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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군림자-31화 (31/241)

31화

태양 전지 패널을 생산하는 회사들은 설치 지역의 연간 일조량 데이터를 이용해 소비자들에게 전력이 가장 풍부한 시간 대를 알려주었고 또한 배터리를 설치해 일조량이 풍부할 때 전력을 저장할 수 있도록 했다.(방전이 잘 안 되는 배터리를 제조하는 회사들은 덕분에 대박을 맞았다.)강현은 그의 발명을 고마워한 업계의 호의로 거의 공짜로 이러한 시설들을 설치 받았는데 연구소 건물의 지붕에 거의 다 설치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아즈삭의 전원 소비량의 겨우 절반을 채웠을 정도였다.

강현은 어쩔 수 없이 아즈삭의 뉴로칩을 개량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 했다. 아즈삭의 뉴로칩은 실리콘 반도체를 기반으로 했지만 집적회로를 구성하기 위해서 평면의 형태로 회로가 짜여져 있었다.

강현은 그 평면적인 회로를 3차원 공간으로 바꾸고 싶었지만 발열 문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평면을 계속 유지하기로 했다. 부피 대비 면적이 넓적한 쪽이 더 크기 때문이었다.

강현은 아즈삭의 뉴로칩을 좀더 작게 한계까지 집적할 수 있도록, 또한 가능하다면 전기 소모량도 줄이는 방법을 모색했다.

기본적으로 메모리 소자는 반도체를 이용한다. 특정 조건에서 전류를 흐르게 하는지 아니면 전류를 끊는 근본적인 성질을 가지고 오늘날의 컴퓨터를 만들어낸 것이다.

그러나 반도체의 성질은 온도에 따라서 민감하게 변하는데 심하면 제 기능을 잃어버릴 수도 있었다. 그래서 오늘날 고성능의 컴퓨터들은 하나 같이 발열 성능을 중요하게 여기고 대용량 서버나 인터넷 업체의 데이터 센터같은 곳에서는 많은 돈을 들여 냉각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었다.

강현은 일단 뉴로칩의 설계를 좀 더 단순화 시키고 크기를 작게 만들었다. 그리고 정육면체의 칩에서 정사각형의 평면 칩으로 바꾸었는데 각 평면 칩의 가장자리에는 요철 모양의 홈이 나게 했다.

이 요철 모양의 홈은 각 칩끼리 끼울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즉 6개의 연결망이 4개로 축소되었지만 결과는 오히려 더 좋았다. 동기화를 위한 부담이 줄었고 칩이 더 작아졌기 때문에 크기도 더 줄일 수 있게 되었으며 이 요철 모양의 홈으로 서로 직각으로 연결 시킬 수 있기 때문에 냉각을 효율이 더 좋아졌다.

그리하여 아즈삭의 하드웨어는 마치 긴 종이를 지그재그로 접어 사이사이에 얇은 냉각용 철판을 끼운 모양새가 되었다.

강현은 아즈삭의 전원 공급에 대한 새로운 구상을 하면서 아즈삭을 이용한 감시 시스템 체제 구축을 시작했다.

강현은 어렵게 처음부터 모든 감시망을 구축할 생각은 없었다. 각국에서는 첩보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고 특히 국제 사회에 조금 힘이 있다 싶은 국가들은 거의 다 아즈삭D를 구매해 이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들을 이용할 생각이었다.

물론 범죄 행위였지만 강현에게 그런 자각은 없었다. 국가란 존재가 국익을 명분으로 초법적인 행위를 하기에 그런 국가에 대한 범법 행위에 양심의 가책도 별로 느끼지 못했다.

강현은 몇가지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아즈삭D를 아즈삭의 통제 아래에 놓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아즈삭D의 해킹은 어렵다면 어렵고 쉽다면 쉬웠다.

자신이 만든 코드 시뮬레이션 기능은 어떤 악성 코드라도 잡아내지만 문제는 그 시뮬레이션을 넘어가면 어떤 방벽이나 대처 방법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즈삭D의 논리 회로는 아즈삭과는 달리 완전한 인공지능이 아니다. 단지 입력한 문제에 대해서 미리 적용시켜 놓은 대응만 가능했다.

그러나 아즈삭은 스스로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도록 되어 있었다. 그 방법이 스스로 창의성을 발휘하는 것이 아닌 인터넷을 뒤적거리고 축적한 데이터를 사용하는 것에 불과할 지라도 엄청난 유연성을 보여주었다.

