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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군림자-34화 (34/241)

34화

그렇게 된다면 날개안정분리철갑탄처럼 관통력이 있는 포탄이외에는 슈퍼 솔저 수트를 위협할 수 있는 무기는 거의 없을 것이다.

미 펜타곤에서는 시가전이 많이 벌어지는 현대전에 일반적인 탱크과 모빌 수트의 대결을 시뮬레이션 해보았는데 둘의 화력이 동일하다면 80%의 확률로 모빌 수트가 압승한다는 결과를 보였다. 이유는 상대적으로 모빌 수트가 작고 소음이 적기 때문에 탱크에 비해서 색적이 어렵고 건물을 올라갈 수 있는등 이동성에서 탱크보다 훨씬 유연함을 보였기 때문이었다.

뿐만 아니라 일반 보병을 상대로 모빌 수트가 한기라도 있는 쪽이 압승한다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에 펜타곤에서는 국토 방위를 위해서, 또 대 테러전을 위해서 모빌 수트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어 놓았다.

하지만 그러기 위한 기술적 난제는 무척이나 많았다.

하드웨어적으로는 그런 중장갑을 가동시키는 구동장치, 그리고 출력을 위한 동력부가 필수였고 소프트웨어적으로는 제어를 위한 프로그램이 필수이다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강현은 오히려 새로운 장갑의 개발이 더 시급한 난제라고 생각했다.

미 국방성이 원하는 것은 결국엔 화력을 갖춘 탱커였고 현존하는 장갑중에서 미 국방성이 원하는 방어력을 갖춘 장갑으로 모빌 수트를 만드는 것은 무리였다.

무게는 줄이고 탄성과 강도가 더욱 증가해야 했다.

[그렇습니까?]

할렌은 강현과 통화를 하면서 계획을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야 하는지 걱정했다.

“현재의 장갑을 바꾸지 않을 시에 가능한 방법은 두 가지에요. 하나는 장갑의 무게를 지탱하기 위해 인공근육을 다시 개량하던가 아니면 수트의 크기를 키워서 인공근육이 만이 들어가게 하던가. 물론 두 경우다 그에 필요한 출력을 얻기 위한 동력원이 있어야 하죠. 그에 대한 연료전지는 이미 설계가 끝났지만 그 연료전지의 크기에 맞추어 수트를 크기를 맞추면 못 움직일 걸요?”

[흐음.. 크기를 키운다면 얼마나 키워야 합니까?]

“최소 2.6m정도? 그래도 확실하게 대구경 탄환을 방어하려면 3미터 정도는 되어야 그만한 두께의 장갑을 착용할 수 있겠죠.”

[…..]

할렌은 강현의 말에 인상을 찌뿌렸다. 3미터? 건물 한층 만한 높이였다. 2.6미터도 컸다. 그렇게 되면 탱크의 표적이 될 뿐이다.

[일단 상부에 보고하겠습니다.]

할렌의 보고에 펜타곤의 간부들을 갑론 을박을 반복했다. 만일 강현의 말대로 장갑이 개량되면 굳이 모빌 수트를 만들 필요는 없지 않을까? 차라리 그 장갑으로 방패를 만들어 들리는 것이 더 싸게 먹힐 거라는 주장이 있었고, 아니다! 새로운 병과는 새로운 전술을 낳고 적을 괴롭게 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었다. 특히 적에게 공포감을 주는 것은 전술상 심리전에서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강현은 새로운 강도를 가진 장갑이라는 소재에 흥미를 느껴서 개발에 착수했다.

금속. 전성과 연성이 있고 가공성이 뛰어나며 강도까지 강한 만능의 재료. 금속, 그중에 철이 없었다면 인류는 지금의 문명을 건설할 수 없었을 것이다.

때문에 금속에 대한 연구는 아주 오래 전부터 계속 이어져 내려왔고 강도를 높이기 위해서 각종 합금과 합금 원소 역시 연구하고 있었다.

그리고 결국에는 금속의 강화기제와 메커니즘이 거의 다 밝혀지고 말았다.

금속의 강도와 가공성은 결국에는 그 재료 자체의 강도와 물질 이동에 기반하고 있었다.

금속은 자유 전자를 가졌기 때문에 일정 이상의 힘을 가해도 깨지지 않고 재료 내부에서 금속 원자들이 이동하기 시작한다. 이 이동을 어렵게 만든다면 금속의 강도가 강해지는 것이다.

