자의 개발이 완성되기 전에는 지금 이상의 성능을 내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게 결정을 한 그는 여기저기에서 부품을 사모으기 시작했는데 반도체를 사오기 시작할 때 이런 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반도체다!’

갑자기 반도체 제조 회사들의 주식이 상승하기 시작했다. 떨어지던 회사의 주식도 하락이 잠시 멈췄다. 금융계에서 명명한 ‘강현 효과’였다.

사실 강현의 영향력은 막대했다. 그를 모르는 과학도는 없었고 일반인에게는 돈 잘버는 천재 과학자라고 알려지고 있다. 그가 만드는 기술의 막대한 파급효과는 금융계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세상을 주무르는 금융. 그러나 그 금융은 본질적으로 실물경제를 기반으로 할 수 밖에 없었고 그 실물경제를 뒤바꾸는 기술력에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했다.

금융을 주무르는 실력가들은 강현의 기술이 발표될 때마다 금융시장이 요동치니 그가 못마땅했다. 그러나 그를 조절할 마땅한 수단도 없었고 과학자가 열심히 연구하는 것이 나쁜 일도 아니고 자신들을 적대하는 것도 아니라서 차라리 강현의 근황을 알아내기 위해서 투자하기를 선택했다.

덕분에 강현의 주위에는 각국의 첩보원과 정보원들이 진을 친 복마전이 되었고 강현의 실험실로 들어가는 실험 재료의 목록은 1급 기밀이었으며 NASA에서 구입하는 기자재 및 소재 목록은 2급 기밀에 준할 정도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어찌 된 일인지 강현이 반도체를 비롯한 각종 마이크로 프로세서를 구입했다는 정보가 퍼져버렸다. 원래 통상적인 실험자재의 경우 강현이 NASA를 통해서 구입하지만 마이크로 프로세서는 회사마다 다 특징이 있기 때문에 회사별로 강현이 따로 구입했고 해당 회사에서는 구입자가 그 유명한 강현이라는 것을 알고는 직원을 통해서 그만 말이 퍼져버린 것이다.

그렇게 국제 반도체 시장이 요동치기 시작할 때 강현은 아즈삭과 안드로이드를 이용해서 바퀴벌레 로봇을 만들고 있었다.

가느다란 바퀴벌레 로봇의 하드웨어 작업은 안드로이드가 맡았고 강현은 아즈삭과 함께 바퀴벌레 로봇에 집어넣을 소프트웨어를 짰다.

바퀴벌레로 위장할 외골격은 반질반질한 느낌이 나는 폴리머로 만들었는데 완성된 작품을 보고 나니 누가 봐도 훌륭한 바퀴벌레였다.

“흐음. 이제 이걸 거기다가 가져다 놓아야 하는데 말이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 바퀴벌레 로봇이 스스로 정보부 건물까지 갈 확률은 0에 근접했다. 그러나 강현은 잠깐 생각하고는 해결책을 찾았다.

그는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잭.”

다행이다. 잭이 아직 전화번호를 바꾸지는 않았다.

[현? 무슨일이야?]

“아즈락 한 번 볼 수 있을까?”

[응? 혹시 아즈삭 시리즈에 결함이라도 있는거야?]

“그런건 아니고 아즈삭D시리즈가 어떤 방식으로 발달하고 있는지 궁금해서.”

[흐음.... 상부에 물어보고 다시 연락을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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