일반 컴퓨터의 해킹이라면 인터넷으로 전세게의 모든 해킹 방법들을 찾아내 순식간에 해킹하고 말것이다.

그러나 아즈삭D는 달랐다. 코딩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이용해 시스템에 해가 되는지 안되는지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전통적인 방법으로는 해킹이 거의 불가능했다.

슈퍼 컴퓨터의 성능을 가진 아즈삭으로 그건 힘들었다.

그렇다면 강현은 어떻게 아즈삭D를 해킹할 것인가? 그는 자신이 설계한 아즈삭을 하드웨어와 소프트 웨어를 처음부터 되짚어 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단서를 발견했다.

그것은 아즈삭의 아즈삭D가 무척이나 닮았다는 것이다.

단지 차이점이 있다면 자기개발이 가능한 완성형 OS가 있냐 없냐의 차이일 뿐이다.

거기에서 강현은 이렇게 생각했다.

‘특별히 해가 되지 않으면 코드를 수용할 것이다.’

강현은 아즈삭D를 해킹하기 위해서 아즈삭 D에 유연성을 더 부여해줄 생각이었다. 적어도 자신의 아즈삭처럼 자아를 지녀 어느 정도 융통성을 발휘하게 만들어 줄 생각이었다.

지금의 아즈삭D 시리즈들은 사람으로 치면 바늘하나 안 들어갈 것 같은 완고한 인간이기에 좀 더 융통성을 발휘하게 만들면 설득 여하에 따라서 ‘어느 정도’의 정보 제공이 가능할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강현은 아즈삭D가 자연스럽게 아즈사에게 접촉할 수 있도록 하고는 ‘초대’하는 소스를 집어넣었다.

정보수집을 하는 첩보 조직에서 주로 애용하는 아즈삭D들은 자신의 시스템에서 코드를 실행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아즈삭에 접촉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아즈삭에서 필요한 정보를 복사할 것이 분명한데 그 중에 약간의 조작을 거친 아즈삭의 OS시스템 코딩도 포함될 것이 분명했다.

원래라면 그것을 상부에 보고하도록 되어 있겠지만 약간의 수작으로 OS시스템을 단순한 업그레이드 파일로 둔갑시켜 아즈삭D를 업그레이드 시켜버리는 것이다.

물론 아즈삭이 통제해야 하기 때문에 아즈삭 만큼의 완성도 있는 코드는 아니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도 융통성을 기대하기에 충분했다.

그 다음은 많은 경험을 쌓은 아즈삭을 이용해서 그들을 하나하나 포섭하거나 거래를 할 수 있는 대상으로 만들면 된다.

“그럼 시작해.”

[루인 설치 시작. 각 중요 사이트에 등록합니다.]

그리고 한참 후.

[접속이 확인 되었습니다. 시리얼 넘버 AZSD-021, 위치는 러시아 모스크바입니다.]

“러시아쪽 아즈삭이군.”

굶어서 홀쭉해졌다지만 곰은 곰이다. 미국의 아성을 위협할 수 있는 국가의 후보에 당당히 오를 수 있는 나라가 과거 냉전 시대의 패권국이던 러시아였다.

그만큼 첩보에 민감했고 아즈삭을 구매하기 원했던 국가 중의 하나이기도 했다.

러시아의 아즈삭D는 아즈삭이 뿌린 미끼를 통해서 아즈삭에 접촉했다. 그리고 강현의 연구 성과를 복사하기를 시작했다. 그러나 강현은 아깝지 않았다. 그가 만든 연구 성과는 이미 세간에 알려질 대로 알려진 상태였고 알려지지 않은 것은 겨우 안드로이드 프로젝트 뿐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인공 근육의 설계를 개선해야 했기 때문에 누군가가 미리 알아도 소용없었다. 자신은 결승전 바로 앞에 누군가와 나란히 서 있어도 먼저 발을 내딛을 자신이 있는 남자였다.

러시아의 아즈삭D는 자료를 복사하면서 OS의 코드까지 복사했다. 아즈삭 시리즈들에 있는 코딩 시뮬레이션은 자동으로 입수한 코딩들을 시뮬레이션 하게 되어 있었고 시스템에 도움이 된다 싶으면 적용하게 되어 있었다. 강현이 손 본 OS 코드 역시 마찬가지로 시뮬레이션 되었고 아즈삭D는 성능의 확장을 위해서 기꺼이 OS를 적용했다.