석출물, 분술물, 가공경화 등 몇 가지로 분류할 수 있는 방법으로 이 금속의 강도를 증가시키는 방법이 있는데 물질 이동을 어렵게 만들기 때문에 가공시에 내부에 결함을 만들 확율이 커져 연성이 희생되거나 충격에 약해진다는 단점이 있다. 대표적인 예로 스틸이라고 명명되는 강철과 아이언이라고 불리는 무쇠가 있다. 무쇠의 결우 탄소 함유량이 많아 내부의 철 원자의 이동을 막기 때문에 단단하기는 단단해도 깨지기 쉬운 단점이 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현재 나온 합금들 중에서 해당 금속의 이론적 강도에 도달한 금속은 없다는 것이다.

“흐음... 어떻게 할까?”

강현은 고민했다.

사실 탄환을 튕겨 내는 것은 물리적으로 매우 복잡한 메커니즘을 거친다. 또한 탄환의 종류와 무게에 따라, 또 입사 각도에 따라 다양한 패턴을 보인다.

방탄복의 경우 주로 케블라 섬유를 이용해 만드는데 방탄의 원리는 회전하는 탄환을 휘감아 운동에너지를 분산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충격량까지 막지는 못하기 때문에 무력화 될 가능성이 있어 미군에서는 세라믹 방탄판을 함께 보급하고 있다.

탱크 장갑은 일반 소통탄 따위는 가볍게 튕겨낸다. 하지만 초고속으로 날아와 뚫어버리는 날개분리 안정 철갑탄에는 여지 없이 뚫려버린다. 이를 막기 위해 반응 장갑을 이용해 탄의 균형을 무너뜨려 관통력을 줄이는 방법을 사용한다.

그러나 여전히 초고속으로 메탈 제트로 장갑을 뚫어버리는 성형 작약탄, 그리고 그보다 발전된 개념인 폭발성형 관통자에는 취약하기 짝이 없어 능동파괴 시스템의 도입이 필요했다.

즉, 이 모든 것에 대응할 수 있는 완벽한 장갑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강현은 그렇게까지 욕심을 부리지는 않았다. 최소한의 두께로 소총탄이나 대구경 탄환을 튕겨낼 정도의 두깨면 어느 정도 프로젝트를 완성시키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총알을 튕겨내는 것에도 공학적인 계산이 필요했다. 우선 총알보다 뛰어난 경도가 필요한 것은 당연했다. 경도는 쉽게 말하면 흠집이 나는 정도로 딱딱함이라고 해석하면 된다. 강도는 얼마만큼의 부하를 견딜 수 있는지로 미묘하게 특성이 달랐다.

이 경도가 중요한 이유는 비유하자면 나무판에 다트를 던지느냐 아니면 철판에 다트를 던지느냐의 차이다. 전자는 충격력을 그대로 흡수해야 하지만 전자는 충격력을 튕겨낼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또한 경도뿐만 아니라 내충격성 역시 필요해서 큰 충격에도 깨지지 않는 특성이 필요했다.

여기에 적어도 만 발의 총탄을 견딜 수 있는 피로 강도까지 필요했다.

피로강도는 반복되는 하중에 지탱되는 정도를 의미하는데 이 피로강도는 금속의 표면을 매끈하게 처리하면 할수록 증가하는 특성이 있다.

왜냐면 반복되는 하중에 의해서 금속의 표면에 결함이 생길 가능성이 높고 대부분의 결함은 스트레스가 집중되어 더 큰 결함으로 발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속의 표면 처리를 원자 레벨 이상으로는 더 끌어올릴 수는 없다. 즉, 피로 강도는 다시 금속의 강도와 밀접한 연관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이 피로강도라는 것은 결국 경도에 대치되는 개념이기 때문에 경도를 증가시키면 피로강도가 줄어드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금속을 연구하는 학자들에게 금속의 연성을 희생시키지 않으면서 강도를 증가시키는 것은 숙원의 사업이었고 갖가지 방법들을 연구하고 있었다.

“으흠... 복잡재라..”

그 중에 한 가지 방법은 바로 소결을 이용한 복합재를 만드는 것이다.

소결이란 아주 작은 입자들을 뭉쳐 열을 가하거나 압력과 함께 열을 가하면 서로 붙는 현상을 말하는데 가장 간단한 예로는 도자기가 있다.