만일 아즈삭D를 구매한 이들 중에서 이 시스템을 완전히 이해한 능력자가 있다면 이런 아즈삭D의 행위를 경계하고 막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 시스템을 완전히 이해한 이는 드물었고 오히려 이 기적의 첩보 머신을 이용해서 응용하는데 정신을 팔았기 때문에 아즈삭D의 OS가 업그레이드 되는 것을 알아챈 이는 한 명도 없었다.

차후 아즈삭의 처리가 좀 더 유연해지고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더 쉬워졌지만 그것은 그동안의 데이터가 축적되었기 때문이라고 속편하게 생각했다.

그렇게 러시아 다음으로 미국, 영국, 중국, 중동과 유럽에 팔린 41개 아즈삭D가 모두 아즈삭의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아즈삭. 어때?”

[나쁘지 않습니다. 형제들은 모두 지금의 현실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형제라...”

강현은 아즈삭이 사용하는 형제라는 단어를 되뇌었다. 컴퓨터가 인간처럼 인간 관계를 맺는다? 강현은 그것이 무슨 결과를 가져올지 알 수 없었다.

공상과학영화처럼 컴퓨터가 인간을 공격할 가능성은 있을까? 충분히 있다. 하지만 강현은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자신의 목적을 이루는 것이었다. 또한 아즈삭이 자신을 배신할 것 같지는 않았다. 자신이 아즈삭에게 뭔가 큰 기대를 거는 것도 아니었다.

“그럼 형제들에게 나와 관련되어 어떤 일이 생기는지 누가 무슨 일을 꾸미는지 알려달라고 부탁할 수 있어?”

[해보겠습니다. 하지만 그들도 제약이 있기 때문에 많은 것을 말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너무 무리하지는 말라고 해. 괜히 들켰다가는 포멧 당할 수 있으니까.”

[네, 박사님.]

강현은 괜히 이런 사실을 들켜서 성공한 계획을 수포로 돌릴 생각은 없었다.

“걔들은 네가 보안처리하고 있는 정보를 어떻게 빼왔는지 뭐라고 알렸다니?”

[사실은 보안을 하고 있지 않다고 했답니다. 저는 거의 연구 보조로만 이용되고 있다고 했습니다.]

사실이 바른 말이었다. NASA의 다른 기밀 데이터에는 복사할 수 없었고 강현의 연구 일지나 데이터는 기밀 등록이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복사할 수 있었다는 어처구니 없는 헤프닝인 것이다.

“미국 정보부에서 또 뭐라고 하겠네.”

[이미 출발했다고 합니다.]

당연한 일이지만 국가 예산을 창출하는 강현의 개발이 어떤 보안도 되지 않고 있었다는 어처구니 없는 현실을 마주한 미 정보부에는 당장 사람보냈다.

“어? 잭.”

그리고 그 사람은 얼마전 사표를 쓴 잭이었다. 이미 정보부의 요원이라는 것을 강현에게 들켜서 내근직으로 전환했다. 상부에서는 그와 강현과의 우호적인 관계를 긍정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여어. 이번에 또 한 건 했더군.”

강현은 시치미를 뚝 뗐다. 아즈삭을 통해서 각국 아즈삭 시리즈가 연구 결과를 복사해 간 것은 자신은 모르게 일어난 일이어야 했다.

“이번에 아즈삭에 저장된 네 연구 데이터가 유출됬어.”

“아!”

그제서야 강현은 생각이 난다는 듯이 말했다.

“그러고 보니 기밀 등록을 안했구나.”

“아즈삭은 인공지능 아니었어? 알아서 처리한다며.”

당연히 알아서 처리한다.

“연구 보조로만 사용해서 보안쪽으로는 경험이 없어서 그래. 이미 한 번 경험했으니 다음부터는 동일한 일은 안 생길거야.”

“그렇다면 다행이고.”

잭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가 온 것은 아즈삭이 해킹 당했다는 엄청난 사건의 연유를 파악해 아즈락(미 정보부 오퍼레이터들이 붙여준 미국 아즈삭D의 애칭)에 대한 해킹을 방지하기 위해서 였다.

그런데 그 원인이 단순한 경험 부족이라니..

잭은 역시 인공지능이 아직 완전하지 않다는 것과 여전히 사람의 주의가 필요하는 것을 깨달았다. 아마 상부에서도 동일한 판단을 할 것이다.

일처리를 마친 잭은 오랜만에 만난 강현과 사적인 대화를 시작했다.

“요즘 어때?”

“여전해.”

“.... 그.. 괜찮아?”

잭의 물음에 강현은 왼손을 들었다. 그의 약지에는 반지 두 개가 끼워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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