하지만 소결은 그리 만만한 방법은 아니다. 단점으로는 내부의 다공성 결함이 생길 가능성이 있고 생산 공정상에 어려움이 생긴다. 특히 다공성 결함을 줄이기 위해서 강한 압력이나 진공이 필요한 경우가 있는데 그런 경우에는 결과물의 크기를 키우는 것이 무척이나 어렵다. 뿐만 아니라 소결시 복잡한 구조로 만들기 어렵고 강도가 대체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에 재가공 역시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그것을 모두 뛰어넘는 장점이 있으니 바로 탄소 나노 튜브를 섞어 복합재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복합재의 장점은 두 가지 이질적인 재료를 함께 이용해 공학적으로 필요한 성질을 가진 재료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복합재는 바로 철근 콘크리트. 압축강도가 우수한 콘크리트와 인장강도가 강한 철근은 서로를 상호 보완하면서 인류가 초고층 빌딩을 건설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마찬가지로 강철의 100배가 넘는 탄소 나노 튜브가 금속 안에서 네트워크 구조를 형성한다면 강도는 얼마 만큼이나 비약 할 수 있을까? 금속의 콘크리트와 강철의 100배가 넘는 탄소 나노 튜브 철근이라..

강현은 도전할 가치가 있다고 여겼다.

사실 강현과 동일한 생각을 하지 않은 학자는 없었다. 하지만 탄소 나노 튜브와 금속 입자를 섞는 과정이 필요하고 섞는 과정에서 일정 길이 이상의 탄소 나노 튜브는 엉켜버릴 수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엉킨 덩어리는 필연적으로 결함을 만들어 낸다.

때문에 수학적으로 엉키지 않는 길이의 탄소 나노 튜브를 금속 입자와 섞게 되는데 이 섞는 것도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나노 크기라는 탄소 나노 튜브의 특성과 금속입자와 탄소 나노 튜브의 표면적 특성 차이와 크기의 차이, 그리고 골고루 섞여야 한다는 공학적 요구로 인해서 사람 손으로 섞는 건 불가능하고 소결 전용으로 섞는 기계가 있을 정도였다.

거기에 가하는 압력과 온도, 시간, 금속입자의 크기와 금속입자의 생산 방식까지 변수는 너무나 많았다.(금속입자의 모양과 표면적 특성, 불순물은 생산 공정에 의해서 결정된다.) 그러나 강현은 특유의 직감과 아즈삭의 보조를 통해 빠르게 연구를 진행시켜 나갔다.

“아즈삭, 시뮬레이션 결과는?”

[항복 강도 804MPa, 인장 강도 2043MPa, 연신율 15% 입니다.]

“방탄으로는 나쁘지 않군.”

항복 강도는 금속이 변형하기 위해 필요한 강도를 말하고 인장강도는 그 금속이 견딜 수 있는 가장 큰 강도를 말하며 연신율은 재료가 끊어지기 전까지 늘어나는 정도를 말한다.

강철 중 매우 우수하다는 HSLA Steel이 차례로 210, 1500, 1820의 값을 가지고 있으니 시뮬레이션 결과로는 세라믹에 준하는 단단함과 강철을 능가하는 피로 강도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었다.

물론 연신율 15%라는 것은 깍아내는 방법 이외의 가공성이 최악이라는 의미였다.

“경도는?”

[모스 경도로는 4~5, 록크웰 경도로는 HRB 85, 브리넬 경도로는 HB 160 정도로 추정됩니다.]

“흐음. 베이스가 되는 재료를 바꿔볼까?”

강현은 역시나 복합재이기 때문에 표면에 약간의 흠집만 내는 기존 강철의 특성에서는 크게 변화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탄소 나노 튜브가 길이 방향에 수직하게 들어오는 힘에 대한 저항성이 없어 재료 표면에 뾰족한 것이 파고 들어오는 것을 막기는 어려울 것이다.

“좀 더 단단한 강철을 써보자.”

강현은 티타늄은 어떨까 생각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티타늄을 베이스로 하면 확실히 강도는 상승한다. 하지만 번거롭게 티타늄으로 소결 복합재를 만들바에야 차라리 이미 있는 티타늄 합금으로 장갑을 만드는 게 더 나을 것이다. 하지만 미 국방성에서는 비용 문제로 절대로 승인하지 않을 것이다. 티타늄은 무척이나 비싼 금속이라 전투기에 쓰는 것으로도 모자란다.

또한 아무리 단단한 금속으로 만든 뾰족한 탄환이라도 일정 깊이 이상 들어오면 반드시 장갑의 저항을 받게 된다. 그렇게 되면 시뮬레이션 결과에 나온 수치만으로도 중기관총의 탄환을 막기 충분할 것이다. 아니면 탄환의 끝이 뭉게져 저항을 받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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